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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로 제국이 너무 발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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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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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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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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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화 황제에게 문명을(3)

DUMMY

“폐하와 독대하시게 되면 절대 폐하께서 먼저 여쭙기 전에 말씀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폐하의 눈을 절대 정면으로 바라보지 마십시오.”


황궁으로 불려간 황제를 독대할 준비를 했다. 시종관들이 진지하고 엄숙한 태도로 황제 앞에서 지켜야 할 예법들을 말해주었고 시녀들은 날 둘러싼 채 씻기고 단장시켰다.


솔직히 아직도 정신이 없었다. 내가 황제를 만나다니. 게다가 알현도 아니고 독대라고? 아직도 황제가 날 보자는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짐작 가는 건 당연히 내가 만든 게임 때문이긴 하지만··· 그게 아무리 재밌었어도 이럴 이유가 있나?


“준비되셨습니까? 이제 폐하를 뵐 시간입니다.”

“네. 준비됐습니다.”


사실 안 됐다.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했지만 여기서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으니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따라오십시오. 별실에서 폐하를 뵙게 될 겁니다.”


내 대답에 만족한 듯한 시종장이 날 안내했다.


“집무실이 아닌 겁니까?”

“폐하께선 오늘 집무를 보시지 않으셨습니다.”

“어째서죠?”

“질문이 많으시군요. 폐하 앞에서는 그러지 마십시오.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폐하를 뵙게 되면 아시게 될 겁니다.”


내 질문에 대답을 회피한 시종장은 곧 나를 황제가 있는 별실로 데려왔다. 곧 문을 두드리며 안에 있는 황제에게 출입을 요청했다.


“폐하, 말씀하오신 이안 맥스웰을 대령했사옵니다.”

“들라해라.”


안에 근엄한 목소리가 들리자 시종장은 문을 살짝 열면서 내게 들어가라고 눈짓했다. 나는 별실로 들어가자마자 시종장이 가르쳐준 예법대로 고개를 조아렸다. 그 덕에 안에 누가 어떻게 있는지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미천한 자가 폐하를 뵙습니다.”

“고개를 들라.”


황제의 허락이 떨어지자 나는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황제의 모습을 본 나는 속으로 살짝 놀랐다.


황제는 날 돌아보지도 않은 채 뭔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바로 내가 만든 게임기로 게임을 하면서 말이다. 그의 모습은 소문대로 근엄한 모습이었지만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은 뭔가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흡사 게임 폐인 같달까··· 눈가에 살짝 다크서클이 짙은 걸 봐선 밤을 샌 건 아닌가 싶었다.


그러던 중 황제는 잠시 게임을 멈추고 내가 만든 게임기의 패드를 놓으면서 나를 돌아봤다.


“그대가 이안 맥스웰인가?”

“그, 그렇습니다, 폐하.”


너무 긴장돼서 목소리를 떨었다. 그런 내 모습에 황제는 재밌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생각보다 평범한 모습이었군.”


실망했다는 건지 생각보다 괜찮아 보인다는 말인지 모를 말이었다. 그걸 물어볼 수도 없으니 묵묵히 있을 뿐이었다.


“자네를 조금 조사했네. 농노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마법에 재능이 있어 어릴 적 제국 마법 아카데미에 거두어졌더군. 그 후 수석으로 졸업. 환상 마법에 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라던데 사실인가?”

“과찬인 말씀이시옵니다, 폐하.”

“과찬은 무슨.”


황제는 그런 말을 한 후, 내게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했다. 나는 예법대로 조심스럽게 그에게 걸어갔다.


“앉게.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군.”

“감사합니다, 폐하.”


황제의 말에 나는 응접용 테이블의 빈 의자에 앉았다. 앉자마자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혹시 내게 할 말은 없나?”

“그, 우선 절 승진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그리고 마법개발부의 예산 삭감도 취소해주셔서···”

“그런 뻔한 말은 그만두게. 그런 말이나 들으려고 자넬 부른 게 아니니까.”


하지만 그런 거 말고 할 말이 없는걸.


“그럼 제게 무엇을 듣고 싶으시온지···”

“깼다네.”

“예···?”

“신난이도 말일세. 그것 때문에 꼬박 3일을 밤을 새운 것 같군.”


아.


그런 거였구나. 왜 집무를 안 봤나 했더니 제대로 문명 해버린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신난이도라니 보통 비범한 게 아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황제 해 먹는 건가?


“처음엔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난이도가 있는가 했는데 계속해보니 오기가 생기더군. 그래서 결국 깨버렸다네.”

