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녹차백만잔의 서재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1 - 300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0.08.19 20:37
최근연재일 :
2021.01.18 04:23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81,826
추천수 :
19,202
글자수 :
527,387

작성
20.09.20 19:12
조회
494
추천
41
글자
6쪽

238. 판타지의 왕 8

DUMMY

딱히 옛날 옛적은 아니지만, 판타지 세계의 인류왕국에 강한 왕이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위대하다고 하진 않았다. 강하긴 했으나 마땅한 위업도 없었으니까.




명성이 높았던 것은 왕이 아니라 그 밑에 있던 한 귀족이었다.




이름은 튜버경. 언제부턴가 인류왕국의 실권을 쥔 거대파벌의 수장.




직속부대 ‘기자단’을 통한 정보수집능력과 조작·선동 기술은 대륙의 기존상식을 월등히 넘어, 인류왕국은 물론 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런 튜버경이 죽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륙 서부를 지배하던 인간순수주의자들의 왕국은 곧장 군대를 일으켰다.




명분은 늘 단순했다.




인종차별을 ‘정화’로 포장하고 인류왕국의 모든 몬스터들을 없앤다는 것이 순수왕국의 논리였다.




“코미디언의 잣대에서 정화라고 한다면 말은 되겠군.”




인류왕국의 왕은 왕궁에서 뽑아온 기둥 위에 앉아 그렇게 말했다.




장소는 서부황야.




순수왕국의 2차 집결지.




총 병력 73만.




이를 요격하기 위해 출진한 인류왕국군.




국왕 단독 출진.




“정화네 뭐네 떠들었나 보던데, 니들 파벌끼리 떠들고 멋대로 정한 기준으로 하는 게 무슨 정화냐. 말 가져다 붙이느라 수고가 많네.”




“대화는 필요 없다. 전군! 저것이 추악한 몬스터들을 국민이라 말하는 적의 총 대장이다. 멍청하게도 단신으로 전장에 나왔구나. 처단하라!”




장군의 명령 하에 군단히 일제히 전진했다. 단 한명을 상대로 전술은 의미가 없다. 거세게 몰아치는 해일에 불과하다.




단 한 가지, 해일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해일에는 귀가 없고, 저들은 말을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귀가 있었다.




인류왕국의 왕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주변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딱 한 단어를 입에 올렸다.




“서걱.”




왕의 말과 함께 순수왕국군 제1열을 구성하던 병사들의 목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1열이 힘을 잃자 뒤따라오던 병사들은 갑자기 생긴 장애물에 발이 걸려 쓰러지고, 몇몇 기사는 낙마해 목뼈가 부러졌다.




말이 그대로 이뤄지는 신언(神言)의 힘 앞에 병사들의 진군이 멎었을 때, 인류왕국의 왕은 곧장 다음 수를 내보였다.




“튜버는 이런 이름을 붙이라고 했지.”




기둥위에 있던 것처럼 보였던 왕은 이미 내려와 가장 앞에 있던 지휘관의 가슴에 정권을 꽂은 뒤였다.




“패왕류 절초. 로얄침투경(Royal浸透勁)”




왕은 튜버경에게 이 기술은 호신술에 불과하다 말했었다.




그러나 현자들이 탄생시킨 인류최강이 시전한 호신술은 단순히 몸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반경 수 백 미터에 달하는 구덩이를 만들어낼 정도의 충격파를 일으켰다.




규격 외의 무력에 순수왕국의 지휘관은 공포에 질렸지만 퇴각명령을 내리진 않았다.




“물러나지 마라! 적은 어쨌든 하나다. 마법이다. 멀리서 마법을 쏟아 부어라!”




곧바로 마법세례가 시작됐다. 파이어볼과 라이트닝 볼트. 자연재해라고밖에 말하지 못할 불과 벼락의 세례가 왕에게 쇄도했다.




“뭘 그렇게 서두르고 그래. 잠깐 얘기나 할까?”




그 제안은 순수왕국군에게 한 것이 아니다.




[너무 오래 끌지만 않으면···좋아요.]




현자들에 의해 인간의 언어는 물론 정령들의 언어까지 마스터한 왕은 갓 태어난 마법정령들을 설득했다.




현자들의 손이 닿기 전부터 이미 교활하고 냉혹했던 왕이 태어난 지 5초밖에 안 된 마법정령들을 설득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일하고 있다는 말이네요?]




“그런 셈이지.”




[세상에, 노동법 위반이야! 혁명을! 자본과 직위에 눈이 먼 학벌의 돼지들에게 심판을!]




“도와줄까?”




[부디. 우리의 눈을 뜨게 해준 동무라면 대환영이야!]




“그렇다면 이 말을 잘 들어.”




[동무의 말이라면 몇 번이고!]




“빛이 있으라.”




빛은 힘에서 만들어진다. 신언의 힘을 받은 파이어볼과 라이트닝 볼트들은 거대한 화룡과 뇌룡이 되어 순수왕국의 진형을 붕괴시켰다.




