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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여성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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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8.08 15:54
최근연재일 :
2018.08.21 12:53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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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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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수 :
48,109

작성
18.08.1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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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벌써 능력이 생긴 건가?”

모두 재연과 같은 생각을 한 참이라 흩어졌던 이들이 거실로 모였다.

“아니. 그건 아닌데··· 기본적인 신체능력이··· 보통내기가 아니라서.”

“오호··· 과연. 보통 인간은 돌덩이를 맨손으로 부술 순 없지.”

세리스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우리가 소환을 했다곤 하지만 너희들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너는 특이한 인간이로군. 정체가 무엇이냐.”

“이곳으로 오면서 기억에 문제가 생겼다. 내가 뭐하던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다른 녀석들은 어떠냐? 뭔가 숨기고 있다면 굳이 꺼내라고 하진 않겠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의 재능을 아껴선 안 될 거다.”

하지만 강세준을 제외한 세 남자는 고개를 내젓거나 시선을 피했다. 그들은 강세준처럼 바위를 작살낼 수 있는 힘이 없었다.

“힘든 상황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인재가 있을 줄이야. 기쁜 일이다.”

세리스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끄덕였다.

“다른 녀석들도 어서 능력을 개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라. 당장 내일 모레부터 출동해야 하니까!”

그녀의 일갈에 다시금 흩어졌다.

“하아.”

연무장으로 돌아온 재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베아트리체가 왜 그러냐는 듯 쳐다보았다.

“너는 한숨이 안 나오냐? 하긴, 괴물과 싸우다 죽는 건 우리 역할이지?”

“아니에요. 단지, 좀 덤덤할 뿐이에요.”

“덤덤하다고? 이 상황이? 너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냐?”

“······.”

베아트리체는 대답하지 않았다. 재연은 그저 짜증을 내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괴물에게 죽어나갈 때, 너희는 뭐하냐.”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어?”

재연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명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저희도 나가요. 같이 나가서 함께 싸울 거예요.”

어딘가 생기가 부족한 느낌의 베아트리체가 감정을 드러내며 표정에 힘을 주고 있었다.

“···야.”

“왜요.”

“너 몇 살이냐.”

베아트리체는 그건 왜 묻는 거지? 라는 시선으로 쳐다보다가 말했다.

“15살이에요.”

15살이라··· 23살인 자신과 비교하면 8살이나 어리다. 그런데 자신은 벌써부터 포기하고 절망에 차서 징징거리기나 하고 있다니··· 나이를 거꾸로 먹었다.

부끄러워진 재연은 헛기침을 했다.

“베아트리체.”

“네.”

“괴물이란 거··· 뭐, 좋아. 어찌됐든 우리가 나가서 잡아야 하는 존재라고 하자. 그러면 여기 소환된 남자들이 전부 모여서 한꺼번에 잡으러 가면 안 되는 거야? 그 편이 좋을 텐데?”

본래 자연에서 약한 존재들이 무리를 짓는다. 살아남기 위한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말이다.

“무리를 지으면 그만큼 몰려온다는군요. 차라리 소수로 다니며 각개격파를 하는 게 좋다고 했어요.”

“그거, 어디서 가르쳐 준 거야?”

“소환식을 거치기 전에 저 같은 사람들은 모두 교육을 받아요.”

재연은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뭔가 상황 자체가 매우 부조리하게 느껴지는데 물어보면 그럴듯한 이유들이 튀어나왔다. 물론 모든 게 아니꼽게 느껴질 만한 입장이기도 하니까 그런 거지만···.

아냐. 지금은 고민할 게 따로 있다.

당장 내일 모레 괴물로부터 살아날 생각부터 해야 했다. 그것은 ‘선플라워’의 모두가 가진 생각이었다.

그 삐딱한 론도 어떻게 하면 능력을 개방시킬 수 있을지 에리나와 함께 고민하고 있었다.

밥을 먹을 때가 되자 모두 식탁에 모였다. 식탁은 꽤 크기가 커서 8명이 한 번에 앉는 게 가능했다.

저마다 뭘 했는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강세준의 신체능력이 보통 인간을 뛰어넘는다는 사실 외엔 내놓을만한 성과가 없었다.

식사 후에도 능력을 개방하기 위한 노력과 토의는 계속 되었다. 재연도 느꼈던 사실이지만 언제까지고 어린아이처럼 고집을 피울 순 없는 노릇으로 어찌됐든 내일 모레 있을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비를 해야 했다.

다만, 저녁이 지나서도 그대로라라는 건 마음 아픈 현실이었다.

“하아, 정말 걱정입니다.”

“응.”

세리스의 제안으로 이번엔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외출은 금지여서 집 안에서만 있어야 하는 조건이었다. 론과 강세준은 자기 방으로 가버렸고 남은 두 사람은 이렇게 마당이 보이는 마루에 앉아서 두 개의 달이 떠있는 하늘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나카무라는 상대가 누구든 존대를 썼다. 나이는 20살이라고 해서 재연은 편하게 동생처럼 대하기로 했다.

