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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로 제국이 너무 발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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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소울
작품등록일 :
2024.06.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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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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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발전의 시작(1)

DUMMY

“자네, 대체 뭘 어떻게 한 건가?”


황제를 독대한 다음 날, 부장이 대뜸 나를 보자마자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우리 사업을 허락하셨네. 심지어 마법개발부의 인력을 써도 된다고 하셨어. 물론 황실에 일정 수익을 바쳐야 하긴 하지만 세금 낸다고 생각하면 별거 아닐 거야.”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황제에게 감히 개발부 예산으로 만든 게임기로 사업해도 되냐고 묻진 못했었는데 황제가 알아서 허락해준 모양이다. 통 크게도 개발부 재원 사용까지 허락해줬다.


“폐하께서 자네가 만든 게임을 어지간히 좋게 보신 모양이야.”

“확실히 그렇기는 했죠.”


너무 그런 것 같아서 큰일 날 뻔했지만.


“어쨌거나 이제 돈 벌 일만 남았구만. 팀을 지원해줄 테니 한번 마음껏 만들어보게나. 판매는 나한테 맡기고.”


부장은 돈 벌 생각에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웃었다. 돈 욕심이 많아 보이는 게 좀 불안하긴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노골적으로 욕심을 보여주니 차라리 믿을 만했다. 세상에서 돈 욕심 없다고 말하는 놈들이 가장 못미더운 놈들이니까.


“그런데 부장님. 당연히 아티팩트··· 그러니까 제품을 판매할 고객분들은 전부 귀족이겠죠?”

“음? 당연히 그렇지. 뭐 문제라도 있나?”

“아뇨, 딱히 문제랄 건 없지만···”


솔직히 말하면 문제가 좀 있다.


당장 게임을 또 하나 만들기엔 시간이 부족하니 귀족들에게 팔아야 하는 것도 ‘문명발전’인데 문제는 황제가 그랬듯이 귀족들도 그 안에 나타나는 내용이 불경하거나 이상하다고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건 그렇게 걱정은 안 된다. 이미 황제가 해보고 문제없이 넘겼기 때문에 귀족들도 문제 삼기 힘들 거다. 여기서 문제 제기하면 제기한 놈이 황제에 대한 불경이 될 수 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다른 점이었다.


“다른 것보다 생산량이 걱정입니다. 저나 개발부 인원으로 만드는 수량은 많지 않을 테니까요. 제품을 판매할 고객분들이 늘어나면 수량을 맞추기 힘들겠죠.”

“음··· 확실히 그런 문제가 있었군.”


이번에 내가 만든 게임기는 전부 손수 마법을 걸어 깎아 만든 아티팩트였다.


같은 제품을 만들려면 나나 다른 마법사들이 직접 깎아 만들어야 한다. 마법사들의 경지도 제각각이니 만드는 속도나 필요한 인원도 다 다르다.


즉, 전혀 기계화된 과정 없이 100% 수작업이라서 생산 효율이 무척 떨어진다. 여기도 기계적 공정이 아예 없는 세상은 아니지만, 아직 증기기관도 없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그 증기기관이라도 만들 수 있으면 좀 나아질 수도 있지만··· 아직 여러모로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당분간은 일부러 소량으로만 생산하는 게 어떻습니까?”

“일부러 조금만 만들자고? 분명 그 게임기는 인기가 무척 많을 텐데··· 분명 찾는 사람들이 많을 걸세.”

“그럴수록 더욱 비싸게 팔리겠죠. 물론 많이 파는 쪽이 좋긴 하지만 당장은 대량으로 생산하긴 힘드니 희소하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흠, 일리가 있는 말이군.”


분명 귀족들에게도 ‘문명발전’은 인기가 있을 것이다. 호불호는 좀 갈릴지 몰라도 놀거리가 마땅치 않은 이세계에게는 충분히 먹히고도 남는다. 특히나 아무에게나 팔지 않는다면 더욱 프리미엄이 붙겠지.


“알겠네, 내가 책임지고 최대한 비싸게 팔아보겠네. 자넨 안심하고 만들기만 하게나.”


