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녹차백만잔의 서재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1 - 300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0.08.19 20:37
최근연재일 :
2021.01.18 04:23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81,827
추천수 :
19,202
글자수 :
527,387

작성
20.11.15 23:34
조회
217
추천
16
글자
6쪽

286. 영혼의 맛

DUMMY

천하제일 어쩌구 대회에서 사망한 선수의 부활을 담당했던 늙은 사제는 기분이 좋았다. 시합 중에 죽은 사람이 단 한명밖에 없어서 다른 해에 비해 업무가 비교적 수월했기 때문이었다.




금화주머니를 화로에 녹이고 인장을 태운 재를 탄 물을 마시며 채비를 갖춘 그는 신성마법을 통해 영혼만 죽은 자들의 나라로 떠났다.




가장 먼저 사제를 맞이한 건 지옥의 삼두견 케르베로스였다.




“멈춰라 늙은이. 아침에는 네발. 점심에는 두발. 저녁에는 세발인 게 뭐지?”




“그건 스핑크스잖나.”




“사제라고 그냥 보내면 심심하잖아. 선물같은 거 안 가져왔어?”




“개껌을 가져왔네만.”




“흥미롭군. 지나가도 좋아.”




지옥문을 지나고 나자 이번엔 망각의 강의 뱃사공이 그를 맞이했다.




“노인네 어서오고. 드디어 죽었나?”




“죽긴 뭘 죽어 노망난 깜장로브야. 원래 문 밖이 근무지 아니었나?”




“올해는 시프트가 좀 바뀌었어. 돈은 가져왔지?”




“금화 네 개. 2인 왕복티켓으로 끊어줘.”




돈을 넘겨받고 발권기에서 티켓을 끊은 뒤, 둘은 망각의 강을 건너며 잡담을 나눴다.




“헌데 지금 축제 수습기간 아니었나. 개인의뢰야?”




“축제 뒷수습 맞아. 그런데 이번 축제에선 한명밖에 안 죽었거든.”




“그건 좀 아쉬운데.”




“성수기에 못 벌어서 아쉽겠어.”




“오우. 그건 아냐. 이번 분기엔 동방제국에서 부활의뢰가 많았거든.”




“제국이? 내전이라도 났나?”




“나야 모르지.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동방제국의 부활술은 인류왕국의 부활마법보다 짭짤하거든.”




“어째서?”




“구시대에 임금협상을 잘못해서 대가가 금화가 아니라 보석이야.”




“오우.”




잡담을 나누는 사이 지옥청사에 도착한 사제는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용사제도가 시행된 이후 초보용사들이 형편없이 죽어나간 덕에 지옥에서 업무를 보는 게 지나치게 익숙해진 것이다.




사제는 경비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후 부활과에서 신청서류를 작성한 다음, 그 자리에서 왕국의 2급 인가도장을 찍고 악마 공무원에게 건넸다.




여기까지가 신성마법으로 사신과 인류왕국 사이에서 정한 기본적인 절차다. 사제는 죽은 영혼만 수령해서 왔던 길을 돌아가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날은 악마 공무원의 반응이 평소와 조금 달랐다.




“아니 검술대회에서 죽은 이의 부활이라니······.” 악마 공무원은 받은 서류와 영혼 장부를 대조해보고는 뿔을 긁적였다. “이상하군요. 접수된 혼이 없는데요.”




“그럴 리가. 분명히 한명 죽었네만. 영혼관리과 인류왕국 팀의 세눈박이 악마 팀장에게 연락 해봐주게. 왕궁 고위 부활담당관이 물었다고 하면 잘 대답해줄 걸세.”




악마 공무원이 전화를 넣자 잠시 후, 답변 대신 세눈박이 악마가 카스테라 빵이 담긴 접시를 든 채 부활과를 방문했다.




“아이고 사제님. 이번에 왕궁에서 보내주신 선물은 잘 받았습니다. 연락만 주셔도 되는데 왜 여기까지 내려오셨습니까. 허허허.”




