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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여성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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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8.08 15:54
최근연재일 :
2018.08.21 12:5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758
추천수 :
48
글자수 :
48,109

작성
18.08.0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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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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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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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소환

DUMMY

“뭐야?”

재연은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온통 새하얀 빛깔로 이루어진 넓은 공간.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그 안에서의 사태는 분명히 심상치가 않았다.

주변을 살펴보니 그런 사태에 직면한 사람은 자신만이 아닌 듯,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 의문에 가득 찬 소릴 내며 겁에 질린 시선을 보내는 중이었다.

“······.”

재연은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는 금발의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

자신보다 꽤 어려보이는 그 소녀는 분명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영화의 촬영장 같았다.

검은색 빛깔의 전투화, 남색으로 이루어진 긴 바지와 상의를 착용한 소녀의 모습은 군인이라는 표현 외에는 어울리는 게 없었고 그 자체가 너무 이질적이라 일부러 그렇게 꾸민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뭐지?”

등허리를 차가운 바닥에 붙이고 멍하니 있음을 깨달은 재연은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훌륭하게 해냈다, 제군들. 소환식의 마무리를 지어라.”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줄지어 서있던 소녀들이 왼손을 내밀었다.

-파지직.

그 손등에 새파란 줄기들이 돋아났다. 핏줄을 따라 떠오른 빛은 마치··· 마법처럼 번쩍번쩍 빛났다.

“나와 맺어진 영혼의 동반자여, 그대에게 보답을 하겠노라.”

소녀가 그렇게 말을 마치자, 재연은 갑자기 오른쪽 눈에서 치솟은 격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악!”

누, 눈이··· 뽑혀나갈 것만 같은 고통이다! 이게, 뭐야!!!

“크, 크윽.”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개골 안쪽에서부터 눈동자를 잡아 뜯는 느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재연은 눈물을 흘리며 손으로 더듬었고 자신의 눈이 멀쩡한 걸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조심스레 눈을 뜨니 시야가 회복되었다. 잘만 보이는 게 방금까지의 고통이 거짓말인 것처럼 정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좋아, 모두들 수고했다. 훌륭하게 해내주었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단상에 한 여인이 서있었다.

머리카락을 풍성하게 길러서 허리까리 늘어트린 그녀 역시 군복차림이었는데 화려한 장식 같은 게 달려있는 모습이 여기 서있는 소녀들보단 높아보였다.

“이게 뭐야! 무슨 짓이야!”

2m 간격으로 대략 50여명 정도 있는 이 공간에서, 어떤 남자가 단상의 여인에게 소리쳤다.

“우리는 소환식을 가졌고 자네들은 거기에 소환된 자들이다.”

“소환이라고? 미친 거 아냐?”

상대는 거칠게 굴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었다. 여인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가 필요로 하여 자네들을 소환한 거지.”

“필요 없어! 당장 돌려보내!”

“지금은 불가능하다.”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에 남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오늘 중요한 계약이 있었다고!”

“난 회의 가던 길이었어!”

“모두 조용! 설명을 해주겠다.”

소음이 좀 가라앉자 여인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여기에 불려온 자네들은 우리를 위해서 싸워줘야 한다. 꽤나 난폭하고 더러운 괴물과.”

괴물이라고? 재연은 마른 침을 삼켰다.

“그 괴물이란 게 뭐냐.”

다른 남자의 질문이었다.

“이런 거다.”

마치 예상을 했다는 듯 들고 있던 리모컨을 눌렀고 뒤편의 스크린에서 화면이 나타났다.

재연은 스크린에 띄어진 괴물의 모습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저, 저거랑 싸워서 이기라고?

“보다시피 키는 3m정도고 형태는 인간형이다. 그리고 굉장히 지저분하게 생겼지.”

뒤룩뒤룩 살찐 몸뚱아리. 축 쳐져있는 유방. 머리는 돼지의 것처럼 생겼다. 피부 색깔은 탁한 남색으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더러워지는 모습이었다.

“씨발!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돌려보내 줘!”

재연은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욕을 한 남자의 말에 적극 동의했다.

솔직히 지금 상황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많은 사람들을 잡아다가 뭘 하고 있는 거란 말인가!

영화 촬영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의 의사로 여기에 걸어 들어온 기억이 없었다. 즉, 중간에 정신을 잃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납치하는 범죄조직인가? 말로만 듣던 인신매매단이라는 걸까?

혹은 사이비 광신도일수도 있다. 정신병에 걸린 교주가 망상에 사로잡혀 존재하지도 않는 괴물을 잡자고 벌이는 짓인 것이다.

재연은 눈을 꾹 감았다.

아아, 모르겠다. 무엇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냥 함부로 나대지 말고 얌전히 지켜보는 게 상책인 것 같다.

“때가 되면 돌려보내 줄 거다. 그때가 되면 소원 한 가지를 들어줄 수가 있다. 괴물을 퇴치하면 에너지가 축적되는데 그걸 통해 무엇이든 이루어주는 만능의 기구가 작동하게 되지. 금의환향이란 거다. 좋지 않겠나?”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준다는 말에 혹했는지 잠시 침묵이 감돌았으나 다시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체로 다 필요 없으니까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달라는 거였다.

