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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여성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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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8.08 15:54
최근연재일 :
2018.08.21 12:5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756
추천수 :
48
글자수 :
48,109

작성
18.08.19 12:42
조회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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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뭐가 다르지?

DUMMY

결과적으로 이번 출동도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숲 안쪽으로 들어가서 조우한 워미터는 세 마리. 한꺼번에 나타난 건 아니었고 처음에 하나, 나중에 둘이었다. 하지만 능력이 생긴 그들에게 문제될 건 없었다.

“흠.”

재연은 손에 들린 총을 이리저리 살폈다.

워미터와 조우하자 다시금 그때와 같은 감각이 되살아나며 시스템창이 떴다. 그리고 생각한 대로 K2가 쥐어졌다. 덕분에 두 번째에 나타난 워미터 중 한 마리를 어렵지 않게 쓰러트렸다.

“뭔가 멋있는데요.”

나카무라의 평이었다.

“모르겠다. 여전히.”

“그나저나 저 코쟁이는 굉장히 전투적이네요.”

론은 워미터가 나타나자 호승심을 드러내며 단번에 달려들었고 바로 하나를 해치웠다. 그의 전투방식은 권투를 하듯 스텝을 밟으며 공격하는 방식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끝나고 나니 워미터의 피와 살점을 뒤집어썼다.

“으, 냄새! 가까이 오지 마시죠.”

“헷.”

나카무라가 질색하는데도 론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피식 웃었다.

“······.”

강세준은 그런 론을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네 사람은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복귀했다. 단연코 6소대는 남은 소대들 중에서도 최강이라 할 수 있었다. 세리스도 그 점에 대해서 칭찬하며 자랑스레 말했다.

“자, 너희들의 군복이 나왔다.”

“오오, 드디어!”

기다리던 군복이 나오자 나카무라는 매우 신나했다.

“흥.”

콧방귀를 뀌면서도 군복을 받아드는 론.

“······.”

재연은 군대 생각이 나서 표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나카무라처럼 붙임성 있게 굴 수 없었던 그로서는 이 군복이 마치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고 못 박는 신분증 같아서 떨떠름했다.

“오후 일과가 끝날 때까진 항상 착용하고 있도록.”

역시 군대가 생각난다.

“그럼 당장 입고 오겠습니다~”

“저기 빈 방이 있으니 써라.”

남자들이 쓰는 방은 2층에 있어서 배려해준 거였다.

“감사합니다!”

곧 나카무라를 필두로 론, 강세준이 방에 들어갔다. 재연은 마지막까지 떨떠름했으나 곧 그 거부감을 떨쳐냈다.

“음, 옷이 날개라더니 좀 멋있어졌네.”

에리나의 짧은 편이었다.

“하하, 어떻습니까! 세리스 님.”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라.”

세리스는 어흠, 헛기침을 했다.

“다 갈아입었으면 일과를 시작하도록.”

일과라고 해봐야 별 거 없었다. 페어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고 각성한 능력에 대해 연구하는 게 다였다. 뭐, 그게 중요한 문제일 뿐이다.

재연은 베라트리체와 연무장에 모였다.

“능력은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나요?”

“모르겠어.”

베아트리체는 잘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재연도 마찬가지였다.

“으음, 일단 워미터와 조우하면 멋대로 시작되어버리긴 해. 하지만 다른 녀석들은 원할 때마다 꺼내드니 나는 좀 답답하네.”

“천천히 알아 가면 되는 거예요. 조급해할 건 없어요.”

“······.”

차분하게 말하는 베아트리체의 말에 재연은 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그 말이 맞다. 누가 애이고 누가 어른인지 모르겠다.

“이런 식이면 아무 문제없겠는데.”

목숨 걱정을 하던 때가 거짓말 같았다. 정말 이대로면 워미터도 애들 장난감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이 근방의 워미터를 몰아내고 나면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게 될 거예요. 본래 목적은 바깥에 영역을 확장하는데 있으니까요.”

“그러면 괴물이 어떻게 나오는 거야?”

“바깥으로 갈수록 숫자가 늘어난다고 들었어요.”

“뭐 수백 수천이 막 몰려오거나 하는 건 아니지?”

“···아닐 거예요. 아마.”

“아마?”

“저도 경험한 게 아니라 모르겠어요. 단지, 이 세계엔 셀 수도 없이 많은 워미터가 있다고 하더군요.”

“무서운 일이군.”

재연과 베아트리체는 서로 정좌를 한 채 마주앉아있는 상태였다. 항상 베아트리체가 그렇게 앉아서 재연도 따라서 앉았다.

“그래도 이대로만 간다면 집에 돌아갈 수 있으려나.”

