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사람123 님의 서재입니다.

눈밑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사람123
작품등록일 :
2012.10.06 20:28
최근연재일 :
2013.09.16 22:0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2,781
추천수 :
351
글자수 :
162,453

작성
12.07.10 17:44
조회
2,220
추천
16
글자
7쪽

눈밑들 1화 [1장 예언] (1)

DUMMY

호클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며 거울에 비치는 집의 가훈이 걸린 액자를 보며 기분이 묘해졌다. '나는 모든 면에서 점점 나아지고 있다.'라고 써져있는 그 액자는 호클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집 안에 걸려있었다.



"엄마, 저건 누가 건 거에요?"


"나도 몰라."



20살이라는 나이를 먹는 동안, 호클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 같았다. 항상 볼 때마다 기분이 찝찝해서 이 기회에 치워버리고 싶었다.



"이거 좀 치워요. 보기 싫어요."


"아니 니가 보기 싫다고 우리 집이랑 함께 해온 걸 니맘대로 치워버리면 어떡해? 그냥 냅둬라. 별로 신경도 안 쓰이는구만."


"아나…."



밖으로 나오자, 햇빛이 쨍쨍한 화창한 날씨였지만 왠지모르게 우중충해보였다. 오늘도 집 근처의 텃밭을 가꾼 다음에는 할 것이 없었다. 졸업을 하고 집에서 빈둥대기만 하는 몇몇 친구들과 달리 자신은 그나마 부모님의 농사 일을 도와주는 일은 하고있었기때문에 위안은 됐지만 하루하루가 허무했다.


농사일을 끝내고, 사촌형 호미니드가 일하는 식당으로 갔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후라 호미니드 혼자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어 형, 오늘 언제까지 있어야 돼?"


"몰라. 그냥 저녁시간 끝나고 대충 가야지 뭐. 아 이 짓도 진짜 할 짓이 못 된다. 할 게 없어…."


"아 진짜 나도 요즘 뭐하는 지 모르겠다. 빙수 그 새낀 뭐 좀 하는 것 같던데."


"걘 엘리트잖어. 걘 진짜 뭐가 되도 될 새끼다. 넌 걍 농사왕이 되는게 젤 나을 거 같다. 그건 그렇고, 다음주에 예언가 한 명 온대."



호클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5년 전 쯤, 마을에 예언가가 오긴 했었지만 와서는 혼자 이상한 소리만 하다가 갔기때문에 별로 기억에도 안 남고 사람들이 찬양하는 만큼 우러러보이지도 않았다.



"야, 왜 반응이 없어. 원래 예언가는 10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찾아오는데 이번에 예외적으로 오는거잖아. 뭐가 있는 거야. 이거."


"아 몰라 난 상관없어. 또 와서 혼자 지랄하다 가겠지 뭐…. 뭐 재미도 없고 왜 오는지 모르겠다."



호클의 기대와는 다르게 다음 주, 예언가가 마을에 도착하자 곳곳이 들썩였다. 막상 분위기가 들뜨다보니까 호클도 자연스레 분위기에 휩쓸렸다. 동네 술집에서 호클과 친구들은 밤새 예언가들에 대한 얘기 뿐이었다.



"어디서 들은건데 내일 예언할 건 장난 아니래드라. 지금 각 할당 구역마다 예언가들 다 갔다는데? 뭐 있는 거 같애."


"야, 구역마다마다 다 갔으면 그냥 정기적으로 가는 거랑 뭐가 달러? 아 그럼 걍 똑같겠네. 괜히 기대했네."


"난 그래도 뭐 있는 것 같애."



원래 예언가가 예언을 하러 오면, 다음 날 아침에 공식적으로 예언을 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다음 날이 되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예언가의 예언을 들으러 모여들었다. 예언가들의 예언을 한 번 겪은 사람들은 예언이 뻔하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웬만해서는 들으러 오지 않았지만 이번엔 확실히 뭔가 달랐기 때문이다.


호클의 마을 피트폴에 오는 예언가는 예언46으로 30년째 피트폴에 찾아오고 있었다. 다른 마을 같았으면 정기적으로 들르는 때 말고도 이따금씩 자주 찾아와 예언을 했었지만, 피트폴 자체가 별 볼 일 없는 마을인데다 예언46의 성격이 게을러서 그나마 정기적으로 하는 예언조차 대충 때우기 바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때와 달리 많은 준비를 하고 온 것이 눈에 보였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비해 동행한 사람들이 더욱 많았다. 피트폴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었던 기사들도 있었기때문에 예언에 관심이 없더라도 모여들기엔 충분했다.


사람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오른 사이, 예언46이 갑작스레 말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온 것은 마왕 때문입니다."


"네?"



갑자기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살면서 마왕이라는 단어도 생소한 사람들이 많고, 뜬금없었기때문에 대부분은 무서워한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호클 역시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얼마 전 예언에서 마왕이 몇 년내로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저희는 이 사실을 듣자마자 알려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심사숙고하고 있는 사이, 예언이 하나 더 나왔습니다."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스러웠지만, 사람들의 집중은 모두 예언46으로 향해있었다.



