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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로 제국이 너무 발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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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소울
작품등록일 :
2024.06.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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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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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화 황제에게 문명을(2)

DUMMY

황제 칼브란트 2세는 평생을 일 중독자로 살았다.


세간에는 그가 제국의 발전만 생각하는 명군으로 불렸다.


하지만 사실은 황제가 일 중독자가 된 것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었다.


‘황제가 되었지만 재밌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


그는 황족으로서 일평생 황궁에서 살았다. 사정을 모르는 평민들이 보기엔 황족들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이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온갖 황실 예법들이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옥죈다.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황제조차도 개망나니 폭군 소리를 듣게 된다.


외출도 마음대로 못하고, 먹는 것도 기미가 다 끝난 식은 것들만 먹어야 하고, 술에 취해서도 안 되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한다.


몇 가지 사치스러운 취미를 가질 순 있어도 황제는 무의미한 사치에 관심이 없었고 결혼은 여느 황태자들이 다 그렇듯이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정략결혼했다.


그러다 보니 그가 흥미를 느낄 만한 것은 일 뿐이었다. 똑똑한 그에게 거대한 제국의 집무를 보는 건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군.”


그런 황제도 최근에는 근심거리로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황제의 근심거리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제국의 발전이 더디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로 제국의 내정을 부흥시키려고 노력하던 황제였지만 그 혼자서 노력해서 바뀌는 건 한계가 있었다.


다른 하나는 황태자였다. 일찍 죽은 황자가 남긴 황손은 어릴 땐 황제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지금도 황태자로서 손색이 있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너무 치기 어린다는 점이었다. 젊고 혈기 넘치는 황태자는 제국의 영토를 여기서 더 넓힐 생각만 하고 있었다.


정복 군주가 될 재목이긴 하지만 황제가 보기에 제국은 지금 가진 땅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내정만큼 정복이나 전쟁도 중요하긴 하지만 황제의 자리에 오를 아이가 시시때때로 황궁을 나가서 기사들과 사고나 치고 다니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쯧. 오늘은 그만 퇴청하는 것이 좋겠군. 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황제는 평소보다 일찍 돌아가 볼까 하다가 문득 서류 하나가 눈에 띄었다.


“마법개발부에서 새로 만든 것을 진상했다고? 쯧, 예산이 삭감되지 않으려고 또 무리한 짓을 하는가 보군.”


최근 황제는 재정이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걸 알고 실적이 부진한 부서들의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이는 곧 인사 문제로도 이어지는 민감한 문제라서 각 부서에선 뒤늦게 실적을 채우려고 난리가 났다.


평소 쓸모없다는 말들이 많았던 황실 마법개발부도 예산 삭감을 피하려고 뭔가 괴이한 것을 만든 모양이었다. 서류상으로 봤을 땐 환상 마법을 이용한 장난감이란 것 같은데 매우 정교하고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적혀 있었다.


황제로선 가소로웠다. 환상 마법을 이용한 장난감들은 그도 여럿 가지고 있지만 처음 가지고 놀 때야 재밌지 나중 가면 시시해지곤 했으니까.


“그래도 무료하던 차에 심심풀이는 되겠군.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황제는 즉시 사람을 불러 마법개발부가 만든 장난감을 가지고 오도록 했다. 직접 살펴보고 이번에도 별 의미 없는 시시한 거나 만들었다면 불경죄를 물어서라도 전부 마계나 북방 최전선으로 보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흠, 겉보기에는 상당히 정교한 아티팩트로군.”


곧 황실 시종관들이 가져온 아티팩트를 살펴 본 황제는 그것을 만든 마법사가 상당한 실력자라는 걸 알았다.


살짝 기대가 생긴 황제는 그 ‘게임기’라는 장난감을 실행해보았다. 그러자 곧 환영 마법으로 만들어진 화면과 함께 노랫소리가 들렸다.