“가능할 거예요.”

“분명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고 그랬어. 그 점에 대해선 확실해?”

“저는 거기까지 알지 못해요.”

“···알겠어.”

베아트리체 역시 밑에서 고생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할 뿐인.

“아무튼 돌아갈 수만 있다면, 돌아가고 싶어.”

“이곳이 싫은가요?”

“싫은 것까진 아니지만··· 본래 살던 곳이 아니니까.”

“뭐든 마음 붙이고 살면 좋아지는 법이에요.”

베아트리체는 표정변화 없이 말했다. 재연이 보기에 그녀가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를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문득 저 부드러워 보이는 볼을 잡아서 늘어트려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났으나 참았다.

무슨 바보 같은 생각을···

한숨을 내쉰 재연은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이곳의 생활은 어때?”

“이곳의 생활이요?”

“아니, 그냥 궁금해졌어.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지.”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필수적인 요소 외에 관심을 돌리기 마련이다. 일단 급한 불들을 끈 시점에서 잠시 미뤄두고 있던 궁금증들이 솟아난 것이다.

“이재연 씨가 살던 세계랑은 많이 다른가요?”

“아니, 오히려 비슷해서 놀랐어. 문명 수준도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얼핏 생각하면 이곳은 지구의 숨겨져 있던 곳이 아닌가 싶어. 트루먼 쇼라고 알아? 그거일지도 모르지.”

“···트루먼 쇼요?”

아무래도 모르는 눈치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애초에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달까지 위장하긴 어려우리라.

“뭐, 좋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여기선 시간이 남으면 뭐하고 놀아? 컴퓨터 게임? TV?”

“컴퓨터나 TV는 이곳에 없어요. 내지에 가면 있겠네요.”

재연은 의외의 대답에 놀랐다. 컴퓨터나 TV가 있고 그걸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게 아니었다. 현대식 조명장치나 냉장고, 자동차도 있는데 앞의 물건들이 없을 리가 없었다.

이곳에 없고, 내지에 있다는 소리 때문이었다.

“내지라니? 여긴 어딘데?”

“외지라고 불려요.”

“흥미로운 명칭이네. 둘의 차이가 뭐야?”

“외지는··· 변방이라고 보시면 되요. 지금 하는 것처럼 외벽을 지키며 워미터의 침입에 대비하고, 주로 하층민들이 모여 살아요.”

“내지는 그 반대라는 거구나?”

“네. 내지엔 여기보다 부유하고 규범적인 시민들이 살고 있다고 해요.”

말하는 걸로 봐선 내지에 가본 적이 없는 듯 했다.

“그리고 내지에서도 중심부인 ‘빅 타워’엔 가장 고귀한 사람들이 지내고 있다네요.”

“하하, 그거 참 재미있는 설정이군.”

재연은 턱을 매만졌다. 듣고 있자니 호기심이 마구마구 생겨났다.

“외지랑 내지가···”

질문을 이어나가려고 말을 하는데,

“끄아아악!”

1층에서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재연은 언제 한 번 경험해본 전개임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가보죠.”

“어, 응.”

베아트리체 역시 무슨 일인지 예상한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야?”

1층으로 내려가 소리가 난 곳인 에리나의 방문을 여니, 역시나 론이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바닥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또냐?”

세리스 역시 질렸다는 얼굴로 장본인을 쳐다보았다. 에리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주제를 알려줬을 뿐이야.”

“나참.”

재연은 재차 벌어진 광경에 론도 참 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뭐··· 이해 못할 건 아니다. ‘선플라워’의 여자들은 하나 같이 미녀들뿐이니. 특히 에리나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말걸기 쉬운 느낌이 있기도 했다.

“또 코쟁이의 발정 타임입니까? 하여간 누가 원숭이인지 모르겠군요.”

건수를 잡은 나카무라는 신이 나서 론을 까댔다.

“체통을 지키시죠. 우리는 원숭이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나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해. 이게 정상이지. 다만 이 녀석이 맘에 안들뿐이야.”

에리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여겨졌다. 저렇게 여지를 주니 망나니 기질이 있는 론이 냅다 들이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허허.”

‘야레야레’가 떠오르는 몸짓으로 고개를 내저은 나카무라는 세리스에게로 몸을 돌렸다.

“자, 그럼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하러 가죠. 세리스 님.”

“···좋다.”

무슨 이야길 하던 걸까. 궁금하긴 한데, 나중에 물어보면 되겠지.

“지나침은 적당히만 못하지.”

강세준은 그리 말하고 몸을 돌렸다.

“아, 같이 가요!”

강하늘이 급하게 쫓아간다. 가만 보면 다른 페어와는 다르게 저 둘은 강하늘이 강세준에게 이끌리는 양상이다.

