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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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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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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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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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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행착오

DUMMY

고오오오― 쿠오오오―


언제부턴가 이 불길한 괴음이 우리가 가는 방향에서 주기적으로 들려왔다.

리피두스는 이것이 레비아탄의 포효라고 했다.


“놈이 포효했으니 곧 제물이 바쳐질 거다.”


그렇다.

우리가 가는 동안에도 레비아탄의 제물은 바쳐지고 있을 것이다.


“서두르지.”


그는 삼지창을 들고 일어섰다.

리피두스를 필두로 우리는 다시금 바다를 질주했다.


마녀는 영체이니만큼 체력적인 탈진은 없다.

따라서 휴식도 필요 없다.

이렇게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이유는 리피두스 때문이다.

가장 빠르다는 돛새치의 어인이라 할지라도, 1만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쉼 없이 나아갈 순 없었으니.


다만 리피두스의 회복탄력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3시간 동안 거의 전력으로 질주함에도, 단 30분의 휴식만으로 원래의 체력으로 돌아왔다.

괜히 어인 왕국의 대전사로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이쪽이야.”


그는 어두운 심해 속에서도 암초와 부딫치지 않으면서, 폭풍처럼 몰아치는 해저 밑바닥의 저층 해류를 탐지할 줄 알았다.


저층 해류는 마치 설산에 몰아치는 눈폭풍처럼, 모래와 플랑크톤이 시야를 가리며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위험한 구역이었다.

그러나 리피두스는 오히려 휘몰아치는 해류를 이용해 흐름을 타서 마치, 우주 탐사선의 스윙 바이처럼 해류의 속도를 이용해 더욱 빠르게 나아갔다.


심해여서 그렇지, 밖에서 우리가 나아가는 속도를 관찰했다면 웬만한 비행기의 속도와 비슷하게 보일 것이다.

때문에 휴식을 취하는 그 짧은 시간은 충분히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


물론 우리도 마냥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다.

에페 트라이앵글을 연습하기 딱 좋은 시간이 그때였으니까.


3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해저의 어느 지점에 내려앉았다.

리피두스가 바위틈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이, 나는 에페 트라이앵글 마법진을 새길 준비를 마쳤다.


“후우···”


심호흡하고 마음을 정련한 뒤 자세를 잡았다.

정신을 집중해 푸른 마력을 일순간 끌어내었고, 체내의 순환을 거쳐 발밑에 흘려보냈다.


해저 밑바닥에 닿은 푸른 마력은 마치 말초신경의 가지처럼 뻗어나가며 거대한 마법진을 새겨넣기 시작했다.


“어긋난 부분은 없다. 보조 술식까지 모두 새겨라.”


집중을 잃지 않은 채 그레이스의 조언을 들었다.

나는 시도하지 않았던 보조 술식까지 마법진에 모두 새겨넣었다.


술식의 작업이 모두 끝났을 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에페 트라이앵글을 완벽히 암기해 냈다는 걸.


“배에 그려져 있던 거랑 똑같아아!”

”훌륭하다.”


반경 5M에 가까운 원형의 마법진에는 일만이 넘는 술식이 있다.

이것을 단 하나의 오차 없이 따라 그린다는 것은, 내가 해놓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좋아하기엔 아직 이르다.

융합 마법진은 외워낸다고 발현할 수 있는 마법진이 아니다.

이것은 요리로 따지면 칼을 뽑은 것과 다름없다.

이제 요리를 해야 할 때다.


“파이론. 나는 준비됐다.”

”나도 됐어어~!”


에페 트라이앵글의 첨단에 위치한 두 개의 원형 공백.

그 자리에 그레이스와 아쿠아가 각각 섰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좋아. 시작하자.”


두 마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각각 마법진을 펼쳤다.


붉은 장미가 그려진 붉은 마법진.

파란 소라가 그려진 파란 마법진.


전혀 다른 색을 띠는 두 마법진이 에페 트라이앵글 위에 새겨지자.

마법진과 마법진 사이에 새겨진 술식이 동작하며 마력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 전혀 다른 성질의 두 마녀의 마력을 한 번에 느꼈다.


그레이스의 붉은 마력은 불같이 타오르며 난동을 부렸지만, 아쿠아의 파란 마력은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했다.

두 마력을 동시에 컨트롤 해야 하는 나로서는 그 차이가 워낙 극과 극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느낌을 표현하자면, 한손에 원을 그리면서 다른 한손엔 정사각형을 그리는 행위와 같았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크윽!”


