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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로 제국이 너무 발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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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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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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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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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발전의 시작(2)

DUMMY

“그래도 황제 폐하께선 총부터 만들어보라고 했으니 증기기관은 따로 연구하더라도 총부터 만들어봅시다.”


학자들은 당장이라도 좀 더 중요해 보이는 ‘증기기관’이라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어도 물주인 황제의 명령을 반할 수는 없어서 숙제부터 하는 기분으로 총을 제작해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예상대로 총의 제작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설계도가 있었고, 설계 구조도 매우 간단했다. 원통형으로 뽑아내는 게 쉽지 않긴 했어도 실력 좋은 장인과 마법사들이 금방 방법을 찾아냈다.


“설계도랑 똑같이 완성됐습니다. 견본보다 훨씬 완성도도 높군요. 생각보다 생산공정은 까다롭지 않았습니다만, 이것도 예의 그 증기기관이 있었다면 더 쉬웠을 것 같군요.”

“왜 그런가?”

“공정 과정에서 단조··· 그러니까 망치질이 많이 필요한데 인력으로 모두 하기엔 생산효율이 너무 떨어집니다. 기계의 힘을 빌리면 좋은데 그 증기기관이란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가 있다면 좋을 테니까요.”

“그럼 더더욱 그걸 연구해야 할 이유가 되는군. 어쨌든 총부터 일단 쏴보세.”


타아아앙!


시범 삼아 만든 총이 기사들이 입는 갑옷을 단박에 관통한다. 그 모습에 참관했던 학자들 모두가 감탄했다.


“위력은 상당하군. 일단 맞히기만 하면 기사들에게도 최소 중상이야.”

“조작도 어렵지 않아. 병사들에게 가르치기 쉽겠어.”

“재료가 강철인 점이 오히려 쇠뇌보다 낫겠는걸? 상어 아교 같은 까다로운 재료가 필요 없으니.”

“사정거리는 좀 아쉽군. 좀 더 늘릴 방법은 없는 건가?”


학자들은 총의 위력을 호평했다. 특히 별다른 숙련도가 없어도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란 점에서.


게임에서 묘사된 것과 똑같았다. 기사로 보이지 않는 평민 병사들이 집단으로 사용하는 무기로 적합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었다.


“그런데 이거, 너무 비쌉니다.”

“격발장치에 사용되는 폭발 마법을 고정하려면 마석이 드는데 아시다시피 마석은 작은 것도 꽤 비쌉니다.”

“이걸 가지고 게임에서 나타난 것처럼 군대를 만들기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도저히 가성비가 안 나올 겁니다.”


폭발 마법의 폭발력을 이용해 투사체를 쏘는 개념은 꽤 신선하고 강력했지만 문제는 그걸 실현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들었다.


아직 경제학이란 개념이 무르익지 않은 세상이어도 학자들은 가성비가 맞지 않으면 무기로 쓸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알았다. 당장 화살이나 석궁의 볼트조차도 금전적인 이유로 무한정 만들 수 없으니까.


“폭발 마법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보는 건 어떤가.”

“예의 그 ‘화약’이란 것으로 말입니까? 그게 정확히 뭔진 몰라도 폭발 마법처럼 폭발하는 가루라면 활용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한번 연금술사들에게 의뢰해보게. 물질들을 이것저것 연구해보는 그들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 걸세.”


마법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마법사들은 여러 학파와 분야로 나누어져 있었고 연금술사들은 물질과 물질 간의 성질과 반응을 주로 연구하는 자들이었다.


연구를 위해 다이아몬드도 태워 먹는 다소 괴짜 같은 자들도 많았지만, 물질에 관한 것에 있어선 최고의 전문가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 그들은 긍정적인 답을 돌려주었다.


“별로 어렵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초석, 숯, 그리고 약간의 유황이면 가능했죠. 폭발력도 발군이라 저흰 이걸 블랙드래곤의 분노라고-”

“됐고, 그래서 이거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만가?”

“···비교적 쌉니다. 초석과 유황이 좀 들지만 마석보다야 뭐.”

“그럼 총은 일단 이걸로 된 거로군.”


