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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김진현·김승규, 김병지·이운재 잇는 GK 황금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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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왼쪽)와 김진현이 정성룡을 밀어내고 한국축구 골키퍼 양강 구도를 굳히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에서 골키퍼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를 증명하듯 클럽과 국가를 막론하고 강한 팀에는 항상 든든한 골키퍼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축구 역사에서 골키퍼가 가장 강했던 시기는 90년대 후반부터 2002 한일월드컵까지로 보는 의견이 많다. 이전에도 조병득, 오연교, 최인영 등 좋은 골키퍼들이 존재했지만 김병지와 이운재가 전성기를 누린 이 시기만큼 안정적인 때는 없었다.

각자 색깔과 장점도 다른 김병지와 이운재 가운데 한 명이 주전으로 나오면 나머지 선수가 아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염색한 긴 뒷머리를 묶은 꽁지머리 등 다양한 패션 감각으로도 유명했던 김병지는 타고난 골키퍼로 불렸다. 100m를 11초대에 끊는 빠른 발과 뛰어난 탄력 등 타고난 운동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때문에 실제 경기에서도 동물적인 반사 신경과 순발력이 돋보였다. 다른 골키퍼 같으면 반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어느새 몸을 날려 슈팅을 막아내는 등 화려한 하이라이트 필름을 많이 만들어냈다.

발 빠르고 운동신경 좋은 것은 물론 쇼맨십도 상당했던 김병지는 젊은 시절 종종 페널티라인을 훌쩍 벗어나 직접 공을 몰고 미들라인 근처까지 나오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팀플레이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지켜보던 팬들에게 흥밋거리를 안겨준 것은 확실하다.

세트플레이 상황에도 이따금 가세해 킥과 점프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골키퍼로서 K-리그 사상 최초로 헤딩 필드골을 성공시켰고, 페널티킥과 프리킥 전담 키커로 괜찮은 능력을 보여줬다.

물론 골키퍼로서 지나친 일탈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고 과도한 참여로 인해 실제 경기 중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일 뿐 그가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팀 동료들에게 큰 안정감을 줬다.

이운재는 김병지만큼의 화려함은 없었다. 대학 1학년 때 바르셀로나 올림픽 국가대표팀 상비군으로 뽑혀 일찌감치 국제무대에 데뷔했으나 최인영, 김병지, 서인영 등에 밀려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골고루 잘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색깔이 없어 눈에 잘 띄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운재의 안정감을 김병지보다 높게 평가했고, 결국 이운재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4강신화의 주역이 됐다. 특유의 뛰어난 판단력을 바탕으로 공을 끝까지 보고 움직이는 특성상 변칙적인 슈팅도 곧잘 막아낸다. 하지만 반대로 빠른 슛에는 약점을 보이기도 했다.

김병지, 이운재의 시대가 지나간 후 국가대표팀 골키퍼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였다. 먼저 김영광-김용대 ‘양김’이 두각을 나타내며 황금맞수 대결을 이어가는가싶었지만, 기복이 심한 경기력과 잦은 슬럼프로 인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그 틈을 타 정성룡(30·수원)이 한동안 원톱으로 수문장 자리를 독식했다.

정성룡 역시 이전 이운재, 김병지 등과 비교하면 상황 판단 능력-순발력 등에서 많이 부족했지만 딱히 대체자원이 나오지 않아 감독들은 새로운 인재를 키우기보다는 그의 경험을 믿는 편이었다.

하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을 계기로 정성룡은 팬들에게 신임을 완전히 잃었다.

이전부터 불안한 모습을 자주 연출하며 자질 논란에 휩싸인 데다, 월드컵에서 극도로 부진한 플레이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더욱이 이때는 김승규(25·울산)라는 ‘떠오르는 별’로 인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논쟁도 거셌다. SNS 등을 통한 정성룡의 부적절한 처신도 팬들의 분노를 부추겼다.

정성룡의 몰락과 함께 떠오른 김승규는 한창 때 김병지를 연상시키는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준다. 탁월한 반사 신경을 바탕으로 포스트 구석으로 날아가는 공도 몸을 날려 잘 막아내고 공격수와의 1대1 상황에서도 순발력이 돋보인다. 특히 펀칭에 능해 슈퍼세이브의 상당수의 공을 쳐내는 플레이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펼쳐지고 있는 아시안컵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은 울리 슈틸리케호의 새로운 황태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승규-정성룡에게 이름값에 밀려 ‘넘버3’로 불렸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잘 잡아내며 일약 ‘넘버1’으로 자리를 굳힐 기세다.

김진현은 경험과 안정성에서는 정성룡에게, 순발력에서는 김승규에게 뒤진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슈킬리케 감독은 그의 공격 전개 능력에 주목을 했다. 강하고 정확한 킥력을 보유한 만큼 상대 진영 깊숙이 파고드는 공격수에게 찔러주는 패스가 일품이다. 이러한 능력은 상황에 따라 중요한 전술적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또 경험이 쌓여갈수록 순발력이나 판단능력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완전체에 가깝게 진화 중이라는 평가다.

정성룡의 몰락과 함께 떠오른 김승규와 김진현이 기대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팬들은 ‘양김’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김병지-이운재가 맹활약하던 국가대표 골키퍼 전성시대를 다시 한 번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피아 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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