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헌킬 님의 서재입니다.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헌킬
작품등록일 :
2024.02.05 02:03
최근연재일 :
2024.06.24 22:2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4,711
추천수 :
198
글자수 :
511,350

작성
24.06.06 22:20
조회
10
추천
1
글자
11쪽

외양

DUMMY

“폐하. 마리엔 밈 픽시펜슬 보좌관입니다.”

”들어와.”


철컥.


육중한 이중문이 열리며 정복을 입은 마리엔이 들어섰다.

하나의 예술작품과 같은 크리스탈로 조각된 방.

셀레나는 상아처럼 새하얀 책상 앞에 앉아 깃펜을 휘갈기고 있었다.

그녀의 양쪽에 쌓여있는 결재 서류를 본 마리엔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셀레나 님. 정각이 지났어요. 이러다간 정말 쓰러지실지도 몰라요.”


마리엔은 최근 들어 셀레나가 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매일 진행되는 국무회의는 아침 일찍 시작되고 해가 질 때까지 이어진다.

그 이후에도 이렇게 집무실에 남아 철야까지 결재 서류를 확인한다.

집무실에서 자는 날이 침실에서 자는 날보다 더 많을 정도다.


“켈베로스가 오고 있어. 내게 쉴 시간은 없어.”


현시점 군사의 체계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조하는 제도와 행정 역시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야 한다.

워터 제국은 지금 그 어떤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녀가 하루에도 수백 건의 결재를 처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리엔은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제국의 존망이 걸려있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쉰다고 한들 제대로 쉴 수나 있겠는가.

제국의 여황제로써 그녀의 행동은 온당하다.


“그 말을 하러 온 거라면 가보도록 해.”


셀레나는 한순간도 결재 서류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이 사뭇 냉정하게 느껴진다.

파이론이 떠나고부터 더욱 그랬다.


“녹스에게서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파이론에 대한 것으로요.”


서류를 펼치고 확인하고 사인하는 셀레나의 기계적인 움직임이 일순간 멈춰 섰다.

눈꽃처럼 아름다운 그녀의 하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파이론은 무사하니···?”

”네.”


차분하게 가라앉는 한숨 소리.

가슴에 손을 대고 마음을 추스르는 셀레나의 모습을 지켜보며 마리엔이 덧붙였다.


“파이론은 현재 물의 마녀와 거래 관계를 맺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중이라고 합니다.”


마리엔은 파이론의 활약에 셀레나가 기뻐할 줄 알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그녀는 좋아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묵묵히 깃펜을 고쳐잡는 셀레나.

그 모습을 본 마리엔이 물었다.


“파이론은 누구도 하지 못할 큰일을 해냈어요. 기쁘지 않으신건가요?”

”마리엔. 나는 파이론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들은 순간, 마리엔은 부끄러워졌다.


셀레나가 어찌하여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제국의 운명이라는 거대한 부담.

그것을 파이론 혼자 떠맡게 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닌가.

설사 그가 실패하더라도, 셀레나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셀레나 님. 생각이 짧았습니다. 저 역시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쿵.


문이 닫히고 마리엔이 사라지자, 셀레나는 사인을 마친 결재 서류를 덮었다.

기껏 차분해졌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보고 싶어··· 파이론···”


하루라도 빨리 그를 보고 싶다.

그와 함께한 시간은 너무나도 적었다.

바쁜 와중에도 그에 대한 걱정을 안 한 날이 없었다.


“무사히 돌아와 줘···”


---


---


“어인 왕국으로 가겠습니다.”


내 선언에 오셀과 클루니가 입을 쩍 벌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녀님들이 계신다고 하더라도 그건 무리입니다.”


어인 왕국과 세이렌 왕국의 영역 다툼.

그로 인해 터전을 빼앗긴 외양의 종족들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끝없이 몰려올 것이다.


그 문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오션과의 거래는 이루어질 수 없다.

오션은 그것을 알고 거래를 승낙한 것이다.

진실을 알게 되면 내가 포기할 것이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파이론 님과 마녀님이 떠나시면 이곳은 누가 지켜주시는 거죠?”


클루니는 무척 곤란하다는 듯 물었다.

그의 심정도 이해한다.

