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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사랑, 내 어여쁜 者야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6:41
최근연재일 :
2017.08.11 11:5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474
추천수 :
59
글자수 :
128,442

작성
17.07.05 06:48
조회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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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제 7 화 소나기, 경복궁에 내리다

DUMMY

제 7부 소나기, 경복궁에 내리다




지리한 장마가 계속되었다. 심민철은 증도 다리를 건너 서해고속 도로로 차를 몰아 서울로 향했다. 바다 위로 걸어오는 성혜가 사라지고 그는 다시 몇 년 동안 보지 못한 그녀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아마 경복궁 근정전 그 자리에 서있을 것 같은 환상 속에서 그는 비가 세차게 앞 유리창을 두드리는 걸 윈도우 브라쉬로 연신 닦아내었다.


경북궁 근정전 앞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성혜는 비닐우산을 쓰고 천천히 아무도 오지 않은 돌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빗방울도 아름답다 느끼며 초록비 사이로 걸어가고 있었다. 경회루가 보이고 연못 위로 쏟아지던 빗줄기가 연꽃 무리 그 시퍼런 넓은 잎사귀에도 쏟아지고 있었다.

왼쪽으로 돌아 명성왕후가 시해된 장소에 섰다. 조선 말기 암흑기에 일본의 낭인들은

한 밤중에 경복궁에 난입했다.

건청궁에 무례하게 침입하고 여러 명의 상궁들과 명성왕후를 기어이 찾아내 살해했다. 그것도 모자라 명성왕후를 그냥 불살라버리는 끔직한 장소에 성혜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명성왕후의 눈물일까?

그리 세차게 소나기가 내리는 것은... 성혜도 울고 있었다. 같은 서울 하늘아래 살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걸아가야만 했던 그 지난날이 서러워 그녀는 빗줄기속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그 때 폰이 울렸다. 현미의 이름이 뜨고 계속 신호음이 들려왔다. 성혜가 폰을 꺼버리고 걸어가는데 문자가 왔다.

‘ 빗속에서 뭐하니? 경복궁이지?’

문자에 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전국의 항아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어릴 때 장독대에 있던 항아리를 윤기 흐르게 닦아내던 친정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장독대 앞에 피어나던 채송화도 봉숭아도 그리고 하얀 접시꽃과 빨강 접시꽃이 장독대 옆으로 피어났던 한 여름이 생각이 났다.

우산을 젖혀 소나기를 맞고 있었다. 장독대 앞으로 언제 만들었는지 인공 수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수로가 넘치며 흐르고 그녀는 자경전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자경전의 꽃담은 늘 그녀의 마음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궁궐답게 꽃들이 자경전 담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발길을 옮긴 곳은 교태전 이었다.

그곳에 있는 아미산 굴뚝은 아름다워서 경복궁에 오면 들리는 곳이었다. 옆으로 난 문 주위로 꽃담은 예쁘게 그녀를 반겨주고 있었다. 그리 향기롭진 않아도 왕비의 침전으로 사용되었다.

그곳에 오래 전에 ‘ 너를 왕비처럼 사랑하고 죽음까지도 함께 할 거야 ’ 했던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아미산 정원은 아담하고 우리나라 들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소나기에 흠뻑 젖어서 꽃 아래로 빗방울이 맺혀있었다.

아미산 옆으로 난 작은 문으로 심민철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 이십대의 그 청년은 오십대의 중년이 되어 그녀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성혜가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성큼성큼 다가와서 성혜를 힘있게 안으며 떨고 있는 그녀에게 오래도록 입맞춤을 했다.

성혜의 얼굴에 눈물인지 빗물인지 흐르고 있었다. 그가 던진 우산과 성혜의 우산은 교태전 뒷마당 하얀 흙 위에 그렇게 놓여 있었다.

“ 여기에 와 있었니?”

민철이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이었다. 서로가 아직도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름 날 소나기 속에서 어쩌다 마주치는 것이다. 그녀의 납치 결혼 후 지금까지 민철은 결혼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와 결혼식을 앞두고 맞춘 결혼반지를 스스로 넷째 손가락에 끼고 성혜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제 성혜를 놔줘도 좋으련만 흐르는 세월 속에서 민철은 더욱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 나 배고프다. 넌?”