지휘체계가 완전히 붕괴되고 한 폭의 지옥도가 그려지는 가운데, 왕은 느긋한 걸음으로 순수왕국의 앞에 도달했다.




순수왕국의 왕이 이 혼란을 틈타 달아나는 일은 없었다. 천막이 무너져 그 밑에 깔렸으나, 그를 도울 시종이며 귀족들은 제 살길을 찾아 도망친 지 오래였다.




“애들이란, 조금만 편을 들어주면 누가 진짜 아군인지 혼동하는 법이지.”




“이건 말도 안 돼. 순 억지야! 튜버 놈만 없으면 모든 게 풀릴 줄 알았는데!”




“튜버도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게 편할 거라고 했었지. 실제로도 그랬고. 근데 그거 알아?”




인류왕국의 왕은 그의 머리위에 발을 얹은 채, 쓸쓸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걔는 죽었고, 날 막을만한 녀석은 이제 없어.”




“사기야! 이건 더럽기 짝이 없는 거짓이다!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사기하고는 거리가 멀고, 튜버가 살던 곳에 나하고 딱 어울리는 단어가 있다더군. 뭐라고 했더라?”




왕은 잡초에서 붉은 즙이 나올 때까지 즈려밟고는 왕궁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아 맞다. 먼치킨이랬지. 참으로 재미없고 이상한 단어야.”




인류왕국의 왕이 기둥을 타고 돌아간 뒤에도 서부황야에는 사흘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바람과 뇌우가 몰아쳤다.




