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재즈소울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개발로 제국이 너무 발전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재즈소울
작품등록일 :
2024.06.26 14:28
최근연재일 :
2024.07.05 10:0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2,707
추천수 :
435
글자수 :
60,919

작성
24.07.03 10:00
조회
1,009
추천
34
글자
13쪽

9화 기사들의 명예(2)

DUMMY

“노르드린 놈들이 또 대규모로 쳐들어오는 모양이야.”


“젠장, 또? 몇 년 전에 그렇게 약탈을 해놓고도?”


제국의 북쪽에는 노르드린이라 불리는 야만족들의 나라가 있었다.


나라라곤 해도 사실상 야만 부족들의 연합체일 뿐이지만, 주기적으로 차가운 북해를 건너 약탈을 일삼는 그들은 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 있어 공포의 대상이었다.


비록 문화적으로는 미개하고 야만적이라고 해도 강건하게 타고난 신체와 부족원들이 곧 전사들로 이루어진 전사 사회 덕에 한 번 약탈을 나서면 수천에서 수만의 군세가 몰려오기 때문이었다.


“어휴, 이번 겨울도 쉽지 않겠어.”


“제국군은 어떻대? 올해엔 좀 제때 와주려나?”


“온다고 해도 병력이 부족하겠지. 요새로 피난할 준비나 하게.”


현명한 제국의 역대 황제들이 공들여 북부 전역에 요새와 장벽을 만들어두긴 했지만, 드넓은 북부 전부를 커버하긴 힘들었다. 애초에 그러한 것들은 물리적으로 북방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남하를 억제하는 용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북부 주민들은 올해 역시 무력하게 약탈을 당할 거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자네 들었나! 이번에 황태자 폐하께서 직접 친정을 하셨다네!”


“뭣? 어째서? 그러다가 봉변이라도 당하시면 어쩌려고?”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 아닐까? 이번엔 직접 놈들과 회전을 벌일 거라는군.”


항상 병력이 부족해서 죄인들이나 끌고 오기 마련이었던 북부 전선에 웬일인지 제대로 된 정규 병력이 토벌군으로 올라왔다.


심지어 황태자까지 동행한 채로. 이번에는 마치 작정을 했다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토벌군의 모습을 본 북부 주민들은 조금 의아함을 느꼈다.


“병사들이 왜 제대로 된 갑옷을 입고 오지 않은 거지?”


“무기도 무슨 몽둥이 같은 것만 가져왔군.”


“이번에 만든 신무기라던데 저런 거로 어떻게 싸우겠단 거지?”


황태자가 이끌고 온 토벌군의 모습은 뭔가 이질적이었다. 평범한 모습의 병사나 기사들도 많긴 했지만, ‘신식군’으로 구분된 부대의 병사들은 가벼운 갑옷에 ‘총’이라는 창보다 짧은 쇠몽둥이만 들고 있었다.


도저히 그런 것으로는 강건한 야만인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주민들이 불안해하는군.”


“아무래도 신식군이 전시 효과는 떨어지잖습니까.”


“전시 효과라, 자네도 어려운 말을 다 쓸 줄 아나?”


“‘문명 발전’에 나오는 말이더군요. 군대는 싸우는 전투력 이상으로 전시 효과도 중요하다고.”


“맞는 말이군.”


황태자는 부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확실히 신식군은 현재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부실해 보이는 군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신식군의 진가를 모르기에 그런 것이었다. 만약 이번 토벌에서 그들이 맹위를 떨친다면 아마 그런 시각도 바뀌게 되리라.


“그렇기에 이번 정벌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네. 만약 여기서 모자란 모습을 보인다면 폐하가 원하시는 개혁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힐 거야.”


“절대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황태자의 말에 장군들도 각오를 다졌다.


혁신파와 전통파 모두 이번 정벌은 중요했다.


신식군을 이끄는 혁신파는 이번에 공을 세워야만 차세대 군부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반면에 전통파 기사들 역시 이번 정벌에서 자신들이 여전히 제국의 망치임을 증명해야 했다.


“절대로 겁먹지 마라. 훈련받은 대로 싸우면 저들은 너희를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기사들이여! 언젠가 제국에 우리의 검이 필요하지 않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나 그 날이 오늘은 아닐 것이다. 황혼이 다가오는 그 날까지 우리는 사자처럼 싸우리라!”


야망에 찬 신세대와 고집 센 구세대는 서로 전의를 불태우며 전장으로 나아갔다. 그들의 진격은 곧 노르드린족 군대에도 포착되었다.


“제국 놈들이 단체로 미쳤나? 우릴 상대로 회전을 벌이겠다고?”


“이번엔 심상치 않아. 기사들도 많이 왔다고. 게다가 신무기도 가져왔다더군.”


“기사들이야 제국 놈들도 숫자가 많지 않잖아. 게다가 신무기? 하, 뭘 가져왔든 우릴 야전에서 상대할 순 없어.”


