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 혀어어어어업상
거대 콩나무를 관광상품 삼아 한 밑천 제대로 만들어 뒷골목의 패자가 된 잭.
하지만 돈이 많다는 게 꼭 우수한 인재가 많다는 뜻은 아니다. 잭의 팀은 매 시합마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런 약소 팀이 어떻게 3회전까지 올라온 걸까.
같은 공주에게 패왕류를 전수받은 동문이란 인연으로 헨젤과 그레텔 남매와 팀을 맺은 리자드맨은 이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신중히 대결에 임했다.
그런데도 리자드맨은 공격을 성공시키기는커녕 계속 수세에 몰리기만 했다.
처음 두 명은 어렵지 않았다. 나름대로 실력자이긴 했지만 그가 스스로 잘라서 둔기이자 방패로 쓰는 꼬리는 용의 꼬리만큼이나 단단했고, 적을 몰아넣으면 확실하게 검을 찔러 넣는 기량도 있었다.
허나 세 번째 상대인 잭은 달랐다. 앞의 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게 확실한데도 리자드맨은 섣불리 검을 휘두르지 못했다.
확실한 빈틈을 포착해 파고 들려 하면 잭은 어김없이 입을 열었다.
“이번 공격을 멈추면 정확히 2만 골드를 주지. 어떤가?”
‘공격 한번 멈추면 돈이 들어온다고?’
드래곤의 꼬리마저 몸으로 받아내던 리자드맨의 자세가 크게 흔들렸다.
말뿐이었다면 주저 않고 꼬리둔기로 쓰러트린 다음 위에 올라타 시합을 종료시켰을 것이다.
허나 잭의 말이 나올 때마다 그의 부하들은 헨젤과 그레텔에게 돈주머니를 쏟아냈다. 전사를 모독 한다 화를 내기엔 너무 많은 액수. 수행과 가난이 평생 함께 했던 리자드맨을 망설이게 하기엔 충분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길 벌써 백 수십 차례.
비늘이 날카롭고 육질이 탄탄하다 해도 결국 한계에 도달한 리자드맨은 경기장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며 선언했다.
“그만! 패배를 인정하겠다. 비열하지만 정직한 싸움이었군.”
“돈이란 늘 정직한 법이지.”
헨젤과 그레텔을 상대할 준비를 해야 했던 잭은 손을 들어 올리며 덧붙였다.
“하지만 콩나무의 잭. 여기서 기권하겠다. 4회전은 그쪽 팀이 치르도록.”
“어째서지?”
“예산을 전부 써버렸거든.”
“오우.”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시합을 마친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자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한편, 공주에게 출전권을 넘겨주고 혼자 관중석에서 관람 중이던 고등학생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야 저거 공공로비잖아. 대놓고 돈 준거잖아.”
우연히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인류왕국 치안장관은 생각했다.
“과연. 옳은 말이야.”
콩나무의 대부 잭, 경기 조작혐의로 현장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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