점차 쌓여가는 마력의 무게에 무릎이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마력량.

아쿠아가 융합 마법진을 통해 보내오는 파란 마력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상태를 지속했다간 신체가 터져버릴 것이다.

나는 황급히 마법진을 해제했다.


“허억···! 허어억···!”


전신에 어마어마한 탈력감이 쏟아진다.

아주 잠깐 유지했을 뿐인데도 완전히 지쳐버렸다.


“파이로온. 왜 그래에?”


아쿠아는 쪼르르 달려와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외유내강外柔內剛.

겉은 영락없는 어린 소녀일 뿐인데, 그 속은 어마어마한 마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마력을 담기엔 내 그릇이 너무나도 작았다.


“이제 한번 시도했을 뿐이다. 파이론.”


그레이스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레이스. 이제야 네 말이 이해돼. 인간을 초월해야 한다는 말 말이야.”

”그래. 너는 한계를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파이론. 넌 미라클 듀오를 성공시켰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모르겠어. 지금은 자신이 없어.”


---


---


그레이스와 아쿠아를 놔두고 어두컴컴한 심해 속으로 걸어갔다.

심해는 달의 표면처럼 고요하면서 어두웠다.

그래서인지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미라클 듀오와 에페 트라이앵글의 차이는 크다.

서로 다른 성질의 두 마력을 통제하는 건 하나의 마력을 통제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이것도 힘든데 그다음 것들은 도대체···”


융합 마법진은 총 다섯개.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통제해야 할 마력의 종류도, 감당해야 할 마력량도 늘어날 것이다.

종국엔 다섯 가지의 마력과 다섯 마녀분의 마력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말 인간의 몸을 초월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네.”


어째서 어머니는 나를 인간으로 낳았을까.

영체인 마녀로 낳았다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자 퍼뜩 고개를 도리질 했다.


‘멍청한 소리 하지 마. 파이론.’


그것을 탓한다는 건 스스로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꼴일 뿐이었다.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 보자.’


“네 마력의 부피가 쓸데없이 커서 그런 거다.”

”그레이스으의 마력이 제멋대로여서 그런 거야아.”


돌아가니 그레이스와 아쿠아가 다투고 있었다.


“마력량을 줄여라.”

”그레이스으야 말로 마력을 절제해 봐아.”

”파이론은 내 마력 통제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너도 미라클 듀오를 보지 않았나?”

”봤지이. 완전 지쳐있는 파이로온으을. 분명 그레이스으의 마력은 통제하는 게 정말 힘들 거야아.”


서로의 의견이 상충하자, 그레이스는 미간을 찌푸렸고 아쿠아는 입꼬리를 내리며 심술 난 표정을 지었다.


“누구의 탓인지 물어보는 게 났겠군.”

”누구의 탓인지 물어보는 게 났겠어어.”


내 양옆에 동시에 선 마녀들.


“파이론. 결코 내 마력 때문에 네가 낙담한 거라 생각지 않는다. 분명 다른 이유 때문이겠지. 그렇지 않은가?”

”파이로온~ 그레이스으의 마력이 너무 정신없었지이~?”


각자의 개성이 담긴 말투와 의견으로 어필하는 마녀들의 물음에 약간 당황했지만.

나는 두 사람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둘 다 잘못 없어. 내 능력이 부족한 탓이야.”


그러자 두 사람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파이론. 내가 좀 더 마력을 절제해 보도록 노력하겠다.”

”아니야아. 파이로온. 내 마력이 너무 무거워서 그런 거잖아아. 파이로온은 잘못 없어어.”


서로의 탓을 할 땐 언제고, 자신의 탓으로 돌려 나를 위로하는 마녀들.

생각해 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이것은 내 문제가 맞았다.


혹시나 나를 생각해 그레이스가 자신의 마력을 절제한다면.

아쿠아가 자신의 마력량을 줄인다면.

그것이 과연 온전한 마법일까?


그때 바위틈에서 리피두스가 나타났다.

모습을 보니 휴식을 마친 모양이었다.


“시간이 더 필요한가?”


원한다면 기다릴 용의가 있다는 듯한 그의 태도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일단 움직이자.”


우리는 다시금 해류를 타고 심해를 헤쳐 나아갔다.

