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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여성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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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8.08 15:54
최근연재일 :
2018.08.21 12:5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751
추천수 :
48
글자수 :
48,109

작성
18.08.08 16:02
조회
355
추천
5
글자
9쪽

통성명

DUMMY

이재연. 올해로 23살.

그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청년이다.

뭘 하든 중간 정도에 그치며 제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그저 그런 결과물을 내고 마는, 수많은 인간들 중 하나였다.

그런 그에게 이변이 발생했다.

-지잉.

눈앞에 연녹색으로 빛나는 거울 같은 무언가가 나타났다.

“어?”

길을 걷던 도중 마주한 정체불명의 물체.

뭘까, 이건.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봐도 그 거울은 선명하게 빛내며 재연을 유혹하듯 흔들리고 있었다.

“저기, 이거 보이세요?”

지나가던 사람 하나를 붙잡고 거울을 가리켜 봤지만 미간을 찌푸리며 필요 없다는 말을 하고 가버렸다.

“종교권유가 아닌데.”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금 거울을 살피던 재연은 고민했다.

이것에 관심을 가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슬쩍 고개를 드는 호기심.

재연은 설마 별탈이야 있겠냐는 낙관적인 마음으로 행동을 결정했다.

조금만, 조금만 건드려보자.

손가락 끝으로 살짝 만져보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그래서 거울의 끝을 검지로 살짝, 아주 살짝 건드렸다.

그 선택이 이러한 결과를 불러올 거라곤, 감히 알 수는 없었다.




마음 한 구석에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헛것이 보이는 현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긴 했다.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건드려 본 것뿐인데 정말로 이세계로 보내지게 될 줄이야.

“···하, 하하.”

헛웃음을 흘리며 밤하늘로 시선을 올렸다.

초록색과 붉은색의 달이 새카만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건 여기가 지구가 아니라는, 다른 세계라는 선명한 증거로 다가왔다.

“씨발··· 어이가 없네.”

“뭐냐고 이게···”

곳곳에서 듣기 좋지 않은 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재연은 근처에서 함께 걷고 있는 이들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자기까지 합쳐서 총 8명··· 남자 넷, 여자 넷이라는 밸런스 좋은 조합이었다. 방금 욕을 내뱉은 이는 남자 넷 중 하나였다.

따로 뽑아내고 남은 남자들의 숫자는 대략 마흔 명 정도. 이 인원들은 여섯, 여덟 정도로 나눠져 6개의 그룹을 형성했다.

그룹은 ‘소대’로 분류가 되었다.

‘마치 군대 같잖아.’

잔뜩 긴장한 재연은 열심히 주변을 곁눈질했다.

‘여긴 정말 어디인 걸까.’

주변 배경은 딱히 이질적이지 않았고 좀 낙후됐지만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저벅저벅.

어느 정도 걷고 있자니 그룹이 몇 갈래로 나뉘기 시작했고 재연이 속한 그룹은 좀 더 걸어 어떤 2층짜리 주택 앞에 멈춰 섰다.

앞장서서 걷고 있던 키 큰 소녀가 슥 뒤를 돌았다.

“우리 소대가 쓸 막사··· ‘선플라워’야.”

“풉! 선플라워? 뭐야 그 네이밍은.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처음부터 삐딱한 자세를 유지하던 소년의 비아냥이었다.

“이게···”

그 소년의 앞에 서있던 은발의 소녀가 뺨을 일그러트리며 손을 내뻗었다. 그곳에서 했던 것처럼 숨통을 조여 고통을 선사하려는 것 같았다.

“윽.”

과연 그 고통엔 겁이 났는지 비아냥대던 소년이 입을 다물었다.

“흥, 입조심해. 함부로 떠들다간 지옥을 맛보여 줄 테니깐.”

“······.”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키 큰 소녀가 주택 문을 열었다.

“앞으로 여기서 지내게 될 거야. 환영한다.”

“우와아, 존나게 신난다.”

아까부터 떠드는 남자는 이 소년뿐이었다.

키 큰 소녀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가자 다른 소녀들도 뒤를 이었다.

“드, 들어갈까요?”

안경을 쓴 범생이 인상의 청년이 조심스럽게 재연에게 제안했다.

“어··· 어쩔까요.”

여기까지 얌전히 따라와 놓고 뭘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다른 선택지도 없는데.

“어?”

“아.”

누구하고도 말을 섞지 않고 있던 무뚝뚝한 사내가 성큼 문 안으로 발을 들였다.

“에이 씨발.”

입버릇이 좋지 않은 소년도 그 사내를 따라 들어갔다.

“드, 들어가죠.”

“아, 네.”

재연과 안경남도 쓴맛을 다시며 따라 들어갔다.

주택의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8명이 한 번에 살아도 적합하도록 설계 되어 있는 큼직한 건물이었다.

재연은 이 모든 게 준비가 되어있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

“모두 여기에 앉아.”

키 큰 여자의 지시로 길쭉한 식탁에 모두가 모였다.

“일단 자기소개부터 해볼까. 이야기는 그 다음에 하자.”

“그딴 거, 알 바냐.”