야만족들은 수성의 이점을 포기하고 야전을 나선 제국군을 비웃었다. 성에 틀어박히면 그들도 제국군을 섬멸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야전에서는 병력의 질도 양도 그들이 앞선다.


중기병인 기사들이 거슬리긴 하지만, 그들만으로는 병력도 많고 하나하나가 강건한 전사들인 그들을 전부 상대할 순 없었다.


그러니 싸움을 피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그들을 전멸시키고 더 많이 약탈할 기회라 여긴 노르드린 측은 회전을 거는 제국군에 기꺼이 응했다.


“가자! 나약한 제국 놈들을 죽이고 모조리 빼앗자!”


“와아아아아아아아!”


승리를 예감하고 한껏 사기가 오른 노르드린 야만전사들이 진격하기 시작했다. 반대편에는 횡대로 선 신식군들이 선두에 있었다.


한껏 열기가 오른 야만전사들에 비해 신식군 측은 무척 엄중하고 차가운 분위기였다.


“선두 1열, 장전!”


“1열 장전! 신속히 장전하라!”


신식군 기사들은 말에 타지 않은 채 병사들과 나란히 서서 지시를 내렸다. 그들이 직접 혹독하게 훈련한 병사들은 마치 기계처럼 절도 있는 동작을 통해 장전을 마쳤다.


“1열 조준!”


“1열 조준! 적들을 향해 총을 겨눠라! 절대로 명령 없이 발포하지 마라!”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통제하는 식의 훈련.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명령 없이 이탈하지 않는 극단적인 통제로 이루어지는 군대.


신식 군대의 기사들이 택한 전술이었다. 단순히 규율을 높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총화기의 특징을 파악해 선택한 것이었다.


그들도 총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본래 신무기에 깊은 이해도를 가지려면 많은 훈련과 실전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너로드’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으로 실전 경험을 대신할 수 있었다. 전통파 기사들과 몇 번이나 모의 대전을 하면서 가장 효율적이고 날카로운 전술을 찾아냈다.


‘어차피 총의 위력 앞에서 개개인의 무력 차이와 용맹은 무의미하다. 최대한 많은 인원이 같은 동작으로 총의 화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해.’


극단적인 수준의 제식훈련을 통해 장전, 조준, 사격까지 모든 행동을 통제하여 화력을 끌어올리는 것. 여기에 요구되는 것은 병사들 개개인의 특별한 역량이 아닌 적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고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용기뿐이다.


기사들 역시 기마 돌격을 포기하고 병사들과 함께 서서 적을 마주하며 지시를 내린다.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고 지휘에 충실한, 기존의 역할은 완전히 거부한 전술이었다.


전통을 중시하는 기사들이 보기엔 불명예스러울 정도로 겁쟁이 같은 행동이었다. 말을 타고 적을 향해 돌진해 용맹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병사들과 함께 서서 말만으로 싸우는 존재라니!


“하하하! 제국 놈들이 우스꽝스러운 놀음을 하는구나! 저렇게 나란히 서 있으면 겁이라도 덜 나는 모양이지?”


“가서 모조리 죽이자! 돌격하자!”


적들 역시 영문 모를 신식군의 모습에 함성을 지르며 돌격했다. 돌격 중에 투창이나 활이 날아오기도 했고 몇몇 병사들이 그것에 맞고 쓰러지기도 했지만, 뒤편에 있던 병사가 앞으로 나와 빈자리를 채울 뿐이었다.


진영을 이탈하거나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만약 시도라도 하는 순간 바로 옆에 선 기사가 용서하지 않고 목을 베어버릴 터이니.


그렇게 적들의 흰자위가 보이려던 무렵.


“사격!”


“사겨어어어억!”


마침내 사격 명령이 떨어졌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당!


“커흑···?!”


“뭐, 뭐야? 어떻게 된··· 끄윽···”


그리고 우수수 쓰러지는 전사들.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화살과 창칼에 맞아도 강건하게 버텼을 전사들이 마치 짚단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제법 튼튼하게 갑옷을 입은 자들도 있었지만, 저들이 쏘는 ‘탄환’을 막아낼 순 없었다.


“1열 뒤로, 2열 앞으로 나와 조준!”


“2열 앞으로! 앞으로 나와 신속히 조준해라!”


“사격!”


심지어 그것이 끝인 것도 아니었다.


사격을 마친 1열은 곧바로 뒤로 돌아가 재장전, 2열은 앞으로 나와서 사격했다. 또 사격한 뒤론 또 다음 열이 나와 사격하고 그것을 반복.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집단 사격에 야만전사들은 그저 우수수 쓰러질 뿐이었다. 물론 수적 우세 덕에 점점 거리를 좁히고는 있었지만 붙기도 전에 너무 많은 숫자가 살상되고 있었다.


“제, 제국 놈들이 악마의 무기를 가져왔다!”


“모두 도망쳐! 접근도 할 수 없어!”


“이놈들아 도망치지 마라! 계속 밀어붙이면 결국 우리가 이긴단 말이다!”


