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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로 제국이 너무 발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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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소울
작품등록일 :
2024.06.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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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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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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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화 새로운 게임(2)

DUMMY

“우리와 대련해 보겠다고? 오, 환영일세! 우리와 대련을 요청하다니, 마법사치곤 보기보다 당찬 친구군!”


“아뇨··· 직접 대련하는 게 아니라 게임으로 하는 겁니다만.”


대련이란 말에 기사들은 무척 좋아했다. 물론 게임을 이용한 대련이란 것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게임이라··· 자네가 만든 그 ‘문명 발전’은 나도 어렵게 구해서 해 보긴 했지만, 그건 전투 부분은 좀 단순하던데.”


“그거랑은 꽤 다를 겁니다. 아마도 마음에 드실 거예요.”


“그거 기대되는군. 황제를 매료시킨 남자의 새로운 게임이라니.”


뭐야, 그런 이상한 호칭은? 누가 들으면 딱 오해하기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은 채 게임기를 세팅해 놓은 곳으로 그들을 데려갔다.


게임기에는 아너로드의 베타 버전이 들어 있었다. 게임 전체가 완성되어 있진 않고 테스트용 임의 전투 기능만 재현한 상태였다. 멀티 기능을 통해서 가까운 게임기와 연동해 간단한 대련을 할 수 있었다.


“굉장하군! 이렇게 전투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다니!!”


아너로드의 전체 게임성을 보여주긴 힘든 상태였지만, 그걸로도 기사들이 만족하기엔 충분했다.


“정말로 괜찮은데? 병사들의 병종이 사실적으로 구분되었어. 그들의 역할도 잘 반영되어 있고.”


“다만 기사의 무력이 다소 과소평가되어 있군요. 이 정도는 아직 신참이거나 아직 수련 중인 친구들의 수준인 것 같은데.”


“일반적으론 대부분 그런 수준이니 너무 박하게 평가할 건 없다고 보네.”


전체적인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다소 고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걸 보충하려고 이들을 불러왔으니까.


“그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하기 위해서 여러분들을 부른 겁니다. 다만··· 무엇이 부족한지 좀 더 잘 알아보는 차원에서 저와 여러분이 게임에서 1:1 대련을 해봤으면 합니다.”


“허허, 비록 게임이라고 하지만 자네가 우릴 이길 수 있을까? 몇 번 해 보니 난 벌써 감을 다 잡은 것 같은데.”


자신감을 내비치는 기사의 말에 나는 그저 얕게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자신 있으시다면 바로 붙죠.”


그렇게 곧바로 대련이 시작됐다.


“마, 말도 안 돼! 그걸 그렇게 반격하다니!”


“방금 그 일격은 뭐였나? 나로선 상상도 못 한 공격이었네!”


“으아아! 방금 건 무효일세! 한 번만 더 붙어주게!”


그리고 예상대로 나는 기사들을 상대로 가볍게 완승을 거두었다.


기사들도 처음엔 그저 게임이라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아너로드가 아무리 사실적인 게임이었다고 해도 실제 전투와는 다를 터였다.


하지만 단순한 게임으로 치부하기에는 무척 깊이 있는 전술들이 많은 게임이기도 했다.


“놀랍군. 가드만이 아니라 패링이 구분되어 있을 줄이야.”


“방금은 공격에 허초를 섞는 것도 보였네. 실전이라면 당하지 않았겠지만, 게임에서도 그걸 구현했을 줄은 몰랐어.”


“공격을 역으로 이용한 반격도 인상 깊었다네. 그런 수준의 경지는 초보자는 불가능한 건데.”


가드, 패링, 챔버링, 페이크··· 전부 전생에서 아너로드를 하면서 밤새 익히곤 했던 기술들이었다.


아너로드는 그러한 기술들이 전부 세밀하게 구현된 게임이지만, 악랄하게도 게임에서 기본적으로 알려주는 건 공격과 가드뿐이었다.


나머지 패링이나 챔버링(공격을 공격으로 맞대응하여 이루는 반격), 페이크 섞기 등의 테크닉은 전부 고인물 유저들이 알아서 알아낸 것들이었다.


그 개념들을 그저 안다고 해서 쉽게 할 수 있는 것들도 아니었다. 마치 진짜로 검술을 수련하는 것처럼 조작을 연습한 뒤 실전 감각도 익혀야 한다.