“나카무라. 너 정말로 일본인이야?”

“그렇다니까요. 형님은 한국에서 왔다고요?”

“어. 그런데 이렇게 말이 잘 통하다니. 너한테는 일본어로 들리는 거냐?”

“그러네요.”

상황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좀 더 내면에 담긴 이야기가 오가기 마련이다. 나카무라와 재연은 신세 한탄을 하며 자신의 생각을 나눴다.

“잠깐만.”

재연은 자리에서 이러나 베아트리체에게 가서 종이와 펜을 얻어왔다.

“자, 여기 한글을 써볼게. 어때?”

“나카무라··· 제 이름을 적었군요.”

“너도 한 번 써봐.”

슥슥, 그가 뭔가를 써서 건네주었다.

“이재연? 내 이름을 적었구나?”

“맞아요.”

재연과 나카무라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여긴 문자와 언어가 자신의 것으로 자동 변환되어 전달되는 모양이었다.

“여긴 보면 볼수록 이상한 곳입니다. 아직 밖으로 나가보질 못해서 장담할 순 없지만, 저희가 살던 세상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응. 그런 것 같아.”

하늘 위에 떠있는 두 개의 달만 아니면 어디 팬션에 놀러온 줄 착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너··· 능력 생겼냐?”

“아니요.”

“혹시 뭔가 막··· 시스템창 같은 거 보이거나 한 적 있냐?”

“시스템창이요? 아··· 그거 소설 얘기입니까? 저 평소에 자주 봤습니다. 소설 사이트에 이세계 장르가 엄청 올라오는데 제가 좋아하거든요.”

재연은 그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라, 혹시 그런 게 보인 겁니까?”

“아니··· 그런 게 생겼으면 해서.”

“하아,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일단은 비밀로 하기로 했다. 다시 보이지 않는 지금, 없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형님.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어둠이 깔린 마당을 바라보며 나카무라는 시무룩한 목소리를 냈다.

“글쎄···”

재연도 기운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아··· 그 말, 이상하게 느낌이 좋습니다.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하.”

나카무라는 생각 이상으로 단순한 성격인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네 커넥터는 어때?”

대충 화제가 떨어지자 슬슬 잡담으로 넘어갔다. 그건 남자가 으레 그러듯 여자와 관련된 주제였다.

“세리스 씨 말인가요? 아주 좋지요. 여왕님으로 섬길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저는 그런 여자가 딱 취향입니다!”

재연은 얼굴에 혐오감을 담았다가 어흠, 헛기침을 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자기한테 벌어진 일만 해도 보통이 아닌데 이런 사람이 있다고 해서 이상할 거야 없지.

“형님은요?”

“나? 그냥··· 생긴 건 작은 인형 같이 귀여운 아이인데··· 뭔가 나보다 어른스럽고 차분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호오.”

“짧은 틈이었지만 여기 여자들도 당사자란 생각이 들더라고. 언제까지 현실부정만 할 순 없겠다 싶더라.”

“호오, 호오.”

나카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즉, 사랑에 빠졌다는 거군요.”

“뭐, 사랑?”

“아, 오해하지 마세요. 그런 사랑이 아니니까요. 저도 세리스 씨와 사랑에 빠졌으니까요.”

열렬히 따르고 추종한다, 뭐 그런 의미인가? 재연은 알아서 결론을 냈다.

“앞으로 잘해보자.”

“네, 형님.”

“너희들. 이만 자러 가자. 10시다.”

“알겠습니다, 여왕님!”

“그러니까 그 호칭 그만두라고!”

어떤 의미론 저 멘탈이 부러운 재연이었다.

다음 날.

거실에 모두가 모인 상태에서 세리스가 말했다.

“전 날의 소식을 전해주겠다.”

날이 지나면 전 날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알려주는 게 규칙인 모양이었다.

“어제 출동을 나갔던 2소대의 반이 전사했다고 한다.”

“남자만 죽었지?”

론의 발언이었다. 평소와 같이 삐딱한 어조긴 했지만 재연은 내심 궁금한 사안이었다.

“그렇다.”

“그거 보라고! 죽는 건 우리야!”

“커넥터는 워커를 잃으면 그 즉시 자격을 박탈당한다.”

“죽는 것보다야 낫지!”

세리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다행인 점은 살아남은 두 워커의 능력이 개방됐다는 거다. 워미터 2마리를 잡아내는 소정의 성과를 냈다고 하더군.”

“위기 속의 각성! 바로 그거로군요.”

“복불복이잖아.”

재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아닌 이상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아무튼 오늘도 능력 개방을 위한 노력과 토의를 계속하도록 해라. 나카무라.”

“네네 여왕님!”

“나카무라.”

“아하하, 세리스 씨도 참, 까칠하다니까.”

저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 아닐까? 재연은 자신에게 저러라 해도 못할 것 같았다.


작가의말

당분간은 정해진 것 없이 올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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