돈 욕심 그득한 부장은 그렇게 호언장담했고 나는 그의 욕심을 믿고서 그 날부터 내게 배속된 팀원들을 데리고 제작에 착수했다.


얼마 후 만들어진 시제품들이 테런 백작에게 전해졌다.


그리고 대박이 터졌다.


* * *


이안에게 맡겨달라고 호언장담한 테런 백작이었지만 사실 그가 뭔가를 대단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황제 폐하께서 푹 빠진 장난감이란 소문은 사교계에 충분히 퍼져 있지. 그걸 적절히 이용하기만 하면 돼.”


사교계의 소문은 빠르다. 그 일중독 황제가 며칠이나 밤을 새우며 한 ‘게임’이 뭔지에 관해서 이미 다들 왈가왈부하고 있었다.


테런 백작은 뜬구름뿐인 그 소문을 살짝 부추길 뿐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너무 재밌게 하셔서 제작자를 불러 직접 큰 상을 내려 치하하셨지요. 개발부에 있는 내 부하이기도 한 사람입니다.”

“한번 그 게임을 시작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겁니다. 제가 직접 해봤으니 제 명예를 걸고 보장합니다.”

“궁금하면 곧 시제품이 더 나올 텐데··· 원하신다면 몇 개 선물해드리지요. 아,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이건 귀공께 드리는 제 성의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자세한 건 말해주지 않고서 기대감만 부추긴다. 그리고 돈조차 받지 않고 아주 소량을 고위 관직이나 작위를 가진 귀족들에게 선물했다.


얼마 후 선물을 받은 귀족들은 한동안 그 게임에 푹 빠져 있다가 사교계에 다시 나타나 사람들에게 떠들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재밌는 물건이더군. 테런 백작의 말대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다네.”

“이건 악마의 게임일세.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재밌더군.”

“조금 불경한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재밌었지.”


하나 같이 호평. 아니, 극찬. 아직 그 ‘게임기’를 손에 넣지 못한 귀족들은 그것에 대해서 더욱 궁금해졌다. 대체 그 게임기라는 것이 뭐길래 그렇게 재밌다고 하는 거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은 이내 테런 백작에게 가서 자신들에게도 게임기를 달라고 했다.


“이런, 이렇게들 궁금해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기꺼이 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죄송하게도 이제부터는 소정의 돈을 받고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한두 푼 드는 것이 아니기도 해서···”


말은 소정의 돈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제시한 가격은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사교계에서 비루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던 귀족들은 불만 없이 사 갔다.


그리고 그들 역시 먼저 손에 넣은 이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맙소사! 너무 재밌군!”

“어제 하루 꼬박하면서 불멸자 난이도를 깼다네 오늘은 신 난이도에 도전해볼 거라네.”

“정복 승리를 했을 때 그 쾌감이란!”

“과학 승리도 재밌었네. 그런데 과학이란 게 뭔가?”


사가는 족족 이어지는 극찬들. 그럴수록 아직 사지 못한 귀족들의 호기심은 커졌고 갈수록 게임기의 가격은 비싸졌다.


그 덕에 그렇게 많은 양의 게임기를 팔진 못했는데도 테런 백작과 이안은 많은 돈을 벌었다. 일부는 황실 재정으로 들어갔는데도 말이다.


“하하하! 이안 군, 우린 이제 부자일세! 모두 자네 덕분이야!”


테런 백작은 활짝 웃으면서 이안에게도 약속한 수익을 나눠줬다. 혼자 다 가지고 싶을 욕심이 날 법도 한 돈이었지만 테런 백작은 이안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가만히 내버려 둬도 돈과 명예가 생기는데 그가 왜 그래야 하는가?


이안도 당장은 테런과 갈라설 생각은 없었다. 앞으로도 가능하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잘해보세. 혹시 다른 게임도 더 만들 생각은 없는가?”

“그건··· 일단 생각 중입니다.”


이안은 일단 보류하듯이 대답했지만 그도 게임을 더 만들고 싶었다. 게임 만드는 게 재밌기도 했고 본인도 즐길 것이 늘어나서 좋았다. 거기다가 돈도 많이 버니까 금상첨화였다.