바다 송곳니와 같은 흉포한 외양의 포식자들에게서 방어할 수단이 없는 이들에게 그나마 우리의 존재는 안심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곧바로 떠나겠다니 당연히 걱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건 아쿠아가 해결해 줄 거예요.”

”마녀님께서 남아주시는 겁니까?”


일순간 밝아진 표정의 오셀과 클루니.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건 아니었다.


“마법으로 결계를 쳐줄게에. 협곡을 막으면 밖에서 아무도 못 들어오는 거잖아아.”


아쿠아의 방울은 웬만한 공격에도 끄떡없다.

수천에 달하는 백상아리 어인족도 어쩔 도리 없이 피해야 했을 정도니까.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마녀님의 마법은 굉장하다고 들었으니까요. 결계는 사라지지 않는 거겠죠?”

”계속 지속되진 않아아. 길어봤자 2주 정도야아.”

”그, 그러면 안 되지 않습니까?”

”괜찮아요. 그 전에 돌아오겠습니다.”


아쿠아와 사전에 이야기했던 내용이다.

운이 좋게도 아쿠아의 방울은 유지력이 썩 괜찮았다.

시전자 없이 2주 동안이나 유지되는 마법은 봉인 마법을 제외하면 극히 드물다.


2주일이면 충분하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도 딱 그 정도니까.


“하지만 가능하시겠습니까? 어인 왕국으로 가려면 청새치의 최고 속도로도 이틀이 꼬박 걸립니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다.

유일하게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시간이었으니까.


“청새치의 최고 속도가 몇 노트죠?”


에스파다에게 듣기로 범선의 최고 속도는 20노트.

그와 동일하거나 작다면 좋겠지만, 우려하는 저들의 표정을 보니 그보다 훨씬 빠를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물고기가 빠르면 얼마나 빠르겠나.

청새치의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범선보다 조금 빠른 정도겠지.


“노트? 처음 듣는 단어로군요.”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아무래도 어인들은 속도 단위의 개념이 없는 듯하다.

그때 옆에 있던 아티가 입을 열었다.


“제가 알기로 청새치는 최고 속도가 70노트로 알고 있어요.”


아티의 답변을 이해하는 것도 잠시.

70노트라는 괴랄한 숫자에 놀라고 말았다.

1노트는 키로수로 환산하면 대략 1.85km/h.

즉, 청새치의 최대 헤엄 속도는 무려 130km/h인 것이다.


자동차로도 거기까지 밟아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 속도로 이틀을 꼬박 가야 도달하는 거리라고?


“130키로로 48시간을 가야 하는 거리니까···”


대충 계산이 된다.

여기서부터 어인 왕국까지 대략 6000KM 정도 떨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대 20노트로 나아가는 범선의 속도로는 밤낮없이 달려야 꼬박 일주일이 걸리는 거리.

왕복만 해도 2주는 그냥 넘는다.


‘역시 시간이 문제야.’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때 방의 한쪽 구석에 가시 줄기로 속박되어있던 트리톤이 입을 열었다.


“크럏! 곤란해 보이는구나. 마녀군주여. 나를 풀어준다면 어인 왕국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주지.”


그의 속셈을 모르진 않는다.

이곳에 붙잡혀 있으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을 테니 도망치려는 거다.

오셀과 클루니는 분노했지만 나는 차분히 물었다.


“그걸 어떻게 믿지?”

”크럏! 난 외양의 바다를 누비던 선조들이 알아낸 물길을 꿰고 있다. 이곳을 가장 먼저 찾아온 것도 우리 일족이지. 그걸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나?”

”파이론 님! 속으시면 안됍니다!”

”몰래 도망치려는 게 분명합니다!”


오셀과 클루니가 소리쳤지만 그레이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일갈했다.


“판단은 파이론이 한다.”

”맞아아. 그러니까 조용히 해봐아.”


아쿠아까지 거드니 오셀과 클루니는 입을 다물었다.


“좋아. 거래하자.”


고민할 것도 없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지금,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걸어야 한다.


“그레이스. 풀어줘.”


그레이스는 트리톤을 속박하고 있던 가시 줄기를 해제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요. 저희는 파이론 님과 마녀님을 믿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근본적으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었기에.

오셀과 클루니는 마지못해 수긍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우리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을을 떠났다.

한시도 지체할 시간은 없었으니.


---


---


“오셨군요.”


에스파다가 기다렸다는 듯 배에 돌아온 우리를 맞았다.

