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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여성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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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8.08 15:54
최근연재일 :
2018.08.21 12:5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762
추천수 :
48
글자수 :
48,109

작성
18.08.1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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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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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수상한 느낌

DUMMY

리제인은 그레이스 시의 뱅가드 부대를 이끄는 중대장이다. 진급하여 여기보다 더 큰 도시로 가버린 선임을 대신하여 중대장이 된 지 올해로 어언 3년. 그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번만큼 혼란하다고 느끼진 않았다.

다른 세계의 남자들을 소환하여 병사로 부리게 되는 일은 역시 흔치 않다고 생각했다. 설마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도시에서 벌어지게 될 줄이야, 이거 참, 곤란하게 됐다.

하루라도 빨리 전역하고 좋은 남자를 잡아 결혼하면 좋으련만, 리제인의 취향에 맞는 남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제대로 먹여 살릴 자신 있는데.

“흐흐, 역시 좋구나.”

집무실. 리제인은 업무용 책상 위에 잡지 하나를 펼쳐놓고 음흉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똑, 똑.

“앗!”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황급히 잡지를 서랍 속에 넣는다.

“들어와!”

철컥, 문이 열리고 들어온 이는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여자였다. 딱 봐도 깐깐함이 느껴지는 인상의 소유자였다.

“안녕, 샬럿. 오늘도 수고하네.”

“네, 리제인 중대장님.”

샬럿은 겨드랑이에 서류철을 낀 채로 스윽 리제인과 그 주변을 훑었다.

“왜, 왜?”

긴장감을 숨기지 못한 목소리로 묻는 그녀에게 샬럿의 안경이 번쩍 빛났다.

-드륵.

“이번에도 여기에 숨기셨군요.”

“으아악! 들켰다아!!”

“경악하실 거면 숨기는 장소를 좀 바꿔보시죠.”

“으아아아··· 너도 이 나이가 되어 봐.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그렇게 늙은 것도 아니잖습니까. 괜히 노인네인 척 하지 마세요.”

샬럿은 중대장이 보던 잡지를 들어올렸다.

빨간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힌 잡지의 겉면엔 상의를 벗어재낀 남성이 팔뚝의 근육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취향이 이렇게 독특하셔야 어디 되겠습니까?”

“으으, 그러지마··· 내 취향 존중해 줘···”

“뭐, 이해합니다. 중대장님이 이러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고, 이걸 보는 게 삶의 낙일 테니 말이죠.”

“잠깐, 그렇게 말하면 내가 쓰레기 같잖아!”

“사실이니까요.”

샬럿은 안경을 고쳐 쓰며 서류철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대화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소대장 세리스로부터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울상을 지으며 훌쩍이던 리제인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벌써 소문이 자자하던데. 워커가 전원 생존한 소대로.”

“그렇습니다. 앞선 두 소대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더군요.”

“이번 성과로 관심을 가진 녀석들이 부쩍 늘어났어. 덕분에 전화기가 가만히 있지를 않았지. 그래서 선을 끊어버렸어. 내 귀는 소중하니까.”

“나중에 중대장님 월급에서 까겠습니다.”

“아, 너무해!”

리제인은 차갑게 내려다보는 샬럿의 시선을 피해서 세리스의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능력을 각성한 워커가 셋이고 해치운 워미터는 둘이라고 합니다.”

샬럿이 친절하게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해주었다.

“능력은 각각 총기소환, 고속이동, 괴력증가···라고 되어 있습니다.”

“흠흠, 그렇구만.”

“뭔가 실없는 대답이군요.”

“그렇잖아. 전례가 없으니 비교할 수가 없어.”

고대의 주술이란 것을 사용해 다른 세계의 남자들을 불러와 워미터와 싸우게 하는 방법은 이번에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어떤 게 뛰어난 능력인지는 이제부터 데이터를 쌓아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세계에서 남자들을 불러온다, 과연 효율적인 방법이야. 게다가 능력까지 각성한다니, 이 얼마나 좋은 어드벤티지인가?”

“워미터 소탕에 기대를 걸어도 될 만하다는 걸까요?”

“그럴지도. 하지만 이상하지 않아?”

“무슨 말씀이신지?”

“뭐, 나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니까 이것저것 계산할 수 없지만, 단순하게만 봐도 남자들을 한 번에 모아다가 워미터 사냥에 내보내는 게 좋지 않아? 왜 이런 식으로 하냐는 거야.”

비록 모든 소대를 관리하는 중대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리제인이었지만 그녀도 결국 커다란 조직의 말단에 불과했다.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는 위치인 것이다.

“시키는 대로 할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 잘게 나눠서 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 아닐까요.”

“일리 있는 말이지만 역시 완전히 납득할 수 없어.”

리제인은 매끈한 턱을 쓰다듬으며 입맛을 다셨다.

“내가 보기엔 지금 시스템은 비효율적이야. 내가 완전한 지휘권을 가졌다면 그들을 모아다가 한꺼번에 돌격시켰을 거야.”

“모르는 일이죠. 데이터가 없는 이상 뭐든 속단할 수 없습니다. 한꺼번에 몰려간다고 해서 모두가 능력이 각성한다는 보장도 없고··· 심지어 전부 하나로 뭉쳐 우리에게 대항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봐, 5소대 일도 그래. 불미스러운 일로 인원이 줄었다면 다른 소대와 합친다거나 하면 됐잖아. 뭐하러 그 상태로 내보낸 걸까?”

샬럿은 안경을 슥 고쳐 썼다.