여인은 슬슬 귀찮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자네들이 소환된 이상 선택권은 없다. 그리고 이쪽에는 강제 수단이 있어. 자, 그 수단을 실행하도록.”

신호가 떨어지자 기계처럼 눈앞에 서있던 소녀가 손을 들어올렸다. 그 손등에 다시금 푸른빛이 솟아났다.

뭘 하나 의아한 기분으로 지켜보려던 순간-

“컥!”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재연은 목을 부여잡고 버둥거렸지만 소용없었다. 분명 발은 땅바닥에 잘 붙어있는데, 멋대로 그렇게 되는 거였다.

“끅, 으윽···”

서서히 호흡곤란으로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사, 살려···”

무엇하나 신체에 간섭하는 물리적인 존재는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목 안쪽에서부터 기도를 콱 틀어막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대로는, 이대로는··· 분명··· 분명하게 죽는다!

“그만.”

여인의 신호에 소녀가 손을 거두어들이자 조이기도 끝이 났다.

죽음이 바짝 다가온 시점에서 겨우 숨통이 트인 재연은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눈물을 짜냈다. 또한 자기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남자들이 그 모양이었다.

“이제 상황 파악이 되나? 자네들은 우릴 위해 싸워줘야 해.”

“이딴 거!”

-푸슉!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끼악!”

어떤 남자가 자신의 앞에 있던 소녀의 목덜미를 칼로 베어버린 탓이었다.

“흐엇?!”

“꺄앗!”

그 갑작스런 사태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비명을 내질렀다. 여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쯧, 혀를 찼다.

“다 죽여 버리면 끝 아니냐? 씨발! 괴물 잡기 전에 니들부터 다 죽여줄게!”

“축하한다. 자네가 희생양으로 당첨이야.”

“뭐?”

상대를 칼로 죽인 남자가 의문을 표하는 것도 잠시, 끔찍한 사태가 일어났다.

“으, 으아아! 뭐야아?!”

우직, 우지직 듣기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소리.

“끄아악!”

그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소환에는 자네들의 영혼이 얽혀있어. 말하자면 소환시켜준 우리 병사들이 목숨을 잃으면 자네들 역시 깔끔하게 소멸하게 되는 구조지. 이해가 되는가?”

장내가 술렁였다. 재연도 속으로 어처구니없는 제약 사항에 욕을 내뱉었다.

목숨 줄을 상대가 꽉 쥐고 있으니 꼼짝없이 이들의 말에 따라야 한다는 것 아닌가?

“한 머리 나쁜 친구가 몸소 증명해 주었으니 허튼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걸 다들 알았을 거야. 자세한 설명은 당사자들에게 듣도록 해라. 아, 참.”

여인은 뭔가를 떠올린 듯 손뼉을 쳤다. 그러자 한쪽에 있던 문이 열리고 같은 복장의 여자들이 우루루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 중 일부는 시체를 치우고 바닥에 낭자한 핏자국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재연은 떨리는 마음으로 그 과정에서 시선을 피했다.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여기서 모두가 괴물과 싸워야 하는 건 아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전선에서 물러나 도시의 중심부로 불려가게 된다. 이른바 ‘가디언’이 되는 거지.”

안으로 밀려들어온 여자들은 공간 안에 있는 남자들의 상태를 살피며 하나씩 골라내기 시작했다.

“너, 너··· 그리고 너.”

뭘 하는 걸까.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이해가 안 갔다.

사람을 납치하는 범죄조직이나 사이비 종교단체라 생각하기엔 현실적이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막 손등에 파란 빛이 튀고··· 가만히 있는데도 숨이 막히고··· 사람이 순식간에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전부 추렸습니다.”

“좋아, 데리고 나가.”

십여 명 정도를 골라낸 군인들이 그들을 데리고 나갔다. 전부 덩치가 작고 여리여리 했으며 생긴 게 제법 곱상한 남자들이었다.

“저들을 데리고 가서 뭘 하려는 거지?”

한 용감한 남자가 그리 질문하자 여인은 콧방귀를 뀌었다.

“알아서 뭘 하게?”

알려줄 생각이 없는 듯 매우 단호한 말투였다.

“자네들은 괴물과 싸워 살아남을 궁리나 해.”

선택 받은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 사이에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자, 그럼.”

여인은 다시 지시를 내렸다.

“남은 자들을 인솔하도록 해라.”

“가죠.”

자신을 소환한 장본인으로 추정되는 금발의 소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재연은 쓸데없이 반항했다간 그 시체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남자처럼 될까봐 얌전히 따랐다.

정녕, 이게 꿈은 아니겠지.

어렴풋이 따끔거리는 오른쪽 눈을 깜빡이며, 절망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말

일단 지르고 보겠습니다.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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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능력? +2 18.08.09 299 6 10쪽
2 통성명 18.08.08 356 5 9쪽
» 소환 +5 18.08.08 58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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