만들어보니 의외로 총 역시 개선할 수 있는 연구 거리가 꽤 있었어도 학자들은 서둘러 결과물을 제출하고 증기기관에 더 몰두해보고 싶었다. 곧바로 그들이 작성한 보고서가 황제에게 올라갔다.


“시제품들은 일단 만족스럽군. 한데 증기기관 연구에 더 몰두하고 싶다라···”


보고서를 보던 황제는 넌지시 드러난 학자들의 희망 사항에 입꼬리를 올렸다. 이들도 자신처럼 ‘문명발전’에서 나온 기술이나 제도들에 관심이 큰 듯했다. 아마 증기기관은 그것들을 연구하는 첫 걸음일 터.


“증기기관··· 분명 게임 중반부쯤에 연구가 가능한 기술이었지.”


게임을 플레이해본 바로는 문명의 기술들은 선행되는 기술들이 이후 기술들로 연계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청동기’는 ‘채광 기술’을 필요로 하고 지도에 전략자원인 철의 위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후 ‘철제 기술’로 이어진다.


추측하건대 선행되는 기술이 이후 기술의 개발에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증기기관도 그랬다. 증기기관의 선행기술들은 ‘기계’와 ‘산업화’ 그리고 증기기관 이후로 만들어지는 것들은···


“탱크, 비행기, 전함, 야포··· 무기들만 나열해도 이 정도로군. 분명 증기기관은 그것들을 만드는 데 직접 필요하거나 아니면 기초가 되는 개념이겠지.”


전부 이안 맥스웰이 그저 상상한 거라고 하지만, 황제는 그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단순히 상상만 했을 리가 있나. 뭔가 치밀하게 계산하여 떠올린 발상들이리라. 아니고서는 이렇게 정교한 개념들을 제시할 수 없을 터였다.


“좋아. 증기기관 연구는 승인해야겠군. 그리고 총과 화약은 곧바로 생산에 들어가고··· 이런, 예산이 문제로군. 군부 예산에서 조금 떼어내야겠어.”


군부의 장군이나 기사들이 불만을 가질 것 같지만, 황제에게 감히 불만을 표할 수 있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할바마마! 군부 예산을 삭감하다니요!”


···딱 한 명만 빼고 말이다.


“카일. 아직 집무 중이다. 할바마마가 아니라 폐하라고 불러라.”

“···폐하, 어찌하여서 군부의 예산을 삭감하셨습니까. 폐하의 충직한 군부는 충분한 성과를 냈습니다!”

“예산을 삭감한 것이 아니라 신무기 생산에 더 할당한 것이다. 짐의 뜻을 곡해하지 말아라.”


그리고 너는 군대에나 쏘다니는 게 아니라 공부에 더 열중해야 하지 않느냐, 라고 말하고 싶었던 황제였지만 그 전에 카일 황태자가 계속 말을 이었다.


“신무기라면 그 총이란 것 말입니까? 확실히 위력이 좋긴 하더군요. 하지만 아직 검증된 무기도 아닙니다. 그것을 무턱대고 대량 발주하다니요.”

“검증된 무기를 쓰는 것도 중요하나 더 좋은 무기를 개발하고 시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전장의 주력은 기사들입니다! 신무기에만 의존할 평민 병사들이 아니라요!”


쯧, 황제는 혀를 찼다. 결국은 정치적인 문제다. 아마 장군들이나 기사들도 총의 위력이나 활용도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알기에 반대하는 것일 터. 검증되지도 않은 평민들을 위한 무기가 제국군에 대량으로 공급되면 기사들인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황제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니 더 도입해야 한다. 총은 아직 연구할 거리가 많아도 충분히 강력하다. 경지가 높은 기사들은 몰라도 경지가 낮은 기사 대부분은 집단으로 사격할 경우 쉬이 제압할 수 있을 터. 적의 기사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무기를 고작 기사들의 이권을 위해 도입하지 않을 순 없었다.


‘그래도 곤란하군. 황명으로 밀어붙인다 해도 기사들의 불만이 쌓이는 건 위험해.’


황태자의 말도 영 틀린 건 아니었다. 현재 전장의 주력은 엄연히 기사들. 북방이나 마계의 전선에서 그들이 없으면 일반 병사들은 그저 무력한 고기방패들일 뿐이다.


