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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사랑, 내 어여쁜 者야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7.06.26 16:41
최근연재일 :
2017.08.11 11:5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428
추천수 :
59
글자수 :
128,442

작성
17.07.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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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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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14 부 성혜, 빈으로 가다

DUMMY

지윤 부부가 가고 늦가을에 노랑 빛 붉은 빛으로 아름다운 남이섬으로 부부는 하루 나들이를 했다.

수많은 관광객들 속에서 두 사람은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그곳 강가에서 가을이 저만치 손을 흔들며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파란하늘에 흰 구름이 평화롭게 떠다니며 갖가지 그림을 그려놓은 하루였다. 미지막 배에 오르고 강물을 가르며 선착장으로 가고 있었다.

형석이가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가에 한정식 음식점으로 들어가 저녁식사를 했다.

구수한 된장찌개에 청양고추를 넣었는지 약간 매콤한 맛이 좋았다. 양념 더덕구이와 야채샐러드가 성혜의 입맛에 맞았다.

마지막에 구수한 누룽지 숭늉의 맛이 좋았다. 커피를 들고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강가에 서서 커피를 마시며 문득 성혜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은하수가 쏟아지고 있었다.

“ 은하수다.”

“ 맞네. 오랜만에 은하수를 다 본다.”

형석이가 강에서 부는 늦가을 바람이 성혜 머리칼을 흩날렸고 그녀는 움추리자 그가 성혜를 그의 바바리 안으로 끌어안아주었다.

형석의 바바리 안에서 그녀는 말없이 눈을 감아버렸다. 그가 어깨를 감싸 안으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차에 오르고 만추의 가을을 강가에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안에서 성혜의 폰이 울렸다.

“ 지윤이다.”

폰을 누르며 성혜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 엄마야.”

“ 나야. 지윤이. 아기 가졌다.”

“ 뭐? 달콤한 신혼도 즐기지 못하고... 축하해.”

“ 응. 피터도 좋아하네. 우선 잘 기르고 나서 다시 피아노 치면 된다며.”

“ 그렇지. 아기도 중요하지. 옆에 아빠 있는데 바꿀까?”

“ 아니. 엄마가 대신해줘. 내년에 할아버지 된다고.”

“ 부끄럽구나? 엄마가 말할게. 조심해라.”

“ 응. 이번 학기는 마치고 내년에 한 해 쉴까해. 엄마.”

“ 그래야지.”

“ 피터 네도 전했니?”

“ 응. 피터가 하고 나는 내가하고.”

“ 잘했다. 피터가 나이가 있잖아.”

“ 시어머니가 빈에 오겠다고...”

“ 벌써?”

“ 엄마가 한번 갈게. 너 먹고 싶은 거 말해.”

“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할게 엄마. 사랑해.”

“ 그래. 몸조심하고 있어.”

성혜의 전화로 형석은 딸의 임신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운전하는 형석의 손위에 손을 올리더니 꼭 잡아주었다.

“ 당신 내년에 할아버지 되네요.”

“ 벌써? 신혼이 너무 짧다. 지윤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몸도 약한데...”

“ 어머니는 강하잖아요. 걱정 말아요.”

“ ...”

“ 지윤이 맛난 거 사먹게 통장이체 해줘요.”

“ 얼마나 할까?”

“ 우선 이천 유료정도 보내세요. 앞으로 많이 들어가겠네요.”

집에 도착하여 형석이는 좋아서 웃는 얼굴로 지윤 통장에 돈을 넣어주었다. 다음 날 회사에 있는 아버지에게 딸이 전화를 했다.

“ 아빠. 고맙습니다.”

“ 뭐가?”

딸의 전화에 형석이는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꼈다. 전화를 통하여 들려오는 지윤이의 목소리도 젖어있었다.

“ 몸조심해라. ”

“ 네...”

“ 엄마 비행기 표 삼 개월 후로 예약했다. ”

“ 아빠가 불편하시잖아요.”

“ 엄마 자유롭게 보낼 때는 보내야지.”

“ 고맙습니다. 오래 붙들지 않을게요.”

“ 그래. 건강하고 이만 끊자. 일해야 돼.”

“ 네. 아빠. 전화할게요.”

딸의 전화를 받고 형석은 창가로 가 바라다 보이는 덕수궁을 보았다. 은행들이 다 떨어지고 이제 빈 나무 가지만 하늘을 향해 소리치는 듯했다.


비인으로 가는 날은 어김없이 다가와 초봄에 성혜는 현미에게 전화를 했다.