─ 바바예투 예투 예투 울리예♬


“의미 모를 노랫가락이구나.”


문명발전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메인 테마곡 ‘바바예투’였다. 아티팩트를 만든 이안도 잘 아는 거라 넣어본 것인데 아프리카어로 된 가사라서 황제는 당연히 뜻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꽤 흥겹군. 그런데 노래나 듣는 용도는 아닌 거 같은데.”


황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진상품과 함께 올라온 보고서를 읽어보았다.


새로 시작을 눌러 국가와 지도자를 고르고 난이도를 정하라··· 읽기만 해도 무척 생소한 것이었다. 놀랍도록 정교하고 뛰어난 환상 마법이었다. 마치 이 세상에 없는 것들을 보고 온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한 듯이.


“흠··· 국가와 지도자를 고르라니. 당돌하지만 재밌군.”


살짝 불경하지만 못 봐줄 건 없었다. 특히 제국과 황제 자신의 특성이 가장 좋은 게 마음에 들었다. 이걸 만든 사람은 충신이 틀림없다고 생각한 황제였다.


물론 이안은 애국자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지만 어쨌거나 황제는 그다음으로 넘어갔다.


“음? 이건 좀 건방지구나. 황제 난이도라니.”


보고서에 따르면 난이도라는 건 아무래도 게임의 어려움 정도를 가리키는 것 같은데 난이도의 이름 중에 황제가 있었다.


물론 황제라는 난이도를 못 넣을 건 없다고 여겼다. 황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그 황제 난이도가 최고 난이도가 아니란 점이었다.


“불멸자와 신이라니. 마음에 들지 않는군. 흡사 교권이 황권보다 높다는 의미처럼 들리지 않는가.”


황제도 신은 신성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회가 자신보다 높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교황청이 세속의 군주들보다 권력이 높던 과거가 있었지만, 이제는 명백히 황제의 권력이 더 강했다.


“불쾌하군··· 하지만 신에 비유할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라고 한다면 한 번 해보겠다.”


다행히 황제는 관대한 사람이었다. 곧바로 신난이도를 고른 그는 게임을 시작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짐의 제국이···!”


그리고 30분이 채 되지 않아 3개 나라에게 선전포고가 걸린 채로 황제의 첫 제국은 패망해버렸다.


* * *


“이번 마법개발부의 예산 삭감안은 철회되었네. 그러니 일단 모두 안심해도 좋아.”


부장에게 게임기를 제출한 지 얼마 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황제가 내 게임기를 마음에 들어 한 모양이다.


컴퓨터도 없는 세상이다 보니 플스나 엑박 같은 콘솔기기를 참고해 재현해야 했지만 환상 마법은 내 주특기 분야라서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물론 게임 내용은 원본 게임을 거의 표절한 거지만. 만약 지구였다면 높은 확률로 제작사에게 고소 먹었을 거다.


“아, 그리고 이안군. 자넨 승진일세.”

“네? 제가 말입니까?”

“그래. 자넨 이제 팀장이야. 앞으로도 정진하게나.”

승진? 아니 갑자기 승진은 좀 당혹스러운데.


내 승진 소식이 들리자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몇몇은 날 시기하는 눈빛을 보였다. 특히 귀족 출신들. 그들 눈에는 평민 출신인 내가 팀장이 되는 걸 못 마땅해할 것이다.


큰일인데··· 물론 언젠간 나도 승진해야 했어도 아직 나이도 젊은데 너무 빠른 승진이었다.


가능한 조용하게 지내다가 은퇴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싶었던 내겐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그 정도로 그 게임이 황제 마음에 들었나? 그렇다고 이런 특진이라니 일 중독자라고만 알려져 있었는데 의외로 기분파인 면도 있는 모양이었다.


“아, 그리고 잠깐 나랑 단둘이 이야기 좀 하세나.”

“무슨 일이십니까?”