하지만 뭘 만들 지가 고민이었다. 만들 게 없어서가 아니라 만들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였다. 그가 지구에 있던 시절에 했던 게임들, 알고 있는 게임들을 그대로 만들기만 해도 되었으니까.


엄연히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이긴 하지만 불만이면 직접 이세계 전생해서 청구하라고 이안은 대충 정당화했다.


“다음 작은 좀 더 퀄리티를 높여 보고 싶은데.”


사실 ‘문명발전’은 그렇게 복잡한 게임은 아니었다. 마법의 힘을 빌리면 그가 혼자서 단시간 내에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본래 게임 개발에는 많은 인원과 다양한 분업이 필요하다. 게임 엔진과 코딩을 담당하는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 사운드 디자이너, QA 테스터, 그리고 총괄 매니저 등등


마법을 활용하기에 1:1로 대칭되는 건 아니지만, 좀 더 퀄을 높이려면 비슷한 분업이 필요했다.


“특히나 스토리나 고증 부분은···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마법을 이용한 기술적인 부분에 그치는 건 어떻게든 이안이나 이안이 휘하의 팀원들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스토리와 고증이었다.


스토리는 컴퓨터만 만졌던 그의 전문 분야가 전혀 아니고··· 고증도 생각보다 큰 문제였다. 황제가 ‘문명발전’을 해보고 그것이 지구의 기술과 제도가 반영되었다는 걸 간파했듯이 게임을 접하는 유저들이 위화감을 느끼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귀족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별말이 없었나?”


테런 백작은 별다른 말을 안했기에 이안으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사실 조금은 논란이 있었다.


“이 게임에서 나오는 기술들은 대체 다 뭔가? 처음 들어 보는 것들이 많은데.”

“기사들보다 소총병이 더 세다니. 대체 총이란 무기가 뭐길래?”

“게임은 재밌는데 뭔가 불경한 공상이 많이 들어가 있군. 뭐, 황제 폐하께서도 용인하셨으니 내가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지.”


귀족들은 황제가 이안에게 말한 정도는 아니지만 적잖은 위화감을 느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단순한 공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수는 그렇지 않았다.


“이 기술이나 제도들··· 실제로 가능한 것들인가?”


어떤 이들은 황제가 한 것과 같은 동일한 의문을 느꼈다. 바로 황실 학술원의 학자들이었다.


“총이란 것도 이론적으론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실제로 마법개발부에서 만들어 본 견본의 설계도가 있습니다.”

“석탄으로 물을 데워서 증기로 기계를 돌린다는 개념도···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증기기관이란 게 실현되면 말이 없이 움직이는 마차도 가능할 테고··· 이 ‘전차’라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겠죠.”


단순히 기계와 기술적인 것부터.


“계몽주의, 민주주의, 공산주의···? 계급을 부정하다니 이런 건 너무 위험한 개념들입니다!”

“돈이 돈을 굴린다··· 자본주의란 개념은 흥미롭군요.”


그들로선 이해하기 어렵고 위험해 보이는 제도적 개념들까지.


학자들의 눈으로 보기엔 그 모든 게 단순한 공상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합리적이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들이었다.


“대체 이걸 만든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모르긴 몰라도 이런 걸 생각해낼 정도로 천재겠지요. 그래서 황제 폐하께서 우리에게도 그 게임을 보여주신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이라면 희대의 천재겠군. 우리가 그런 천재의 발상을 재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번 해보고 싶다. 학자들은 게임에서 방대한 텍스트로 제시된 그 개념들을 직접 시도해보고 싶었다.


“우선···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지.”

“그럼 폐하께서 말씀하신 총이란 것부터?”

“그건 설계도도 있으니 그대로 만들면 되지 않나. 그것보다는··· 이걸 해보도록 하지.”


학술원장은 여러 기술 중 한 가지를 가리켰다.


“증기기관. 그걸 한번 구현해보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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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황제에게 문명을(2) +3 24.06.27 612 25 11쪽
1 1화 황제에게 문명을(1) +2 24.06.26 663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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