“흐으음.”

쓰러진 채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론과 의기양양하게 앉아있는 에리나를 보던 재연은 일전에 느꼈던 의문에 대해서 다시금 떠올렸다.

“베아트리체.”

“왜요.”

연무장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 세계의 여자와 남자는 뭐가 다르지?”

에리나의 대사, ‘나는 이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 이게 정상이지. 다만 이 녀석이 맘에 안들뿐이야.’에서 확실하게 느꼈다.

“뭐가 다르냐고 해도 말이죠. 뭘 듣고 싶은 건가요?”

아차,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를 설명해야 제대로 전달이 될 것이다.

“으으···”

의문을 느끼긴 했지만 구체적인 형태를 띤 게 아니라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곤란했다.

“그렇지! 여기 남자들은 초식남인가?”

“초식남···?”

배경이 지구의 현재와 비슷해서 그만 용어도 가져다쓰고 말았다. 베아트리체는 ‘초식남’이라는 용어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 성욕이 별로 없는···”

엄밀하게 말하면 성욕이 없다기보다는 연애에 의욕이 없는··· 이었던가? 아아, 뭔가 어떤 용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라고 하면 말문이 막히곤 한다.

“성욕이 별로 없다, 라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네요.”

“오잉?”

“남자라면 그렇고··· 여자는 대체로 반대죠.”

“잠깐, 잠깐. 정리하자면, 남자는 초식남이고 여자는 육식녀라는 거냐?”

한국에서 주로 쓰는 표현은 아니었지만 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질 않았다.

“육식녀는 또 뭔가요?”

아차차. 재연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바보.

“아무튼 좋아.”

아직 칼로 자르듯 구분이 난 것도 아니었다. 단편적인 정보로 뭔가를 확신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됐다.

결국 구체적인 질문은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넘겨버렸다.

“흐음.”

“뭔 생각에 그리 잠겨 있습니까? 형님.”

언제나 하던 대로 마루에 앉아 달밤을 구경 중인 두 사람.

“그냥. 이 세계에 대해서 궁금해졌어.”

“과연. 저도 그렇습니다. 여긴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곳이더군요.”

“뭔가를 알고 있어?”

“아뇨, 저도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저 세리스 님에게 질문을 퍼부을 뿐이지만 쉽게 대답해주질 않아요. 뭘 그리 아끼는지 모르겠네요.”

아까 하던 얘기란 건 자신과 비슷한 주제였다.

“외지랑 내지 이야기를 해주긴 했는데, 자세하게 알려주질 않았어요.”

이거 보라고.

“아아, 모르겠네요. 외출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니.”

마음대로 ‘선플라워’를 나가선 안 됐다. 규칙을 어길시 제재가 내려온다는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으니 겁이 났다.

“나카무라. 너는 여기 남녀가 본래 세계의 남녀랑 뭐가 다른 것 같아?”

은근슬쩍 궁금했던 사안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네?”

“초식남이랑 육식녀.”

일본에선 주로 쓰이는 표현이니 익숙할 터이다.

“아아···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무슨 차이가 있다는 거죠? 아직 여기 남자는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고. 흐음, 육식녀라··· 딱히 육식녀처럼 여겨진 사람은 제가 보기엔 에리나 뿐이라서요.”

그다지 도움이 되는 소리는 아니었다. 재연은 자기가 괜히 쓸데없는 것에 매달리나 싶어서 떨떠름했다.

“그래, 나중에 생각하자.”

천천히 알아내면 그만이다.

이제 소대들은 워미터 사냥에 익숙해져서 부상자조차 나오지 않았다. 자기 소대 차례가 오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갔다.

이 기세라면 어느 곳이든 두려울 것이 없었다. 세상 끝까지라도 돌고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다는 듯,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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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은색의왕
    작성일
    18.08.19 14:16
    No. 1

    ...바본가? 초식남 어쩌고 얘기하기 전에 먼저 왜 이쪽 남자들은 징집 안 되는지부터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은색의왕
    작성일
    18.08.19 14:20
    No. 2

    초반부의 그 짤막한 대사로 의심해결이 다 된 건가? 그럼 그냥 성별 역전의 세계라고 생각을 해야지 뭔 초식남/육식녀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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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새로운 괴물 18.08.21 170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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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수상한 느낌 +1 18.08.18 16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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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준비해! 18.08.15 185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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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뭔데? +2 18.08.11 224 4 9쪽
4 기상! 18.08.10 231 3 9쪽
3 능력? +2 18.08.09 298 6 10쪽
2 통성명 18.08.08 356 5 9쪽
1 소환 +5 18.08.08 58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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