“마, 마음에 드신 것 같아 다행이옵니다.”

“뭐, 국가나 군주를 선택하는 건 조금 불경한 것 같지만 문제없다고 보네. 오히려 그것보다 다른 게 더 신경 쓰이더군.”


뭐가 신경 쓰인다는 거지? 황제의 말이 다소 의미심장하게 들려서 긴장되었다.


그런 황제는 나를 마치 꿰뚫어 보는 듯이 다음 말을 물었다.


“자네 말일세··· 혹시 다른 세상에서 온 건가?”


그리고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순간 표정관리가 안 될 뻔했지만, 가까스로 평정심을 유지한 나는 최대한 능청스럽게 답했다.


“무슨 말씀이시온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세상이라니요?”

“말 그대로라네. 혹시 자네는, 전설 속에 나오는 것처럼 먼 다른 세계에서 온 용사 같은 건 아닌가?”


아 씨.


누가 이세계 아니랄까 봐 그런 이상한 전설도 다 있었네.


진짜 나 말고 여기 왔던 지구인이 있던 건지 아니면 그냥 우연히 그런 전설이 있던 건진 몰라도 일단 나는 아닌 척해야 한다. 괜히 사실을 말해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저는 절대 그런 자가 아닙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그럼 좀 이상하군. 자네가 만든 저 게임은 마치 다른 세상에서 살다 온 사람이 만든 것 같은데. 이 세상에는 없는 개념들이 잔뜩 있었지.”


속으로 뜨끔했다. 정확히 내가 고민했었던 부분이다. 문명발전 시리즈에 나오는 현대적 요소들··· 기술 테크트리라든지 사회제도나 정치제도 개념들.


그것들을 황제가 봤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몰라서 처음엔 빼버릴까 하다가도 그랬다간 게임의 재미가 떨어질 게 뻔해서 모두 마법으로 만들어내는 공상의 산물이란 식으로 설정을 만들었다.


그 정도면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황제는 그런 눈속임을 간단하게 간파해버린 것이다.


“그런 건 전부 제가 상상하여 만든 것이옵니다.”

“그런가? 하지만 대단히 특이한 부분들이 많더군. 가령 게임에서 나오는 군사들 말일세. 현실과는 좀 다르더군. 총이란 무기를 쓰는 식으로 발전하지 않았나.”

“그건···”

“자네의 대답을 듣기 전에 내가 이유를 맞혀보지. 그 무기는 기사나 마법사인 귀족들을 위한 무기가 아니라 평민들을 위한 무기겠군?”


정확한 정답을 말하는 황제의 말에 나는 순간 속으로 흠칫 수밖에 없었다. 황제의 통찰력은 무서운 수준이었다.


“화약이란 폭발성 물질을 이용해 투사체를 쏘는 무기. 게임 속에 적힌 개념만 읽어 봐도 무슨 무기인지 짐작이 가더군. 모르긴 몰라도 활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겠지. 자네가 개발부에서 시험용으로 만들어봤다는 것도 알고 있네. 신료들이 주목하지 않아서 묻힌 모양이지만. 어떤가, 내 말이 맞는가?”

“···그렇습니다, 폐하.”


나는 깨끗하게 인정했다. 물론 내가 지구에서 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건 아니었다.


“하나 그 또한 저의 공상일 뿐이옵니다. 그런 무기가 있다면 평민들도 능히 기사들을 상대할 수 있다 여겼을 뿐입니다.”

“기사들이 들으면 싫어할 말이겠군. 하지만 난 오히려 흥미로웠다네. 자네가 그 공상으로 떠올린 세상의 발전상이 말이야.”


황제는 그러면서 게임에서 본 현대와 미래의 산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증기기관, 대포, 강철로 만든 전차, 철로 만든 전함, 인공위성, 그리고 도시 하나를 소멸시킬 정도로 강력한 ‘마법 폭탄’까지.”

“······.”

“자네는 그 모든 게 실제로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황제의 그런 질문에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잠시 고민되었다. 과학이 발전하면 가능하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마법이 과학을 대신하고 있으니 힘들다고 해야 하나?


아니, 아니지. 실제로 가능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황제가 어떤 대답을 원하느냐가 중요했다.


“가능합니다.”

“호오, 그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발전한 세상을 미리 보고 왔으니까. 나는 그런 발전이 결국 필연적이란 걸 알고 있었다.


“기술과 제도는 계속 발전할 겁니다. 제국이 앞으로도 무궁히 발전할 것처럼요. 그렇다면 분명히 제가 상상한 것처럼 될 겁니다.”

