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사랑, 내 어여쁜 者야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6:41
최근연재일 :
2017.08.11 11:5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427
추천수 :
59
글자수 :
128,442

작성
17.08.10 08:54
조회
75
추천
2
글자
10쪽

제 29 부 지리산, 둘레길 걷다

DUMMY

매동 마을에 이사한 후 그들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가을이 오고 들판과 산들은 붉게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추석이 다가오자 집집마다 자녀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로 준비하는데 그들의 마음까지도 들썩이는 것 같았다.

“ 우리는 이럴 때 둘레길 돌까?”

“ 얼마나 걸어야 해요?”

“ 며칠이나 걸릴지 인터넷으로 찾아보자.”

민철이 방으로 들어가자 그녀도 따라 들어갔다. 그 길을 다 걷는다는 건 그들에게는 어쩌면 큰 모험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그 길을 걷다가 집에 가서 쉬고 며칠 후 또 걷고 그렇게 연결해서 걸으며 거의 열흘 이상 둘레길 돌았다고 블로그에 써놓았다.

“ 당신과 나는 무리다.”

“ 그래도 그냥 천천히 오래 걸리더라도 걸어 봐요. 내년에 더 못 걸어요. 나이가 들수록 어려울 것 같아요.”

“ 그럼 우리 단단히 준비하고 가자. 지리산이 우릴 기쁨으로 받아줘야 하는데...”

그들은 그 날 밤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오전에 둘레길 차림으로 사과과수원을 찾은 그들을 보고 주인장은 웃었다.

“ 어디 가신다요.”

“ 지리산 둘레길 다 돌아보렵니다.”

“ 하이고... 그거 만만치 않을틴디요.”

“ 그래도 지금이 적기 같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늦다싶을 때 가야겠습니다.”

“ 잘 댕겨 오시소.”

“ 예. 집 한번 씩 둘러봐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 염려 마시랑께요.”

그들은 주인장과 헤어져 매동 마을을 돌아 걸어갔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자 농민들의 손길이 바빠졌다.

들판에 수수가 고개를 숙이고 하늘은 말할 수 없이 높고 푸르렀다. 둘레길에서 만난 오래된 감나무에 감이 익어가고 가지가 찢어질 듯 보였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다랑이논에 누렇게 익은 벼들이 마치 순종하는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등구재를 지나 금계에서 첫 번째 민박을 하기로 하고 첫날이라 성혜가 더 걷기에는 무리였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저녁식사 후에 그들은 잠에 빠졌다.

다음날 오전에 금계를 떠나 강물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서 좋은 풍경을 만나면 그는 어김없이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바빴다.

사진작가로 남기위해 이제는 그의 열정을 다 쏟아 부었다.

바람재를 지나며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대나무를 만났다. 그 터널을 지날 때 대나무 이파리가 소리 내며 숲속 정적을 깨뜨렸다.

그날 밤 성심원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아침에 식사를 하고 걸어가다가 보니 어느 집 울타리에서 탱자가 익어가고 있었다.

그 집 문안을 들여다보니 꽃밭에 주홍빛 꽈리가 등불을 켜고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들의 둘레길 걷기는 힘이 들어도 강행했고 보이는 건 일손이 바빠서 따지 못한 감들은 홍시가 되어있었다.

소나무 숲길은 굽어있어서 보기에도 좋았고 맑은 계곡물도 투명하게 빛났다. 둘레길 에도 억새가 하얗게 피어나고 있었다.

스레트 지붕 아래로 곶감이 하얀 분을 몸에 칠하며 말라가고 있었다. 산 가까이 밤나무가지에 밤이 가을을 툭툭 터지고 있었다.

길가로 구절초가 하얗게 피어나고 보랏빛에 참 예뻤다. 이제 물들기 시작하는 나무들이 제각각 붉은 옷으로 노랑 옷으로 혹은 갈색으로 바꿔 입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길을 걷기 전에 산 아래로 운무가 피어나는 풍경은 그가 다시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그들의 둘레길 걷기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사실 둘레길 걷자는 건 구실이었을지 모르겠다.

풍경사진에 시간을 더 빼앗기고 있었다. 오미에 이르자 섬진강이 보여 그들은 섬진강을 따라 걸어가고 민철은 오래 전 여름에 혼자 섬진강에서 사진을 찍었던 것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혼자서 웃자 성혜가 그의 팔을 흔들며 물었다.

“ 혼자 웃기예요?”

“ 응. 오래 전 혼자 섬진강에서 사진 찍었던 게 생각나서...”

“ ...”

“ 성혜야. 내가 곁에 있어서 너무 좋다.”

“ 때론 귀찮을 때도 있죠?”

“ 아니. 얼마나 널 기다렸는데...”

