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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로 제국이 너무 발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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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소울
작품등록일 :
2024.06.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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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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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화 황제에게 문명을(1)

DUMMY

어느 날 나는 이세계 제국의 평민으로 전생했다.


하지만 평범한(?) 이세계 용사들처럼 마왕을 물리치거나 미개한 이세계인들에게 “아아 모르는가? 이건 비누라고 한다. 손을 깨끗이 씻을 수 있지.” 같은 무례한 말을 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내가 마왕을 물리치는 건 무리고 비누는 이세계인들도 만들 줄 안다.


나로선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현대보다 놀 거리는 별로 없었지만, 그럭저럭 지낼 만했고 전투병으로 징집되지 않는 한 위험한 일을 할 일도 없다.


천만다행히 마법에 재능이 제법 있던 나는 그 들어가기 어렵다는 제국 마법개발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엘리트들만 들어갈 수 있지만 할 일은 별로 없는 꿀보직이다. 평민 출신 마법사로서는 무척 출세한 편이었다. 이대로면 노후까지 편하게 보내면서 이세계 라이프를 즐길 수 있겠지···


“예산 삭감으로 조만간 인원 감축이 있을 걸세.”

“예?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되긴. 불필요한 인원을 줄여야 하니 해고나 전출 둘 중 하나겠지.”


···라는 꼴은 절대 두고 볼 수 없다는 건지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구조조정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 내가 황제라도 이딴 월급루팡만 하는 부서 예산은 삭감할 것 같았다. 월급이나 개발비로 예산은 많이 받지만 결과물들은 전부 시시했다. 어떤 마법을 만들어도 기존 것과 별로 다르지 않거나 옆그레이드 수준. 혹은 신박한 걸 만들어도 가성비가 너무 떨어져 현실성이 없어서 채택되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문제는 구조조정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잘려나갈 사람은 평민 출신인 나란 점이다. 해고당해도 문제지만 만약 전출된다면 마계나 북부 최전선 같은 곳으로 보내질 수도 있다. 그러면 노후까지 편안하게 보내겠다는 나의 인생 플랜이 꼬여버린다.


“저, 어떻게 하면 예산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

“황명이라 자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황제 폐하께서도 납득하실 성과를 보인다면 가능하겠지. 하지만 포기하게나. 이미 늦었네.”


포기하라니 그럴 수 없어!


어떻게든 성과물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간 마법개발부에 있으면서 나도 여러 개발에 참여했고 어지간한 마법이나 마법으로 만드는 산물들은 개발해봤다.


돌이켜 보면 그것들이 인정받지 못한 건 결국 그걸 평가하는 사람의 눈에 들지 못해서 그런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개발물을 평가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제국의 황제.


그렇다면 황제가 가장 원할 만한 걸 만드는 편이 승산이 있었다.


“황제 폐하께서 원하는 거라···”


제국의 황제 칼브란트 2세는 엄청난 워커홀릭이다. 하나뿐인 생명을 제국에 바치기라도 할 것처럼 일밖에 하지 않는다.


“그럼 일에 도움 될 만한 걸··· 아냐, 그런 건 이미 다 만들어서 쓰고 있을 거야.”


황제가 일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어지간한 것들은 모두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점을 좀 바꿔야 한다.


황제는 일 중독자다. 일밖에 모르는 사람인 만큼 인생이 아주 따분할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황제의 관심을 끌만 한 것은 일 말고 관심을 쏟아 볼 만한 놀이거리가 아닐까?


원래 다른 것에서 유희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일에 중독된다는 말도 있으니까.


“그럼 게임을 한번 만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내가 떠올린 건 한국에 있었을 적 했던 게임들이었다. 그런 게임들을 마법으로 구현해 바친다면 어쩌면 황제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게임이라고 해서 황제가 전부 좋아할까? 보통 사람들도 게임에는 취향 차이가 갈리기 마련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엄근진할 것 같은 황제가 말초적인 재미만을 주는 게임들에 흥미를 보이진 않을 것 같았다. 보인다고 해도 그저그런 장난감으로만 여기면 예산을 다시 줄지도 의문이다.


