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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여성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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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8.08 15:54
최근연재일 :
2018.08.21 12:53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754
추천수 :
48
글자수 :
48,109

작성
18.08.17 14:53
조회
189
추천
3
글자
10쪽

군인의 무기

DUMMY

[본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최적의 전투를 지원합니다.]


“크워어어억!”

성난 괴물이 주먹을 말아 쥐고 다가왔다. 그 행동은 결코 빠르다곤 할 수 없었지만 저 묵직한 주먹에 한 대라도 맞다간 뼈가 으스러지며 중상을 입을 게 분명했다.

피해야 해. 저건 피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쿠웅!

주먹이 재연이 있던 자리를 내려쳤다.

“크륵?”

하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기에 맨땅을 부쉈을 뿐이었다.

“헉, 허억···”

재연은 자신이 해놓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방금 강세준이 달려나간 것처럼 순식간에 몸을 날려 저 묵직한 주먹을 피한 것이다.

“뭐지?”

“크우어어어!”

화가 난 워미터가 흉포하게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 여유 부리던 자세를 버리고 진심으로 달려드는 느낌이었다.

-쿵!

다시금 주먹이 바닥을 내려쳤다. 이번엔 이전 일격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했다.

“크르륵?”

물론 바닥을 내려친 결과도 같았다.

“크와아앙!”

괴물이 더욱 화가 나서 재연을 찾았다.

“······.”

재연은 나무 위로 올라가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어안이 벙벙했다. 피해겠다고 생각한 순간 몸이 멋대로 움직인 거였다.

이건 혹시 능력?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개방된 건가? 그 위기 속에서의 각성이란 거구나?

묘한 흥분과 고양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좋아. 야, 괴물아!”

자신감을 갖고 소릴 지르자 괴물이 재연이 있는 쪽을 올려다보았다.

꿀꺽. 그 흉흉한 눈빛과 마주하니 다시금 공포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재연은 입술에 힘을 주며 용기를 냈다.

여기서 해내지 못하면 죽는다. 그야말로 배수진의 각오를 새겼다.


[원하는 전투 방식을 실행합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시스템창이 그에게 더욱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총, 총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검도 생각나긴 했지만 저 괴물과 직접 몸을 부딪치며 살을 찢어 피를 보자니 생리적인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감각이 덜한 총을 떠올렸다.

-지잉.

“우왓?!”

생각을 끝내자 그의 손에 총이 생겨났다.

“K2?”

군대에서 질리도록 다룬 그 총이, 재연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뭐, 아무렴 어떠랴. 중요한 건 무기가 생겼다는 점이고, 무엇보다 머릿속이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자신이 뭘 해야 좋을지 명확하게 알았고 그에 따라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타다다다다!

총구에서 불꽃이 뿜어졌고 연발로 나간 총알이 괴물에게 명중했다.

“크웍!”

총알을 잔뜩 먹여주었지만 그걸로 죽지는 않았다. 괴물은 고통과 분노가 뒤섞인 괴성을 내지르며 재연에게 달려들었다.

콰직, 주먹이 나뭇가지를 치고 나갔지만 이번에도 허공을 가로질렀다. 재연은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속도의 움직임에 입이 딱 벌어졌다.

바닥에 착지하고 물 흐르듯 견착 자세가 나온 다음 다시금 총구가 불을 뿜었다.

“크윽, 크악!”

쓰러지지 않는 괴물에게 총알세례를 퍼부었다.

‘뭔가 이상한데.’

K2의 탄창에 들어갈 수 있는 총알은 분명 한계가 있을 텐데 총구의 불꽃은 멈출 생각을 안 했다. 하지만 사격을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계속해서 쏘아댔다.

“크어억!”

괴물은 결국 총알세례를 버티다 못해 쓰러지고 말았다.

-쿠우웅!

바닥을 울리는 육중한 덩치의 충격음. 재연은 사격을 멈추고 총을 들어올렸다.

“후우.”

총을 붙잡고 있던 손이 뜨끈뜨끈 하다.

