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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여성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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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8.08 15:54
최근연재일 :
2018.08.21 12:5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753
추천수 :
48
글자수 :
48,109

작성
18.08.10 12:48
조회
230
추천
3
글자
9쪽

기상!

DUMMY

재연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아무거나, 라고 했지만 말 그대로 아무거나는 아닐 터.

“내가 바라는 무언가.”

문득 떠오른 답은 그거였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하고자 하는 어떤 것.”

“···뭔가 알 것 같나요?”

재연은 눈을 뜨고 눈앞의 소녀를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모르겠는데.”

“······모르면 어쩌시려고요?”

안 돼. 정신 차리자.

이건 능력을 사용하냐 못하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괴물과 싸워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이상 생존에 크게 관여할 사안이었다.

“으으음.”

어떻게든 해봐야겠다. 일단 되는대로 던져보자.

“열려라 참깨!”

당연히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아브라카다브라!”

“······.”

“수리수리마하수리!”

언어를 바꿔도 소용이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아압!”

눈을 감았다가 힘껏 뜨면서 괴성을 질러봤다.

“뭐 하세요?”

“이런 씨!”

부끄러움은 어디까지나 본인 몫이다.

“잘 모르겠어.”

“문제가 많군요.”

“문제라면 이 상황 자체가 문제겠지. 소용없는 질문이 되겠지만 묻겠어. 정말 이대로 돌아갈 방법은 없는 거야?”

“저로서는 아는 게 없다는 말밖에 할 수 없네요.”

“하아, 됐어. 다른 걸 물어볼게.”

재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물어보세요.”

“여긴 어떤 곳이야?”

“어떤, 곳이냐고요?”

“그래. 여기가 지구는 아닐 거 아냐.”

지구라는 말에 베아트리체가 고개를 갸웃했다. 뭔지 정말 모르는 눈치였다.

“여자들 중에 강하늘이라는 애도 있던데. 걔에 대해서 뭐 아는 거 있어?”

“강하늘 씨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재연은 자기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뭘 묻고 싶은 건지 상대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지구일 리가 없겠지. 내가 너무 멍청했어.”

물어봤자 답을 듣지 못할 걸 물어보면서 심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대화가 자꾸 헛도는 느낌이 들어.

재연은 좀 더 천천히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것부터 정하자. 나를 그쪽이라고 하지 마. 이재연이라는 이름 못 들었어? 자기소개 할 때.”

“그럼 이재연 씨라고 하면 되나요?”

그건 그것대로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오빠, 라는 호칭을 요구하기엔 양심이 맹렬하게 찔렸다. 물론 아저씨라고 불리고 싶지도 않았다.

“마음대로 불러.”

“알겠어요, 이재연 씨.”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쯤에서 타협을 해야 할 듯하다.

“도대체 그 괴물은 어떻게 되어먹은 생명체야? 여자를 무시하고 남자만 공격한다고?”

“완전 무시는 아니에요. 자꾸 귀찮게 하면 공격을 하긴 해요. 애초에 공격이 통하질 않으니 우리들로선 어쩔 수가 없어요.”

베아트리체는 연무장 안을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괴물은 지속적으로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죠. 때문에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어요.”

“흐음, 그건 잘 알겠어. 그럼 너희들은 뭐하는 애들이지?”

이런 어린 소녀가 군복을 입고 입다니, 말세라고 해야 하나.

“뱅가드라는 수비단체의 특수부대 ‘달빛’ 소속이에요.”

“자경단은 아니겠고, 국경수비대 같은 거구나?”

“비슷하네요. 그 국경수비대 내에서 따로 차출된 인재라고 보시면 되요.”

인재? 뛰어난 자들이란 소린가.

재연이 호기심을 보이자 베아트리체가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다른 세계에서 사람을 불러오려면 그만한 실력이 있어야 해요.”

“잘 알겠어.”

마법 같은 초과학적 개념에 의한 거겠지. 게다가 태도를 보니 어느 정도의 자부심도 있어 보였다.

베아트리체는 그 반쯤 감긴 졸려 보이는 눈으로 재연을 쳐다보았다.

“또 궁금한 게 있나요?”

“모르겠어. 머리가 복잡해서.”

느닷없이 소환되어 괴물을 잡으라는데 당연했다. 그 론이라는 소년의 반항적인 태도도 이해 못할 건 아니었다.

“끄아아아악!”

론의 비명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재연과 베아트리체는 서로를 쳐다보고 1층으로 내려갔다.

다닥, 다닥, 나무로 만든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니 다른 사람들도 소리가 난 쪽으로 모이는 중이었다.

“무슨 일이야?”

세리스가 황급히 소리의 진원지인 에리나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끄어어···”

에리나의 방 안에서 벌어진 일은 대단하다면 대단하고 별 것 아니라면 별 것 아니었다. 사타구니를 부여잡은 론이 바닥에서 애벌레마냥 꿈틀거리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으음, 저질러 주셨구만.”

