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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여성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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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8.08 15:54
최근연재일 :
2018.08.21 12:5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755
추천수 :
48
글자수 :
48,109

작성
18.08.15 12:44
조회
184
추천
5
글자
9쪽

준비해!

DUMMY

“그럼 오늘은 뭘 할까.”

약속이나 한 듯, 재연과 베아트리체는 말도 없이 연무장에 모였다.

“능력을 개방하셔야죠.”

“가능하면 진작에 했다만···”

베아트리체는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무거나 해봅시다.”

“좋아.”

“또 이상한 주문을 외실 필요는 없어요.”

“그, 그래.”

재연은 미간에 힘을 주고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그 시스템창이 다시 보이는 걸까?

“아, 혹시 목숨의 위기가 닥치면 각성할지도?”

“뭔가 좋은 수라도?”

“베아트리체. 너, 내 목을 졸라봐. 힘껏.”

“진심이세요?”

“내가 바닥을 내려치면 풀어줘. 한 번 시험해보자.”

약간 망설이던 베아트리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조르기 쉽게 바닥에 누웠다.

“할게요.”

“어, 해.”

위에서 내려다보는 베아트리체의 얼굴은 확실히 인형처럼 오밀조밀하니 예뻤다. 귀엽다는 생각을 하던 재연은 목에 감겨오는 차가운 손의 촉감에 흠칫 놀랐다.

“힘껏 졸라.”

“네.”

그녀가 힘을 주었다.

“큭···”

겉보기엔 바람에 날려갈 것만 같은 소녀라도 짓눌러 오는 힘은 제법 됐다.

목이 졸려오며 숨이 턱턱 막혀왔다.

“으윽···”

좀만 참자. 좀만 더··· 최대치까지··· 아슬아슬한 지점까지···

“으으으윽···”

점점 눈앞이 새하얘지기 시작했다. 재연은 서둘러 바닥을 내려쳤다. 슥, 손이 떨어졌다.

“어때요?”

“모르겠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질식에 의한 죽음만이 아른댔을 뿐.

“안타깝게 됐네요.”

“하하, 그러게.”

재연은 콜록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아트리체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좀 의외로 느껴졌다. 그의 입장에서 상대는 자신을 도구처럼 부려먹는 부조리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작전을 나가면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지?”

“지정된 구역을 워커 넷이서 돌게 될 거예요. 커넥터들은 특정 위치에서 대기하게 되고요. 자세한 내용은 당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다시금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앉은 베아트리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시선을 눈치 채고 특유의 반쯤 감긴 눈으로 마주보았다.

“타핫!”

“뭐하시는 거죠?”

“···미안.”

미친 척 하고 병맛 짓거리를 해봤지만 시스템창이 뜨는 일은 없었다.

“모르겠다~”

자리에 주자앉아 눈을 감았다. 이번엔 명상이다.

“······.”

30분쯤 지났을까.

“···뭐하세요?”

“에이이잇!”

재연은 바닥을 콱콱 밟았다. 부끄러움은 항상 자신의 몫이었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네.”

“그렇군요.”

결국 그 날도 별다른 수확 없이 저녁을 맞이했다.

“하아, 내일이면 출동이냐.”

“네, 출동이네요.”

오늘도 재연과 나카무라는 마루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잘 모르겠네요.”

그건 재연도 마찬가지긴 했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전 도망치지 않을 겁니다. 세리스 씨를 위해··· 싸울 겁니다.”

“그, 그래.”

“형님은 어쩔 겁니까? 도망친다고 해도 저는 아무 말 안 할 겁니다.”

“하하···”

“부디 제발 능력이 개방되기를.”

나카무라는 두 개의 달을 향해 합장을 하였다. 딱 일본인이 신사에 소원을 빌 때의 모습이었다. 그걸 보고 있던 재연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따라했다.

급할 땐 뭐라도 믿고 싶은 거였다. 무신론자였지만 말이다.

다음 날.

“전 날의 소식을 전해주겠다.”

오늘 하루도 세리스의 공지로 시작되었다.

“안타까운 소식이다. 어제 출동했던 5소대의 워커가 전멸했다고 한다.”

“네에?”

나카무라가 입을 쩍 벌렸다.

“어, 어째서?”

“분열이 있었다더군. 밖으로 나가자 바로 탈출을 시도했다고 한다.”

강세준이 쯧,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결말은 예상이 되겠지? 흩어진 두 워커는 각자 워미터에게 붙잡혀 시체도 찾지 못했다.”

“허허.”

나카무라가 영혼 없는 웃음소릴 냈다.

“오늘은 우리 소대가 출동하는 날이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세리스의 시선이 론에게 향했다. 론은 왜 그러냐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공지가 끝나고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 내내 모두 말이 없었다. 평소라면 불평불만을 내뱉으며 시끄럽게 만드는 그 론조차 조용했다.

식사 후 여자들은 군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저희는 그런 거 없나요?”

“능력이 생긴 워커에게만 지급된다.”

“으아~ 서러워서 원.”

세리스, 에리나, 강하늘, 베아트리체, 나카무라, 론, 강세준, 이재연, 8명은 ‘선플라워’를 나와 목적지로 향했다.

