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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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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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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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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산자와 죽은 자(12)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브리핑 전날, 리허설이 끝나면서 나와 카를로스, 첸 총장은 이 부담스러운 회의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될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했다.

결국 비감염자와 감염자를 분리하는 것이 인류의 생존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

문제는 양적 한계였다.

감식 키트의 생산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다른 전염병들처럼 감염자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 전염병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한명의 감염자가 좀비로 각성하게 되면 1주일 동안 수많은 감염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키트의 절대적 부족이 한계였다.


만약 키트의 생산이 너무 부진하다면, 감염자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게 될 것이고, 확산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질병통제센터와 WHO인원의 절반 정도는 이 키트 생산을 조절하는 일에 투입되어 있다.

지금은 전염병에 대응하여 특정 백신이나 치료의약품을 집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수행하기 위하여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것이나 같은 사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회의가 끝을 향해 가고 있을 때에 각 나라에서 처음에 놓쳤던 감염자들은 이미 추가적인 감염자를 양산하고 있었다.

동원가능한 대다수의 군경들을 이 감염자들을 확보하는 데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것이 후일 보고서의 평가였다.


하루토는 이제 끝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며칠간의 파격적인 삶은, 그 날이 다시 온다고 해도 반복될 것 같았다.

자신과 료타를 구하기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한 것이라는 믿음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진정한 휴식일 것이다.

옆에서 이미 마음을 잃어버린 료타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며 평안을 얻었길 바랄 뿐이었다.


도주를 시작한 날, 길거리에서 산 모자를 쓰고 점퍼의 깃을 세운 채로 숨을 곳을 궁리하던 두 사람은 사거리 한복판에 있는 고층빌딩 광고판에서 자신들의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숨이 멎을 뻔 했다.

‘모리타워에서 사라진 살인과 상해사건의 두 용의자를 수배합니다. 이름은 료타와 하루토’

전광판에는 자신들의 사진과 함께 심지어 변장했을 때의 예상 사진까지도 나왔다.

그 때,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면서 자신들이 지금 한 변장이 얼마나 평범한 것인가를 알았다.

그리고 서둘러 인파속으로 사라져갔다.

모리타워에서 자위대가 놓친 두 사람을 통해 감염확산이 일어나는 시작점이었다.


료타는 분명히 그 괴물에게 자신이 물렸다는 것을 알았다.

사장실에서 피범벅이 된 입으로 나온 괴물이 자신들에게 다가왔을 때, 료타는 한 걸음도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떨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괴물과 악령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수도 없이 보았지만, 자신의 앞에 그것도 벌건 대낮에 사무실에서 나타나다니...

더구나 괴물은 하필이면 자신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료타가 놀란 가슴을 어쩌지 못하고 제 풀에 자빠지기 직전,

그 괴물이 신입 여사원 유우카를 붙잡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거침없이 그녀의 목을 물려는 순간이었다.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싸워보지 않았고, 싸울 줄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주먹이 그 괴물의 콧잔등에 꽂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불시의 일격을 당한 괴물은 두 발자국쯤 물러났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가왔다.

목표만 유우카에서 자신에게로 바뀐 채로.

그리고 료타는 왼쪽 팔뚝의 살점이 뜯긴 아픔과 충격에 비명을 질렀다.

만약 하루토가 뒤에서 소화기로 괴물의 머리를 때리지 않았다면 거기서 끝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괴물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사이에, 두 사람은 빈 사무실 안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자위대의 아파치 헬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관포를 쏴댈 때에,

두 사람은 이제 살았다며 좋아했지만, 기관포는 괴물들을 조준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멀쩡한 벽과 문에 커다란 구멍을 낸 것이다.

다른 직원들이 그 구멍을 통해 쏜살같이 사무실을 빠져 나갈 때,

하루토는 막 뛰어나가려는 료타의 손을 잡았다.


“료타, 잠깐만...”

“왜 그래? 괴물이 다시 입구를 막기 전에 나가야 돼”

하루토가 료타의 앞을 막아서서 빠른 속도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잘 들어봐.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우리는 여기서 18시간쯤 갇혀 있었어. 전화벨이 그렇게 많이 울리고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도 밖에서 경비업체 직원이 점검도 안했어.

우리 사무실 규칙상 핸드폰은 퇴근할 때까지 끈 채로 가방에 넣어놓았기 때문에 아무도 구조신호를 보내지 못했다고 쳐. 그런데 이것 봐“

하루토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이건 내가 화장실에서 몰래 주식 시세를 볼 때만 쓰는 거야. 그런데 지금 안테나가 전혀 뜨지 않아. 이건 내가 잘 아는데, 테러를 진압할 때나 인질범들의 연락을 끊어 놓을 때 쓰는 재밍이라는 전파방해야.

설마 저 말도 못하는 괴물들을 잡기 위해서 전파를 끊어 놓겠어? 이건 여기서 벌어지는 일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하루토는 이제 자신의 말에 온전하게 귀 기울이고 있는 료타의 양팔을 붙잡고 또박또박 말했다.


“료타, 잘 들어. 지금 헬기가 저 괴물들에게 기관포 몇 발씩만 쐈거나 아니면 헬기 안에서 저격병이 몇 방만 맞췄더라도 이 상황은 끝이 났을 거야. 하지만 정부는 뭔가 숨기는 게 틀림 없어. 분명히 지금 나가면 목숨을 구하는 탈출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어쩌면 그냥 불편한 증인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 차라리 말을 못하게 할지 모른다고.