그러한 것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들이어야 고인물 - 혹은 소드마스터라고 불렀었다.


“인정하겠네. 자네 실력은 진짜로군.”


“그냥 게임일 뿐입니다. 실제와는 다르죠.”


“아닐세. 동등한 조건에서 동등하게 겨뤘고 우린 졌네. 실제였어도 조건이 같았다면 우린 졌을지도 모르지.”


일반적으론 그 조건이 같을 일은 절대 없겠지만, 일단 수긍해 주었다. 여기서 내가 계속 겸양을 떠는 것도 실례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평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도 제 게임이 아직 미완성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걸 완성하려면 여러분의 의견이 필요합니다.”


“음, 알겠네. 최선을 다해 협력하도록 하지.”


대련 결과에 승복한 기사들은 더는 서로 다투지 않고 협조적으로 변했다.


“기사의 기본 기량이 너무 저점에 맞춰져 있는 것 같군. 등급을 좀 더 나누어서 신참과 고참, 하수와 고수를 좀 더 구분하는 편이 좋을 것 같네.”


“생각보다 패턴은 다양했지만, 실제 전투와 비교하면 조금 아쉬운 점들이 있었네. 이런 것들을 좀 더 추가해 보는 건 어떤가?”


기사들은 거침없이 의견을 내놓았다. 나는 그것들을 대부분 반영했다. 결과적으로 이세계판 아너로드는 원본과 조금 다른 물건이 되었다.


원형의 틀은 유지했어도 기사들의 실전 무술이 반영되어서 세부적인 조작감이 다소 달라진 것이다. 자칫하면 원래 아너로드의 재미가 사라질 수 있었지만, 그 부분은 내가 완급 조절을 했다.


애초에도 나름대로 깊이가 있던 원본 게임이었기에 좀 더 전투가 세밀해지는 것 정도로는 그렇게 많이 달라지진 않았다.


“그러면 이제 마지막으로 시험해 볼 것만 남았군요.”


“마지막이라··· 어떤 것을 할 생각인가?”


“총 말입니다. 군부에서 새로 도입할 예정인 그 무기요. 그 무기를 게임에서 시연해 보려고 합니다.”


“···역시 자네도 그걸 알고 있었군.”


기사들도 듣는 귀가 있었으니, 황제가 총을 도입하게 된 계기가 나 때문이란 걸 알고 있었을 터. 그렇다면 차라리 솔직히 말하는 게 이야기가 빠를 것이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여러분들을 초대한 것도 총의 도입 문제에 관해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비록 황태자가 부탁한 거긴 하지만, 나도 어느 정도 이번 일을 흥미롭게 느끼고 있었다. 과연 기사들은 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총의 유용성을 객관적으로 시뮬레이션해도 그 결과를 납득할 수 있을까?


“흠··· 그래서 우리가 납득할 수준이라면 인정하라는 거로군.”


“반대로 납득하지 못할 수준이라면 거부하셔도 됩니다. 오히려 여러분께 명분이 더 생기는 거겠죠.”


“좋네! 그렇게 하지. 우리 명예를 걸고 어떤 결과에도 승복하도록 하지.”


기사들은 의외로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걸 오히려 기회라고 여기는 듯했다. 게임을 통한 시험이긴 해도 충분히 현실성 있는 게임이었으니 객관적인 시험을 해보기에도 충분할 거라고 본 것이다.


“그럼 우선 총의 위력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작업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혹시 이의가 있다면 말씀하십시오.”


나는 그 과정에서 혹시 모를 부정의 의혹을 지우기 위해서 투명하게 전투력을 반영하려 했다. 직접 총을 쏴 보고 기사들과 논의해 그 위력을 객관적으로 게임 데이터에 반영했다.


그 후 다양한 상황으로 시뮬레이션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타앙!


“큭! 이번에도 졌군.”


10번의 시뮬레이션. 1:1, 소규모 전투, 부대 단위 전투, 평지, 산악전 등등 조건을 다양하게 했었다. 기사 쪽 캐릭터에 이점을 더 주기도 했고, 총을 든 병사 캐릭터에 이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기사 캐릭터나 팀에 이점을 줘야만 했다.


