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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최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니콜라스최
작품등록일 :
2018.04.30 19:07
최근연재일 :
2018.07.0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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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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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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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7)

과학과 미스테리가 만난 본격 SF 소설 '좀비가 손을 물었다' 입니다




DUMMY

메이아는 마세티를 다시 허리에 차고,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자신만 만질 수 있는 금고를 열었다.

얼마 전, 라이베리아를 통해 구입한 우지를 꺼내들고 뛰어간 것은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이스라엘산이라는 우지는 총열이 짧아 사거리가 비교적 짧았지만, 장점도 많았다.

원거리 사격보다 단거리에서 근접전이 많았던 소년병 시절의 경험을 되살려,

가장 갖고 싶었던 무기였고, 최근 큰맘 먹고 구입을 한 것이다.

이 경우는 물론 근접전의 전투가 될 것이다.


나머지 취재진을 감금했던 바로 옆 오두막으로 문을 박차고 들어간 메이아는 양미간부터 찌푸려졌다.

자신이 조금 전에 겪은 황당한 일처럼,

싱가포르에서 온 카메라맨과 기자라는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의 부하 하나씩을 붙잡고 있었다.

그 중 하나는 목덜미를 물려 바키처럼 숨이 거의 끊어진 듯 했고,

다른 하나는 팔을 물린 채로 심한 고통을 비명으로 뱉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부하들은 그들을 에워싸고만 있었지,

선뜻 앞으로 나서는 놈이 없었던 것이다.

언뜻 보기에 이미 공격을 받아 피를 흘리는 놈도 여러 놈 있었다.

평소 담력훈련을 꽤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실전경험이 없어서인지

그저 이 기괴한 상황에 대해서 겁부터 먹어, 도망치고 싶은 생각만 가득한 것이 틀림없었다.

메이아는 순간적으로 어차피 이놈들과 큰일을 꾸미기는 어려웠겠다는 확신이 다시 상기되었다.


조용히 부하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간 메이아는

우지를 양손으로 들고 아무 거리낌 없이 발사하여 카메라맨의 얼굴을 벌집으로 만들어놓았다.

9밀리 파라블럼탄의 연속 적중에 머리가 반 이상 날아간 카메라맨은 그 자리에서 일자로 엎어졌다.

그리고 아까의 경험을 되살려 허리에 찬 마세티를 뽑아 그대로 몸을 틀어 기자의 머리를 몸에서 떼어냈다.


취재팀 세 명의 시신은 곧바로 불태워졌고,

그들에게 죽은 두 명의 부하도 같은 방법으로 세상에서 흔적이 사라졌다.

자신을 포함해서 그들에게 물어뜯긴 사람도 5명이나 되었다.

상처가 심하긴 했지만, 소년병 시절에 배운 경험으로 메이아는 부하들의 상처까지 직접 봉합했다.

만약 다른 이에게 치료를 맡겼다가는 분명 취재팀의 얘기가 흘러나갈 것이 뻔했다.


부하들을 전부 모아놓고, 절대 입을 열지 말 것을 신신당부한 메이아는

만약 이 얘기가 밖에서 들리면, 가족들까지 전부 손목을 자르겠다는 협박을 했다.

물론 그 효력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부하들 중에는 이미 어렸을 때부터 마약에 손을 대는 놈들이 꽤 있었다.

그들에게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생각과, 무덤까지 진실을 갖고 갈 수 있는 자제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메이아는 이틀이나 빨리 소말리아행을 서둘렀다.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았다.

예상보다 모아놓은 돈이 적어도 하루빨리 이 땅을 떠나야할 것 같다는 결심이 생겼다.

메이아의 부하들은 메이아가 소말리아와 다이아몬드 원석 거래를 하는 줄 아무도 몰랐다.

그저 메이아가 며칠 씩 자리를 비울 때면, 드비어스라는 회사와 사업상 미팅을 갖는 줄만 알았다.


소말리아의 이슬람 무장단체 알 샤바브의 지도자 모함메드는 요즘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혹독하게 겪고 있었다.

