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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환(오른쪽)과 후쿠다 리키와(사진=로드FC)

로드FC 미들급(-84kg)의 ‘짱돌’ 차정환(31,MMA 스토리)이 대형 사고를 쳤다.

미들급에서 가장 높은 벽으로 꼽혔던 후쿠다 리키(35,일본)를 잡아낸 것이다.

차정환은 1월31일 장충체육관서 열린 ‘로드FC 028’ 메인이벤트 미들급 타이틀전에서 2라운드 2분 37초 만에 KO승을 거두며 새로운 미들급 챔피언이 됐다. 오야마 순고, 이은수, 후쿠다에 이른 4대 챔피언이다.

오랫동안 타이틀을 지키고 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후쿠다는 명실상부한 로드FC 미들급 최강자다. 탄탄한 레슬링 실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경기 내내 자신의 리듬을 지켜나가는 안정적인 파이팅 스타일이다.

타격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정석적인 펀치와 킥 기술 등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고 클린치 시 더티 복싱에도 능하다.

일단 레슬링에 강점이 있어 상대 입장에서는 타격에만 집중하기가 어렵고 이를 이용해 태클, 타격의 이지선다형으로 톡톡히 효과를 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후쿠다가 까다로웠던 점은 흔들리지 않는 이른바 ‘부동심(不動心)’이었다. 무리를 하지 않으면서 꾸준하게 압박을 멈추지 않으며 페이스를 가져가 반격의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한번 흐름을 빼앗기게 되면 계속해서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초 차정환은 객관적 전력상 후쿠다에게 밀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예상처럼 경기에 들어서서도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차정환은 공이 울리기 무섭게 후쿠다의 레슬링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습적인 백스핀 블로우 등으로 흐름을 잡아보려 했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후쿠다에게 잡혀 상위 포지션을 허용했고 집요한 파운딩 공격을 당하며 많은 충격을 받았다.

2라운드에서도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기습적인 테이크다운을 막지 못해 연거푸 포지션을 뺏겼고 속절없이 파운딩을 허용했다. 주도권을 빼앗을 해법이 보이지 않았다. 지켜보던 팬들 역시 차정환이 경기를 잡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집요하게 그라운드로 끌려가 고전을 하는 와중에서도 차정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적인 압박을 시도하던 후쿠다에게 카운터를 시도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차정환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패턴대로 밀고 들어오던 후쿠다에게 회심의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정확한 타이밍에서 오른쪽 귀 뒤쪽에 주먹이 들어갔고 그 순간 큰 충격을 받은 후쿠다는 그대로 쓰러졌다.

차정환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빠르게 달려들어 파운딩을 퍼부었고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기적의 대역전승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짱돌’이라는 별명처럼 차정환은 펀치력만큼은 예전부터 인정받아온 강타자다. 맷집이 좋은 후쿠다였지만 차정환의 강펀치를 제대로 맞고 견디어내기는 힘들었다. 차정환은 자신의 전적에 1승을 추가하며 12승(5패), 후쿠다는 6패(22승)째를 당했다.

이날 차정환이 그랬듯 MMA무대에서는 전력에서 뒤떨어지는 혹은 모두가 힘들 것이다는 경기를 한방으로 뒤집어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

맷 세라(42,미국)는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조르주 생 피에르(35,캐나다)에게 강력한 한방을 적중시킨 후 UFC 웰터급 챔피언 타이틀을 빼앗은 바 있다. 당시 누구도 생 피에르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지만 생 피에르의 머리 쪽으로 세라의 펀치가 얹히듯이 적중되면서 웰터급 역사상 최고의 ‘반전드라마’가 만들어졌다.

현 UFC 웰터급 챔피언 로비 라울러(34,미국) 역시 스트라이크 포스 시절 멜빈 마누프(40·네덜란드)에게 아슬아슬한 역전승을 기록한 바 있다.

타격이라면 뒤떨어지지 않는 라울러였지만 마누프의 화력은 마치 짐승과 같았고 시종일관 어찌할 줄 모르고 뒤로 밀렸다. 하지만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았던 그는 무턱대고 달려드는 마누프에게 카운터를 적중시키며 진땀나는 한방 승을 거둘 수 있었다.

문피아독자 윈드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