가는 길은 수송차량에 탑승해서 이동했다.

재연은 이 세상은 보면 볼수록 지구의 현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인 생활방식부터 문명의 이기들까지··· 차를 타고 지나가는 풍경들도 좀 낙후된 할렘가 같은 느낌일 뿐 평범한 소도시 분위기가 났다.

문득 이곳에 대한 궁금증이 돋았지만 구섞으로 치워버렸다.

지금은 살아남는 게 먼저였다.

“이상하네요.”

나카무라가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지금 죽으러 가는 거 맞죠? 그런데 왜 이리 담담한 걸까요.”

“아직 괴물을 보질 못해서 그런 걸지도 몰라. 보면 울면서 지릴지도?”

“하하하··· 그냥 기절해버릴 겁니다, 저는.”

강세준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있었다.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으으···”

론은 딱봐도 알 수 있었다. 겁에 질려서 두려워하는 중이다.

“이봐요, 코쟁이. 도망가거나 하진 않겠죠?”

“시, 시끄러! 원숭이 주제에.”

“형님, 내기 합시다. 누가 먼저 능력을 개방하는지.”

“이기면 뭐가 좋냐.”

“저도 모르겠네요.”

실없는 대화를 하는 사이 목적지가 가까워졌다. 곧게 뻗은 도로를 달려 나가니 10m쯤 되는 외벽이 보였다.

차는 그 앞에서 멈춰 섰고 모두 내렸다.

“6소대다.”

검문소에 있던 병사(역시나 여자)에게 세리스가 외쳤다.

-끼기익.

문이 열렸다. 정면엔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저 멀리 울창한 숲 같은 게 보이는 것도 같았다.

“가자.”

세리스가 앞장서자 다른 여자들도 걸어 나갔다.

“가, 가죠.”

“응.”

재연은 베아트리체의 작은 뒷모습을 응시하며 발에 힘을 주었다. 저 꼬맹이도 저렇게 당당하게 걷는데 겁에 질려 물러서고 싶진 않았다.

“순회 구역은 간단하다. 평원을 지나 숲으로 들어간다. 오른쪽으로 쭉 돌아서 반대편으로 나와 다시 돌아오면 된다. 나오는 곳은 저기··· 보이나?”

“보입니다~”

나카무라가 힘차게 외쳤다. 재연은 순간 군대에 온 줄 알았다.

“출발!”

강세준이 가장 먼저 발걸음을 뗐다. 론이 헐레벌떡 그 뒤를 따랐다.

“갑시다, 형님.”

“그, 그래.”

나카무라와 재연도 움직였다.

저벅, 저벅.

모래가 대부분인 평원을 걷는 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솟아있는 외벽과 작아진 세리스 일행이 보였다.

이윽고 숲에 다다랐다.

“코쟁이 씨. 안 도망갑니까?”

“닥쳐.”

“하하핫, 도망쳐도 욕 안 할 겁니다?”

“이 새끼가···”

“쉿.”

강세준이 입가에 손을 댔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쿠웅.

발소리가 들렸다.

“괴물이다.”

“버, 벌써?”

나카무라는 사색이 되었다.

“살고 싶다면 바로 탈출구까지 뛰어서 목적지로 귀환해라.”

그리 말하고 강세준은 타악 뛰었다.

“어?”

그 속도는 육상선수도 울고 갈 정도라 순간 뒤를 쫓지 못했다. 그야말로 바람처럼 뛰쳐나간 거였다.

-부스럭.

괴물은 강세준이 사라진 그때 덤불을 해치고 나뭇가지를 부러트리며 나타났다.

“크워어어.”

맨 처음, 스크린에서 봤던 그 괴물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염물질이 연상되는 거칠고 탁한 색깔의 피부. 흉하게 늘어진 유방. 괴물이라는 표현밖에 쓸 수가 없는 머리통. 살이 뒤룩뒤룩 찐 몸뚱이는 은근히 근육이 붙어 있었다.

“크우어어어어어!”

남자들을 본 워미터는 괴성을 내질렀다.

“으···”

고작 한 마리였지만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재연은 온 몸이 저릿저릿 울리는 위압감과 공포감에 사지가 부들거렸다. 지리지 않아서 다행일 정도였다.

“형님! 갑시다!”

나카무라가 어깨를 치면서 달려가서 겨우 정신을 차렸다.

“씨발!”

론도 서둘러 달려 나갔다.

“크우으으으···”

워미터가 극심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그 흉흉한 안광이 당장이라도 재연을 뚫어버릴 기세였다.

도망가.

머릿속에선 끊임없이 외쳐대는 중이었다.

도망가라고!

그런데 어째서일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를 바라는 것처럼 근질근질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감각은 모세혈관에 흐르는 피 한 방울까지도 꼭 붙들어메는 것 같았다.


[원하는 명령을 내리십시오.]


순간 눈앞에 문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재연이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시스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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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수상한 느낌 +1 18.08.18 16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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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해! 18.08.15 185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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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뭔데? +2 18.08.11 224 4 9쪽
4 기상! 18.08.10 231 3 9쪽
3 능력? +2 18.08.09 298 6 10쪽
2 통성명 18.08.08 356 5 9쪽
1 소환 +5 18.08.08 58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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