민철이는 옆에 앉아있던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날은 구례여관에서 오랜만에 샤워도 하고 푹 쉬었다.

그 다음날 아침에 해가 중천에 뜨도록 그들은 밤에 빠져있었다. 여관종업원이 와서 그들의 문을 쾅쾅 두드리며 깨웠다.

“ 여보 우리 일어나요.”

“ 맞다. 산수유 마을 들리고 주천에서 하룻밤 또 내일 걷다가 운동에서 하룻밤...”

“ 우리 이번에 너무 외박이 많았네요.”

“ 옛날 같으면 쫓겨나는 상황이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 사진작가가 좋네요. 출근할 걱정도 없고...”

“ 이제 일어나서 밥 먹고 출발하자.”

그들은 늦게 일어나 밥을 먹고 그 날 하루 종일 걷고 있었다. 봄에 오면 더 아름다웠을 산동마을을 지나고 주천까지 걸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노랑주홍의 노을이 물들 무렵 그들은 오랫동안 비워둔 꽃담이 예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집이 얼마나 그리웠던지 그들은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 여보세요?”

“ 두 사람 어떻게 된 거니?”

“ 둘레길 다 걸었다. 지금 도착했어.”

“ 지리산에서 살면서 그래.”

“ 응. 둘레길 걷자 해서”

“ ...”

“ 무슨 바람이냐? 어머니가 전화했더라. 통 소식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 보름 넘게 걸었나봐.”

“ 내 참... 그러면 말을 하고 가던가.”

“ 지금 전화할게. 나중에 통화하자.”

성혜는 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 엄마.”

“ 하이고 나는 소식이 없어 현미에게 알아보라고...”

“ 심 서방이 지리산 둘레길 걷자 해서 보름 넘게 집을 비웠어요.”

“ 지리산에서 살면서 산을 보러갔다고?”

“ 사실은 사진 찍으러 갔어요. 참 좋았어요.”

“ 아무튼 잘 사니 됐다. 지윤이도 걱정하더라.”

“ 지금 전화할게요.”

“ 그래.”

“ 엄마. 추석되기 전에 와요. 여긴 너무 예뻐요.”

“ 응.”

“ 와서 푹 쉬고 가셔요.”

“ 그러마.”

성혜는 딸에게 전화를 했다.

“ 나야.”

“ 엄만 왜 전화도 받지 않아. 어디 갔었어?”

“ 응. 둘레길 보름동안 걸었어.”

“ 둘레길 그렇게 오래 걸었어?”

“ 사진을 찍는데 더 시간을 보낸 거 같다.

“ 참 부럽다 엄마.”

“ 너도 언제 나와서 조금이라도 걸어 봐. 좋더라.”

“ 엄마. 12월에 하순에 비행기티켓 보낸다. 아버지랑 두 분이서 와요.”

“ 유럽에 추울 땐 싫더라.”

“ 엄마. 빈 필 신년음악회 티켓 올 초에 어렵게 구했는데”

“ 그거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기라고”

“ 피터가 엄마에게 꼭 선물하고 싶다고 해서.”

“ 고맙다. 갈게.”

“ 기다릴게요. 엄마. 사랑해.”

성혜가 수화기를 놓고 곁에 서있는 민철이를 끌어안으며 좋아했다.

“ 지윤이가 빈 필 신년음악회 우리에게 보여주겠데... 비행기 티켓 보낸다고 하네요.”

“ 그렇게 좋아?”

“ 그럼요. 내가 말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보고 싶다 그랬거든요.”

“ 좋겠다. 한성혜씬”

“ 당신이랑 같이 오래요. 12월 하순경에... 그런데 뭘 입지?”

“ 너무 흥분한다.”

“ 언젠가 텔레비전으로 보니까 일본여자가 기모노입고 있더라. 우리 전주 가서 한복 맞춰요. 두루마기부터 완벽하게...”

“ 그렇게 까지 해야 돼?”

“ 그럼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거든요.”

“ 며칠 쉬고 전주 가자.”

“ 알았어요. 나 먼저 씻을게요.”

한껏 기분이 좋아진 성혜가 그에게 웃었다.

다음날 오전에 사과과수원에 가니 주인장이 잘 갔다 왔냐며 반색을 했다.

“ 지리산이 반갑다 합뎌?”

“ 네.”

성혜가 웃으며 대답했다.

“ 그럴 것이요. 지리산 큰 산이지라.”

“ 사과는 언제 땁니까?”

“ 곧 따야지요이. 손이 딸려서요.”

“ 우리도 어떻게 따는지 가르쳐주면 일 돕겠습니다.”

“ 그라면 정말 좋지요.”

