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새글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최근연재일 :
2024.06.25 21:15
연재수 :
620 회
조회수 :
344,977
추천수 :
15,902
글자수 :
3,660,473

작성
23.11.13 21:00
조회
247
추천
18
글자
12쪽

404화 할 수 있는 최선

DUMMY

404화 할 수 있는 최선


조선을 다시 품는다.


의흥제 주자랑은 자신만만하게, 그리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여기며 말했다.


전 북경 수비대 대장 오양은 조금 과한 평가가 아닌가 싶으나 나라 상황이 어지러우니 조선과 같은 번국이 다시 이쪽에 붙으면 얼마나 이득일지 잘 알고 그런가 보다 하였다.


허나 직접 조선에 다녀와서 그들이 여러모로 전과 같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남경 총독 양사창은 주자랑이나 오양처럼 할 수 없었다.


“폐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그들은 선황께서 자리를 계실 적에도 순순히 굽히지 않고 오히려 훈계하며 바른 척하여 전쟁에서 멀어지고자 하던 이들입니다. 그런 이들이 지금에 와서 뜻을 바꾸려고 들겠습니까?”


양사창은 그렇게 말하고는 고민하다가 병부시랑 진신갑이 적어 보내었으나 자기 판단으로 누락하였던 걸 입에 담았다.


“또한 저들은 이제 청나라 오랑캐들이 황제 참칭하는 자리에 그를 인정하고 받드는 가장 고귀한 다섯에 한 자리하고 심지어 그 가운데 가장 높다고 칭함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듯 확실하고 여지없이 돌아선 이들을 향해 논하는 것은 실로 입에 담기 민망하나 부끄러움 당하는 것으로 끝날 것입니다.”


양사창이 이르는 말에 주자랑은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미 그러한 말을 들었소. 그리고 당장은 조선보다 내부를 다스리는 일이 급하다고 하기도 하였지.”


잠시 말을 멈춘 주자랑은 진심을 확인하겠다는 얼굴로 양사창을 보았다.


“그러나 양 총독, 지금 상황은 이제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솔직히 말해 다 해보았다고 여기오.”

“그것은······.”


아니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양사창은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권세욕 있다고 하나 양사창이 명나라 바로 세우고자 하는 것은 일말의 거짓 없는 진심이었다.


그런 그에게 이제 무엇을 할 것인지 물으면 대답이 궁하니, 주자랑이 의흥이라는 연호를 내세우고 황제 자리에 앉은 후 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했다.


사천 토벌군이며 산해관과 같은 바깥 군세와 연락을 취하여 남경의 정통성을 세웠다.


잔존 북방군을 수습하여 다시 강군 얻고자 하였다.


반란군에 대하여는 부족하나마 남경 수비대 일부를 차출, 요소요소를 지키고 감시하게 하여 지키고 있다.


또한 남경을 중심으로 하는 해안포대와 수군을 체계 잡아 청나라 수군이 접근하는 즉시 쫓음으로 안정을 도모했다.


이외에도 명나라 존속이라는 대의를 위해 그는 크고 작은 일에 손을 대었고, 명나라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오로지 결과를 기다리며 인내할 따름이나, 그것이 할 수 있는 일 전부냐고 물으면 양사창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간 꺼림칙함에 의도적으로 피하던 일이기도 했다.


“양 총독의 걱정과 충정은 내 잘 알고 있소. 그리고 조선이 명나라 품에서 벗어난 것이 제법 되었음도 알고 있소이다. 하지만 때로 글자를 쓰며 종이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종이를 보고 쓸 글자를 정함도 있는 법. 더 늦기 전에 행함이 옳다고 여기오.”

“······황상께서 이르시는 말씀들이 실로 옳습니다.”


여기까지 들었는데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당장 조선 통해서 오고가는 것들 가운데 다수가 지금 명나라 군대며 경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음도 잘 알고 있는 양사창은 이제 더 피할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고 하여 손 쓸 도리가 없다는 것은 아니니 양사창은 그를 위해 말을 이었다.


“허면 소신 양사창, 조선에 다녀올 준비를 하겠습니다.”

“총독이 직접?”


의아한 얼굴로 묻는가 싶던 주자랑은 이내에 고개를 흔들었다.


“그것은 아니 되오.”

“소신이 다녀온 경험이 있으니 소신이 가서 해결함이 마땅합니다.”

“말은 이해하고 그대의 능력도 이해하나, 양 총독이 능력 보일 곳은 남경이지 번국이 아니외다.”


양사창은 주자랑이 하는 말에 기쁘면서도 안타까움을 느꼈다.


확실히 조선 오가는 일보다 남경에 있는 것이 그가 할 일이 많았고, 마땅히 그러는 것이 옳았다.


전에 직접 조선 가는 일도 따지고 보면 없는 여유를 짜내어 간 것이었고 지금은 더욱 그러한 시간 내기 어려우니 말이다.


“허면 누구를 보내실 생각이십니까? 제독 오양을 사신으로 삼으시겠습니까? 산해관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생각하면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양사창이 말을 오양에게 돌리니 오양은 당황하며 황제와 양사창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스럽게도 주자랑은 오양을 보낼 생각은 그다지 없었다.