“ 괜찮아요.”

“ 차가지고 왔니?”

“ 네.”

“ 차에 가 있어. 내가 간단하게 커피와 샌드위치 사올 게.”

두 사람은 주차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성혜가 차의 운전석으로 들어갔고 그는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서 그녀는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마치 오랜 영화 필름이 돌아가는 것처럼 순식간에 머릿속을 헤집고 추억은 지나가고 있었다.

얼마 후 그는 커피 두 잔과 따듯한 빵을 들고 왔다. 샌드위치보다 평소에 그녀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빵을 내민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 고마워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려나오자 민철이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비 오는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 이제 비도 그치고 오후의 맑은 하늘이 보였다.

“ 갈게요.”

“ 그래. 잘 가. 이렇게라도 만나니 고맙다.”

“ ...”

그가 차에서 내리자 성혜는 시동을 걸고 천천히 경복궁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그녀의 차가 경복궁 옆문으로 사라질 때 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심민철은 오피스텔로 돌아 와 사진실로 들어갔다. 거기에 증도의 해변이 인화되어 걸려 있었다.

그곳에 소금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숲길에서 만난 들꽃이 소스라치며 놀라는 모습도 있었다. 밝은 분홍빛 해당화가 바닷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나고 있었다.

그가 암실을 나와 빗속에서 떨고 있던 성혜를 생각해내었다. 그리 시간이 흘렀는데도 미련하게 잊지 못하는 제자신도 안타까웠다.


성혜가 집으로 돌아와 젖은 원피스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세차게 물을 틀어놓고 마치 빗속에서처럼 쏟아지는 물속에 서 있었다.

그가 안아주었고 오래도록 입맞춤을 한 그녀의 입술을 두 손으로 소중하게 만지며 울고 있었다. 그가 내민 손가락에 지금도 끼어져있는 반지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 어떡해. 어떡해.”

그가 너무 불쌍해서 그만 엉엉 큰소리로 울고 말았다. 성혜는 몸이 덜덜 떨려 와서 샤워를 마치고 침대로 가서 누웠다.

그리고 침대 전기 스위치를 누르고 잠들어버렸다. 형석이가 퇴근을 하여 집에 돌아왔는데도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이제는 가정을 돌아보기 시작한 형석이가 고마웠어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심민철을 항상 그리워했다.

그가 옷을 갈아입고 어설프게 식사를 준비하다가 그냥 치우고 성혜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성혜는 형석이가 차를 운전하고 김포의 작은 바닷가 어시장 가서 갓 잡아 올린 생선을 샀다.

근처의 음식점에서 매운탕으로 만들어 달라 부탁하고 창가에 앉아 기다렸다. 얼마 후에 매콤한 매운탕이 그들 앞에 놓였고 형석이가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며 성혜도 수저를 들었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하고 바다가 보이는 해변도로를 형석은 달리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아직도 긴 머리칼을 고집하는 성혜의 머리칼을 날리고 있었다.

형석이가 그녀의 흩날리는 머리칼을 어루만져 주었다. 몸을 움츠리다가 바로 태연하게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성혜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느 바닷가에서 차를 멈추었다. 서해로 지는 해가 이제는 노을만 남긴 채 사방은 어두워졌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에 잠겨서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이 차가워지자 그 해안선을 따라 돌다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지윤이가 피아노학원에서 돌아왔다.

“ 엄마. 나 배고파.”

“ 그래. 엄마 빨리 차릴게. 어서 씻고 나오렴.”

성혜는 부엌으로 가서 간단하게 식사를 차리고 있었다. 힘차게 물소리가 끝나고 시원한 얼굴로 지윤이가 나와서 식탁에 앉았다.

잘 익은 열무김치가 맛있게 보였다. 뜨거운 국은 밀어놓고 밥을 먹고 있었다. 거실에 수박을 먹고 있는 아버지 곁으로 가 앉았다.

설거지를 하는 성혜에게 다가오더니 엄마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 뭐가 필요한 모양이구나?”

“ 엄만 너무 잘 안다. 수박 없어요.”

“ 설거지 끝나면 가져갈게. 아빠랑 이야기하고 있어.”

“ 네. 엄마.”