“선물? 무슨 말인가. 올해 번제는 여신님께만 했을 텐데?”




“엥. 그렇게 말씀하셔도······. 이렇게 탱글탱글한 카스테라를 보내주셨잖습니까.”




“ ”




“그나저나 불 조절 기막히게 하셨던데요. 제단에 불 피운 거 담당관님이 직접 하셨나요? 신역에 보내는 거면 모를까, 지옥에 들어오는 건 대부분 검댕이가 되던데.”




“그거···설마 다 먹었나?”




“하하하. 지옥은 지상보다 더워서요. 빨리 먹지 않으면 상해버립니다. 그래도 묘하게 큼지막해서 제법 오래 먹었지요. 이게 마지막입니다.”




“내가 부활시키려 했던 건 빵타지아라는 세계에서 온 카스테라 기사인데······.”




“ ”




“다 먹었으니···부활은 무리겠지?”




“아무래도 어렵지요. 지금쯤 만드라고라 밭의 거름이 되었을걸요.”




“흠···팀장. 이게 마지막 빵이라고 했지?”




“예. 그렇지요.”




“차라리 완전히 다 먹어치우세나. 증거가 없으면 감사에서도 뭐라 하진 않겠지.”




“과연. 그러면 되겟군요. 이번엔 저희쪽 실책도 있으니 부활과 과장한테 말해서 다음번 부활업무는 무료로 하실 수 있도록 조치해 놓겠습니다.”




“고맙네. 그런데······.”




사제의 시선이 접시로 향했다.




거기엔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도 버터로 코팅한 것 같은 탱글탱글한 표면이 인상적인 카스테라 기사가 앙증맞은 한입크기로 토막나있었다.




“···맛있었나?”




“어휴. 말이 필요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신역까지 승천할 맛이라니까요.”




“지옥의 음식을 먹으면 지옥의 사람이 된다는 제약만 없으면 먹어보고 싶긴 한데.”




“그거라면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징수팀장한테 한 접시 주면서 얘기해봤는데, 빵들의 지옥은 이쪽 지옥하고 업무협약이 안 된데다 애초에 있는지도 미지수라서 지옥의 음식이라 정의하지 못한다네요.”




“그거 악마의 유혹 같은 걸로 들리는데.”




“득이 되면 사실을 적당히 숨겨서 꼬셨겠죠.” 세눈박이 팀장은 쿡쿡 웃으며 덧붙였다. “저희가 악마이지 우수 거래국 사람을 등쳐먹을 만큼 궁핍하진 않아서요.”




“오호라. 잘됐군. 하나 먹어봐도 되겠나?”




“얼마든지요. 거기 주무관. 자네도 하나 들게나. 남은 걸 나 혼자 먹기엔 좀 많거든.”




“알겠습니다. 마침 저한테 꿈의 세계의 벌꿀술이 있으니 같이 곁들여 먹도록 하죠.”




“꿈의 세계의 벌꿀술? 어장의 양식 물고기하고 맥의 우유와 함께 서큐버스들이 만드는 삼대 진미아닌가! 보통 비싼게 아닐텐데?”




“헤헤헤. 이번에 동방제국에서 사람들 떼거지로 부활했을 때 특근 수당을 받아서요.”




“그거 축하하네. 제국사람들이 좋을 때 죽어줬었군.”




“허허. 어떤 의미에선 사람을 쥐어 짜서 만든 술이로군.”




세눈박이 팀장과 부활 주무관, 인류왕국의 사제는 작은 탁자 위에서 소박한 다과회를 가졌다.




후일 사제의 말에 따르면 카스테라 기사의 맛은 꿈에서나 맛볼 수 있을 영혼의 맛이었다고 한다.


작가의말

이거 식인이라고 해야 하나...?