총을 도입한다 해도 당분간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총과 화약의 생산체계나 전술들을 확립하기 전까지는 계속 기사가 주전력일 테니까.


그런 기사들이 불만을 품으면 위험하다. 황태자도 그걸 알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황제도 물러설 수 없었다. 총은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무기다. 총 말고도 다른 기술들도. 똑같이 반발할 자들이 많지만 해야 하는 것들이다. 황제는 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전부 그 게임 속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문득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정녕 그것들이 제국의 미래라면 황태자에게도 보여주면 될 것 아닌가.


“황태자여. 잠시 시간을 내겠는가. 잠깐 보여줄 것이 있다.”


꾀를 낸 황제는 황태자에게 게임기를 보여주며 그가 경험한 문명의 맛을 접하게 해주었다.


“크윽! 비겁하게 기습 전쟁이라니! 폐하! 한 번만 더 하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황태자 역시 게임에 푹 빠졌다.


* * *


“휴, 할 일이 너무 많군.”


마법개발부가 예산 삭감에서 살아남은 뒤로, 승진도 하고 돈도 많이 번 나였지만 정작 일들은 더 늘어 나버렸다.


다만 억지로 일이 늘어난 게 아니라 내가 늘린 느낌이긴 했다. 부장을 통해 판매할 게임기를 만드는 일도 그랬지만, 그런 게임기와 게임을 만드는 생산 기반을 만드는 데 꽤 공을 들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개발부에서 내 팀은 게임 개발팀이 되었고 나는 내 팀원들을 각 분야로 담당을 나뉘어 맡겼다.


크게는 세 가지였다.


먼저 아티팩트 생산 관리 담당, 아티팩트 제조가 특기인 마도공학자들이 배정되었다.


그다음은 그래픽. 나랑 같은 환영학파들. 메인 그래픽 구상은 내 머릿속에서 나오지만, 그걸 아티팩트에 적용하는 일종의 코딩 작업을 보조한다.


마지막으로 사운드. 소리나 음성 등에 조예가 깊은 바람 학파 마법사들을 주로 배치했다. 게임에 쓸 사운드 역시 기억 마법으로 내가 먼저 떠올리지만, 그래픽 팀과 마찬가지로 그걸 체계적으로 다듬고 적용한다.


그 외에도 원래 게임 제작에는 기획팀이나 시나리오팀, QA팀 등등이 더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아직 따로 만들지 않았다. 일단 기초적인 제작 기반부터 만드는 게 우선이라 그것들은 일단 우선순위가 낮았다. 나중에 더 추가하거나 아니면 내가 대신해야 한다.


“편하게 살려고 한 일인데 더 바빠지다니 나도 정말 사서 고생하는군···”

“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잠깐 숨을 돌리던 그때, 한 부하 직원이 난감한 모습으로 날 찾아왔다.


“그게, 화, 황태자 님이···”

“이안 맥스웰! 여기 이안 맥스웰이란 자가 있나!”


그러기 무섭게 사무실로 누군가가 들어온다. 그런 즉시 안에 있던 이들 모두가 그를 알아보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했다.


상대는 그럴 만한 자였다. 황제가 아끼는 젊은 황태자였으니까.


“황태자 전하, 제가 이안 맥스웰입니다.”

“자네인가. 그 이안 맥스웰이.”


저벅, 저벅.


잘생기고 건장한 체구를 가진 황태자가 다가오자 내심 위축되는 기분을 느꼈다. 왜 날 찾아온 걸까? 혹시 나에게 뭔가를 따지려고 온 걸까?


딱히 내가 뭘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만··· 혹시 모를 일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 황태자의 심기를 건드렸을지도 모르지.


“이안 맥스웰.”

“예, 전하.”

“언제인가?”

“···예?”

“언제냐고 물었다.”


황태자는 덥석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다음 게임은 대체 언제 나오는가···!”


나도 모르는 사이 황제에 이어 황태자도 게임 폐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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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황제에게 문명을(2) +3 24.06.27 610 25 11쪽
1 1화 황제에게 문명을(1) +2 24.06.26 662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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