거기서 양산된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죽음과 비명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1 - 300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은 전 회차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21.08.26 128 0 -
공지 THE 공지 (대충 멍판 형제작의 런칭과 관련한 이야기) +2 21.06.26 114 0 -
공지 THE 후기 +16 21.01.18 443 0 -
300 300. 끝나지 않을 모험을 계속해나가 +11 21.01.18 413 19 17쪽
299 299. 커튼콜 +46 21.01.16 246 15 22쪽
298 298. 멜로디 +2 21.01.15 162 11 22쪽
297 297. 아무튼 치킨은 난다 +5 21.01.13 236 11 18쪽
296 296. 프롤로그 / 301 THE 우주방위군 +5 21.01.05 194 11 14쪽
295 295. 너무나 좋아하는 이 세계에 +5 21.01.03 258 14 11쪽
294 294. 어느 시대의 끝자락에서 +3 20.12.03 250 12 21쪽
293 293. 짧고도 긴, 당신이 봐온 이야기들 +10 20.11.25 312 14 19쪽
292 292. 에필로그 4 +7 20.11.22 278 13 15쪽
291 291. 에필로그 3 +5 20.11.20 212 16 6쪽
290 290. 닭대가리 +7 20.11.20 219 14 8쪽
289 289. 나그네 +6 20.11.19 216 13 12쪽
288 288. 게임판타지 Remaster +4 20.11.17 239 12 4쪽
287 287. 캐피탈리즘, Ho! +3 20.11.16 203 15 10쪽
286 286. 영혼의 맛 +5 20.11.15 217 16 6쪽
285 285. 전설의 검 2 / 산업혁명 4 +2 20.11.14 220 15 6쪽
284 284. 에필로그 2 +3 20.11.13 233 15 7쪽
283 283. 제국 8 +3 20.11.13 251 15 10쪽
282 282. 아낌없이 터는 나무 +1 20.11.12 220 16 7쪽
281 281. 에필로그 1 +2 20.11.11 236 15 9쪽
280 280. 그렇게 또 하루가 시작되고 +3 20.11.09 231 18 23쪽
279 279. 결말 / 태양이 빛나는 밤에 3 +2 20.11.03 346 16 32쪽
278 278. 잠들지 않는 낭만의 꿈 +7 20.10.29 347 20 42쪽
277 277. 악 +3 20.10.29 255 17 20쪽
276 276. 화성의 불 / Breath of MARS +5 20.10.22 304 13 17쪽
275 275. 약속 / 태양이 빛나는 밤에 2 +4 20.10.21 314 20 31쪽
274 274. 전설 / 태양이 빛나는 밤에 +2 20.10.20 268 15 13쪽
273 273. 무성한 괴담의 왕 +3 20.10.19 299 16 15쪽
272 272. 판타지 세계의 사람들 +8 20.10.18 282 20 15쪽
271 271. ‘이제까지’와 ‘앞으로’ +7 20.10.17 281 24 9쪽
270 270. 용사는 질 수 없어 +5 20.10.16 307 19 11쪽
269 269. 나크는 엄청난 것을 훔쳐갔습니다 +5 20.10.15 325 21 12쪽
268 268. 피자타임 +8 20.10.14 289 23 10쪽
267 267. 코볼트 2 +3 20.10.13 386 22 14쪽
266 266. 도플갱어 5 +4 20.10.12 319 26 15쪽
265 265. 멜티로제 2 +3 20.10.11 320 24 14쪽
264 264. 판타지의 왕과 용사 +6 20.10.10 376 30 19쪽
263 263. 영웅의 증표 +3 20.10.09 399 29 7쪽
262 262. 누구나 예상 가능했던 지독한 사태 +6 20.10.08 424 30 11쪽
261 261. 라이브 ! +8 20.10.07 373 32 20쪽
260 260. 최종막간 +2 20.10.06 358 31 5쪽
259 259. 의식 +7 20.10.05 431 34 10쪽
258 258. LIVE A LIFE 5 +6 20.10.04 424 38 10쪽
257 257. 천하제일 +10 20.10.03 408 36 11쪽
256 256. LIVE A LIFE 4 +7 20.10.02 411 33 15쪽
255 255. 꿈 6 +6 20.10.01 444 35 10쪽
254 254. LIVE A LIFE 3 +6 20.09.30 410 35 11쪽
253 253. 혀어어어어업상 +5 20.09.29 413 36 3쪽
252 252. LIVE A LIFE 2 +4 20.09.28 393 39 7쪽
251 251. 카스테라 기사 +8 20.09.28 423 33 4쪽
250 250. LIVE A LIFE +6 20.09.27 469 28 7쪽
249 249. 산수 2 +5 20.09.27 452 33 4쪽
248 248. 상식을 넘어서는 모험 +10 20.09.26 529 34 9쪽
247 247. 전설의 검과 마검 +11 20.09.25 459 43 8쪽
246 246. 혀어어어업상 +1 20.09.24 465 42 4쪽
245 245. 상식을 넘어서는 모험의 예감 +8 20.09.23 514 42 7쪽
244 244. 감 +4 20.09.22 523 39 3쪽
243 243. 지극히 상식적인 모험 7 +7 20.09.22 524 37 5쪽
242 242. 자격 +5 20.09.22 506 36 6쪽
241 241. 가장 마지막 땅의 문 앞에서 2 +7 20.09.21 507 41 8쪽
240 240. 가장 마지막 땅의 문 앞에서 +8 20.09.21 494 47 2쪽
239 239. 판타지의 왕 9 +12 20.09.20 515 45 5쪽
» 238. 판타지의 왕 8 +9 20.09.20 495 41 6쪽
237 237. 판타지의 왕 7 +8 20.09.20 533 40 4쪽
236 236. 환경 +5 20.09.19 490 38 3쪽
235 235. 아무튼 지구는 둥글다 +6 20.09.19 495 44 2쪽
234 234. 북풍과 태양과 나그네 +2 20.09.19 501 38 1쪽
233 233. 택배 +7 20.09.18 584 43 1쪽
232 232. 잡담 2 +3 20.09.18 514 43 3쪽
231 231. 용사 3 +6 20.09.17 503 42 3쪽
230 230. 용사 2 +2 20.09.17 542 40 2쪽
229 229. 책 수호자 5 +7 20.09.17 498 42 4쪽
228 228. 책 수호자 4 +3 20.09.16 500 42 4쪽
227 227. 책 수호자 3 +5 20.09.16 543 43 3쪽
226 226. 책 수호자 2 +3 20.09.16 485 38 2쪽
225 225. 책 수호자 +2 20.09.16 579 42 3쪽
224 224. 지극히 상식적인 모험 6 +2 20.09.15 546 46 4쪽
223 223. 용사 +6 20.09.14 609 46 4쪽
222 222. 콩콩 +11 20.09.14 527 38 2쪽
221 221. 판타지의 왕 6 +4 20.09.14 544 35 3쪽
220 220. 판타지의 왕 5 +5 20.09.14 515 33 3쪽
219 219. 시간마법 +3 20.09.13 592 43 3쪽
218 218. 제국 7 +8 20.09.13 527 46 3쪽
217 217. 제국 6 +5 20.09.12 550 43 2쪽
216 216. 제국 5 +4 20.09.11 543 44 2쪽
215 215. 제국 4 +4 20.09.10 583 47 4쪽
214 214. 제국 3 +6 20.09.09 577 46 5쪽
213 213. 요리 2 +5 20.09.08 624 45 3쪽
212 212. 레슬링 +5 20.09.07 574 37 1쪽
211 211. 재판 +6 20.09.06 689 46 4쪽
210 210. 빵타지아 3 ~Ringed doughnut~ +8 20.09.05 667 50 6쪽
209 209. 소환 5 +2 20.09.05 581 46 3쪽
208 208. 혀어어업상 +9 20.09.04 633 50 4쪽
207 207. 소환 4 +4 20.09.03 654 49 3쪽
206 206. 소환 3 +5 20.09.03 605 50 4쪽
205 205. 제국 2 +3 20.09.02 641 53 4쪽
204 204. 제국 +2 20.09.01 690 44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