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우선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중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 1여년간 휴재를 하게된 기간이 있었지만, 어떻게 완결을 내게 되었네요. 이번 눈밑들로 장편소설은 두번째 완결이 되겠네요.
일단 이 소설은 장르는 판타지로 해놓았지만, 사실 성장소설이나 안티판타지(있는 말은 아니고, 그냥 제가 지어내본 말입니다.)에 가깝습니다. 판타지를 싫어한다.. 이런 뜻이 아니고 굳이 예를 들자면 영화 '판의 미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판타지의 탈을 쓴 이야기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사실 무작정 판타지 소설을 한번 좀 써봐야겠다고 맘먹고 무턱대고 덤벼들기 시작하면서 구상이 자연스레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틀은 마왕을 잡는다는 예언을 받는다는데 그 예언이 요상하다는 것이었죠. 구상 중에 이것저것 들어가면서 주제도 '거짓말'으로 잡히고 중간중간 넣고싶어진 설정들이 군데군데 생겼습니다. (제다이나 플리 등등..) 참고로 가끔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 소설의 배경은 절대 중세가 아닙니다. 소설에서 시간적 배경을 아예 대놓고 2013년이라고 하듯이 그냥 제가 임의로 만든 세계입니다. 사실 그걸 강조하려고 마지막에 편지를 찢는 장면에서 아예 라이터로 불태우는 장면을 넣으려고 했다가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안 넣었습니다.
소설에서 가장 쓰고싶었던 부분은 다름아닌 1화에서 호클이 집의 가훈이 걸린 액자를 보면서 시작해서, 마지막에 그 액자를 보면서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이 마지막 장면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했는데 어떻게 보여졌을지 모르겠네요. 아마 어떤 사람에겐 행복한 결말로 보이실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역겹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죠. 그 장면 하나가 써보고싶어서 마지막화까지 달리게되었습니다. 저는 소설 쓰면서 가장 희열을 느낄때가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쓰고싶었던 그 장면을 쓰는 것이거든요.
이제 소설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사실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소설 후반부 6장과 최종장에 워낙에 많이 직간접적으로 언급을 많이해서 굳이 후기에서 많이 다루고싶지는 않지만, 소설 중간중간 언급했듯이 소설의 주제가 '거짓말'이라는 점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물들의 이름이라던가 인물들의 행동들이 굉장히 상직적으로 쓴 것들이 많아서 (특히 제일 고심해서 만들었던 이름인 플리는 공상허언증의 다른 이름, 리플리 증후군에서 그 이름을 따왔습니다.) 소설의 전반적인 주제를 아는 상태에서 다시 한번 읽어보시면 감회가 색다르실 거에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죠. 결말부.. 사실 이건 저도 확언을 드리기 힘듭니다. 소설에서 마왕을 죽이는지 안 죽이는지는 다루지 않았으니깐요. 저는 처음 구상했던 열린결말으로 가는 방법 대신 중간 과정을 일부러 생략해버리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소설의 끝은 결국 호클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인데, 그 행복의 의미가 읽는 사람의 가치관, 생각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겠죠. 보기에 따라 이 소설은 호클이라는 청년이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성장소설로 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겐 정신적으로 타락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마왕을 죽이느냐 안 죽이느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러 에필로그에서 여지를 많이 남겨놓았죠. 호클이 마지막에 어떤 인물이 되었는지는 여러분 몫입니다. 물론 저도 저 나름대로의 생각하는 결말이 있구요.
소설을 보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워셨을 것 같습니다. 소설 속의 사람들이 하는 말들이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사실인지 분간이 어려워니까요.. 사실 많은 것들이 파헤쳐진 것 같지만, 진짜는 무엇인지 가려놓은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굳이 그 말들이 진짜인지 고민하는 것보다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대로 받아들이시면 될듯합니다.
소설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 접어두고, 이번 '눈밑들'을 다 쓰고난 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니 개인적으로 제일 불만족스러웠던 점이 캐릭터들이 거의 다 소설의 주제때문에 매몰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물들이 각자 캐릭터성이 있다기보다 소설의 주제를 위한 상징으로밖에 쓰여지지않았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다음 소설은 주인공이 따로 없이 떼거지로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 소설인데, 최대한 캐릭터성을 살려내봐야겠어요.
다음 소설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차기작은 현재 비축분을 차근차근 쌓고있는 중이며 아마 19금을 걸지않을까 싶습니다. 세계 최초로 가상현실 성인 온라인게임(쉽게말해 야겜..)이 오픈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노골적인 성 묘사는 거의 없을 예정이지만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19금을 걸어야할 것 같습니다. 제목은 '러브 소사이어티'로 비축분이 어느정도 쌓이면 9월달 안에 연재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이번 소설은 전작 '신의 타이밍'보다 쓰는동안 굉장히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전작에 비해 덧글 달아주시는 분들도 정말 많으셨고, 읽어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정말 힘이 됐거든요. 중간에 말도없이 휴재한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습니다.. 여튼 다행히 소설을 끝내게 된 데에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설을 읽으시면서 궁금하셨던 점은 이 글의 댓글로 달아주세요.
- 작가의말
ps. 후기는 제가 생각나는 말이 생길때마다 조금씩 추가하겠습니다. 뭔가 할 말이 되게 많았는데 막상 쓰려고보니 잘 생각이 나지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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