주인장은 입을 헤 벌리며 좋아했다. 그 해 가을 매동 마을 추석으로 떠들썩한 며칠이 가고 사과도 거의 다 거둬들이고 한가한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온 친정 부모님도 매동 마을의 골목길에서 가을을 충분히 즐기고 있었다. 어머니는 동네 할머니들과 산국을 찾아 따가지고 차를 만들며 좋아했다.

아버지는 아침마다 고샅길을 걸어 다니며 기분 좋은 얼굴이 되었다.

며칠 동안 어머니의 가을나들이는 그렇게 끝나고 국화차를 소중하게 가방에 넣으며 행복해했다. 친정 부모님이 서울로 돌아갔다.


어느 날 그들은 전주 웨딩거리에 있는 한복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

“ 어서 오세요.”

곱게 한복을 입은 아주머니가 일어서 그들을 맞았다.

“ 한복을 맞추려구요.”

“ 예. 두 분다 하시려고요?”

“ 네.”

“ 여기 책에서 보세요.”

성혜에게 책을 주고 자리를 비우더니 향긋한 차를 끓여 투명한 찻잔에 내와 건네었다.

“ 드시면서 천천히 고르세요.”

“ 네. 당신도 봐요.”

“ ...”

그들은 차를 마시면서 책을 보고 있었다. 민철이는 평범한 한복을 맞추고 두루마기는 황금빛으로 맞추었다.

성혜는 검정치마에 진녹색 저고리에 빨강 빛 고운 두루마기 그리고 검정색 조바위까지 완전히 갖추었다.

“ 12월 초까지 완성할게요.”

“ 고마워요. 수고하세요.”

“ 예쁘게 만들어 놓을게요.”

성혜 부부가 경기전에 들어가 보니 꽤 넓은 곳이었다. 초겨울의 쓸쓸함을 대나무가 스치듯 소리를 내었다.


그들이 나와서 저녁식사로 찾아간 곳은 고궁이란 음식점이다. 유기그릇에 나온 비빔밥은 정성스럽게 만들어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예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사랑, 내 어여쁜 者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제 30 부 빈 신년음악회 17.08.11 64 1 11쪽
» 제 29 부 지리산, 둘레길 걷다 +1 17.08.10 76 2 10쪽
28 제 28 부 꽃담, 청매 심다 +2 17.08.09 75 2 9쪽
27 제 27 부 지리산 자락에서 +2 17.08.08 89 1 9쪽
26 제 26 부 겨울, 춘천에 가다 17.08.07 75 1 9쪽
25 제 25 부 그들만의 소꿉놀이 17.08.04 63 2 9쪽
24 제 24 부 낯선 바닷가에서 17.08.03 88 1 10쪽
23 제 23 부 충만한 사랑이어라 +2 17.08.02 78 1 11쪽
22 제 22 부 머뭇거리지 않는 사랑 +2 17.08.01 78 2 10쪽
21 제 21 부 그들은 다시 만나고 +1 17.07.31 82 3 9쪽
20 제 20 부 지리산의 겨울 +2 17.07.27 91 3 10쪽
19 제 19 부 해운대에서 그녀 안다 +2 17.07.26 94 2 9쪽
18 제 18 부 장흥, 나무 아래 묻다 ( 2 ) 17.07.25 61 2 9쪽
17 제 17 부 장흥, 나무 아래 묻다 ( 1 ) 17.07.24 59 2 9쪽
16 제 16 부 산산이 부서진 이름 17.07.20 59 2 10쪽
15 제 15 부 천리포 수목원에서 17.07.19 55 2 10쪽
14 제 14 부 성혜, 빈으로 가다 17.07.18 57 2 9쪽
13 제 13 부 결혼, 아주 특별한 의미 17.07.17 62 2 10쪽
12 제 12 부 참 아름다워라 17.07.13 61 2 9쪽
11 제 11 부 사랑은 운명처럼 17.07.12 61 2 10쪽
10 제 10 부 빈으로 떠나다 17.07.11 58 2 10쪽
9 제 9 부 채석강, 겨울바다 17.07.10 66 2 10쪽
8 제 8 부 가을, 남산에 오르다 17.07.06 60 2 9쪽
7 제 7 화 소나기, 경복궁에 내리다 +2 17.07.05 79 2 10쪽
6 제 6 화 내 그리운 사람 +2 17.07.04 103 3 9쪽
5 제 5 화 초여름, 아름다워라 17.07.02 86 2 10쪽
4 제 4 화 봄에 찾아온 기쁨 +2 17.06.29 99 2 8쪽
3 제 3 화 피아노 경연대회 +2 17.06.28 133 2 12쪽
2 제 2 회 네 꿈을 펼쳐라 17.06.27 105 2 10쪽
1 제 1 회 세계적인 사진작가 되다 +2 17.06.26 211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