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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사랑, 내 어여쁜 者야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6:41
최근연재일 :
2017.08.11 11:5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473
추천수 :
59
글자수 :
128,442

작성
17.07.27 07:38
조회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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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제 20 부 지리산의 겨울

DUMMY

비행기가 하늘을 날기 시작했을 때 성혜는 그가 준 편지를 읽어갔다. 이제 너를 놓칠 수 없다는 그의 편지를 보며 얼굴을 감쌌다.

지윤 아빠의 일주기가 지나면 둘만의 사랑을 소중하게 이루며 살자는 민철의 아주 진솔한 청혼의 편지를 가슴에 안았다.

‘ 민철씨...’

지윤이가 보내 준 비즈니스 석에서 성혜는 두툼한 담요를 덮고 아주 편안한 자세로 잠에 빠져들었다.


민철이가 공항에서 돌아와 성혜의 사진 앞에 섰다.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했다.

‘ 이제 다시는 널 놓치지 않을게. 그 오래전 일은 내겐 지독한 악몽이었어.’

그는 성혜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비하면 한결 밝은 얼굴로 코트를 벗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에는 나무로 만든 자연 그대로의 십자가가 침대 위에 걸려있었다.

못으로 박지 않고 전주 한옥 마을에서 산 것 같은 붉은빛의 종이끈으로 두 나무를 묶은 나무 십자가였다.

옷장을 열고 코트를 걸었다. 피곤한 듯 옷을 벗어 걸고 침대에 누웠다. 이내 그는 잠이 들었고 그의 낮은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빈 공항에는 피터랑 지윤이 그리고 귀여운 손녀 다율이도 마중 나왔다. 게이트에서 나와 두리번거리는 성혜를 보며 지윤이가 손을 흔들었다.

“ 엄마.”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지윤이가 와락 끌어안았다. 피터도 다율이도 그녀를 에워쌌다.

“ 가요. 엄마.”

피터가 가방을 끌고 앞장섰고 성혜와 지윤이는 다율이 손을 양쪽에서 잡고 피터 뒤를 따라갔다.

피터의 집에는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거실에 트리가 세워지고 작은 별들과 예쁜 종들이 걸려있었다. 다율이가 걸어와서 성혜의 손을 잡았는데 앙증맞게 작은 손이었다.

“ 할미. 할미.”

놀랍게 우리말로 성혜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다율이를 꼭 끌어안고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 사랑해. 다율아.”

귀여운 손녀가 자신에게 안기자 옛날에 핏줄은 못 속인다는 말을 실감하는 중이었다.

피터가 아래층의 깔끔하게 정돈된 넓은 방으로 성혜의 가방을 옮겨놓았다. 지윤이가 들어와 성혜를 안으며 말했다.

“ 엄마. 서울에 갈 때까지 이 방에서 살아요.”

“ 그래. 고맙다.”

“ 엄마가 무서워 집에서 자지도 못한다는 말에 얼마나 울었는데...”

“ 그 큰 아파트가 무서워지더라.”

“ 이제 푹 쉬었다 가요.”

“ 알았다. 나 좀 자야겠다.”

“ 맞다. 비행기 오래타서 일주일은 푹 쉬셔요.”

지윤이가 방문을 열고 조용히 나가자 성혜는 옷을 갈아입고 침대로 들어갔다. 포근한 느낌이 좋아 어느 새 잠이 들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민철은 지리산으로 떠났다. 어느 해 여름 풍광을 찍을 때와 달리 그 추운 매동 마을에서 일주일은 큰 기쁨의 시간들이었다.

여름날의 그 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의 얼굴은 이제 밝게 빛났다. 매동 마을에서 사과밭을 겸하여 민박을 하는 주인장과 같이 지리산의 풍광 좋은 곳을 찾아서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짧은 겨울해가 얄미울 때도 있었다.

노루목에 서있는 당산 소나무에 폭설이 내려 하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다. 그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음에 기분이 좋았다.

“ 심 선생님. 이제 그만 내려가장께요이.”

“ 그럽시다. 춥지요?”

“ 예.”

그들은 산속에서 깡충거리며 뛰어가는 토끼도 보았다. 덮인 눈 속에서 잘 뛰어가지 못했다. 눈 속에 파묻히면서 두 귀를 움직이며 나무 뒤로 뛰어갔다.

집으로 돌아와 먹는 저녁식사는 꿀맛이었다. 지리산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나물들과 석쇠로 불 위에서 구워진 작은 조기 한 마리도 참 맛있었다.

“ 주인장. 매동 마을에서 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 심 선생님 시골에서 살 생각을 어찌 하신다요.”

“ 이젠 사진작가로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언제요.”

“ 이 년 후쯤... 마을에 내가 살만한 집이 있으면 사서 고쳐 살고 싶습니다.”

