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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종합격투기 선수 최홍만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연합) |
아오르꺼러(21,중국)는 국내 팬들에게 가장 유명한 중국파이터다.
기량이나 경력 등만 놓고 봤을 때 아직 유명세를 탈만한 선수는 아니지만 화끈한 밉상짓(?)을 하며 팬들 사이에서 미운 털이 박혔기 때문이다. 현재 아오르꺼러의 국내 인지도는 UFC 중하위권 파이터보다 더 높을 정도다.
내몽골자치구 출신으로 몽골전통레슬링 ‘부흐’를 익힌 아오르꺼러는 지난 로드 FC 중국대회에서 ’야쿠자 파이터’ 김재훈(27,압구정짐)과 맞붙었다. 경기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고 케이지에 올라서기 무섭게 격렬하게 부딪혔다.
아오르꺼러는 거대한 체구(188cm·146.70kg)를 앞세워 무섭게 돌격하며 펀치를 휘둘렀다. 경기 전부터 심기가 불편했던 김재훈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같이 맞불 타격전을 벌였다.
하지만 체격에서 앞선 아오르꺼러의 힘을 당해내지 못한 김재훈은 이내 충격을 받고 바닥에 쓰러지게 된다. 아오르꺼러는 기술적으로 정교하지는 않지만 체구에 비해 몸이 유연하고 펀치에 체중을 실을 줄도 아는지라 김재훈 입장에서는 결코 정면에서 맞받아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김재훈이 경기 불능 상태가 되자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지만 흥분한 아오르꺼러는 계속해서 파운딩을 날리려했다. 심판이 강하게 뜯어말리고 김재훈 쪽 세컨들까지 케이지에 올라왔음에도 아오르꺼러는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격투 경기에서는 나와서는 안 될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이었다.
김재훈의 세컨을 보던 현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28,압구정짐)은 격노, 당장이라도 아오르꺼러와 싸움을 벌일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자신이 세컨을 보고 있던 동료선수를 보호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지켜보던 국내 팬들 역시 성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수많은 파이터들 역시 아오르꺼러의 비매너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는데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36,프리)도 그 중 한명이었다.
이날 경기에 출전했던 최홍만은 로드 FC 데뷔전에서 중년 노장 카를로스 토요타(45,브라질)에게 패했던 아픔을 딛고 신예 루오췐차오(20,중국)를 상대로 첫승을 거뒀다. 실력으로 이겼다기보다는 루오췐차오의 부상으로 이루어진 행운의 승리였지만 어쨌든 연패를 당하지 않고 승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만했다.
자신감(?)이 생긴 탓일까. 최홍만은 김재훈에 대해 비매너 행동을 보인 아오르꺼러에 대해 “나와 붙게 되면 버릇을 고쳐주고 싶다”며 엄포를 놓았다. 주최 측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둘의 경기를 성사시켰다. 둘은 오는 3월 무제한급 토너먼트 준결승전을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예전 같으면 “무례한 아오르꺼러를 최홍만이 깨줘라”며 기대를 걸겠지만 현재는 “과연 최홍만이 이길 수 있을까?”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힘센 아오르꺼러에게 몸이 안 좋은 최홍만이 큰일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의 목소리도 높다.
그만큼 현재의 최홍만은 한창 때에 비해 정신적, 신체적으로 약해졌다. 지난 두 경기만 놓고 봤을 때 아오르꺼러와 정면 타격전을 벌이면 패퇴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최근 해법이 나왔다. 아오르꺼러는 그라운드가 수준 이하다. 최홍만도 결코 좋은 수준은 아니지만 아오르꺼러는 타격 이외의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약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21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2016 동방국제종합격투쟁패’에서 몽골의 우니에르지리갈라에게 파운딩에 의한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스탠딩에서의 돌격모드는 여전히 무서웠지만 테이크다운 디펜스도 좋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일단 넘어지게 되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격투초보자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최홍만이 이 같은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느냐다. 현재의 몸 상태라면 못미더운 것이 사실이지만 전직 씨름선수출신답게 클린치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만들어내서 중심을 빼앗아 넘어뜨릴 수 있다면 파운딩에 의한 손쉬운 승리도 기대된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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