"마왕을 처치할 용사가 예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바로 이 피트폴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피트폴은 조용한 농촌 마을로 몇십년간 기사 하나 배출하지 못한 다른 마을에 비해 현저하게 뒤쳐지는 마을이었다. 가끔씩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긴 있었지만, 대부분 그냥 피트폴에 눌러앉아 조용히 지내다가 조용히 가곤 했다.



"그 사람의 이름이 바로 여기에 적혀있습니다!"



예언46은 똑똑히 보라는듯이 왠 두루마리를 손에 들어 사람들에게 흔들며 보여주었다. 두루마리 자체는 예언46이 올 때마다 가져오던 똑같은 예언 두루마리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모두들 그 종이에 무엇이 적혀있는지 궁금했다.


호클 또한 전혀 관심이 없다가 누군가가 지목이 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워 어느새 흠뻑 빠져있었다. 예언46은 천천히 두루마리를 열어 적힌 사람의 이름을 읽기 시작했다.



"마왕을 무찌를 그 용사의 이름은… 호클!"



사람들은 아까 전보다 더 깜짝 놀랐다. 아까 마왕 얘기가 나왔을 때처럼 호클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왜 호클의 이름이 나왔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은 믿고 싶지 않았지만, 항상 마을에 오던 예언46의 얼굴이 맞았고 예언46 근처의 엄숙하게 서있는 기사들이 도저히 이 사실이 거짓말이라고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가장 이 사실이 믿기지 않는 사람은 호클이었다.



"야 야 니가 마왕을 무찌를 용사래…."


"어, 어…."



모든 사람들이 벙쪄있는 사이, 예언46은 추가설명을 덧붙였다.



"호클씨는 한 달 후, 왕궁으로 초대하겠습니다. 그동안 주변 정리들 하시고, 왕궁에서 완벽한 훈련으로 완벽한 용사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미래를 구원할…."



예언46이 그 뒤에 예언을 한 후, 항상 덧붙이는 말을 주절주절 말했지만, 호클에게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냥 집에 가고 싶은 기분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눈밑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눈밑들 소개 12.09.08 814 0 -
50 후기 +11 13.09.16 3,357 20 6쪽
49 눈밑들 49화 [에필로그] +3 13.09.15 862 7 3쪽
48 눈밑들 48화 [최종장 판타지] (4) +2 13.09.15 1,747 7 7쪽
47 눈밑들 47화 [최종장 판타지] (3) +1 13.09.12 440 5 9쪽
46 눈밑들 46화 [최종장 판타지] (2) +3 13.09.06 332 6 9쪽
45 눈밑들 45화 [최종장 판타지] (1) +1 13.09.03 367 5 9쪽
44 눈밑들 44화 [6장 반복] (8) 13.09.01 370 6 8쪽
43 눈밑들 43화 [6장 반복] (7) +1 13.08.31 343 5 8쪽
42 눈밑들 42화 [6장 반복] (6) 13.08.29 379 5 8쪽
41 눈밑들 41화 [6장 반복] (5) 13.08.27 450 4 8쪽
40 눈밑들 40화 [6장 반복] (4) +2 13.08.26 409 6 8쪽
39 눈밑들 39화 [6장 반복] (3) +7 12.10.06 511 5 8쪽
38 눈밑들 38화 [6장 반복] (2) +3 12.09.30 427 4 7쪽
37 눈밑들 37화 [6장 반복] (1) +1 12.09.16 333 7 8쪽
36 눈밑들 36화 [5장 환영] (6) +2 12.09.15 488 5 7쪽
35 눈밑들 35화 [5장 환영] (5) +1 12.09.08 520 8 8쪽
34 눈밑들 34화 [5장 환영] (4) +4 12.09.02 267 6 8쪽
33 눈밑들 33화 [5장 환영] (3) +1 12.08.30 479 7 8쪽
32 눈밑들 32화 [5장 환영] (2) 12.08.28 406 6 8쪽
31 눈밑들 31화 [5장 환영] (1) 12.08.27 462 6 8쪽
30 눈밑들 30화 [4장 본성] (9) +1 12.08.26 340 7 8쪽
29 눈밑들 29화 [4장 본성] (8) 12.08.23 342 7 8쪽
28 눈밑들 28화 [4장 본성] (7) +3 12.08.19 420 6 8쪽
27 눈밑들 27화 [4장 본성] (6) +1 12.08.18 482 7 7쪽
26 눈밑들 26화 [4장 본성] (5) 12.08.17 375 5 8쪽
25 눈밑들 25화 [4장 본성] (4) +1 12.08.15 378 6 7쪽
24 눈밑들 24화 [4장 본성] (3) 12.08.14 409 5 7쪽
23 눈밑들 23화 [4장 본성] (2) +1 12.08.12 421 8 7쪽
22 눈밑들 22화 [4장 본성] (1) 12.08.10 406 6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