아무 진실도 모르고 죽거나 갇힐 수는 없어. 일단 여기서 우리만 아는 길로 나가야 돼. 분명히 저 괴물들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숨겨져 있을 거야. 내 말 알겠지?”

료타는 하루토의 말에 소름이 돋았다. 하루토가 아니었으면 다시는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료타는 하루토와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루토는 료타의 손을 잡고 비상구를 통해 지하주차장까지 뛰었다.

고시엔 대회에도 출전했던 야구선수 출신인 하루토는 평소에도 수영과 헬스를 매일처럼 한다지만, 료타는 날마다 부풀어 오르는 배 만큼이나 운동과 더더욱 멀어져 갔었고, 이제 그것을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목숨은 귀한 것이라서 그런지 비상구를 지나 자위대의 눈길을 피해 탈출에 성공했을 때, 헐떡거리면서도 료타는 계속 하루토의 뒤를 따라 뛰고 있었다.

뛰는 걸음마다 팔뚝의 아픔도 함께 했지만, 자신들이 빠져 나간 것을 알기 전에 멀리 벗어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만이 남았다.


료타와 하루토를 찾는 검문검색은 조용히 진행되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루어지기보다 암암리에 수사진들에게만 정보가 공유되는 형식이었다.

언론에는 두 사람이 모리타워에서 벌어진 참극의 범인처럼 나왔지만,

취재진은 그날 현장에 있었던 어느 누구도 만나보지 못했다.

희생자가 아무도 없이 범인만 존재하는 사건이었다.


일찌감치 옆 건물에서 자리를 잡고 창문으로 망원렌즈를 내어 기다리던 마이니치신문 기자 카즈키만이 생존자들이 어디로 가는지 목격했다.

특수작전군의 엄중한 경계 아래 생존자들과 사무실에 방치되어 있던 희생자들의 사체가 들것에 실려 호송차에 실려진 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카즈키는 이 영상을 가지고 도대체 무슨 기사를 써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의 진전을 중단했다.

하지만 그날 카즈키가 애써 찍은 영상은 훗날 료타와 하루토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사용되면서 보상을 받았다.


료타가 하루토를 문 것은 두 사람이 하코네의 료칸에 숨어든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열에 들떠 잠을 못 이루던 료타가 간신히 잠이 들자, 하루토도 깜빡 잠이 든 다음에 벌어진 일이었다.

완력이 뛰어난 하루토가 스며든 달빛에 의존해서 금방 료타를 제압했지만,

료타는 계속 공격을 시도했다.

결국 재갈까지 물려 온 몸을 결박지어놓고 나서야 공격이 멈췄다.


이미 료타의 정신은 붉어진 두 눈과 함께 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서야 불을 켜고 자신의 어깨에 생긴 상처를 거울을 통해서 본 하루토는

그 상처가 료타의 팔뚝에 생긴 상처와 유사함을 알고 흠칫 놀랐다.

그리고 료타에게 생긴 변화가 사무실에서의 변고가 있던 날, 덮어진 진실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료타를 묶어 둔 결박은 점점 허술해졌다.

하지만, 료타를 풀어줄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이 예약해둔 아침식사도 하지 않은 채, 방에서 나오지 않자, 료칸의 주인은 이틀째까지는 기다려주었다.

하지만, 사흘이 넘어가면서 벽과 문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나고,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자, 결국 경찰을 부르고 말았다.

지난번에도 방에서 마약을 하던 커플 중 한 명이 결국 중독으로 죽는 바람에 고초를 겪었기 때문이다.

월요일이 되면서 숙박객들이 모두 떠났기 때문에 이들만 내보내면 정비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날 두 사람의 방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 경찰과 구급대원, 료칸주인은

이미 각성하여 방안을 돌아다니며 나갈 방법을 찾던 두 사람과 마주쳤다.

그때부터 짧은 시간 동안 방안에서는 소동이 일었다.

자신을 무조건 습격해온 두 사람과 나머지 사람들 간에 격투가 아닌 사냥이 벌어졌고, 결국 운동신경이 뛰어났던 하루토에게 대부분 희생당했다.

그리고 지원팀이 올 때까지 아무도 료칸을 벗어나지 못했다.

료타와 하루토만 빼고는.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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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운명(2) +13 18.06.06 558 13 14쪽
49 운명(1) +7 18.06.04 583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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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인간의 경계(13) +6 18.06.01 628 13 12쪽
46 인간의 경계(12) +2 18.05.31 579 12 12쪽
45 인간의 경계(11) 18.05.30 553 14 13쪽
44 인간의 경계(10) +3 18.05.29 557 14 10쪽
43 인간의 경계(9) 18.05.28 598 17 11쪽
42 인간의 경계(8) 18.05.28 613 16 13쪽
41 인간의 경계(7) +2 18.05.27 662 16 10쪽
40 인간의 경계(6) 18.05.24 685 14 10쪽
39 인간의 경계(5) +2 18.05.22 685 15 11쪽
38 인간의 경계(4) +2 18.05.21 673 18 11쪽
37 인간의 경계(3) +7 18.05.20 809 17 10쪽
36 인간의 경계(2) +7 18.05.19 852 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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