날 따로 부른 부장은 조금 초조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펴보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자네가 만든 그거 말인데··· 내 것도 좀 만들어줄 순 없겠나?”

“예? 갑자기 그건 왜?”

“그게 말이야··· 황제 폐하께 진상하기 전에 내가 잠깐 해봤거든. 근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 정도로 재밌었네. 그날 이후로 그것밖에 생각 나지가 않아.”

“그렇군요···”


역시 유명한 이름값을 했다. 마법이 있긴 하지만 놀거리는 평범한 중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이세계에서 타임머신이라 불릴 정도의 게임은 너무 자극이 강했던 모양이다.


“물론 자네도 돈 써서 만들어 달란 말은 아니야. 내 사비를 지원할 테니 만들어주게. 아니, 이 참에 혹시 여럿 만들어서 장사해볼 생각은 없나? 내 인맥을 써서 도와주겠네.”

“음··· 다른 건 몰라도 장사하는 건 황제 폐하의 윤허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걱정하지 말게. 황제 폐하께서도 자네가 만든 그 ‘게임’에 푹 빠져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네. 하루도 거르지 않으시던 집무도 쉬시면서 말이야.”


오··· 역시 마음에 들긴 했나 보다.


그나저나 장사라···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한다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이전에도 게임 같은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여러 번 했었다. 하지만 굳이 만들 동기가 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괜히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돈이 그렇게 궁하진 않으니까···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평민이 너무 눈에 띄면 이런저런 말들도 나올 테고 말이다.


하지만 귀족 인맥이 있을 테런 백작이 후원해준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나한테 뒷배가 생긴다는 의미니까.


“투자금은 백작님이 대주셔야 합니다. 당연히 수익도 많이 배분해주셔야 하고요.”

“물론일세. 내 명예를 걸지.”


나도 돈 싫어하는 건 아니니 돈 벌면 좋다. 백작의 사업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없다.


다만, 정말로 장사를 할 거라면 ‘문명발전’ 하나만으로는 뭔가 아쉬울 것 같았다. 문명발전 같은 대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호불호가 좀 갈리는 게임이니까··· 처음엔 몰라도 나중 가면 질릴 수도 있다.


그러니 좀 더 다양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아티팩트 성능도 좀 더 좋아져야 하는데···


‘나 혼자선 무리고 아무래도 팀원들을 모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문제는 내가 팀장이긴 해도 내 말을 잘 들어줄 사람은 몇 명 없을 거란 점이다. 신분제가 살아 있는 세상이라 팀장이란 직위가 있어도 내 신분이 평민인 이상 내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내 개인 장사를 하는데 공적 인원을 쓰는 문제도 있고··· 다만 이건 황제가 내 게임제작을 긍정적으로 여겨줘서 후원해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순 있었다.


“실례합니다, 여기 이안 맥스웰 님이십니까.”


부장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중 누군가가 날 찾아왔다.


“제가 이안인데요 무슨 일이시죠?”

“아, 황궁에서 왔습니다. 서둘러 궁으로 입궁하셔야 합니다.”

“? 무슨 일이길래 그러죠?”


궁에서 날 찾는다고? 왜?


“황제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황제가 다시 언급됐다. 아니, 승진도 모자라서 날 직접 부른다고?


혹시··· 게임 내용에 뭔가 불경한 것 때문에 그런 걸까? 최대한 불경하다 여겨 질만 한 건 검열했는데.


“혹시 폐하께서 절 부르시는 이유를 아십니까?”

“전 모릅니다. 알아도 말씀드려선 안 되고요. 시간이 없습니다. 폐하를 기다리게 만들면 불경죄로 다스려질 겁니다. 어서 따라와 주십시오.”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늑장 부렸다간 진짜 불경죄가 될 것 같으니 나는 서둘러 시종관을 따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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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황제에게 문명을(2) +3 24.06.27 612 25 11쪽
1 1화 황제에게 문명을(1) +2 24.06.26 663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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