“아니, 세리스. 난 분명 남자가 좋지만··· 저 찌질남은 취향이 아니라고.”

“하아.”

세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었다. 론은 여전히 사타구니에 가해진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꿈틀대고 있었다.

“이게 무슨···”

뒤늦게 도착한 재연이 혀를 내둘렀다.

“딱 봐도 감이 잡히지 않습니까?”

옆으로 다가온 나카무라가 중얼거렸다.

“제대로 저질러주셨네요, 저 토마토 코쟁이가.”

원숭이라 불린 것에 대한 보복인지 론에게 묘한 별명을 붙여주는 나카무라였다.

“내 취향은··· 굳이 따지자면 저 아저씨 쪽인데. 뭐, 저기 오빠도 괜찮지만.”

에리나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요염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나를 말한 거죠?”

나카무라는 자기를 가리키며 히죽히죽 웃었다.

“아아··· 하지만 저에겐 세리스 님이··· 물론 이렇게 많은 미소녀들에게 사랑받는 일은 과연 행복이란 거겠죠! 아아, 좋습니다. 이게 제 숙명인 거겠죠?”

재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에리나가 가리킨 대상은 강세준과 자신이었다. 분명히 눈이 마주쳤다. 단지, 이성이 호감을 표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보면 기분이 좋은 일이었지만 급소를 맞고 뻗어있는 론을 보니 영 꺼림칙했다.

론이 맞을 짓을 했으니 저렇게 된 거겠지. 그러나 남자로서의 공감대라는 게 있다. 특히 다리 사이의 급소에 관해선 말이다.

“제, 제기랄··· 왜···”

겨우 정신을 차린 론이 이해가 안 간다는 투로 바들바들 떨었다.

“발정난 원숭이마냥 달려드니까 그렇지. 좀 더 주제파악을 하지 그래?”

“끄으으, 닥쳐!”

욕을 하며 일어나다가, 에리나가 다시 다리를 들어 올리자 움찔하며 물러난다. 언행이 거친 것과는 달리 상당히 찌질하다.

“에리나. 상대를 괜히 자극해선 안 돼.”

“그냥 시원스레 대화를 나눈 것뿐이야. 좋아하는 이성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놈이 갑자기 덮치려 해서.”

“이세계의 남자는 거칠다더니 정말이었군.”

세리스가 무심코 론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연은 그 말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마치 여기 남자는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식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슬슬 취침시간이네.”

벽시계의 시침은 10에 가까워져 있었다.

“너희들의 방은 2층에 있어. 그것들 중에 맘에 드는 걸 골라서 자도록 해.”

“알겠다.”

강세준은 군말 없이 계단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갔다.

“아, 그럼 저도!”

뒤로 쳐질수록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카무라는 좋은 방을 차지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론은 여전히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내일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될까?”

“당분간은 현지 적응 및 능력 개발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로 말하자면 여기서 나고 산 사람이지만 너희는 그렇지가 않으니 당장 작전에 투입할 순 없겠지.”

재연은 ‘작전’이란 말에 침을 삼켰다. 군필자인 그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예상이 되었다. 단지, 이곳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란 게 문제였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다.

“빨리 자라.”

“그래···”

뒤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야, 너도 가서 자라.”

에리나가 쓰러진 론의 엉덩이를 툭 찼고 그는 묵직하게 일어나 어설픈 걸음걸이로 2층에 올라갔다. 곱게 물러날 성격은 아니었지만 사타구니의 고통이 그것을 선회한 모양이었다.

“방은 평범하네.”

책상과 옷장, 침대만 있는 단조로운 구성이었다. 옷장을 열어보자 텅 비어있었다. 재연은 불을 끈 다음 한숨을 푹 내쉬고 침대에 몸을 눕혔다. 옆의 창문으로 두 개의 달이 엿보였다.

“하아··· 자고 일어나면 집이겠지?”

누가 보면 코웃음 칠 소리를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다음 날.

-띠리리리리리리링~~~

집 전체에서 울리는 엄청난 소음. 잠에서 어서 깨어나라는 신호였다. 재연은 군대가 생각나서 미간을 찌푸렸다.

당연한 일이지만 재연이 눈을 뜨고 맞이한 장소는 자기 전과 같았다.

“으아아아아!”

비명을 내지르려던 재연은 다른 방에서 들려온 비명소리에 헛웃음이 나왔다.

“씨발, 어이가 없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니.

이건 참으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꿈에서 깨어날 거라는 소망은 그저 헛된 망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창가를 보니, 밝은 햇살이 넘어오고 있었다. 얼핏 구름 사이로 보이는 빛을 보니 태양까지 두 개는 아닌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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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 18.08.10 231 3 9쪽
3 능력? +2 18.08.09 298 6 10쪽
2 통성명 18.08.08 356 5 9쪽
1 소환 +5 18.08.08 58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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