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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로 제국이 너무 발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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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소울
작품등록일 :
2024.06.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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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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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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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화 기사들의 명예(1)

DUMMY

“그래, 이안 군이 두 번째 게임을 만들었다고?”


“예, 폐하. 아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황제와 황태자는 오랜만에 마주 보며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 기대되는구나.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게임으로 기사들을 설득했다는 게 조금 걱정이다. 네가 다시 전쟁에만 관심을 가질 것 같아서 말이다.”


얼마 전까지는 황태자 때문에 속을 썩였던 황제였지만 요즘은 그런 근심이 덜한 그였다. 그것이 전부 이안 맥스웰이 만든 게임 ‘문명 발전’ 덕분이었다.


학문을 닦는 것을 소홀히 하고 기사들과 어울려 놀며 전쟁과 정복에만 관심을 가지던 황태자는 여러 인상 깊은 기술과 제도들이 나오는 그 게임을 보고 조금은 다른 것에도 관심을 보였었다.


“폐하, 저 역시 전쟁에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국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전쟁은 다가온다고 생각한 것뿐입니다.”


“···그건 확실히 아니라고 하긴 힘들겠구나.”


언뜻 보기엔 평화로운 시기지만, 지금도 제국을 비롯한 각국은 서로의 등을 찌르려 눈치를 보는 와중이다. 당장 북방과 마계 방면으로는 항시적으로 군대를 주둔하고 있어야만 했다.


그나마 지금은 소강상태를 보인다고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제국이 원하지 않더라도 전쟁이 제국을 찾아올 수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만들어진 게임은 제국의 기사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겁니다.”


“그들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많은 이들이 받아들일 겁니다.”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도 있을 거란 말이구나.”


황제의 지적에 황태자는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금의 주저함이나 망설임은 없었다. 오히려 확고부동한 확신이 있었다.


“예,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째서인가?”


“그들 역시 그 게임을 통해 자신들의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호오, 그렇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는 황태자의 모습에 황제는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 그 게임이 어떻기에 그런 걸까?


“그럼 나도 한 번 해봐야겠군.”


“그땐 저와 같이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재밌을 겁니다.”


“예끼, 이 녀석아. 날 상대로 이겨보려는 수작을 모를 줄 아느냐.”


“이런, 들켰습니까.”


황제와 황태자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오랜만에 할아버지와 손자로 터놓고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새로운 게임 아너로드가 발매되었다.


* * * *


“이번에는 살짝 판매 방식을 다르게 하고 싶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말인가?”


“일단 기사들에게 먼저 판매하는 게 어떤가 싶습니다.”


지난번 ‘문명 발전’ 때 주 고객들은 귀족들이었다. 이 시기 비싼 아티팩트를 살 정도로 돈이 있는 이들이 상인이 아니라면 귀족들이라 그런 것도 있었지만, 애초에 만들 수 있는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아서 그랬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다소 우격다짐으로 만들었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생산 공정을 조금 효율화할 수 있었다.


여전히 수련 마법사들을 데리고 만드는 수공업 상태이긴 하지만 약간의 분업을 통해 생산성을 개선한 것이다.


“기사들이라··· 이번 게임의 컨셉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지만, 그 친구들은 돈이 그리 많지 않을 텐데?”


“봉급 좀 아껴서 살 수 있도록 할인해 주는 겁니다. 기사들에게 한정해서요.”


“우리가 그럼 손해지 않나?”


“손해가 아니라 투자입니다. 그들이 내줄 테니까요.”


“흠··· 하긴, 지난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쓰긴 했지. 입소문을 먼저 퍼트릴 수 있다면 귀족들도 더 관심을 보일 걸세.”


부장도 내 제안에 동의했고, 곧바로 아너로드를 출시했다.


처음에 부장은 자신이 아는 고위 기사들을 몇몇 사람에게 게임을 선물했다. 나도 지난번 황태자의 소개로 날 도와준 기사들에게 게임을 무료로 제공했다.


“다들 이 게임을 해 보게. 분명 자네들에게도 인상 깊을 걸세.”


“이건··· 놀랍군요. 전투가 이렇게 사실적으로 구현됐다니.”


“이거라면 실제 전투를 가정하고 싸워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상대로 아너로드를 처음 접해본 기사들은 하나같이 그것을 호평했다. 그리고 기사들이 호평하자 자연히 귀족들도 호기심을 보였다.


“‘문명 발전’ 개발자의 두 번째 게임이라니! 당장 사겠네!”


“애석하게도 지금은 물량이 없습니다. 기사들에게 우선 판매했었거든요.”