사기가 충만했던 처음과는 달리 노르드린 전사들은 그 일방적인 살상에 겁을 먹고 이탈하기 시작했다. 몇몇 전사장들이 도망치는 이들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애초에 부족 단위로 뭉친 그들은 용맹함과는 별개로 군대의 규율은 제멋대로였다.


물론 여전히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만약 그들이 근접하는 데 성공해 백병전을 시작하면 확실히 신식군으로는 맞서기 어려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했다.


“지금이다! 기사들이여, 나팔을 불어라! 야만스러운 저놈들을 쓸어버리자!”


뿌우우우우우우-!


어느새 측면에서 나타나 뿔피리를 부르며 돌격하는 전통파 기사들. 그들은 신식군과는 달리 전통적인 전신갑옷을 입고 기병창을 든 채 적들을 향해 맹렬히 돌격했다.


“으아아아!”


“기, 기사들이다!”


이미 반쯤 와해했던 야만전사들은 그것으로 완전히 박살났다. 모조리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겼다!”


“제국 만세!”


“와아아아아아!”


압도적인 대승. 제국군은 거의 피해가 없는 반면 노르드린 쪽은 그대로 뿔뿔이 흩어져 그대로 사냥당하거나 소수만이 해안에 도달해 겨우 북해를 건너 도망칠 수 있었다.


“굉장해! 전투하는 거 보았나? 저 ‘총’이란 신무기 앞에서 야만족 놈들은 힘도 못 쓰더군!”


“맞아! 한 차례 쏘고 나면 놈들이 우수수 쓰러져 있는데···”


“나도 군에 한 번 지원해볼까? 저런 무기라면 나도 충분히 잘 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전투로 대승을 거둔 신식군을 찬양했다. 물론 전투를 마무리 지은 것은 기사들이었지만 누가 봐도 신식군이 전투를 압도한 건 사실이었다.


“이 정도면 신무기의 위력은 충분히 확인되었군.”


“다만, 화약과 탄약 보급이 문젭니다. 또, 비만 와도 총으로는 전투를 벌이기가 힘드니···”


“뭐, 그거야 당분간은 전통적인 방식도 병행해야 하는 수밖에. 하지만 기술이 계속 발전되면 그마저도 극복될 수도 있네.”


아니, 분명 극복될 것이다. ‘문명 발전’에서 나타났던 기술들을 보면 그러했다. 황태자는 그것들이 전부 한 사람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개념들이란 게 믿기지 않을 뿐이었다.


“신기하군··· 그 친구는 대체 어떻게 그런 게임들을 만드는 거지?”


‘문명 발전’도 그렇지만 ‘아너로드’ 역시 너무 사실적이라 전술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총을 도입할 수 있었던 건 사실상 모두 그 덕분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한 승리를 기뻐할 순 없었다.


“전통파 기사들은 좀 어떤가?”


“썩 분위기가 좋진 않습니다. 그들도 신식군의 역량을 보고 느낀 바가 많을 테니까요.”


“그래도 그들 역시 큰 활약을 했는데··· 너무 주눅 들진 않았으면 하는군. 적당히 그들의 공도 치하해야 할 것 같네.”


“적절히 조치하겠습니다.”


“그러도록.”


모든 기사가 함께 승리했지만, 한쪽은 떠오르는 태양 같은 영광을 누릴 예정이지만, 다른 한쪽은 저물어 가는 해이거나 끝나가는 새벽의 별빛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옛것은 사라져야 하는 법이니.”


하지만 옛 기사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기사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명예이므로.


“그나저나 이안 맥스웰이 다음엔 또 어떤 게임을 만들까.”


황태자는 이안이 만들 게임들이 앞으로도 제국에 여러 영감을 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를 계속 제국에 잡아두어야 한다. 혹시라도 제국의 적에게 그런 인재가 넘어가선 안 되는 법이니.


“돌아가면 폐하께 이안 맥스웰에게 적절한 포상을 내려 달라고 청해야겠어.”


그렇게 결심한 황태자는 얼마지 않아 승전 소식과 함께 황도로 개선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게임 개발로 제국이 너무 발전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정식 연재 시간 오전 10시 24.06.28 540 0 -
11 11화 남작 이안 맥스웰(2) NEW +2 15시간 전 615 27 13쪽
10 10화 남작 이안 맥스웰(1) +3 24.07.04 894 34 14쪽
» 9화 기사들의 명예(2) +5 24.07.03 1,010 34 13쪽
8 8화 기사들의 명예(1) +5 24.07.02 1,094 37 12쪽
7 7화 새로운 게임(2) +4 24.07.01 1,181 35 11쪽
6 6화 새로운 게임(1) +3 24.06.30 1,236 38 14쪽
5 5화 발전의 시작(2) +5 24.06.29 1,234 41 11쪽
4 4화 발전의 시작(1) +4 24.06.28 1,296 42 12쪽
3 3화 황제에게 문명을(3) +1 24.06.27 1,336 46 13쪽
2 2화 황제에게 문명을(2) +3 24.06.27 1,352 47 11쪽
1 1화 황제에게 문명을(1) +3 24.06.26 1,456 5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