※여러 덧글을 종합한 결과, 식빵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1 - 300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은 전 회차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21.08.26 128 0 -
공지 THE 공지 (대충 멍판 형제작의 런칭과 관련한 이야기) +2 21.06.26 114 0 -
공지 THE 후기 +16 21.01.18 443 0 -
300 300. 끝나지 않을 모험을 계속해나가 +11 21.01.18 413 19 17쪽
299 299. 커튼콜 +46 21.01.16 246 15 22쪽
298 298. 멜로디 +2 21.01.15 162 11 22쪽
297 297. 아무튼 치킨은 난다 +5 21.01.13 236 11 18쪽
296 296. 프롤로그 / 301 THE 우주방위군 +5 21.01.05 194 11 14쪽
295 295. 너무나 좋아하는 이 세계에 +5 21.01.03 258 14 11쪽
294 294. 어느 시대의 끝자락에서 +3 20.12.03 250 12 21쪽
293 293. 짧고도 긴, 당신이 봐온 이야기들 +10 20.11.25 312 14 19쪽
292 292. 에필로그 4 +7 20.11.22 278 13 15쪽
291 291. 에필로그 3 +5 20.11.20 212 16 6쪽
290 290. 닭대가리 +7 20.11.20 219 14 8쪽
289 289. 나그네 +6 20.11.19 216 13 12쪽
288 288. 게임판타지 Remaster +4 20.11.17 239 12 4쪽
287 287. 캐피탈리즘, Ho! +3 20.11.16 203 15 10쪽
» 286. 영혼의 맛 +5 20.11.15 218 16 6쪽
285 285. 전설의 검 2 / 산업혁명 4 +2 20.11.14 220 15 6쪽
284 284. 에필로그 2 +3 20.11.13 233 15 7쪽
283 283. 제국 8 +3 20.11.13 251 15 10쪽
282 282. 아낌없이 터는 나무 +1 20.11.12 220 16 7쪽
281 281. 에필로그 1 +2 20.11.11 236 15 9쪽
280 280.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되고 +3 20.11.09 231 18 23쪽
279 279. 결말 / 태양이 빛나는 밤에 3 +2 20.11.03 346 16 32쪽
278 278. 잠들지 않는 낭만의 꿈 +7 20.10.29 347 20 42쪽
277 277. 악 +3 20.10.29 255 17 20쪽
276 276. 화성의 불 / Breath of MARS +5 20.10.22 304 13 17쪽
275 275. 약속 / 태양이 빛나는 밤에 2 +4 20.10.21 314 20 31쪽
274 274. 전설 / 태양이 빛나는 밤에 +2 20.10.20 268 15 13쪽
273 273. 무성한 괴담의 왕 +3 20.10.19 299 16 15쪽
272 272. 판타지 세계의 사람들 +8 20.10.18 282 20 15쪽
271 271. ‘이제까지’와 ‘앞으로’ +7 20.10.17 281 24 9쪽
270 270. 용사는 질 수 없어 +5 20.10.16 307 19 11쪽
269 269. 나크는 엄청난 것을 훔쳐갔습니다 +5 20.10.15 325 21 12쪽
268 268. 피자타임 +8 20.10.14 289 23 10쪽
267 267. 코볼트 2 +3 20.10.13 386 22 14쪽
266 266. 도플갱어 5 +4 20.10.12 319 26 15쪽
265 265. 멜티로제 2 +3 20.10.11 320 24 14쪽
264 264. 판타지의 왕과 용사 +6 20.10.10 376 30 19쪽
263 263. 영웅의 증표 +3 20.10.09 399 29 7쪽
262 262. 누구나 예상 가능했던 지독한 사태 +6 20.10.08 424 30 11쪽
261 261. 라이브 ! +8 20.10.07 373 32 20쪽
260 260. 최종막간 +2 20.10.06 358 31 5쪽
259 259. 의식 +7 20.10.05 431 34 10쪽
258 258. LIVE A LIFE 5 +6 20.10.04 424 38 10쪽