나는 그에게 어인 왕국으로 떠날 계획을 설명했다.


“그렇군요. 어인 왕국이라. 잘 알겠습니다. 방향은 동쪽이겠군요.”

”자세한 방향은 저 어인이 알려줄 겁니다.”


나는 앞바다에 반쯤 상반신을 드러낸 트리톤을 가리켰다.

그의 등지느러미는 해수면 위에 솟아 있어 어디로 이동하는지 쉽게 눈에 띄었다.


“마을에서 보내준 조력자인가요?”

”아니요. 침입자들의 우두머리예요.”


나는 그가 협력하게 된 자세한 경위를 설명했다.

그럼에도 에스파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혹시나 도망치진 않을까요?”

”그건 걱정 마세요. 아쿠아에게 감시를 부탁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저도 방향을 기록하면서 혹시나 엉뚱한 곳으로 안내하는지 주의 깊게 살피겠습니다.”


펄럭―!


돛이 펼쳐지고 배가 전진하기 시작했다.

동쪽으로 이동하되, 해류를 타기 위한 자세한 방향은 트리톤에게 맡겼다.

아티는 그의 등지느러미를 보고 방향을 알리는 방향수 역할을 자처했다.

아쿠아는 바닷속에서 트리톤의 감시를 확실하게 맡아주었다.


바다 위로 솟아난 암초 절벽의 협곡을 지나, 드러난 외양은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바다였다.

외양은 미지의 바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폭풍우가 내리치거나, 하늘을 뒤덮는 파도가 수시로 몰아쳤다.

아쿠아의 방울 마법이 아니라면 진작에 배가 침몰했을 것이다.


외양은 아쿠아도 알지 못하는 외계 바다였기에, 우리는 오로지 트리톤을 의지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선원들은 트리톤이 우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일부러 위험한 해역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냐고 볼멘 소리를 했지만, 에스파다가 그것을 일축했다.


에스파다는 실시간으로 해도를 수정하며, 복잡한 해역을 계측하고 정리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놀랍게도 하루 만에 2000KM에 달하는 거리를 뛰어넘었다고 한다.


“트리톤의 해류 감지 능력과 이해력은 신비를 넘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눈으로도 구별하기 힘든 해류를 감각적으로 선별해,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에스파다는 트리톤을 맹신하기에 이르렀다.

마치 선각자의 뒤를 따라가듯 트리톤이 향하는 길을 따라 키를 돌렸다.

그는 난해류 속에서도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그렇게 3일이 지났을 때.

우리는 6000KM의 거리를 뛰어넘어 어인 왕국의 해역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설급 마녀 아들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7 대면 NEW 17시간 전 5 1 11쪽
96 대면 24.06.22 9 1 15쪽
95 대면 24.06.21 9 1 11쪽
94 초월 24.06.20 11 1 12쪽
93 초월 24.06.18 12 1 12쪽
92 레비아탄 24.06.17 10 1 12쪽
91 레비아탄 24.06.15 11 1 12쪽
90 타락의 우물 24.06.14 11 1 11쪽
89 안식의 폭포 24.06.13 10 1 11쪽
88 에테르 24.06.11 11 1 10쪽
87 시행착오 24.06.10 11 1 12쪽
86 원인 24.06.08 11 1 13쪽
85 선상 전투 24.06.07 11 1 12쪽
» 외양 24.06.06 11 1 11쪽
83 고민 24.06.04 11 1 12쪽
82 바다 송곳니 24.06.03 10 1 11쪽
81 크라운 피쉬 타운 24.06.01 11 1 13쪽
80 물과 기름 24.05.31 10 1 13쪽
79 물과 기름 24.05.30 10 1 10쪽
78 다음 단계 24.05.28 10 1 11쪽
77 악연 24.05.27 11 1 10쪽
76 악연 24.05.25 11 1 16쪽
75 대양의 마녀 24.05.24 10 1 11쪽
74 대양의 마녀 24.05.23 12 1 9쪽
73 엑자일 사이러스 24.05.21 11 1 9쪽
72 엑자일 사이러스 24.05.20 17 1 9쪽
71 엑자일 사이러스 24.05.13 16 1 10쪽
70 블루홀 24.05.11 17 1 9쪽
69 블루홀 24.05.10 14 1 6쪽
68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4.05.09 19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