“산해관 장졸들이 조선으로 통하여 온다면 그도 나쁜 것은 아니나, 청나라와 맺은 약조대로라면 그는 오히려 괜한 수고만 더 드는 것에 더해 조선에 좋지 못한 인상 남기기 십상이니 그럴 필요는 없겠지.”

“군대란 모름지기 통솔하여 지난다고 한들 뭇사람의 두려움을 사기 마련입니다. 황상께서 이르시는 것처럼 조선을 통하는 일은 득보다 실이 크며, 그럴 이유가 없는 일입니다.”


오양이 나서서 찬동하니 주자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맞는 말이오. 그리고 오 제독은 그러한 일에는 익숙한 인사가 아니니 적당하지 않소이다. 산해관에 가서 사정 설명하는 일을 그에게 맞길 것이고, 조선에는 전에 여러 번 오간 경험이 있는 장화를 보내고자 하오.”


장화라는 이름에 양사창은 마뜩잖았으나 대안이 달리 없음을 알고 말을 고민했다.


“환관 장화는 분명 그만한 경험이 있으나, 직위가 부족하지 않습니까.”

“허면 이번에 태감 자리 하나 내주고 시키면 되겠군.”


주자랑이 대수롭지 않게 이르는 말에 양사창은 무어라 더 말하고 싶었으나 이내에 관두었다.


이미 뜻이 정해진 일이며 반대할 명분이나 이유도 적은 일에 계속 반대하면 주자랑이 기분 상하여 할 것은 물론이고 장화라는 적도 만드는 셈이었다.


막을 수 있다면 그것도 감내할 만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최선은 달리 있음을 인정한 양사창은 다른 방식을 골랐다.


“그 경력 부족함은 있으나 황상께서 들어서 쓰시겠다고 하면 그것이 무슨 장애가 되겠습니까. 뜻을 정하여 그리하시겠다고 하면 소신은 감히 막지 않겠습니다. 다만 부디 떠나기 전에 그를 격려할 자리를 허락하여 주심을 청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기쁜 일이요. 이 일은 중하여 장화 한 사람에게 맡기기에는 짐이 무거우니 양 총독이 돕겠다고 하면 실로 기쁘고 든든한 일이외다.”


주자랑이 물색없이 즐거워하니 양사창은 고개 숙이며 크게 대답했다.


“황상께서 이 부족한 신하를 크게 보아주시니 어찌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힘쓰는 일이 없겠습니까. 신명을 다해 이 일을 돕겠습니다.”



***



“그 장화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어전에서 물러 나와 조금 거리가 생기니 오양은 슬쩍 양사창에게 물었다.


이에 양사창은 사방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


“환관이지. 조화순보다는 나은 환관.”

“······후우.”


배신자 조화순보다 낫다니, 칭찬이 아니라 욕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대답에 오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오양을 보며 양사창은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말을 건넸다.


“욕심이 있고 바라는 야망 있는 건 확실하오. 허나 내가 생각기에 조화순처럼 제 목숨 건지겠다고 성문 열고 오랑캐와 손잡을 인사는 아니오. 물론 그들이 무언가 주면 좋아는 하겠지만.”

“그렇습니까. 허면 조선에 가는 일도 그리 진전은 없겠습니다.”

“진전이라. 악화하지 않으면 다행이겠지.”


양사창이 냉소적으로 대답하니 오양은 어리둥절하여 되물었다.


“장화라는 자가 그만큼 미덥지 못하신 것입니까? 아니면 조선이 그렇습니까?”

“둘 다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은 후자가 더 크게 느껴진다고 하면 얼추 답이 되겠소?”


양사창이 이르는 말에 오양은 잠시 주저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 조선에 가본 적은 없으나 그래도 조선 사람 하나는 알고 있습니다.”

“사천 총독을 논하려거든 그만두시오. 그자와 지금의 조선을 같이 생각하면 크게 낭패할 것이오.”


임경업을 논하여 조선 사람에 대해 말하고자 하던 오양은 당황하여 재차 말을 꺼냈다.


“허나 지금 양곡이며 온갖 물산 들이는 일 그리고 일본에서 병사로 쓸 이들 들여오는 일도 조선 통하여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과 그것은 다른 일이며, 조선은······후.”


전에 조선에서 겪은 일 떠올린 양사창은 잠시 고민하다가 오양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 이상은 이곳에서 하기 어렵군. 따라오시오.”



***



양사창이 거하는 곳에 와서 이런저런 말을 들은 오양은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


“천자가 아니다? 허.”

“아주 모욕적인 말이었고, 더 최악은 차마 그 주장을 꺾지 못했다는 거외다.”


양사창은 조선에서 있었던 일을 떠날 때에 조선왕에게 이른 것처럼 무엇하나 빼놓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시간이 나면 생각하여 보나, 여전히 그를 논리적으로 꺾지는 못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오양이 묻는 말에 양사창은 씁쓸한 얼굴로 대답했다.


“유구국이라는 증거가 있었으니까.”