다시금 괴물의 상태를 확인하자 죽은 게 확실했다. 발로 툭 건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으···”

화약 냄새와 뒤섞여 나는 괴물의 썩은 내에 인상을 찌푸린 재연은 K2의 탄창을 빼내 안을 확인해 보았다.

“역시 비어있군.”

다 써서 비어있는 게 아니었다. 분명 50발은 넘게 쏘아댔다.

“뭐, 아무렴 어떠냐.”

능력이 생겨났고 그걸 바탕으로 이렇게 괴물을 해치웠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하하하하!”

그래서인지 기분이 좋아져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재연은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며 서있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워미터의 괴성에 몸을 움츠렸다. 어찌 한 마리는 해치웠지만 더 나타난다고 환영할만한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이크, 어서 도망가자.”

세리스가 알려준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와중에도 움직임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우거진 숲 속을 평지마냥 훅훅 달려 나가는데 자신의 몸을 누군가가 조종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숲을 빠져나가 평원으로 나갔다. 평원은 탁 트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만에 하나 괴물이 나타나도 금방 알아 챌 수 있어서 나름 안전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평원엔 먼저 나와 있는 사람이 둘 존재했다.

“형님!”

나카무라가 제일 먼저 달려왔다.

“살아 계셨군요. 다행입니다. 정신없이 달려가다가 보니 안 계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어쩌다 보니.”

“그런데 그건 뭡니까?”

재연은 손에 있던 K2를 들어보였다.

“총.”

“총? 어디서 난 겁니까? 아, 혹시 능력입니까?”

나카무라의 말투에선 어쩐지 경험자의 느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뭔데. 너 혹시?”

“네, 맞습니다. 형님, 저도 능력이 생겼습니다. 역시 위기 속에서 주인공은 빛을 발하는 모양입니다. 하하하!”

“무, 뭔데 그 능력이. 나처럼 총이 생기디?”

“총이요? 아뇨. 저는 그냥 빠르게 이동하는 능력이었습니다. 달리다보니 엄청 빨라지더군요. 어느 새 워미터가 쫓는 걸 포기할 정도로.”

재연은 나카무라의 뒤에 서있는 강세준을 힐끔 쳐다보았다.

“저 사람은?”

“저 사람은 저보다 살짝 늦게 나오더군요. 능력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물어도 말이 없구요.”

붙임성 좋은 나카무라가 알지 못한다는 건 저 남자가 어지간히 과묵하다는 뜻이리라.

“어쨌든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어.”

“아뇨, 대단한 건 형님입니다. 저, 평생 후회하며 살 뻔했다구요.”

“뭐, 원망하진 않아. 나라도 그랬을 거야.”

“하하하, 다행입니다, 다행이야!”


[전투모드가 해제됩니다.]


눈에서 아른거리는 문자가 사라지고 총도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재연은 약간 어안이 벙벙해서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맑았던 머리가 풀어지고 힘이 솟던 몸이 축 늘어지는 게 방금 전이랑은 확연히 느낌이 달랐으니까.

“왜 그러십니까, 형님?”

“아냐. 그런데 그 비행청소년은?”

“코쟁이 말입니까? 모르겠습니다. 같이 도망치긴 했는데 어디로 간 건지···”

설마 죽었을까? 트러블 메이커로 항상 분란을 조장하는 녀석이었으나 잘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여기지는 않았다. 딱히 슬프거나 안타깝다는 건 아니고.

“크억, 허억··· 허억!”

그때 덤불을 해치고 빠져나온 사람이 하나 있었다.

“코쟁이!”

나카무라가 깜짝 놀랐다. 상대는 당연히 론이었는데 피투성이였기 때문이다.

“무슨 일입니까? 괴물에게 당한 겁니까?”

“시, 시끄러··· 허억, 허억··· 이기고··· 이기고 왔다고.”

“오오~ 대단합니다! 근데 괜찮은 겁니까? 막 당장이라도 죽는 건 아니겠지요?”

“안 죽어··· 안 죽으니까··· 좀 닥쳐.”