왜냐하면, 세 번을 제외하고 기사들이 전부 졌으니까.


승률 30% 그것도 기사 측의 어드밴티지를 상당히 높게 잡은 기준으로 이긴 결과였다.


“인정할 수밖에 없군. 총은 강력한 무기야. 기사를 충분히 몰락시킬 수 있을 정도로.”


“실제로는 총을 다루는 병사의 숙련도도 다를 겁니다. 위력에 대한 반영도 완벽하진 않고요.”


“그런 것을 고려한다 해도 도저히 그 유용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더는 기사들이 의미가 없어지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군.”


그럴지도 모른다. 지구에선 실제로 그렇게 되었으니.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이 세계는 지구가 아니었으니까.


“그럼···”


“인정하겠네. 더는 황제 폐하의 뜻에 반발하는 일은 없을 거야. 우리가 책임지고 그렇게 만들지.”


“폐하께서 좋아하시겠군요. 하지만 폐하께서도 여러분의 몰락을 바라시는 건 아닐 겁니다.”


“물론 그러실 걸세. 우리도 그분의 마음은 잘 알고 있었네. 다만, 우리가 현실을 외면한 채로 고집을 피운 거지. 오히려 이런 무기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입해 우리가 그것에 맞춰 변해야 하는 법이었네.”


물론 모두가 변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몇몇 기사들은 기사의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변화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들이 어리석다고만 할 순 없었다. 돈키호테가 그저 풍차에 돌격하는 광인인 것만은 아니듯, 시대가 변해도 이들이 가진 기사도의 가치는 그대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린 자네가 고맙군.”


“그렇습니까? 의외군요. 절 탓할 줄 알았습니다.”


“하하, 우릴 너무 소인배로 보는 건 아닌가? 우린 도리어 자네의 그 게임을 통해서 좀 더 일찍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네. 변화를 받아들이든, 아니면 전통을 고집하든, 각자의 길을 찾아내겠지. 그것이 앞으로의 기사들이 걸어가야 할 길일세.”


···생각보다 깊이 있는 대답에 나는 이들이 그저 단순한 근육질 전사들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문득 나는 그렇다면 어떤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게임을 만들 것인가?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만들 것인가?


처음엔 그저 내 직장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제 개발부에서 짤릴 일은 없고 돈도 꽤 벌었다. 단순히 출세하고 돈 벌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가 필요했다.


“···그럼 저 역시 저만의 길을 가야겠군요.”


“자네의 길은 뭔가?”


“세상을 좀 더 재밌게 만들어 보고 싶군요.”


“세상을? 게임을 통해서 말인가?”


“그런 셈이죠.”


솔직히 말해서 이 세상은 별로 재미없는 세상이었다. 그럭저럭 지낼 만하긴 했어도 지구에 비하면 중세풍의 이세계는 여러모로 놀 거리가 부족했다.


그런 세상에 지구의 명작 게임들을 투하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 세계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지금보다 훨씬 재밌게 변할지도 모른다.


그 모습이 어떻게 되었든 그걸 시도해 볼 수 있는 건 오직 이 세상에서 나만이 가능한 일이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안 해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비록 지구에 있던 명작 게임들을 표절하는 것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것참 기대되는군. 그럼 자네에게도 무운을 빌겠네. 자네의 길이 하늘의 별에 닿을 수 있도록 말일세.”


“그런 말을 들으니 꼭 제가 기사가 된 것 같군요.”


“하하, 자네도 우리와 검을 나눠 본 사이가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자네도 기사인 셈이지!”


기사들은 그런 호탕한 말을 남기고 떠났다. 얼마 후, 아너로드를 출시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제국이 시끄러워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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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기사들의 명예(2) NEW +5 6시간 전 321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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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새로운 게임(2) +4 24.07.01 739 31 11쪽
6 6화 새로운 게임(1) +3 24.06.30 798 35 14쪽
5 5화 발전의 시작(2) +5 24.06.29 808 35 11쪽
4 4화 발전의 시작(1) +4 24.06.28 856 37 12쪽
3 3화 황제에게 문명을(3) +1 24.06.27 886 40 13쪽
2 2화 황제에게 문명을(2) +3 24.06.27 903 39 11쪽
1 1화 황제에게 문명을(1) +2 24.06.26 964 4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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