다음 휴식 시간은 3시간 뒤에 돌아온다.

그동안 나는 어떻게 하면 두 마녀의 마력을 감응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우선 아쿠아의 마력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어.’


서로 다른 두 마력을 감당해 내기 이전에, 무지막지한 마력량을 지닌 아쿠아의 마력부터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미라클 듀오를 아쿠아와 시도해 볼까?’


문뜩 든 생각이었지만, 곰곰이 되새겨보니 좋은 생각이었다.

아쿠아의 마력을 통제하기에 미라클 듀오만큼 확실한 연습 방법은 없었다.

나는 남은 시간 동안 파란 마력의 느낌을 떠올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3시간 뒤.

리피두스는 또다시 휴식을 취했고, 나는 마녀들과 함께 적당한 자리에 내려앉았다.

나는 아쿠아와 미라클 듀오를 해보겠다는 말을 두 사람에게 전했다.


“좋은 생각이다. 파이론.”

“알았어어. 해볼게에.”


기대하는 그레이스와 달리 아쿠아는 약간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미라클 듀오를 실패한다면, 마력량의 문제라는 것이 부각될 테니.


“후우···!”


심호흡과 함께 끌어낸 푸른 마력으로 바닥에 미라클 듀오의 마법진을 새겨넣었다.

아쿠아는 정해진 위치에 서서 파란 마법진을 펼쳤다.


“크윽!”


왔다.

어마어마한 파란 마력의 물결.


파란 마력이 미라클 듀오에 쌓일 때마다, 몸을 짓누르는 바윗덩이가 하나씩 추가되는 듯한 무게감이 전해져온다.

어떻게든 파란 마력을 컨트롤해 보려 했지만, 그건 맨손으로 바위를 옮기겠다는 것과 동일했다.


결국 뭣하나 해보지 못하고 미라클 듀오를 해제했다.

기다렸다는 듯 그레이스가 한마디 한다.


“흥. 이제 알겠나? 무식할 정도로 많은 네 마력량이 문제였던 거다.”

”우우···”


이번만큼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아쿠아가 우는 소리를 냈다.


“그레이스. 그런 소리 하지 마. 네 마력을 통제하는 것도 어려운 게 사실이야. 그래서 우리도 몇번이고 시행착오를 거쳤잖아?”

”···”

”뭐야아? 그레이스으도 실패한 적이 있었어어?”


아쿠아의 기가 다시 살아났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성공했던 건 사실이니 그레이스도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마력량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라클 듀오조차 할 수 없다.


“흐음···”


아쿠아의 마력량을 지켜본 결과 맨몸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무게를 감당할 수 없다면, 무게를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적은 마력을 보낸다면 마력의 질이 떨어진다.

그건 용납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마력량을 동일하게 보내주되, 마력의 농도를 유지한 채로 무게를 줄일 방법은 없는 걸까?


‘잠깐만.’


그러고 보니 아쿠아의 마력은 어딘가 물을 떠올리게 한다.

생각해 보면 붉은 마력은 제멋대로 날뛰는 모양새가 꼭 타오르는 불꽃 같다.


근데 그게 정말 불꽃이라면?

마녀의 마력이 원소의 성격을 띤다면?


아쿠아의 파란 마력은 물의 성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증발시켜 무게를 줄일 수 있겠지.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 시도할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마침 나는 불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 어떤 것이라도 불사르는 푸른 불꽃 말이다.


“아쿠아. 내게 좋은 생각이 하나 있어.”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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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에테르 24.06.11 11 1 10쪽
» 시행착오 24.06.10 11 1 12쪽
86 원인 24.06.08 11 1 13쪽
85 선상 전투 24.06.07 11 1 12쪽
84 외양 24.06.06 10 1 11쪽
83 고민 24.06.04 11 1 12쪽
82 바다 송곳니 24.06.03 10 1 11쪽
81 크라운 피쉬 타운 24.06.01 11 1 13쪽
80 물과 기름 24.05.31 10 1 13쪽
79 물과 기름 24.05.30 9 1 10쪽
78 다음 단계 24.05.28 10 1 11쪽
77 악연 24.05.27 10 1 10쪽
76 악연 24.05.25 11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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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대양의 마녀 24.05.23 1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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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엑자일 사이러스 24.05.20 16 1 9쪽
71 엑자일 사이러스 24.05.13 16 1 10쪽
70 블루홀 24.05.11 1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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