그러니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긴 한데 단순한 게임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그런 게 어딨··· 잠깐, 하나 있잖아?”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


지구에 있을 적 나도 자주 했던 게임 중에 딱 그런 게 있었다.


“그래, 그거라면 될 거야.”


* * *


지구에 있던 시절, 나는 시뮬레이션 게임 덕후였다.


거의 모든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했었다. 도시를 세우거나 나라를 발전시키거나 아니면 군대를 다뤄보거나···


그땐 게임이란 마인드로 했지만 사실 그런 게임들은 모두 조금만 응용하면 실용적으로 쓸 수도 있는 것들이었다. 군대에서 하는 워게임조차도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니까.


아마 그중엔 황제의 입맛에 맞는 것도 있으리라. 하지만 당장엔 그걸 모두 만들어 볼 순 없다.


딱 하나만 만들 시간이 있을 텐데 그럼 그 중 뭘 만들어야 할까?


“아무래도 하나 꼭 고르라고 하면 그거지.”


시뮬레이션류 게임에 있어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명작. 타임머신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한 번 붙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그 게임.


‘문명발전 시리즈’였다.


“워커홀릭이라는 황제라면 분명 사족을 못 쓸 거야. 딱 그런 성향의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게임이니까.”


문명발전 시리즈는 한 번 잡으면 하루 꼬박 새워야 할 정도로 몰입도가 엄청나다. 일에 몰입하는 스타일인 워커홀릭이라면 안 좋아할 수가 없을 것이다.


“구현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환상 마법을 쓰면 되니까.”


환상 마법으로 내 기억 속에 있는 게임을 그대로 재현하기만 하면 된다. 시뮬레이션 게임을 할 때 게임 내에 지원되는 백과사전들도 유심히 봤던 나였으니 기억 마법을 이용하면 백과사전도 글씨 하나 안 놓치고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고대 시대부터 쭉 중세 근대 현대까지 이어지는 그 게임의 기술 테크엔 이세계에 없는 것들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화약이 그렇다. 르네상스 시기 군사 테크로 분류되는 그 화약 기술은 이세계엔 존재하지 않는다. 요컨대 공상의 산물이 되는 것이다.


화약만이 아니라 대포, 탱크, 증기기관, 전함 등등 군사기술들만 해도 그렇고 정치 문화적인 쪽으로 넘어가면 민주주의나 공산주의 같은 이세계에선 민감한 사항인 것도 많았다.


“잘못하면 불경하단 말이 나올 수도 있는데···”


고민이 좀 되었다. 불경죄를 겁내서 일부러 검열하면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황제가 시시하게 느껴서 예산 삭감을 강행하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그렇다고 검열을 안 하면 분명 무슨 말이 나올 것 같은데.


“에이 모르겠다. 적당히만 고치고 거의 그대로 내자.”


고민해도 달리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던 나는 몇 가지 민감한 사항만 고치고 그대로 만들기로 했다.


* * *


“이안이 또 뭔가 만들었다고? 어휴, 또 무슨 엉뚱한 짓을 한 거지?”


마법개발부의 부장 테런 백작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안 맥스웰은 평민 출신이지만 무척 능력 있는 인재였다. 제국에 있어서 꼭 필요한 사람이었지만 그는 좀 엉뚱한 면이 있었다.


가끔 의미 모를 것들을 연구하거나 만들곤 했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신종 공격 마법 주문 같은 걸 연구하는데 그는 갑자기 ‘총’이 어쩌고 하더니 기괴하게 생긴 마법 지팡이를 만들었다.


마법사들이 쓰는 완드나 스태프랑 달리 무거운 철로 만든 둥그런 원통형 지팡이였는데 그 안에 작은 쇠구슬을 넣고 폭발 마법으로 ‘격발’시켜 구슬이 발사되는 방식이었다.


생각보다 위력은 좋았다. 기사의 갑옷을 뚫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상부의 반응은 “그게 뭐?”였다. 그럴 만도 했다. 공격 마법 중엔 그런 것보다 훨씬 강력한 게 많았으니까.