“평민이 기사를 무력하게 죽이고 기계가 노동을 대신하며 민주주의나 공산주의라는 사특한 것들도 득세할 거란 말인가?”


역시 그런 것까지 파악한 건가. 최대한 설정을 검열했는데도 역시 황제의 눈을 속이긴 어려웠는 듯했다.


“그럴 것입니다.”

“재밌군. 그런 말이 불경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건 아는가?”

“만약 제가 만든 것이 정녕 불경하기만 했다면 저를 치하하시기보다는 벌을 내리셨겠죠.”


내 당돌한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황제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다. 다소 불경한 사상이 담긴 듯하지만··· 동시에 공감이 되더군.”

“······.”

“무기의 위력이 날로 강해진다면 언젠가 평민들로 이루어진 군대도 기사들을 상대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 정교한 기계들은 이미 수공업의 효율을 따라잡고 있으니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점점 대신할 수도 있고. 그리고 짐이 생각하기에 그 민주주의란 것도···”


황제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말을 끊었다.


“···그건 좀 더 생각해봐야겠군. 아무튼, 게임에서 발견한 자네의 발상은 굉장히 신기한 것들이 많아. 그 덕분에 재밌었다네.”

“감사하옵니다, 폐하.”

“한데, 만약 그것들이 실현 가능한 것들이라면··· 제국이 그것들을 앞서서 도입할 수 있겠나?”

“노력한다면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옵니다.”

“자네가 그걸 도울 생각은 있는가? 원한다면 자넬 황실 학술원이나 기술부로 보내줄 수 있네.”


순간 싸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여기서 그러겠다는 말을 하면 그대로 세종대왕님에게 끌려간 황희처럼 갈려 나갈 것 같았다.


애초에 난 게임에 있던 걸 재현했을 뿐이지 대포니 탱크니 그런 거 만들 줄 모른다. 예전에 총을 만들어본 것도 그 정도로 간단한 건 가능할 것 같아서 해본 것뿐이었다. 그러니 밑천 드러나지 않으려면 여기서 거절해야 한다.


“송구하오나 저는 그저 그것들의 개념 정도를 상상했을 뿐 구체적인 원리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것을 제 손으로 만드는 건 무리이옵니다.”

“흠··· 하긴, 그런 자세한 건 게임 내에서도 설명이 없더군. 뭐, 좋네. 그렇다면야 강요할 순 없겠지.”


황제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쉽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럼 그만 돌아가 보게. 유익한 이야기가 되었네.”

“예, 폐하.”


더 물어볼 것이 없다는 듯 황제는 내게 축객령을 내렸다.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듯 떠나버렸다.


잠깐 아찔하긴 했어도 이 정도면 잘 넘어간 것 같았다.


* * *


“···숨기는 것이 많은 놈이로군.”


이안의 기대와는 달리 황제는 여전히 이안을 의심하고 있었다. 물론 이세계에서 온 용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이안이 뭔가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분명 더 할 줄 아는 게 많을 텐데. 일부러 실력을 감추는 것인가?”


어째서? 이유로 짐작되는 건 여러 가지였다. 미천한 농노 출신 때문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출세욕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야심은 있어도 아직 때를 기다리는 것이거나.


어느 쪽이든··· 아직 쓸모가 있어 보이는 인재였다.


“개념밖에 제시되어 있지 않긴 하지만··· 어느 정도라도 실현할 수 있어도 제국의 발전에 무척 도움이 되겠지.”


게임에 나타나는 제도나 기술적인 것들. 당장은 흉내 내기 어렵거나 이해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 하지만 조금씩 연구하면서 실험해보는 건 어떨까? 황실이 후원하는 학자들과 장인들을 이용하면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당장 많은 건 무리고··· 우선 그 총이란 것부터 만들어봐야겠군.”


게임에서는 전투력 24의 보병으로 표현된 화약 테크 유닛이 쓰던 것이었다.


전쟁은 제국에 있어서 당장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황제지만 군사력의 필요성을 모르는 건 아닌 그였다.


곧바로 그는 신료들을 불러 학술원과 기술부에 연구를 지시했다.


“황태자 녀석이 좋아하겠군.”


워낙 무기나 싸움 같은 걸 좋아하는 녀석이니 아마 좋아하겠지. 또 공부는 하지 않고 이상한 곳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황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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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황제에게 문명을(3) +1 24.06.27 595 26 13쪽
2 2화 황제에게 문명을(2) +3 24.06.27 610 25 11쪽
1 1화 황제에게 문명을(1) +2 24.06.26 662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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