“······참으로, 참으로 아픈 말입니다.”


양사창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하듯 오양은 쓴웃음을 짓고 고개를 흔들었다.


조선을 거쳐 청나라로 향한 유구국의 존재를 생각하면 분명 당금 천하에서 천자라는 말에 더 가까운 것은 명나라가 아니라 청나라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청나라가 천자인가 하면 그렇다고 인정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조선은 명나라의 이웃이고, 청나라의 이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오양이 묻는 말에 양사창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윽고 그가 이른 말을 현실에 비교하여 본 양사창은 자신이 너무 명나라 쪽에서 보았음을 깨달았다.


“그렇군. 그대의 말이 실로 옳습니다.”


고개를 크게 끄덕여 표한 양사창은 오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산해관, 잘 다독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울 아들이 그곳을 견실하게 지키고 있으니 그들을 잘 다독여 남경으로 오도록 하겠습니다.”


오양이 굳게 다짐하며 말하니 양사창은 오양의 손을 마주 잡았다.


“오 제독, 지금 대명은 대명이라는 이름을 지기에도 버거워하는 상황입니다. 부탁합니다.”

“대인, 장화라는 환관이 찾아와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오양에게 당부하기 무섭게 바깥에서 장화가 찾아왔다고 고했다.


이에 양사창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제독께서는 이만 가보심이 좋겠습니다.”

“그러하지요.”


오양이 아는 것이 있다면 모를까, 조선에 관한 일은 그가 아는 바가 적다 못해 없다고 하는 편이 나을 지경인 게 바로 조선에 관한 일이었다.


비록 소싯적에 조선과 가까운 땅인 산해관에서 싸우기도 했으나 그뿐, 관심을 크게 가진 적이 없다 보니 그 땅이며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적었다.


하여 오양은 그저 산해관에만 집중하기로 하고 물러나길 택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하나, 이 일을 양사창이며 장화가 잘 논하여 끝내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고생하시오.”

“예?”


그러나 그러한 마음을 담았다고 하나 오양과 제대로 된 면식을 가진 적이 없는 장화는 그의 진심 어린 격려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저 어리둥절하여 되물을 따름이나 오양은 달리 더 말하지 않았다.


뜻하지 않게 의문만 남겨진 셈이 된 장화는 당황하였으나 이내에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진정하고 몸을 돌렸다.


“장 환관, 아니 곧 태감이 될 터이니 그리 부르도록 하지. 이리로 오시오.”


양사창이 존중의 의미로 말투를 조금 바꾸니 장화는 긴장하면서도 두근거림을 느끼며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양사창과 마주한 순간, 장화에게 한 가지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대는 조선에 가면 무엇을 이루고 올 것인가?”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5 474화 조선의 의무 +3 24.01.23 217 14 15쪽
474 473화 경자유전 +6 24.01.22 192 15 12쪽
473 472화 땅의 주인 +3 24.01.21 190 16 14쪽
472 471화 불문불권 +4 24.01.20 207 15 13쪽
471 470화 법 없이 사는 사람들 +3 24.01.19 211 14 16쪽
470 469화 고뿔과 등창 +2 24.01.18 192 15 11쪽
469 468화 그녀의 이름은 +2 24.01.17 204 15 12쪽
468 467화 가장 달콤한 말 +3 24.01.16 204 13 13쪽
467 466화 때로는 남보다 못한 사이 +2 24.01.15 208 14 12쪽
466 465화 쇼군의 가족 +3 24.01.14 216 16 12쪽
465 464화 옛 왕조 +5 24.01.13 217 13 14쪽
464 463화 쌍방의 관계 +2 24.01.12 208 13 13쪽
463 462화 태종대왕의 훌륭함 +4 24.01.11 230 15 15쪽
462 461화 멀리 보아야 유연하다 +4 24.01.10 200 14 11쪽
461 460화 귀한 피 +2 24.01.09 207 12 13쪽
460 459화 우위에 서는 수단 +3 24.01.08 210 16 12쪽
459 458화 죽은 사람의 소원 +3 24.01.07 219 11 11쪽
458 457화 인륜지대사 +4 24.01.06 225 15 12쪽
457 456화 사방의 괴로움 +4 24.01.05 211 12 12쪽
456 455화 황하의 분노 +2 24.01.04 193 15 12쪽
455 454화 거북이와 겁쟁이 +3 24.01.03 195 13 13쪽
454 453화 사람을 움직이는 힘 +3 24.01.02 193 14 13쪽
453 452화 보신을 위한 지혜 +7 24.01.01 210 17 12쪽
452 451화 공백 +8 23.12.31 217 18 12쪽
451 450화 기대 +3 23.12.30 218 17 12쪽
450 449화 쥐기 위해서는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5 23.12.29 204 15 12쪽
449 448화 호의의 뒷면 +1 23.12.28 209 19 13쪽
448 447화 사람은 지나간 일을 쉽게 여긴다 +2 23.12.27 228 16 12쪽
447 446화 사신도래 +1 23.12.26 231 19 13쪽
446 445화 영원 +5 23.12.25 206 19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