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 가장 마지막 땅의 문 앞에서
그날 지옥문을 지키고 있던 건 켈베로스가 아니라 듀라한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켈베로스의 첫째 머리와 셋째 머리가 탕수육을 부어먹을지 찍어먹을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던 것을 둘째 머리가 중재하는데 실패한 관계로, 신체 분리 절차를 밟기 위해 지옥대법원에 갔기 때문에 듀라한이 대신 근무를 서준 것이다.
“마침 머리를 3개 세트로 구매해서 다행이야.”
머리 셋을 노끈으로 묶어 어깨에 얹어놓고 있자니 한 남자가 강을 건너 문 앞에 섰다.
먼저 죽은 자기 부하인 튜버경을 찾기 위해 힘만으로 지옥으로 향하는 길을 열은 인류왕국의 왕이었다.
“멈춰라! 나는 이 지옥문을 지키는 수비견의 대리인인 듀라한이다. 죽은 것 같지는 않은데, 목적이 뭐지?”
“내 부하 데리러 왔는데.”
“사신님의 허가는 받아왔나?”
“그런 거 없다.”
“산 자는 사신님의 허가 없이 죽음의 나라에 발을 들이지 못한다!”
“일은 존중해주마. 하지만 난 이 문을 지나가야······.”
“그렇다면 죽을 것이다.”
더 이상 말하기 귀찮았던 왕은 듀라한의 오른쪽 머리를 돌 위에 던져진 수박처럼 만들어버렸다.
“이제 물러나라. 상대가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 테지.”
“살짝 긁혔을 뿐인데 뭐.”
“긁혀? 머리 하나가 날아갔는데?”
“둘보단 하나가 더 적은 법이지.”
“포기를 모르는군.”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왕은 주저 없이 듀라한의 왼쪽 머리를 깨진 도자기처럼 만들어 버렸다.
“자, 하나보단 둘이 더 많은 법이지?”
“아직이다. 아직 메인 헤드가 남아있어!”
“마저 부숴줄까?”
“그건 곤란한데.” 듀라한은 하나 남은 머리를 목에서 겨드랑이로 옮기며 말했다. “봉급일이 멀어서 이 이상 머리가 깨지면 안 돼. 그러니 지나가도 좋다.”
왕은 그대로 지옥 안으로 입성했지만 근처에 있던 악마 중 누구도 듀라한을 책망하지 않았다. 직장인이 월급일 전에 지출을 조심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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