그래도 양산하면 강력한 전력이 될 거라고 주장한 그였지만, 그걸 하나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병사 수십을 무장시키고도 남을 정도였다. 격발에 사용되는 폭발 마법에 마석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화약이 없어서 그러네 어쩌네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그냥 그 건은 기각했었다. 그런 이후로도 몇 번 엉뚱한 짓을 벌이다가 최근엔 좀 조용해졌었다 싶었는데 예산 삭감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조급해진 모양이었다.


“쯧, 앞날이 창창한 친구인데 안타깝군.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뭘 만들었는지나 한 번 볼까.”


이안이 만든 ‘게임기’라는 아티팩트는 이미 제출된 상태였다. 환상 마법이 걸린 게 느껴지는 거로 보아선 귀족들을 대상으로 한 장난감인 듯했다.


“이런 거로는 황제 폐하의 관심을 끌긴 힘들 텐데.”


환상 마법을 이용한 장난감 같은 건 이미 귀족들의 사치품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시종일관 집무만 보고 근검한 성격인 황제가 그런 사치품을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봐야겠군.”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게임기를 실행시켰다. 그러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환상 마법이 나타났다. 심지어 보통은 볼 수만 있는 환상을 ‘조작’도 가능했다.


“신기하군. 이안 그 친구가 확실히 실력은 있긴 해.”


그 실력을 좀 더 제대로된 곳에 사용하면 출세는 보장될 텐데. 왜 남들은 공 세우려고 가지 못해서 안달인 전장으로 가지 않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디 보자··· 시작하기? 이걸 누르면 되나?”


이안이 같이 제출한 설명서를 참고하면서 ‘게임’을 시작했다. 주사위나 카드 게임 같은 것은 이쪽 세계에도 있지만 이안이 만들어낸 게임은 그런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국가와 지도자들을 고르라고? 전부 실제로 있는 나라들이지 않나!”


당연히 원본인 게임에는 없는 국가들이지만 이안이 적당히 로컬라이징한 것들이었다.


“크흠! 아무리 그래도 군주들을 함부로 모델 삼다니, 그래도··· 우리 제국과 황제 폐하의 특성이 가장 좋은 것 같군.”


국가와 지도자에 특성이 정해져 있는 시스템을 이해한 부장은 주저하지 않고 제국과 황제 폐하를 골랐다. 제국의 충신으로선 당연한 것이었다.


“그럼 다음으론 난이도? 라는 걸 고르면 되는 건가? 어이쿠, 황제 난이도라니 이런 걸 고를 순 없지. 난 제일 쉽다는 개척자 난이도를 해야겠군.”


다행(?)히도 그는 가장 쉬운 난이도를 골랐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그는 게임에서 손을 놓지 못했다.


“아 왜 지금 전쟁을 거는 거지? 내가 전쟁광이라고? 피리안 놈들은 원래 멸망해도 싼 놈들이야!”


그는 정신없이 게임을 계속 이어서 했다. 아침에 시작한 게임은 저녁이 되어서야 끝났다.


“하하! 제국이 대륙을 통일했다! 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벌써 창문 밖이 어둑어둑해진 걸 보고 그는 깜짝 놀랐다. 그제야 자신이 이 게임에 잔뜩 빠져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평범한 장난감 같은 게 아니군. 악마의 게임이야.”


마치 시간을 잡아먹는 악마. 그래서 더욱 중독적인 것이었다.


“황제 폐하도 분명 마음에 드실 것 같군. 폐하께 바로 진상해야겠어.”


매일 같이 일에만 빠져 사는 황제의 마음에 얼마나 들지 모르겠지만 백작은 꽤 확신이 들었다.


이 악마의 게임엔 황제도 어쩔 수 없을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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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발전의 시작(1) +4 24.06.28 565 24 12쪽
3 3화 황제에게 문명을(3) +1 24.06.27 593 26 13쪽
2 2화 황제에게 문명을(2) +3 24.06.27 609 25 11쪽
» 1화 황제에게 문명을(1) +2 24.06.26 661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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