“쓸데없는 고민으로 밍기적대지 마세요.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닙니다.”

“마, 맞는 말이야.”

서슬퍼런 기색에 눌린 리제인은 서둘러 세리스의 보고서에 사인을 마쳤고, 살럿이 뒤를 돌아 나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까 보던 잡지를 다시 펼쳤다.




***

“흐음.”

재연은 근엄한 눈빛으로 앉아있었다.

“······.”

그런 그를 베아트리체는 특유의 느슨한 눈매로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전, 성공적으로 첫 출동을 마무리 지은 후, 재연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연습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갖은 시도를 해봐도 그때처럼 총을 소환한다던가 하는 기행이 나타나진 않았다.

“우연이었을까?”

“그럴 리가요.”

“그렇겠지?”

나카무라와 론이 그 증거였다. 두 사람은 각각 고속이동과 괴력증가라는 능력이 생겼고 꺼내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낼 수 있었다.

그들은 이제 자신의 능력을 세련되게 컨트롤하기 위한 단련에 들어갔다.

론은 말을 해주지 않았지만 나카무라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자신은 10M를 거의 1초만에 움직이며 이동 중엔 몸이 그 부담을 이겨내도록 강해져서 어지간한 충격엔 괜찮아진다고 하였다. 이 특징을 이용해 워미터를 분쇄하는 공격을 생각 중이라나.

“그런데 나는 뭐하는 건지!”

머리를 부여잡고 울부짖지만 그런다고 시스템창이 뜰 일은 없었다.

정말 뭐였던 걸까. 왜 이렇게 사람을 들었다놨다 하는 거냐고!

“다시 한 번 워미터와 대면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베아트리체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이재연 씨의 능력은 그런 상황에서 나왔으니 시도해 볼만은 하겠죠. 정 뭐하면 나카무라 씨를 옆에 두고 지켜달라고 하세요.”

“참고할게···.”

당장 내일로 출동 날짜가 잡혔다. 그 동안 원사이클이 돌았는데, 총 6개였던 소대는 4개까지 줄어들었다.

5소대는 워커가 전부 죽어서 해체되었고, 전멸은 아니고 숫자가 줄기만한 2소대와 3소대가 2소대로 통합되었다. 즉, 1, 2, 4, 6소대가 남아있는 셈이었다.

여기서 모든 소대가 능력을 각성하긴 했지만 개인차가 존재했다. 많아야 둘 정도인 시점에서 6소대만이 세 명으로 독보적이었다. 또한 강세준의 범상치 않은 신체능력은 이미 능력자로 취급해도 좋을 정도였다.

능력자들은 워미터를 한 마리씩 잡아내는 쾌거를 이루었고 낯선 이세계 생활에 절망하던 상황에서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나카무라 역시 그러했다.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매일 자기 전 30분 정도를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게 일상이 된 재연과 나카무라는 오늘도 마루에 앉아 두 개의 달을 쳐다보았다.

“좋겠다, 인마.”

“하하, 형님. 대기만성이란 말 아십니까?”

“알지.”

“그겁니다. 분명 크게 될 거라고요. 지금은 그저 때를 기다릴 뿐이죠.”

재연은 피식 웃었다. 말이라도 저리 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이건 제 느낌인데, 형님은 뭔가 범상치가 않아요.”

“뭐가.”

“그 눈 말이에요.”

“눈?”

“처음엔 이상한 취미로 렌즈를 끼고 다니시는 줄 알았는데, 지켜보니 아닌 것 같더군요. 그거 보통으로 생겨난 눈은 아니잖아요? 맞죠?”

“어, 맞아.”

재연은 여기에 오자 그렇게 됐다고 짧게 답했다.

“역시.”

나카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공은 저만이 아닌 겁니다. 형님도 주인공이에요!”

재연은 이 활기찬 성격은 좀 본받을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전날의 소식이다.”

한동안은 별다른 게 없었는데 소식을 전해준다니 일동은 긴장했다.

“3소대의 워커가 한 명 전사하였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군요.”

“능력을 과신하고 깊이 들어갔다가 다수의 워미터와 주우했다고 한다. 너희들도 자만하다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네, 세리스 님!”

세리스는 힘차게 외치는 나카무라를 흘겼다가 말을 말자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여왕님이라는 호칭에서 타협을 본 결과가 저거 같았다.

“그럼 오늘도 출동이다.”

저번과 같이 차를 타고 외벽 위병소까지 이동했다.

-끼익.

그들이 문을 열어주고 밖으로 나가니 그때 봤던 벌판이 다시금 나타났다.

“후아··· 말을 타고 달리고 싶은 곳입니다.”

“말이라면 있어. 우리가 활약하고 유명해지면 한 번 요청해볼 수도 있겠네. 말타고 놀아도 되냐고.”

에리나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좋네요.”

“흥.”

론은 가장 먼저 앞장섰다. 능력이 생기기 전 쫄아있던 모습과는 대비되는 행동이었다.

“자, 갑시다!”

나카무라 역시 여유가 넘쳤다. 하긴, 재연은 자기라도 그럴 것 같았다.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면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테니.

이번 활동 구역은 그때 갔던 숲에서 좀 더 안쪽으로 진입하고 돌아오는 일이었다. 차근차근 그 영역을 확보하듯이 워미터를 몰아내는 과정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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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능력? +2 18.08.09 299 6 10쪽
2 통성명 18.08.08 356 5 9쪽
1 소환 +5 18.08.08 58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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