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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로 제국이 너무 발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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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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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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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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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화 남작 이안 맥스웰(2)

DUMMY

“대항해세기, 한때는 정말 명작으로 꼽히던 게임이었지.”


대항해세기는 삼국지 IP 게임으로도 유명한 일본의 K 개발사가 만든 고전 게임이었다.


1편부터 당대 기준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이어진 후속작들도 대부분 명작으로 취급되었다.


비록 최근에 만들어진 시리즈들은 졸작 소리를 듣거나 망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여전히 그리워하던 게임이었다.


“그도 그럴 게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 생각보다 얼마 없었지.”


특히나 15세기 배경의 바다를 그린 작품은 거의 없었다. 대항해세기를 제외하면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건 한두 개 정도.


바다라는 소재가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바다에 대한 본능적인 동경과 호기심이 있다.


문제는 그 바다라는 소재를 낭만적으로 잘 그려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런 점에서 대항해세기는 무척 잘 만든 게임이었어.”


대항해세기가 바다의 낭만을 그려내는 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다라는 소재 자체보다 캐릭터였다.


다수의 주인공들, 주인공의 동료가 되는 캐릭터들, 항구의 여관마다 있는 여급들, 모두 특색 있고 매력적이다.


그들 하나하나가 게임을 이루는 스토리와 서사되고 그들이 있는 바다는 더욱 낭만적으로 묘사된다.


물론 그것만이었다면 속 빈 강정 같았을 것이다. 당연히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 외에도 항해의 낭만 자체도 무척 잘 살린 게임이었다.


“어디 보자··· 캐릭터 외에 주의해서 구현해야 하는 건 교역, 모험, 전투 시스템들인가.”


교역, 먼바다로 특산품을 싣고 돌아와 거금을 벌어들이는 것.

모험, 미지의 땅을 탐험해 신비로운 유적과 유물을 찾는 것.

그리고 함포 사격과 선상 백병전의 낭만을 담아낸 전투.


대항해세기를 구성하는 3가지 요소였다. 앞서 말한 캐릭터들도 이 세 가지 역할군으로 나뉘어 있으며, 역할에 맞는 동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함대를 운영하는 재미도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미가 없을 수가 없는 게임이다. 아마 원작의 완성도대로 만들어낸다면 이번에도 대박을 칠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만든 것들과는 달리 표절을 통해 날먹을 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문명 발전’이나 ‘아너로드’랑 달리 방대한 스토리도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고증이 문제야.”


대항해세기는 바다를 소재로 한 낭만적인 이야기를 여러 캐릭터를 통해 담아낸 게임이다. 당연히 그런 특색 있는 캐릭터들과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스토리라는 건 배경과 세계관이란 것도 중요한데, 만약에 내가 원작을 그대로 베껴내기만 한다면 원작의 완성도를 재현하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가 된다.


왜냐하면, 대항해세기는 실제 15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해서 사실성을 더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대항해세기를 플레이하면 따로 세계사 지리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게 안 된다. 원본의 내용을 그대로 베끼기만 해서는 가상의 세계에 가상의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몰입도의 차이가 어마어마해진다는 의미다.


당연히 이쪽 세계의 지리와 역사 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스토리와 캐릭터는 내가 각색한다고 해도 말이다.


“다행히 블랙우드 경이 노련한 모험가였으니 그에게 도움을 좀 받으면 되겠지.”


정확한 세계지도가 있는 세상은 아니긴 하지만, 어느 정도 고증을 반영하는 건 어렵지 않을 터였다.


“그럼 이대로 만들면 되겠네. 그런데 이번에는 특별히 다른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


어쩐지 게임을 만들 때마다 뭔가 대단한 일이 생기곤 했다. 황제를 알현하게 되질 않나, 황태자가 찾아오질 않나, 이제는 아예 귀족이 되어버렸다. 그냥 게임만 만들었을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번 ‘대항해세기’는 딱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비록 조금 크고 함포를 쏘는 배가 등장하긴 하지만··· 배 자체는 이쪽 세상에도 있는 거잖아?


바다 항해가 딱히 신기한 곳도 아니니 뭐 특별한 일이 생길까 싶었다. 그러니 이번엔 뭔가 일이 커질 걱정은 할 필요 없을 것 같았다.


···라고 생각했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게 되기 전까지는.


* * *


“이게 그 신작 ‘대항해세기’인가.”


에드워드 블랙우드는 게임기를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안 맥스웰에게 충성 맹세를 한 그였지만, 사실 그에게 진심으로 충성을 바칠 생각이냐면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그였다.


