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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신구 파이터의 대결,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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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간판스타 전슬기는 복수의 칼을 뽑을수 있을까?ⓒ 맥스 FC


'맥스FC' -55kg 여성 밴텀급을 대표하는 '간호사 파이터' 김효선(37·인천정우관)과 '격투 여동생' 전슬기(23·대구무인관). 두 파이터는 지난달 맥스FC '챔피언의 밤'(Night of Champions)'대회서 있었던 초대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신경전이 팽팽했다.

현직 간호사이기도한 김효선은 한참 동생에게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비록 늦은 나이에 격투무대에 뛰어들었지만 킥복싱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욱 강해질 수 있었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손수 증명하고 싶었다. 밤낮없이 환자들과 씨름하며 온갖 어려움을 겪어나간 그녀인지라 무엇이 되었든 포기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전슬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젊었다. 이른 나이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그 재능을 인정받아 빠르게 단체를 대표하는 파이터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초대 대회부터 여성부 간판은 전슬기였고 그녀 역시 그러한 명성을 지키고 싶었다.

더욱이 늦깎이로 뛰어든 나이든 언니에게 패한다는 것은 신체적 전성기에 접어든 전슬기 입장에서 절대 안 될 일이었다. 도전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기는 했으나 한번 올라간 상태에서 내려온다는 것은 용납이 안됐다. 이렇듯 그녀들은 경기 전부터 자신만의 확실한 동기부여를 가지고 팽팽하게 경쟁했다.

승리에 대한 갈한 열망만큼이나 그녀들의 장외 신경전도 대단했다. 전슬기는 4강전에서 오경미(26·수원챔피언)를 누른 뒤 "언니? 아줌마? 뭐라고 불러드려야 될지 모르겠다"며 나이를 빗댄 귀여운 도발을 했고 이에 김효선은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에게 나이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코웃음을 쳤다.

김효선은 전슬기를 꺾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남들 다가는 여름휴가를 태국전지훈련으로 대신했을 정도다. 그녀는 '무에타이 본국' 태국의 미나요틴 체육관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본토 고수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프로필 사진 등을 찍을 때도 머릿속에 오직 시합밖에 없다는 등 경기와 관한 얘기만 끊임없이 반복했다.

반면 전슬기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며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김효선처럼 시합에 지나치게 신경 쓰느니 할 것 다하면서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겠다는 태도였다. "어차피 남들 다하는 훈련, 그렇게 티낼 것 뭐있냐?"며 저격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두선수의 성향만큼이나 경기에 임하는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김효선의 투지! 전슬기의 여유를 부숴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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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파이터 김효선은 예상을 깨고 전슬기를 압도하며 챔피언에 올랐다.ⓒ 맥스 FC


시합을 앞두고 김효선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엄청난 수련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은 전슬기의 우세를 점쳤다. 그동안 보여준 게 전슬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박빙의 승부에서는 많이 보여주고 이겨본 자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김효선은 예상을 깨고 4라운드 55초 만에 전슬기에게 무려 3번의 다운을 빼앗으며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전슬기는 비교적 깔끔하게 경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거리싸움을 하다가 다가오는 상대에게 카운터를 치고, 설혹 치고받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자신은 덜 맞고 상대를 많이 때리는 식의 기술적 공방전을 선호했다. 미친 듯한 난타전은 전슬기의 취향이 아니었다.

절치부심한 김효선은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체력과 근성을 더욱 갈고닦은 그녀는 전슬기와의 시합에서 특유의 '진흙탕 싸움'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식의 싸움에 익숙한 그녀였는데, 전슬기 전에서는 더욱 거칠고 강해졌다.

물론 전슬기 역시 김효선이 그렇게 나올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전진 압박을 걸며 다가오는 김효선에 맞서 링을 넓게 쓰는 패턴으로 점수 대결에서 이기고 무리해서 들어올 때 카운터를 칠 계산이었다. 김효선이 그랬듯 전슬기 역시 자신에게 익숙한 파이팅 스타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보여준 김효선의 터프한 파이팅은 전슬기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김효선은 빠르게 스탭을 밟으며 삽시간에 김효선과의 거리를 좁혔고 쉴새 없이 근거리에서 난전을 벌였다. 조금만 거리가 있으면 펀치와 킥을 난사하며 전슬기에게 숨쉴 틈 자체를 주지 않았다.

전슬기가 타격을 내려고 하면 클린치를 하며 힘으로 집어던지고 씨름선수처럼 엉켜서 짜증나게 하는 등 페이스를 통째로 흔들었다. 거기에 거리만 잡혔다하면 쉴새 없이 이어지는 니킥은 전슬기를 이른바 멘붕 상태에 빠트렸다. 정상적인 리듬 자체를 가져갈 수가 없었다.

안면과 달리 바디는 맞을수록 충격이 누적된다. 쉬이 충격이 회복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페이스가 흐트러진 전슬기는 평소보다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어했고 그때마다 꽂히던 니킥은 흐름을 완전히 김효선 쪽으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육체적 충격과 더불어 정신적인 포기까지 이어지면서 전슬기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두선수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경기의 승자는 김효선이었지만 전슬기 역시 그대로 무너질 선수는 아니다. 어린나이에 한 단체의 간판스타로 활약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투지와 승부욕은 어떤 선수 못지않다.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은 김효선의 기세에 무릎을 꿇고 말았지만 다시 리벤지 매치가 벌어진다면 더욱 혹독한 훈련이든 세밀한 전략이든 지난 대결의 아픔을 씻을 해법을 들고 나올 것이 분명하다.

사각의 링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여쟁여투(女爭女鬪), 어쩌면 그녀들의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일지 모른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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