“안 그래도 기사들이 하나같이 극찬하는 걸 들었네. 나한테 팔라고 해도 다들 팔질 않더군! 대체 어떤 게임이기에!”


“후후, 그건 다음 주에 사셔서 직접 해보시길 권합니다.”


귀족들은 좀 더 기다려야 추가 생산분을 통해 살 수 있었다. 그마저도 경쟁이 많아 웃돈이 붙곤 했다.


“굉장하군, 흡사 내가 기사나 전장의 사령관이 된 기분이야.”


“하아, 나도 이렇게 군대를 이끌고 싸울 수 있었으면.”


“그럼 제국군에 입대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크흠,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렇게 게임을 산 그들 역시 신작 게임을 극찬하곤 했다. 이번에도 사교계에서 신작 게임의 이야기가 활발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화제가 오갔다.


“다들 잘 보게! 내가 군대를 얼마나 잘 지휘하는지 말이야!”


“적들이 숫자가 좀 더 많은데, 아무래도 질 것 같지 않나?”


“지겠군. 보병과 궁수보다 기병 숫자가 지나치게 많네. 피해를 전담해 줄 모루가 없으니 기병들에게 피해가 누적되면서 아마도···”


“으아아아! 소중한 기병들이!”


“···전멸하겠지. 푸홧!”


‘문명 발전’ 때랑은 달리 사교회장에서 직접 게임을 시연하면서 자신들의 지휘 실력을 뽐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야말로 승부를 낼 시간이군!”


“승부라니, 자네 이미 나한테 다섯 번은 졌잖나.”


“큭, 그것들은 전부 무효일세! 이번이 진짜야!”


“허허, 그렇다고 해두지. 어차피 내가 이길 테니.”


혹은 게임기에 새로 추가된 멀티 기능을 이용해 모의 대련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진지한 결투를 이것으로 대신하는 일도 있었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결투가 게임으로 대체되자 귀족들이 결투로 목숨을 잃는 일이 극적으로 줄었다.


그런 식으로 귀족들은 다소 유희 용도에 충실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기사들은 조금 진지해져 있었다.


“다들 ‘아너로드’는 해봤겠지? 한 번이라도 안 해본 사람은 없을 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게임 내에서 ‘총’을 상대로 1:1을 이겨본 사람은 손을 들어 보게.”


군부의 기사들이 모인 가운데, 회의 주최자가 던진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가 손을 들었다.


“많지 않군. 그럼 이번엔 질문을 조금 바꾸지. 총으로 무장한 군대를 상대로 이겨본 이들은 손을 들어 보게.”


이번엔 꽤 많았다. 절반을 좀 넘기는 숫자였다.


“거기서 총을 쓰지 않고 이긴 이는?”


그러나 이어지는 질문에는 대다수가 손을 내렸다. 정말 극소수만이 손을 들어 보이고 있었다.


“하아··· 역시 총의 전술적 유용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장군! 이건 그저 게임일 뿐입니다. 실제와는 다를 겁니다.”


“게임의 그런 완성도를 보고도 말인가? 뭐, 자네 말대로 실제였다면 총을 든 쪽보다 우리가 더 숙련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게 영원히 그럴 것 같나?”


“그, 그건···”


“총을 든 쪽도 시간이 흐르고 훈련과 실전을 경험할수록 더욱 정교해지고 강해질 걸세. 아무래도 총은 창칼보다 우월한 무기란 걸 인정해야겠군.”


물론 총에도 ‘아직은’ 약점이 많았다. 활보다도 짧은 유효 사거리, 긴 재장전 시간, 아직 충분하지 않은 명중률까지.


하지만 앞선 3가지는 전부 전술로 극복 가능했다.


사거리가 짧으면 더 가까이에서 쏘면 되었고, 반복 숙련으로 재장전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명중률은 기술이 더 발달하면 무조건 더 좋아질 예정이었다. 혹은 집단 사격을 통해 낮은 명중률을 극복하거나.


“맞습니다. 총은 차세대 전쟁을 이끌어 갈 무기입니다. 제국군은 그 누구보다도 그것을 앞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당장 우리부터 그것에 숙련되어야 합니다!”


“자네, 기사로서 자존심도 없나? 신무기 하나가 나왔다 하여서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온 가르침들을 무시할 생각인가? 저런 무기는 평민 무지렁이들조차도 어렵지 않게 쓰는 천박한 무기야!”


“그러니까 더더욱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다! 언제까지 그런 구닥다리 사고방식에 얽매여 변화를 거부할 겁니까!”