딱히 그가 신의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원래 봉신 관계는 쌍무적 이익 관계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는 이안을 통해 자신이 출세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그에게 투자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안 역시 약속대로 게임기의 생산을 전면으로 맡겼다. 판매 수익의 상당 부분을 로열티로 내야 하겠지만 벌어들일 수익에 비하면 별것 아닌 수준이었다. 물론 이번 작 역시 아주 대박을 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언뜻 봐서는 그리 대단한 느낌은 아닌데···”


문명 발전과 아너로드를 어렵게 구해서 해본 그로서는 오프닝 화면에 보이는 그래픽은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이안이 만든 다른 두 게임과는 달리 2D 그래픽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그래픽을 쓴 이유는 있었다. 이번에 만들 게임은 귀족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평민을 대상으로도 팔 계획이었다.


그러려면 게임기의 단가를 좀 더 낮춰야 하는데, 아티팩트의 성능이 떨어지면 구현 가능한 게임의 그래픽도 질이 나빠졌다. 그래서 이안은 과감하게 고전풍 도트 그래픽을 선택했다.


도트라곤 해도 16비트 도트라서 꽤 퀄리티는 상당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그래픽이 볼품없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평민들은 이걸 보고도 대단하다고 여기겠지만.


“제작에 이런저런 조언들을 구하긴 하시던데··· 과연 게임은 어떨지 모르겠군.”


아직은 최종 완성본은 아니라고 들었다. 블랙우드가 받은 건 일종의 베타 버전으로 그에게 고증적인 오류가 없는지 이안이 검수를 맡긴 것이었다.


“그럼 한번 시작해볼까.”


블랙우드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곧바로 게임을 시작해보았다.


『나는 항구를 떠도는 철새요』


“흠, 분위기는 꽤 나쁘지 않군. 배경음악도 꽤 감미롭고···”


이미 다른 게임을 해본 블랙우드는 나름대로 게임을 평가하면서 플레이를 시작했다. 조금 심심한 분위기긴 했어도 시작은 꽤 괜찮았다.


『배의 가치도 모르는 놈은 썩 꺼져!』


“이, 이런! 고작 몇 푼 깎았다고 이러다니. 어쩌지 이번엔 카락을 꼭 사고 싶은데.”


얼마지 않아 더 좋은 배를 타기 위해 전전긍긍하기도 했으며,


『제독! 태풍입니다! 키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으악! 태풍이라니! 하필 이럴 때!”


귀중한 교역품들을 가득 싣고 돌아올 때 태풍을 만나 식겁하기도 했다.


『해적이 다가온다. 함포를 준비해라!』


어떤 때엔 해적과 만나 함포를 쏘고 백병전을 벌이기도 했다.


함포의 개념이 아직 없는 세상이라 2D 그래픽으로 표현했음에도 함포 사격전은 손에 땀을 쥐는 듯했다.


『선장님,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제게는 보물보다 소중해요.』


때로는 항구의 여급과 두근거리는 대화를 나눌 때도 있었다.


『바다는 끝이 없다. 그리고 우리의 탐험도 끝이 없을 것이다.』


“···이건 정말 최고의 게임이야.”


그리고 이윽고 엔딩을 봤을 때, 블랙우드의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흐르고 있었다.


“옛날 항해를 직접 나서던 때가 그리워.”


블랙우드. 천한 상인의 아들인 그는 젊은 시절 혈기를 참지 못하고 운명과 기회를 얻기 위해 바다로 나갔었다.


힘들고 죽을 뻔한 적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때만큼 두근거렸던 적도 없었다. 지금은 많은 돈을 벌어 가정도 차리고 항해도 그만뒀지만, 이 게임을 하자 그때의 기억들이 추억처럼 떠올랐다.


특히나 이 게임에는, 그가 이안에게 조언해주었던 그의 지식들이 담겨 있었다. 문헌으로 보거나 입소문으로 들었거나 아니면 직접 가서 보았던 곳들.


신비롭고 굉장한 곳들도 많았고 아직도 직접 가보지 못해서 아쉬운 곳들도 많았다. 이안은 그러한 곳들 역시 다른 모험가나 상인들의 정보를 구매해 모자란 부분들을 채워 넣었다.


그 덕에 게임의 완성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블랙우드가 그렇게 느낄 정도였으니 일반인들이 한다면 차원이 다른 감동을 느낄 것이다.


“이건 분명 대박을 낼 거다.”


블랙우드는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신작도 대박을 낼 거라고. 하지만 고작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았다.


“‘대항해세기’는 엄청난 파란을 일으킬 거야.”


대항해세기는 바다의 낭만이란 이름의 엄청난 마력을 지닌 물건이었다.


끝없는 바다와 미지의 세계, 일확천금의 보물들과 거대한 명성을 거머쥘 기회. 위험하고 어렵기만 해서 천한 직업으로 여겨지는 뱃사람에 대한 낭만도 가득했다. 이런 것을 보면 누구라도 바다에 동경을 품을 것이다.