성혜는 냉장고를 열고 반쪽 수박을 꺼내 하얀 접시에 담아 내왔다. 지윤이가 가져 온 수박 한쪽을 형석에게 건네주고 웃으며 수박을 먹었다.

“ 너 요즘 피아노 연습 게을리 하지 않는 거지?”

“ 그럼요. 아빠. 내년에 빈으로 가는데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 그래야지. 엄마랑 아빠랑 너를 보내고 외롭게 살 걸 알면서 보내는 거야.”

“ 자주 연락할게요.”

지윤이가 형석의 목을 끌어안고 볼에 뽀뽀를 하였고 곁에 성혜도 안아주었다.

“ ...”

“ 지윤아. 엄마가 피곤하다. 자야겠구나.”

“ 알았어. 엄마. 나도 요즘 피곤해요.”

지윤이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고 성혜는 현관문을 다시 확인하고 거실의 등을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먼저 침대에 들어간 형석이가 낮은 숨소리를 내고 이미 잠들어 있었다. 퇴근하고 다시 김포 바닷가를 운전하고 돌아와 피곤하였던 것 같았다.

불을 끄고 그의 곁에 누워서 잠을 청하였지만 낮잠을 잔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았고 더 또렷하게 경복궁에서의 심민철의 반지가 그녀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날들이 지났는데... ‘ 불쌍한 사람.’ 그녀가 몸을 뒤척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새벽에야 잠이 들었던 성혜는 형석이의 출근 준비하는 소리에 소스라치며 놀라 일어났다.

“ 당신 늦게 잤나봐. 나 출근한다.”

“ 미안해요.”

“ 괜찮아. 회사에서 간단히 커피라도 마시지 뭐”

“ ...”

“ 지윤아. 어서 나와 가자.”

“ 네. 아빠. 잠간만요.”

지윤이가 교복을 입고 나오며 엄마를 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 엄마 피곤했나봐. 내가 흔들어도 모르고 자던데?”

“ 그랬어? 미안해.”

“ 그럴 수도 있지 뭐. 아빠랑 나랑 가고 나서 푹 주무셔요.”

“ ...”

그렇게 아빠랑 나가며 지윤이가 웃어주었다. 큰 비밀을 들킨 것처럼 성혜가 멋쩍은 얼굴로 에레베타 앞까지 배웅을 하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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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 30 부 빈 신년음악회 17.08.11 6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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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 21 부 그들은 다시 만나고 +1 17.07.31 84 3 9쪽
20 제 20 부 지리산의 겨울 +2 17.07.27 93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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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 18 부 장흥, 나무 아래 묻다 ( 2 ) 17.07.25 61 2 9쪽
17 제 17 부 장흥, 나무 아래 묻다 ( 1 ) 17.07.24 60 2 9쪽
16 제 16 부 산산이 부서진 이름 17.07.20 61 2 10쪽
15 제 15 부 천리포 수목원에서 17.07.19 55 2 10쪽
14 제 14 부 성혜, 빈으로 가다 17.07.18 60 2 9쪽
13 제 13 부 결혼, 아주 특별한 의미 17.07.17 62 2 10쪽
12 제 12 부 참 아름다워라 17.07.13 61 2 9쪽
11 제 11 부 사랑은 운명처럼 17.07.12 64 2 10쪽
10 제 10 부 빈으로 떠나다 17.07.11 60 2 10쪽
9 제 9 부 채석강, 겨울바다 17.07.10 66 2 10쪽
8 제 8 부 가을, 남산에 오르다 17.07.06 60 2 9쪽
» 제 7 화 소나기, 경복궁에 내리다 +2 17.07.05 83 2 10쪽
6 제 6 화 내 그리운 사람 +2 17.07.04 103 3 9쪽
5 제 5 화 초여름, 아름다워라 17.07.02 88 2 10쪽
4 제 4 화 봄에 찾아온 기쁨 +2 17.06.29 101 2 8쪽
3 제 3 화 피아노 경연대회 +2 17.06.28 136 2 12쪽
2 제 2 회 네 꿈을 펼쳐라 17.06.27 105 2 10쪽
1 제 1 회 세계적인 사진작가 되다 +2 17.06.26 2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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