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소환 4
황가의 설욕을 하려다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빠져 식문화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워버린 황제는 다시금 계획의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직접 실험의 진행을 확인하고 황가의 정당한 계승자에게만 전해져 내려오는 구시대의 지식까지 동원해 연구를 거듭한 나날. 황제는 마침내 때가 도래했다는 확신을 가졌다.
“제군들. 지금까지의 노고를 치하하마. 자! 중앙 진출의 위대한 첫걸음이다. 구시대의 악마를 불러내라!”
힘 있는 목소리와 함께 소환 마법진이 가동되고, 다른 세계의 존재가 부름에 이끌려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형상은 순백의 날개와 성스러운 아우라를 두른 채 코를 파고 있던- 천사였다.
“엥. 뭐야 나 휴가 중이었는데.”
“이상한데. 짐은 악마를 소환했다만.”
“감히 하늘의 사자에게 악마라고? 고소해 버린다?”
천사의 격노에 황제와 연구진이 난처해하던 그때, 소환 마법진이 한번 더 가동되었다. 뒤이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붉은 피부에 피막 날개와 뿔을 가진 진짜배기 지옥의 악마였다.
악마는 황제와 천사에게 명함을 건네고는 수직에 가깝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요청하신 파리여왕이 지금 출산휴가 중인지라 통로가 엉뚱한 곳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천사는 투덜대며 마법진을 타고 곧바로 돌아갔고, 악마 역시 거듭 사죄를 반복하며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맹한 얼굴이 됐던 황제는 그를 다급히 불러 세웠다.
“잠깐. 그럼 구시대의 존재들을 소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그거 말인가요? 보자······.” 마법진 안쪽의 세계에 허리까지 들어가 있던 그는 불쑥 빠져나와 마법진을 확인했다. “지금 마법진은 보증기간이 끝나서 A/S는 무리시겠네요.”
“보증기간?”
“예. 여기 이 부분이 날짜고, 이 부분은 새로 고쳐 쓰셨네요. 보증기간도 이미 지났지만 마음대로 바꾸시면 A/S못해드리니까 다음부터는 피해주세요.”
“그러면 어찌해야······.”
곤란해 하는 황제에게서 영업기회를 포착한 악마는 눈을 번뜩였다.
“이건 고객님께만 알려드리는 특급정보입니다만 사실 아직 계약이 안 된 악마친구들 마법진이 저한테 있습죠. 어떠십니까, 고객님? 지금이라면 좋은 가격에······. 헤헤헤.”
“놓칠 수 없는 기회로군. 좋다. 전부 다 사도록 하지!”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악마는 진심에서 우러난 미소로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는 이 사업이 정말로 좋았다. 현자들이 인류왕국의 왕에게 숙청당한 현재, 구시대의 소환 마법진은 거래 후기가 남아있지 않은지라 원래 시가에서 10만 배나 부풀린 비정상적인 가격에 팔아도 불공정 거래라 반박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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