“ 혼자 사는 할머니가 계신데 연로하셔서 전주에 사는 딸이 가자합디다만.”

“ 그 집 내일 한번 둘러보고 할머니가 판다면 사고 싶습니다.”

“ 시골에서 심심혀 어찌 살랑가요이?”

” 원래 시골이 고향입니다.“

“ 예. 내일 보고 마음에 들면 말해보지요이.”

심 민철은 방으로 들어와서 긴긴 겨울밤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했다. 어디선가 부엉이가 지리산을 고요를 깨뜨리고 있었다. 한밤중에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장 닭의 홰치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지리산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밖에는 어제 밤에 폭설이 내린 듯 설경이 펼쳐지고 감나무 높은 꼭대기 가지에 까치밥은 하얗게 모자를 쓰고 있었다.

산새들이 날아와 까치밥을 쪼아 먹으며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대문 앞에서 싸리비소리가 들려왔다. 민철은 마당을 지나 나가보았다.

주인장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싸리비를 건네주었다. 그가 얼른 싸리비를 받아서 쓸기 시작했다.

시골 외할머니 집에서 겨울방학이면 누나하고 서로 싸리비를 차지하려던 그 옛날이 그리워졌다.

아침식사를 하고 주인장과 함께 왕시루 봉으로 사진을 찍으러 갈 때 그의 아내가 고구마와 보온병에 담긴 커피를 건네주었다.

“ 이게 뭔디.”

“ 점심이지요. 이런 눈 속에 잘 댕겨와요.”

“ 걱정 말드라고... 선생님 허고 둘이 가니께. 그라고 실한 차가 있잖여.”

“ 다녀오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민철은 차에 오르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 곁에 주인장과 함께 차를 아주 천천히 몰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매동 마을을 나와 남원으로 가고 있었다.

남원시내를 지나 곡성으로 가는 국도 17번을 따라 차는 거북이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봄이면 화려한 벚꽃길인데 지금은 섬진강도 꽁꽁 얼었는지 강물 흐르는 게 보이지 않고 아마 얼음 짱 밑에서 흐르나 보다. 차는 천천히 노고단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겨울 산에 산과 산 사이 구름바다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자동차 바퀴 체인에 감긴 눈을 민철이 털어내고 있었다. 주인장은 아내가 끓여준 커피 한 잔을 그에게 내밀었다.

“ 추운데 같이 드시지요이.”

“ 고맙습니다.”

커피가 이렇게 맛있는지... 민철은 천천히 오래도록 마시고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폭설 속에서도 노고단은 웅크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서 있었다. 민철의 카메라 셔터소리만 들려오고 주인장은 어느 새 차안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 보는 것이 안타까워 민철은 폰으로 동영상으로 찍기 시작했다.

폰 촬영이 끝나고 추워서 왕시루 봉으로 가지 못했다. 지리산은 혼자만의 겨울을 즐기는 것 같았다. 산들이 겹겹이 폭설 속에서도 전혀 요동하지 않았다.

구름바다도 햇살도 눈보라소리 조차도 선뜻 속살을 보이지 않았다.

“ 선생님 이제 그만 가십시다. 왕시루 봉은 봄에 가야겠습니다.”

“ 그럽시다. 겨울은 쉬 어두워져서...”

민철도 추워 이제 집으로 가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다음날 가려고 짐이라야 가방과 카메라 가방뿐인 것을 챙기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고 주인장과 민철은 할머니 집을 둘러보았다. 삼백 평 쯤 되는 오래된 집은 밖으로 굳게 잠겨있었다.

“ 전주딸집으로 가셨구만이라. 추운디 혼자 밥 지어 잡수기가 여간 거시기 한께요.”

“ 봄에 내려와 보도록 하지요.”

“ 예. 그라지요.”

일주일의 지리산여행을 마치고 주인장 내외에게 인사를 하고 그는 서울로 돌아왔다. 오피스텔에 들어서니 사진 속 성혜가 웃고 있었다.

“ 네게 보내주려고 지리산의 구름바다 찍었다. 보낸다.”

민철은 노고단에서 찍은 사진을 보냈다. 오후 4시에 보냈을 때 빈은 밤이어서 그 시각에 성혜는 지윤이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폰에서 카 톡이 울리고 그녀가 볼 때 자연스럽게 지윤이도 보게 되었다.

“ 엄마. 누가 보낸거야?”

“ 으응. 엄마친구가 보냈네.”

“ 알았다. 골드 미스터?”

“ 그래. 내가 서울을 떠나 해운대에서 방황했을 때 날 찾아와서 다시 만났어.”

“ 엄마가 거기 있는 거 어떻게 알고?”