“ 현미야. 나.”

“ 그래. 무슨 일있니?”

“ 아니 나. 내일 빈에 가.”

“ 지윤이? ”

“ 응. 아길 가졌다.”

“ 신혼도 없이? 그래. 가봐야지.”

“ 그래. 갔다 온다.”

성혜는 친정어머니에게도 연락하였고 형석이의 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 당신 식사를 챙긴다고 했는데... 미안해요.”

“ 우리 딸 일인데 미안하긴...”

“ 그래도.”

“ 입덧이니 당신이 잘 보살펴줘.”

“ 그래야죠.”

“ 당신에겐 미안했다.” 네? 네... 다 지나간 이야기네요.“

“ ...”

“ 당신 늦잠 잘까봐 안방에 알람도 맞춰 놨어요.”

“ 알았어. 내 걱정 말고 잘 다녀와.”

“ 네. 고마워요. 끼니는 잘 챙겨요.”

“ 알았어. 입맛 없으면 맛 집 순례하지 뭐.”

“ 그러세요.”

형석이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성혜가 선선히 웃어주었다. 그렇게 성혜가 가고 그는 아파트로 들어섰다.

성혜의 작은 운동화가 그녀의 습관처럼 나란히 문을 향해 놓여있었다. 형석이가 그녀의 운동화를 가슴에 안고 오랫동안 서 있었다.

거실의 불을 켜고 티 비는 크게 틀어놓고 무너지듯이 앉았다. 가족사진 옆에 지윤이 결혼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형석은 오열했다.

“ 성혜야. 미안하다. 미안해.”

그는 냉장고 문을 열고 오래 전 여행 중에 사온 적포도주를 꺼내 코르크 마개를 따고 병 째 마시기 시작했다.

“ 너만 내 곁에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인제 부대 근처 작은 집에서 그녀가 항상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때 젊은 혈기로 술에 만취해 집으로 와 저항도 못하던 성혜를 윽박지르며 구타한 것이 생각나 형석은 꺼이꺼이 울었다.

그 사람이 아직도 미혼이라는 것도 형석은 알았다.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신도 그들도 불행하게 만든 자신이 한없이 미웠다.

그날 밤 형석은 포도주를 다 마시고 옷도 벗지 못한 채 그냥 거실 의자에서 잠들어버렸다.

안방에서 들려오는 알람 시계소리에 그가 벌떡 일어났다. 성혜가 맞춰 놓았다던 ...

그가 일어나 안방으로 가서 눌렀다. 자신의 옷차림을 보니 그대로여서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거실에 나와 나뒹구는 포도주병과 아직도 큰 소리로 뉴스를 전하는 남자 앵커의 목소리도 줄였다.

그리고 아침식사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고 서둘러 출근을 했다.


빈 공항에서 딸 부부를 만나 집으로 돌아왔다. 아래층의 빈 방을 성혜에게 쓰라며 지윤이는 피터가 가방을 들여 놓았다.

성혜는 지윤에게 커다란 가방을 냉장고 앞에다 가져다 놓으라 말했다. 고국음식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평소에 지윤이가 좋아하던 음식 재료들을 경동시장을 돌아다니며 더덕을 샀다. 중구 건어물시장에 가서 박대며 김을 그리고 돌미역도 사가지고 갔다.

작은 멸치에 견과류와 조청을 넣고 만든 멸치조림을 손가락으로 집어 먹더니 성혜를 끌어안는다.

“ 엄마, 고마워요.”

지윤이의 목소리가 젖어왔고 성혜는 안았던 딸의 등을 토닥거려줬다.

“ 음식 때문에... 너무 먹고 싶었어요.”

“ 그래서 엄마가 왔잖니? 맛있는 거 해줄게.”

“ 엄마.”

그리고 며칠은 푹 쉬고 성혜는 제대로 먹지 못한 딸을 위해 빈 구경은 하지도 않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었다.

가져간 된장을 풀고 피터가 사온 두부를 넣고 끓인 찌개를 지윤이는 맛있게 먹었다.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구운 박대도 그리 맛있게 먹었다.

성혜가 방으로 들어와 눈물을 흘렸고 뒤따라 들어온 딸은 말없이 그녀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피터에게는 가져 간 미역으로 국을 끓이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다시 빈에 와서 산후조리를 해줄 수 있을지 몰라서였다.