알 샤바브를 따라다니는 가장 큰 이유가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 조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는 도중에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위험도 있지만,

최소한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모인 조직원들은 숫자에 비해 신념과 전투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할 수 있겠지만, 맡은 일은 어떻게든 완수하는 프로 용병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조직원들이 7천명을 넘어가면서 그들 모두를 먹여 살리는 일이 정부군과의 교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해적들을 지원하고 협력하면서 얻는 수익이 꽤 컸지만,

점점 나라마다 직접 군함을 파견하고 활동 영역을 좁혀오는 탓에 그마저도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만약, 조직원들이 굶기 시작하면, 이탈은 확산될 것이고 모가디슈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정부군에게 자칫 밀려나기라도 하면 다시 탈환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요즘 손대고 있는 것이 바로 마약사업과 밀무역이었다.

소말리아에서 주민 10명중 6~7명은 카트를 피울 것이다.

기나긴 내전과 이슬람 테러단체의 준동으로 생명을 보장받을 수도 없고,

삶의 질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없는 가운데, 유일한 위로는 마약인 카트뿐이다.


소말리아 어린이들의 가장 큰 희망이 해적이 되어 돈을 많이 벌고,

카트를 마음껏 피우는 것이 된 지는 오래되었다.

모함메드도 조직원들 앞에서는 종교적 교리와 이상을 얘기하지만,

그의 가장 큰 고민도 여기에 있다.

소말리아 국민들 전체가 침체의 수렁으로 점점 깊이 빠져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너무 어렵다는 절망이 값싼 마약에 손을 대게 하고, 그러다 망가지는 신체로는 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나라 전체의 노동력은 빠르게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 마약단속군인 DEA가 소말리아 현지까지 와서 작전을 펼치는 바람에

아까운 카트를 많이 잃었다.

하지만, 콜롬비아에서 농민들의 주 수입원이 코카인 재배가 된 것처럼,

만약 지금 카트를 전면 금지한다면 소말리아의 농민들도 몰락할 것이다.

그리고 카트를 허용해주는 새 정권의 출범을 기대할 것이다.


모함메드는 소말리아 민병대 출신으로서 젊었을 적부터 파라 아이디드에게 충성을 다해왔다.

그래서 블랙호크를 이용해서 미군이 아이디드의 참모들을 납치해가려던 작전을 막는데 사력을 다했다.

블랙호크 한 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아이디드의 부하들은 가지고 있던 로켓탄을 거의 다 소진했지만,

결국 자신이 부사수를 맡은 로켓포가 블랙호크를 추락시켰고 그 감격이 자신을 알 샤바브의 지도자라는 자리까지 이끌어주었다.


이 전투는 ‘블랙호크다운’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사실 그 날 모가디슈 거리에서 미군을 단 한명도 살려 보내지 않을 수 있었다.

파키스탄군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날의 전투는 역사에 빛나는 승리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소말리아 젊은이 들은 그런 이상적인 것만으로는 만족을 줄 수 없었다.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기 위해서 자신이 마약까지 팔아야 되나하는 자괴감도 몇 번 겪다보니 이제 모함메드에게 만성이 되었다.


모함메드가 요즘 들어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은 밀무역이었다.

처음에는 궁여지책으로 주변 해역을 지나는 선박들에게 현지 경호세력으로 위장을 하고 통행료를 약간 받다가,

세관을 통하지 않는 무역중개를 할 수 있다면 큰 돈이 될 것 같다는 희망을 본 것이다.

그러던 중에 딥 웹을 통해서 다이아몬드 원석의 중개자를 찾고 있는 메이아와 접촉이 되었다.


종파는 달라도 같은 회교도인 메이아도, 드비어스의 일방적인 가격 제시에 응하는 것보다,

자신이 통제가능한 판매경로를 더 만들고 싶어 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만약 30% 만이라도 다른 경로로 물건을 분산시킬 수 있다면,

드비어스도 결국 공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메이아에게 더 나은 가격을 제시할 것이라는 계산도 서 있었을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 거래였다.

워낙 부피가 적은 물건이어서 지난번에도 메이아 혼자 방문하였다.

경호인원은 처음부터 필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메이아의 물건을 뺏으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당장은 메이아로부터 사들인 원석을 갖고 있다가 원료가가 급등할 때 파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도착 했습니다”

메이아는 처음의 강인한 인상처럼 이번에도 성큼성큼 들어와서 모함메드와 악수를 나눴다.