“ 현미이모한테 폰 번호 가르쳐 달라 해서 위치추적으로...”

“ 대단한 아저씨다.”

“ ...”

“ 엄마도 그 분 사랑해?”

“ ... 사랑일까?”

“ 같이 있을 때 편안했어?”

“ 아니 평안했단다. 마음이 그리 평안하더라.”

“ 사랑이네. 지극히 아름다운...”

“... 지윤아.”

“ ...”

“ 엄마가 정상은 아니지?”

“ 아냐. 엄마. 그 사랑 충분히 누려도 되는 거 난 알아요.”

“ 미안하다.”

“ 언젠가 아빠가 술에 취해서 엄마한테 퍼붓던 날 중3때였어요.”

“...”

“ 아빠의 술주정을 할 때 아무 말 없이 들으며 숨죽여 울었을 때...”

지윤이가 어느 새 울고 있는 엄마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서로에게 마음속에 있던 말들을 다 쏟아내었다.

“ 그 때는 어려서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피터랑 결혼할 때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야한다고... 하던 날.”

“...”

“ 그제야 난 엄마가 얼마나 아픈 결혼생활을 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어.”

“ ...”

“ 엄마. 이제 그 아저씨 곁으로 당당히 가요.”

“ ...”

“ 아저씨가 뭐래?”

“ 응. 아빠의 일주기가 끝나면 결혼하재. 너한테 올 때 공항에서 편지 주더라.”

“ 난 엄마 결혼하는 거 절대 찬성이다. 아마 피터도 찬성할 거야. 엄마.”

“ 사람들이 흉보지 않을까?”

“ 흉보고 싶으면 보라 그래. 난 언제까지나 엄마편이다. 웨딩마치는 내가 친다.”

“ ...”

“ 참 피터보고 바이올린 부탁해야겠다. 엄마 잘 자.”

지윤이가 그녀의 품에서 나와 다율이와 피터가 있는 이층계단으로 다다다 소리 내며올라가고 있었다.


성혜는 빙그레 웃으며 민철에게 지윤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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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 30 부 빈 신년음악회 17.08.11 64 1 11쪽
29 제 29 부 지리산, 둘레길 걷다 +1 17.08.10 79 2 10쪽
28 제 28 부 꽃담, 청매 심다 +2 17.08.09 77 2 9쪽
27 제 27 부 지리산 자락에서 +2 17.08.08 92 1 9쪽
26 제 26 부 겨울, 춘천에 가다 17.08.07 77 1 9쪽
25 제 25 부 그들만의 소꿉놀이 17.08.04 63 2 9쪽
24 제 24 부 낯선 바닷가에서 17.08.03 88 1 10쪽
23 제 23 부 충만한 사랑이어라 +2 17.08.02 80 1 11쪽
22 제 22 부 머뭇거리지 않는 사랑 +2 17.08.01 82 2 10쪽
21 제 21 부 그들은 다시 만나고 +1 17.07.31 84 3 9쪽
» 제 20 부 지리산의 겨울 +2 17.07.27 93 3 10쪽
19 제 19 부 해운대에서 그녀 안다 +2 17.07.26 95 2 9쪽
18 제 18 부 장흥, 나무 아래 묻다 ( 2 ) 17.07.25 61 2 9쪽
17 제 17 부 장흥, 나무 아래 묻다 ( 1 ) 17.07.24 60 2 9쪽
16 제 16 부 산산이 부서진 이름 17.07.20 61 2 10쪽
15 제 15 부 천리포 수목원에서 17.07.19 55 2 10쪽
14 제 14 부 성혜, 빈으로 가다 17.07.18 60 2 9쪽
13 제 13 부 결혼, 아주 특별한 의미 17.07.17 62 2 10쪽
12 제 12 부 참 아름다워라 17.07.13 61 2 9쪽
11 제 11 부 사랑은 운명처럼 17.07.12 64 2 10쪽
10 제 10 부 빈으로 떠나다 17.07.11 60 2 10쪽
9 제 9 부 채석강, 겨울바다 17.07.10 66 2 10쪽
8 제 8 부 가을, 남산에 오르다 17.07.06 60 2 9쪽
7 제 7 화 소나기, 경복궁에 내리다 +2 17.07.05 82 2 10쪽
6 제 6 화 내 그리운 사람 +2 17.07.04 103 3 9쪽
5 제 5 화 초여름, 아름다워라 17.07.02 88 2 10쪽
4 제 4 화 봄에 찾아온 기쁨 +2 17.06.29 101 2 8쪽
3 제 3 화 피아노 경연대회 +2 17.06.28 136 2 12쪽
2 제 2 회 네 꿈을 펼쳐라 17.06.27 105 2 10쪽
1 제 1 회 세계적인 사진작가 되다 +2 17.06.26 2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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