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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카운터 장인' 맥그리거, '바람' 메이웨더 맞출까

‘세기의 대결’ 맥그리거 vs. 메이웨더를 말한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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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너 맥그리거(사진 오른쪽) 입장에서 유일하게 기댈수 있는 무기는 '카운터'뿐이다.
ⓒ SHOWTIME 제공


'바람을 잡을 수 없다면 품에 안아야 한다.'

한 쿵푸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이 꼭 쓰러뜨려야 되는 숙적을 맞아 첫 대결에서 심한 절망감에 빠진다. 상대가 움직임이 너무 빨라 자신이 쫓아갈 수 없는 것이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두 번째 대결에서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상대는 무림에서 가장 빠른 인물이었다. 움직임이 너무 신속해 강호인들 사이에서 '바람'으로 불렸다. 그만큼 빨랐다. 어떻게든 바람을 잡아보려던 주인공은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고 생각을 바꾼다. 바람을 잡으려고만 하지 말고 품으로 끌어들여 달아나지 못하게 한다음 승부를 보는 것이다. 이른바 '카운터'다. 아무리 좋은 카운터를 가지고 있어도 상대가 사정거리에 있어야한다. 주인공은 바람을 끌어안고 그 찰나의 순간에 카운터를 노리게 된다.

물론 매우 위험한 전략이었던지라 자신 역시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른바 '양패구상(양쪽 모두 상처를 입음)'을 각오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주인공은 '살을 주고 뼈를 깎는다'는 각오로 바람을 품에 안았고 결정적 한방을 성공시킨다.

오는 8월 27일(한국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T-모바일 아레나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세기의 빅매치를 앞두고 있는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의 심정이 이럴 듯하다.

맥그리거는 UFC 페더급·라이트급에 걸쳐 최고의 카운터 장인으로 불린다. 본인만의 특화된 장점을 잘 살려 상대를 가리지 않고 빠르고 정확한 카운터를 꽂아 넣었다. 하지만 이번에 붙게 되는 대상은 다르다. 복싱이라는 주전공에서 빗겨난 새로운 영역이기도 하거니와 상대는 복싱 역사상 최고의 디펜더로 불리는 철벽복서다. 빠르고 리드미컬한 데다 영리하며 경험까지 많다.

맥그리거 입장에서 카운터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무기다. 정상적인 공방전으로 메이웨더를 잡아낼 가능성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확률에 비교해야 할 정도다. 카운터 역시 그나마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것일 뿐 '맞추기 어려울 것이다'는 예측이 많다.

하지만 판은 벌어졌다. 가능성이 있든 없든 맥그리거가 이기려면 제대로 된 카운터 한방이 들어가지 않고서는 희미한 가능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더티복싱을 통해 메이웨더의 중심을 잡고 흔들던, 맷집으로 버티다가 방심한 틈을 노리던, 뭔가 반전의 기회를 노려 카운터 순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카운터 장인' 맥그리거, 운명의 한방 터트릴 수 있을까

맥그리거는 왼손잡이 카운터 펀처다. 그래플링, 킥 능력 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방어, 거리싸움 등에 할애하고 공격은 철저히 펀치를 통해 풀어나간다. 신장도 좋은 편이지만 무엇보다 어깨가 넓고 리치가 길어 펀처스타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좋은 신체조건을 갖고 있다.

물론 맥그리거가 강력한 펀처로 군림하고 있는데는 빼어난 반사신경과 센스가 가장 크다. 웰터급 임현규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무리 사이즈가 좋아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맥그리거는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는 파이팅 패턴을 아주 잘 사용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결합된 '타격머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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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너 맥그리거는 거만하게 느껴질 정도로 매사에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 SHOWTIME 제공


맥그리거의 최대 장점은 동체시력과 반응속도다. 센스있게 상대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다가 빈틈이 보였다싶으면 짧고 간결한 움직임으로 빠르게 정타를 꽂아 넣는다. 상대가 들어올 때 받아치기도 잘하지만, 옥타곤 중앙을 점령한 채 압박하면서 빈틈을 만들어내 치는 카운터도 일품이다. 목표물의 움직임에 맞춰 저격총을 줄였다 늘였다하면서 자유자재로 격발이 가능한 옥타곤 스나이퍼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맥그리거는 구태여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는다. 거리싸움을 잘하는 타격가의 경우 스탭을 부지런히 밟으며 상대 주변을 들어갔다 나왔다하는 유형이 많다. 반면 맥그리거는 스탠스를 넓게 잡은 채 느릿느릿 상대 주변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맥그리거를 아는 파이터들은 그러한 스타일이 더 부담스럽다. 앞에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지는 않지만 조금만 허점을 노출하며 갑자기 움직임이 빨라지며 예측 못한 타이밍에서 묵직한 카운터 펀치가 날아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른바 리듬을 읽기가 어렵다.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편한 것이 절대 아니다. 외려 무형의 압박은 심리적인 훼이크로 작용하기도 한다.

맥그리거는 조제 알도(31·브라질)를 13초 만에 KO로 무너뜨리고 UFC 페더급 챔피언에 올랐던 당시 '정확성이 파워를, 타이밍이 스피드를 이긴다'고 말한 바 있다. 찰나의 순간에 기가 막힌 카운터를 터트리는 맥그리거의 타격 철학이 제대로 묻어있는 발언이다. 코리안 최고의 카운터펀처 최두호 역시 여기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일류 타격가들이 그렇듯 맥그리거 역시 순간적으로 자신과 상대의 타격거리를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보통은 한발 앞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잘 맞추는 편이지만 동 타이밍에서 같이 뻗어도 근소한 차이로 자신은 안 맞고 상대에게는 정타를 먹이는 거리를 잘 잡는다. 앞서 언급한데로 신체조건이 좋고 그것을 잘 활용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맥그리거는 뒷손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데 거침이 없다. 상대와 앞손 싸움을 하다가 별다른 예고 동작 없이 뒷손이 격발된다. 먼저 자신의 중심을 잘 잡고 스트레이트 성으로 들어가는지라 적중률이 높다. 가볍고 정확하게 뒷손을 낸 후 자연스럽게 본래동작으로 돌아오는지라 설사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해도 반격을 당할 공산이 적다. 정타가 들어가면 연타로 이어가던지 아님 다시 자신의 거리에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맥그리거의 이같은 카운터는 MMA무대에서는 최고의 무기지만 복싱에서는 검증된바가 전혀 없다. 메이웨더는 펀치의 모든 기술에 능숙한 마스터인지라 맥그리거가 그나마 잘하는 부분에서마저 앞설 공산이 크다.

하지만 맥그리거 입장에서는 그나마 자신이 가장 내세울 수 있는 무기가 카운터다. 어떡하든 틈을 잡아내 카운터를 맞춰야만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걸어볼 수 있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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