“형제여, 오시는 길은 문제없었습니까?”

“물론 최상이었습니다. 이번 거래를 기다리느라 조바심이 났던 것 빼고는요.”

문제가 많았다. 비행기 탑승 중에 고열이 나고 눈에 불처럼 열이 올라와서 메이아는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어릴 적부터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긴 메이아이기에 체력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믿었는데,

도대체 이 증상이 무엇인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메이아가 가져온 원석의 품질을 확인하고 정확한 중량을 달아 값을 매기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그동안 일상적인 담소와 서로의 형편에 대한 환담을 기대했던 모함메드는 이번에는 대화를 나눌 분위기가 썩 좋지 못하다고 여겼다.

메이아가 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안색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제여,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픈 곳이라도?”

몸을 조여오는 고통에 무력감마저 느끼던 메이아는 그 때, 어릴 적 생각이 퍼뜩 났다.

동네 아이들끼리 숲을 열 바퀴 돌아오는 달리기 시합을 했던 적이 있었다.

1등을 노리는 자신과 옆 동네 아이는 체격도 비슷했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눈빛도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마지막 한 바퀴가 남았을 때, 숨이 차는 것을 참기 어렵던 메이아는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바로 뒤에서 따라가며 버티던 상황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역부족은 그에게 최초의 절망감을 주었다.

지금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아픈 몸을 억누르려는 의지가 점점 가늘어지다가 마지막 끈이 툭하고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정신이 흐릿해져 왔다.


앞에서 자신을 쳐다보며 계속 안색을 살피는 모함메드의 얼굴도 흐릿해져 갔다.

그리고 마을에 남은 자신들의 가족이 떠올랐다.

고향을 떠나기 위해 숨겨둔 돈이 어디 있는지는 자신만 알았다.

그 돈이 있는 곳을 알려주지 못하면, 자신이 돌아가지 못할 경우, 가족은 다시 몰락한다.

그러나 메이아는 결국 더 이상 의식을 이어가지 못했다.


워낙 완력이 좋았던 메이아는 알 샤바브 병사들에게 커다란 손실을 주었다.

모함메드는 현장에서 목숨을 건졌지만, 치명상을 입고 후송되었다.

처음에 모함메드의 부하들은 메이아와 모함메드가 외부에서 온 침입자에게 같이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메이아가 피투성이가 되어서 뛰쳐나온 방 안에 모함메드가 반 시신이 된 채로 쓰러져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메이아가 자신의 동료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것을 보고 그를 적으로 판단하는 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결국 메이아를 쓰러뜨리기까지 알 샤바브의 병사들은 세 명이 그 자리에서 절명했고,

10여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중경상을 입었다.

물론 모두 메이아의 이빨에 물어뜯긴 상처였다.


역학조사관들이 싱가포르 국영방송국 취재팀의 행선지를 찾아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취재계획에는 시에라리온 방문이 확실했지만, 그 넓은 땅 어디에 있는 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예산을 적지 않게 뿌리고 나서야, 행선지를 알아냈고,

뒤이어서 메이아의 무리들에게 희생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번에는 메이아의 행방이 문제가 되었다.


메이아의 부하들은 이미 수많은 감염자를 만들고 있었고, UN 평화유지군이 파견 되어 감염자들에 대한 대대적 수색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메이아는 어디로 간 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메이아의 부하들은 정말 모르는 것이 확실했고,

그가 사용한 민간 항공기의 조종사를 찾아냈지만, 메이아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그가 한동안 입을 다물어 버린 탓이다.


그 후, 소말리아에 좀비 감염이 극심해지고, 그 고리를 찾는 과정에서

메이아의 행방과 모함메드 무리와의 일이 뒤늦게나마 확인이 되었다.

하지만 역학조사관의 보고서에서 그 때는 이미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소말리아 전체가 감염자로 득실대는 상황이 현재가 되어버린 탓이다.

소말리아 땅에 누가 좀비 바이러스를 전해주었는지 밝히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우리가 아는 좀비는 과연 사실일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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