“우리가 기사인 이상 우리의 가치를 지켜야만 하네! 난 느낄 수 있어. 총이라는 그 무기는 우리가 지향하는 기사도의 가치를 담을 수 없네!”


기사들은 둘로 나뉘었다.


총이라는 신무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혁신파.

전통적 가르침을 잊지 말고 더욱 그것에 정진해야 한다는 전통파.


언뜻 봐서는 전자가 더 합리적인 것으로 보였다. 더 좋은 무기를 고작 자존심이나 전통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어리석어 보였으니까. 하지만 사실 전통파의 주장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확실히 총으로는 오러를 활용하기 어렵더군. 총이나 탄환에 오러를 불어넣어 봐야 별다른 차이가 없었네.”


“그리고 오러를 활용할 줄 안다면 어느 정도는 총에 대항할 수 있었다네. 게임에서도 잘 반영되어 있더군.”


“문제는 그 오러를 쓸 줄 아는 기사들은 현실에 흔하지 않지. 그리고 사용할 줄 아는 기사들도 각자의 경지가 다르고.”


“총을 통해 오러를 수련하는 것도 불가능해. 총은 강력하긴 하지만, 확실히 너무 쉬운 무기이기도 하니까. 오러를 얻는 데 필요한 고행과 수련을 담보해 주는 무기가 아니야.”


총은 간편하고 강력하긴 해도 오러를 수련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무기는 아니었다. 총을 도입하면서 기사들이 전통을 완전히 잊어버린다면 결코 오러의 힘 역시 전통과 함께 잊힐지도 모를 일이었다.


“절충하는 건 어떻습니까? 전통을 지키면서 총을 활용해 보는 건···”


“미봉책이지. 자칫하면 신무기를 제대로 도입하지도 못하고 전통도 어그러지는 결과만 나올 수도 있네. 더구나 이렇게 의견이 대립하는데 그런 어중간한 결정은 갈등만 더 키울 거야.”


“그럼···”


“어쩔 수 없이 둘로 나뉘어 운용해 보도록 하세. 신식 군제를 도입한 군대와 전통 방식을 유지한 군으로 나누어서 말이야.”


군의 이분화는 별로 현명한 선택은 아니긴 하지만, 이런 과도기적인 상황에선 예외일 수 있었다.


또한, 둘을 분리해서 얻는 이점도 나름대로 있었다.


“총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총포를 이용한 새로운 전술을 고안하자!”


“총을 이용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보병 전력이 중요해질 걸세. 엄격한 훈련으로 절대 달아나지 않는 병사들을 양성해야 하네.”


“이제 기사들은 기병으로 활용하기보단 지휘관으로 활용하는 편이 좋겠군.”


혁신파 신식군들은 신무기인 총을 이용한 전술을 연구하면서 새로운 전술들을 고안했고 그에 따른 군제도 개편하기 시작했다.


“우린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우린 마지막까지 기사로서 싸우고 죽으리라!”


“기사의 마지막 자존심을 저들에게 보여주자!”


“명예가 전부다!”


반면에 전통파 기사들은 전통적인 고행과 수련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사실상 정해진 몰락 앞에서 마지막으로 자존심을 지키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 누구도 그들의 고집을 꺾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기사들이 두 갈래의 길을 걸어가던 무렵, 북방에서 대규모의 침략 소식이 들려왔다.


“새 시대의 힘을 보여줄 기회가 왔다. 우리가 떠오르는 내일의 태양을 증명하자.”


“우린 여명의 끝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다! 기사들이여, 모두 진격하라!”


그런 즉시 두 길을 걸어가던 기사들은 전장으로 향했다.


각자 그들이 좇는 명예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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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남작 이안 맥스웰(1) +3 24.07.04 888 34 14쪽
9 9화 기사들의 명예(2) +5 24.07.03 1,005 34 13쪽
» 8화 기사들의 명예(1) +5 24.07.02 1,090 37 12쪽
7 7화 새로운 게임(2) +4 24.07.01 1,175 35 11쪽
6 6화 새로운 게임(1) +3 24.06.30 1,231 38 14쪽
5 5화 발전의 시작(2) +5 24.06.29 1,227 41 11쪽
4 4화 발전의 시작(1) +4 24.06.28 1,291 42 12쪽
3 3화 황제에게 문명을(3) +1 24.06.27 1,331 46 13쪽
2 2화 황제에게 문명을(2) +3 24.06.27 1,346 46 11쪽
1 1화 황제에게 문명을(1) +3 24.06.26 1,452 5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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