미역을 물에 불리는 것부터 그리고 쇠고기도 먼저 볶아 넣는 것도 가르쳐 주었다. 적당양의 물과 간장의 조합과 서울에서 찧어온 마늘도 넣고 마지막에 살짝 참기름을 넣는 것도 가르쳐 주었다.

지윤이가 다시 입맛을 되찾아 음식을 잘 먹게 되었을 때 피터는 멋진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빨강색의 테이블보와 그 위에 하얀 작은 테이블보가 있었고 작은 크리스탈 화병에 장미가 꽂혀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음식이었지만 곁들인 포도주 한 잔도 성혜는 사양하지 않고 천천히 마시고 있었다.

작은 교회에서 아름다운 성탄절을 함께 보내고 성혜는 딸이 무사히 순산하기를 하나님께 간절하게 기도드렸다.

빈에서의 삼 개월은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 성혜가 서울로 갈 날이 다가왔다. 그녀는 조용한 아직도 아름다운 빈 거리를 혼자 걸어 다녔다.


형석은 성혜가 가고 맛 집을 돌아다니지 못했다. 냉동실에 가득 채워놓은 음식을 하나씩 비워가면서 그녀가 돌아 올 날을 기다렸다.

성탄절도 혼자 보내고 시청 뒤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시청앞 도로를 쉴 새 없이 달리는 차량들의 행렬을 바라보곤 했다.

그녀의 비워둔 자리 삼 개월이 이리 길게 느껴지는 건 나이 탓인가? 내일이면 성혜가 오는 날이다.

형석은 집에 일찍 돌아가 아파트 문과 유리창문을 다 열고 청소를 아주 깨끗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천공항을 향해 기분 좋은 얼굴로 차를 몰았다. 출국장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성혜가 나왔다.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들었고 형석은 다가갔다.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서 형석의 퍼붓는 입맞춤을 성혜는 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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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 30 부 빈 신년음악회 17.08.11 64 1 11쪽
29 제 29 부 지리산, 둘레길 걷다 +1 17.08.10 76 2 10쪽
28 제 28 부 꽃담, 청매 심다 +2 17.08.09 75 2 9쪽
27 제 27 부 지리산 자락에서 +2 17.08.08 89 1 9쪽
26 제 26 부 겨울, 춘천에 가다 17.08.07 75 1 9쪽
25 제 25 부 그들만의 소꿉놀이 17.08.04 63 2 9쪽
24 제 24 부 낯선 바닷가에서 17.08.03 88 1 10쪽
23 제 23 부 충만한 사랑이어라 +2 17.08.02 78 1 11쪽
22 제 22 부 머뭇거리지 않는 사랑 +2 17.08.01 78 2 10쪽
21 제 21 부 그들은 다시 만나고 +1 17.07.31 82 3 9쪽
20 제 20 부 지리산의 겨울 +2 17.07.27 91 3 10쪽
19 제 19 부 해운대에서 그녀 안다 +2 17.07.26 94 2 9쪽
18 제 18 부 장흥, 나무 아래 묻다 ( 2 ) 17.07.25 61 2 9쪽
17 제 17 부 장흥, 나무 아래 묻다 ( 1 ) 17.07.24 59 2 9쪽
16 제 16 부 산산이 부서진 이름 17.07.20 59 2 10쪽
15 제 15 부 천리포 수목원에서 17.07.19 55 2 10쪽
» 제 14 부 성혜, 빈으로 가다 17.07.18 58 2 9쪽
13 제 13 부 결혼, 아주 특별한 의미 17.07.17 62 2 10쪽
12 제 12 부 참 아름다워라 17.07.13 61 2 9쪽
11 제 11 부 사랑은 운명처럼 17.07.12 61 2 10쪽
10 제 10 부 빈으로 떠나다 17.07.11 58 2 10쪽
9 제 9 부 채석강, 겨울바다 17.07.10 66 2 10쪽
8 제 8 부 가을, 남산에 오르다 17.07.06 60 2 9쪽
7 제 7 화 소나기, 경복궁에 내리다 +2 17.07.05 79 2 10쪽
6 제 6 화 내 그리운 사람 +2 17.07.04 103 3 9쪽
5 제 5 화 초여름, 아름다워라 17.07.02 86 2 10쪽
4 제 4 화 봄에 찾아온 기쁨 +2 17.06.29 99 2 8쪽
3 제 3 화 피아노 경연대회 +2 17.06.28 133 2 12쪽
2 제 2 회 네 꿈을 펼쳐라 17.06.27 105 2 10쪽
1 제 1 회 세계적인 사진작가 되다 +2 17.06.26 21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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