그런 게임을 세간에 풀어버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너도나도 바다로 향하겠지.”


이안이 있던 현대 사회와는 달리 아직 낭만 하나에 목숨을 거는 이들이 수두룩한 세상이었다. 귀족 평민 가리지 않고 이 낭만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려고 할 사람들이 잔뜩 있을 것이다. 특히나 게임이란 것 자체가 아직 생소한 평민들에겐 정말로 신세를 고칠 기회로 보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안은 전혀 그런 의도로 만든 게 아니지만 이미 바다 모험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블랙우드조차 다시 모험심에 불탈 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특히나 블랙우드처럼 능력이 있어도 출신이 천하여 차별당하는 신흥 귀족들.


그들의 야망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위험한 바다에 가려는 것을 주저할 수도 있다.


위험천만한 태풍.

시시때때로 덮쳐오는 해적.

적대적인 원주민들이 공격할 수도 있고 다른 나라의 항구가 입항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목숨이 위험하거나 큰 손해를 볼 것이다.


“하지만 대항해세기에서 나온 것들을 재현할 수 있으면 어떨까?”


대항해세기에는 커다란 함포와 그 함포들을 잔뜩 실을 수 있는 커다란 배가 나온다.


그 두 가지만 있다면 해적이나 말을 듣지 않는 항구 따위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터였다.


비록 그래픽적으론 간소하게 나타난 것들이지만, 이안 남작이 구체적인 설계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사실 그건 3D로 표현됐던 ‘대항해세기’의 후속 시리즈의 배와 대포들이었다.


배의 경우 이안이 고증 확인 차 블랙우드에게 보여준 것이었지만, 기억 마법으로 재현한 것들이라 무척 섬세한 모습이었다.


그런 배를 처음 봤던 블랙우드는 혹시 몰라서 꼼꼼하게 기억해두었다. 설계에 반영하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을 터였다.


그것들만 있다면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도 허황된 일은 아니었다.


“이건 기회다. 반쪽짜리 졸부 취급을 벗어나 진짜 귀족으로도 인정받을 기회.”


바다를 정복하고 제국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준다면, 황제는 그를 중용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이건 이안이 그에게 만들어 준 기회였다.


“하지만 나 혼자는 무리야.”


그의 구상을 이루려면 커다란 배들이 잔뜩 필요하다. 커다란 교역선들도 필요하지만, 함포를 잔뜩 실은 함대가 있어야 그 구상을 실현할 수 있다.


당연히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다. 블랙우드가 돈 좀 있다고 해도 혼자 할 순 없었다. 그러니 뜻을 같이할 이들을 모아 도전해야 했다.


그러려면 뜻을 같이 할 사람을 모을 여론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더욱 열심히 이 게임을 팔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바다의 낭만에 이끌려 자신과 함께 해줄 테니까.


“잠깐, 혹시 이안님은 이 모든 걸 예상하신 건가?”


그러다가 문득 블랙우드는 이안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제게 협력한다면 어쩌면 경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이안님은 이 모든 걸 예상하면서 날 부르셨던 거군.”


아니다. 이안은 그저 게임을 더 많이 팔 생각 뿐이었다. 물론 블랙우드의 야심을 읽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저 그를 끌어들이려고 한 말에 불과했다.


하지만 블랙우드의 입장에선 이 모든 게 치밀하게 예상된 것처럼 보였다. 이미 '문명 발전'과 '아너로드'로 대단한 파급 효과를 만들어냈던 이안이라면 더 그럴싸했다. 더욱이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이안은 더 많은 혜안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이안 님에게 더욱 충성해야겠어.”


그렇다면 블랙우드는 앞으로도 이안과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그의 혜안을 통해 더 이득을 취할 테니까.


그래서 이안에게 더욱 충성하기로 다짐했다.


의도치 않게 봉신의 충성심을 얻는 이안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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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남작 이안 맥스웰(1) +3 24.07.04 1,833 58 14쪽
9 9화 기사들의 명예(2) +6 24.07.03 1,892 55 13쪽
8 8화 기사들의 명예(1) +5 24.07.02 1,968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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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새로운 게임(1) +3 24.06.30 2,119 58 14쪽
5 5화 발전의 시작(2) +5 24.06.29 2,123 64 11쪽
4 4화 발전의 시작(1) +5 24.06.28 2,213 66 12쪽
3 3화 황제에게 문명을(3) +2 24.06.27 2,288 72 13쪽
2 2화 황제에게 문명을(2) +3 24.06.27 2,299 72 11쪽
1 1화 황제에게 문명을(1) +5 24.06.26 2,490 8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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