숨을 헐떡이며 지친 얼굴을 한 론은 뺨에 묻은 진녹색 피를 떨어내며 헛구역질을 해댔다.

“크윽, 냄새··· 으으, 씨발.”

보아하니 괴물의 피였다. 뭔 짓을 했기에 저렇게 괴물의 피와 살점을 뒤집어 쓴 걸까?

“전부 왔군. 그럼 돌아가겠다.”

강세준은 이 모든 상황에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으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강세준 님. 당신은 정말 인간이 맞습니까?”

“인간이 맞다. 호들갑 떨지 말고 빨리 가자. 애송이가 힘들어 보이니까.”

“아, 네에.”

그의 카르시마와 추진력에 나카무라가 입을 다물었다.

네 사람은 조금 빠른 걸음으로 평원을 지났다. 가끔 론이 비틀거렸는데 나카무라가 투덜거리면서도 부축해주었다. 론 역시 굳이 도움을 받으면서도 틱틱거리진 않았다.

“너, 너희들··· 진짜로··· 살아있는 건가?”

귀환한 네 사람을 맞이한 세리스는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뭡니까. 죽기를 바란 겁니까?”

“그럴 리가 있나. 그저 놀랐을 뿐이다. 앞선 두 소대의 결과를 알고 있으니.”

“그건 그렇군요.”

“병원은 있나?”

강세준이 론을 가리켰다.

“병원은 아니고 의무실이 있긴 하지. 가자.”

의무실은 입구의 위병소 근처에 있어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론은 그곳에 입실하였고 치료를 받게 되었다. 대부분 타박상 정도라 약을 바르고 푹 쉬어서 다음 날이면 바로 퇴원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내일 에리나가 데리러 가도록.”

“예이.”

론이 의무실에 입실하고 세리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선플라워’로 복귀했다. 그녀는 이번 일에 대한 처리를 위해 할 일이 있다고 했다.

“우와, 대단한데.”

에리나가 휘파람을 불었다.

“나는 솔직히 기대 안 했어. 앞의 소대처럼 알아서 망할 거라 생각했는데··· 전원 살아서 돌아오다니. 게다가···”

“네, 맞습니다. 능력까지 생겼지요!”

근육을 자랑하듯 팔뚝을 굽히며 싱긋 웃는 나카무라.

“가만 보면 너만 그런 건 아닌 모양인데.”

“맞습니다. 하하, 우리는 물론이고 그 코쟁이까지 생긴 것 같더군요. 아참, 강세준 님은 모르겠습니다.”

“나는 능력이 생기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말해서 결과가 나왔다. 능력이 생긴 이는 강세준을 제외한 재연, 나카무라, 론이었다.

“아무튼 대단한 거야. 무사귀환은 물론이고 세 사람이나 능력이 생기다니. 뭐, 아저씨는 능력이 없다고 하지만 괜찮아. 맨손으로 바위를 부수는 사람이니까! 다를 바 없지!”

어쩐지 여자들도 신이 난 모양이었다. 베아트리체만 평소와 같은 표정이었고 강하늘과 에리나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오늘은 파티를 열어야겠어. 실력 발휘 좀 해야겠는데.”

강하늘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파티요? 하하, 좋습니다!”

나카무라까지 신나서 떠드니 금방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재연도 그 분위기에 자연스레 휩쓸렸다. 아직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순 없었지만 어쨌든 좋은 건 좋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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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뭐가 다르지? +2 18.08.19 155 3 12쪽
9 수상한 느낌 +1 18.08.18 165 3 10쪽
» 군인의 무기 18.08.17 190 3 10쪽
7 준비해! 18.08.15 184 5 9쪽
6 적응 18.08.13 199 4 9쪽
5 뭔데? +2 18.08.11 224 4 9쪽
4 기상! 18.08.10 231 3 9쪽
3 능력? +2 18.08.09 298 6 10쪽
2 통성명 18.08.08 356 5 9쪽
1 소환 +5 18.08.08 583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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