257 257. 천하제일 +10 20.10.03 408 36 11쪽
256 256. LIVE A LIFE 4 +7 20.10.02 411 33 15쪽
255 255. 꿈 6 +6 20.10.01 444 35 10쪽
254 254. LIVE A LIFE 3 +6 20.09.30 410 35 11쪽
253 253. 혀어어어어업상 +5 20.09.29 413 36 3쪽
252 252. LIVE A LIFE 2 +4 20.09.28 393 39 7쪽
251 251. 카스테라 기사 +8 20.09.28 423 33 4쪽
250 250. LIVE A LIFE +6 20.09.27 469 28 7쪽
249 249. 산수 2 +5 20.09.27 452 33 4쪽
248 248. 상식을 넘어서는 모험 +10 20.09.26 529 34 9쪽
247 247. 전설의 검과 마검 +11 20.09.25 459 43 8쪽
246 246. 혀어어어업상 +1 20.09.24 465 42 4쪽
245 245. 상식을 넘어서는 모험의 예감 +8 20.09.23 514 42 7쪽
244 244. 감 +4 20.09.22 523 39 3쪽
243 243. 지극히 상식적인 모험 7 +7 20.09.22 524 37 5쪽
242 242. 자격 +5 20.09.22 506 36 6쪽
241 241. 가장 마지막 땅의 문 앞에서 2 +7 20.09.21 507 41 8쪽
240 240. 가장 마지막 땅의 문 앞에서 +8 20.09.21 494 47 2쪽
239 239. 판타지의 왕 9 +12 20.09.20 515 45 5쪽
238 238. 판타지의 왕 8 +9 20.09.20 495 41 6쪽
237 237. 판타지의 왕 7 +8 20.09.20 533 40 4쪽
236 236. 환경 +5 20.09.19 490 38 3쪽
235 235. 아무튼 지구는 둥글다 +6 20.09.19 495 44 2쪽
234 234. 북풍과 태양과 나그네 +2 20.09.19 501 38 1쪽
233 233. 택배 +7 20.09.18 584 43 1쪽
232 232. 잡담 2 +3 20.09.18 514 43 3쪽
231 231. 용사 3 +6 20.09.17 503 42 3쪽
230 230. 용사 2 +2 20.09.17 542 40 2쪽
229 229. 책 수호자 5 +7 20.09.17 498 42 4쪽
228 228. 책 수호자 4 +3 20.09.16 500 42 4쪽
227 227. 책 수호자 3 +5 20.09.16 543 43 3쪽
226 226. 책 수호자 2 +3 20.09.16 485 38 2쪽
225 225. 책 수호자 +2 20.09.16 579 42 3쪽
224 224. 지극히 상식적인 모험 6 +2 20.09.15 546 46 4쪽
223 223. 용사 +6 20.09.14 609 46 4쪽
222 222. 콩콩 +11 20.09.14 527 38 2쪽
221 221. 판타지의 왕 6 +4 20.09.14 544 35 3쪽
220 220. 판타지의 왕 5 +5 20.09.14 515 33 3쪽
219 219. 시간마법 +3 20.09.13 592 43 3쪽
218 218. 제국 7 +8 20.09.13 527 46 3쪽
217 217. 제국 6 +5 20.09.12 550 43 2쪽
216 216. 제국 5 +4 20.09.11 543 44 2쪽
215 215. 제국 4 +4 20.09.10 583 47 4쪽
214 214. 제국 3 +6 20.09.09 577 46 5쪽
213 213. 요리 2 +5 20.09.08 624 45 3쪽
212 212. 레슬링 +5 20.09.07 574 37 1쪽
211 211. 재판 +6 20.09.06 689 46 4쪽
210 210. 빵타지아 3 ~Ringed doughnut~ +8 20.09.05 667 50 6쪽
209 209. 소환 5 +2 20.09.05 581 46 3쪽
208 208. 혀어어업상 +9 20.09.04 633 50 4쪽
207 207. 소환 4 +4 20.09.03 654 49 3쪽
206 206. 소환 3 +5 20.09.03 605 50 4쪽
205 205. 제국 2 +3 20.09.02 641 53 4쪽
204 204. 제국 +2 20.09.01 690 44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