“너는 좀 조용히 해.”

키 큰 여자는 혀를 차고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세리스. 이 소대의 소대장을 맡고 있어.”

세리스는 연파랑색 머리카락을 길게 길렀고 뒷머리에 반묶음 리본을 달고 있었다. 예리한 눈매에 어른스러운 인상이라 확실히 소대장 느낌이 났다.

“다음은 너야.”

“아, 응. 나는 에리나 에르윈이라고 해. 잘 부탁해~”

에리나는 입이 험한 소년에게 위협을 가했던 소녀였다. 윤기가 흐르는 은발을 가진 이 소녀는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를 짓고 있는 게 어딘가 장난꾸러기 같은 인상이었다.

차례는 에리나의 옆에 앉은 소녀에게로 넘어갔다.

“내 이름은 강하늘이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강하늘?”

그렇게 되물은 건 이재연이었다.

“너, 하, 한국인?”

“뭐? 한국, 인? 뭔데 그건.”

“······.”

재연은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들어도 한국인의 이름인데 한국을 몰라?

아냐, 일단 잠자코 있자.

여기 모인 사람들만 봐도 딱히 동양인만 있는 건 아니었다. 특히 여자들은 방금 자기소개를 한 소녀를 빼면 전부 서양인처럼 생겼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놀랍게 다가왔다.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면 한국말이 이렇게 잘 통해도 되는 거야?

“무슨 문제라도?”

“아냐, 아무것도.”

머릿속이 안 그래도 복잡했는데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이재연이 입을 다물자 끊겼던 자기소개가 다시 이어졌다.

“내 이름은 베아트리체.”

마지막 금발머리의 소녀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최소한의 인사말이 있던 다른 소녀들과는 달리 상당히 짧았다.

“다음은 너희 차례야.”

세리스가 웃는 얼굴로 제안했다. 그 웃음 속엔 어쩐지 묘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씨발, 알빠냐.”

삐딱한 자세로 투덜거리는 소년.

“너 말이야···”

“내 이름은 강세준이다.”

에리나가 발끈하여 분위기가 안 좋아지려는 찰나 과묵한 인상의 사내가 자기소개를 마쳤다.

“아, 저, 저는 나카무라라고 합니다.”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급하게 손을 들며 자기소개를 하는 청년.

‘나카무라? 일본인?’

재연은 하고 싶은 말이 무척이나 많았지만 꾹 참으며 분위기에 편승했다.

“나는 이재연이라고 해.”

사내를 제외하면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딱히 말을 높일 필요가 없었다.

“쳇, 나는 론이다.”

삐딱하게 굴지만 자기 혼자만 남게 되자 곤란한 기색을 내보이는 소년. 센 척 해봐야 결국 애송이는 애송이일 뿐이었다.

“좋아, 서로의 이름은 전부 알게 됐군. 그럼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는가를 설명해야겠지.”

“아, 마실 것 좀 내올게.”

강하늘이 의자에서 일어나 부엌의 선반으로 향했다.

“강당에서 중대장한테 들었다시피, 너희들은 괴물과 싸워줘야 해. 물론 그 싸움엔 우리도 함께한다. 그러기 위해 이렇게 여기서 있는 거야.”

“좀 더 자세하게.”

강세준이란 이름의 사내는 이 상황에서도 매우 침착하고 차분했다. 그 모습은 소녀들에게도 예사롭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흐음, 아무것도 모르는 너희들에게 처음부터 설명을 해주려니 막막하긴 하네.”

할 말을 고르는 듯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던 세리스가 이윽고 입술을 달싹였다.

“우리 세계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괴물들이 존재해. 절멸시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놈들은 그럴만한 수준이 아니야. 그래서 생각을 해본 결과, 다른 세계에서 용사들을 불러오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그걸 실행한 거지.”

-쾅!

“썅!”

론이라는 소년이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채 주먹으로 식탁을 내려쳤다. 쟁반에 마실 것들을 내온 강하늘이 그의 뒤에서 깜짝 놀랐다.

“그건 너희들 사정이고! 뭔데 씨발, 멋대로 사람들을 끌어오는 거야!”

이것만큼은 론의 말이 백번 옳았다.

“···이렇게 된 이상 받아들이도록 해.”

물론 그런다고 상황이 뒤집힐 리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니까 그걸 못하겠다고!!”

“대단해.”

“뭐라고?”

세리스는 상대를 놀리는 듯 짓궂은 미소를 머금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직한 성격이야. 정말 뚝심이 있어.”

모욕임을 알아들은 론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놀리냐? 이, 이···”

“지, 진정들 하죠!”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나선 이는 나카무라였다.

“이런다고 뭐가 해결되겠습니까? 차분하게 사태를 파악하는 게 정답이겠지요. 하하···”

“닥쳐! 원숭이 새끼가.”

“워, 원숭이? 지금 원숭이라고 했습니까?”

“아, 시끄러워 너희들!”

에리나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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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새로운 괴물 18.08.21 170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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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능력? +2 18.08.09 298 6 10쪽
» 통성명 18.08.08 356 5 9쪽
1 소환 +5 18.08.08 58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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