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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로 제국이 너무 발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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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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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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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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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새로운 게임(1)

DUMMY

“실례했네. 자네가 만든 게임을 너무 재밌게 해서 말일세.”


카일 황태자는 첫인상은 황제와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황제가 근엄하면서도 날카로운 지성을 가졌다면, 황태자는 열혈남 그 자체였다.


“그래서 다음 게임은 뭐지? 난 개인적으로 전쟁이나 정복에 관한 것이 좋아. ‘문명발전’에서도 난 정복 승리만 노렸네. 문화 승리나 과학 승리도 좋지만, 모름지기 사나이라면 정복이지!”


그리고 엄청난 호전광이다. 이런 사람이 차기 황제라니 그래도 괜찮은 건가? 진짜로 대륙 통일해버리겠다고 전쟁 일으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 송구합니다만, 아직 결정된 게 없습니다.”

“이런! 내가 너무 성급했나. 뭐, 내 말은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이니 신경 쓰지 말게나. 그보다··· 자네와 좀 더 상의할 것이 있네.”


나랑 상의할 게 있다고? 어째서인지 좀 불길한 기분이 드는데. 일국의 황태자 일개 마법사··· 아니, 이제는 게임 개발자에게 상의할 일이 있을까?


“무슨 일이십니까?”

“다른 게 아니라··· 자네 덕에 요즘 군부가 시끄럽네. 아, 자네가 뭔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야. 단지 황제 폐하의 뜻과 군부의 의견이 다소 다르다는 거지.”


군부가? 갑자기 왜 군부가 나오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거기에 내가 왜 연관되어 있는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황태자의 이어지는 말에 무슨 일인지 금방 알게 되었다.


“총 때문이라네. 개발부에서 자네가 견본을 만들어 봤다지. 학자들이 폐하의 지시로 그걸 완성했고 폐하께서 군에 도입하려 하시네. 그런데 여러 문제로 이해가 갈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아무래도 황제는 게임을 하면서 총으로 무장한 군대를 인상 깊게 본 모양이었다. 그걸 군대 실제로 도입하려다가 장군이나 기사들의 반대에 부딪힌 걸 테다.


짐작해본다면 아마 기사들은 총의 도입을 꺼릴 수도 있으니까. 평민들도 기사를 상대할 수 있게 되는 무기인 총은 지구의 역사에서도 기사의 몰락을 불러온 무기였다.


그렇다면 군부와 친하다는 황태자는 그 무기의 도입을 반대해달라는 거려나?


“군부를 설득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하네.”

“네? 그 반대가 아니라요?”


그런데 황태자는 반대로 군부를 설득해달라고 했다. 기사나 장군들의 지지를 많이 받는 그로선 좀 의외의 일이었다.


“나도 처음엔 총의 도입이 섣부르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자네가 만든 그 게임··· 문명발전을 한 이후로는 생각이 바뀌었네.”

“그렇···습니까.”


역시 그것 때문이었나. 황제도 그렇고 황태자도 옥수수와 핵의 권능을 맛보고 뭔가 새로운 것에 각성한 건 아닌가 싶었다.


“비록 게임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 게임엔 왜 총이 강력한 무기인지 이유가 나와 있었다네.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의 군제에서 병사들은 오로지 방패와 모루의 역할일 뿐이지.”


그랬다. 이 세계는 지구의 중세와 완전히 같진 않지만, 전쟁에 있어서 병사의 역할은 딱 그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병사들도 창칼을 가지고 싸우기는 하지만··· 전력에 있어 주력은 아니다. 주력은 바로 기사들이다. 오랜 수련과 단련으로 초인적인 무술을 부리며 질 좋은 갑옷과 무기, 그리고 군마를 탄 그들이 적을 부수는 주력이다.


“하지만 총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져. 기사들만큼 단련되지 않은 병사들도 능히 기사들을 상대할 수 있을 만한 무기야. 비록 만드는 데 품이 좀 들어도 기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만큼은 아니기도 하고. 만약 총으로 무장한 군대가 완성된다면 제국의 군사력은 몰라보게 향상되겠지.”


그것만 본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군부가 반대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그래서 반대 의견이 많다는 거야. 기사들은 평민 전력이 강해지는 걸 좋게만 보진 않는다네. 비루한 이유긴 해도 그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지. 물론 그런 이기적인 이유만인 건 아니라네. 현실적인 이유도 있어.”


요컨대 기사들의 이권과도 연관된 문제가 있지만 좀 더 현실적인 이유들도 있었다.


“일단 총의 도입으로 군부의 예산이 삭감··· 아니, 재조정되면 기사들을 고용하거나 양성하는 데 드는 예산이 줄어든다네. 총이 도입되더라도 한동안은 기사들이 주력이어야 하는데 그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면 불만도 문제지만 직접적인 전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네.”

“정확한 분석이군요. 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 제가 도입을 반대하는 편이 나은 것 아닙니까?”

“아니지. 총은 그런 문제점을 안고서라도 꼭 도입해야 할 무기야. 그러니 장군들과 기사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지. 그것에 자네가 도움을 줬으면 하네.”


날 찾아온 이유는 알겠다. 그런데 군부의 설득에 내 도움이 어떻게 필요하다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자 황태자가 진지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그런 설득에 도움이 될만한 게임을 더 만들어 줄 순 없겠나?”

“게임··· 말입니까.”

“그래. 나는 문명발전을 해보고 폐하처럼 눈을 떴지만 사실 장군들이나 기사들은 그걸 해도 조금 어려울 거야. 사실 문명발전은 전투과정이 그렇게 자세하게 묘사되는 건 아니잖나.”


그건 그렇다. 유닛 간에 간단한 전투 애니메이션이 있긴 하지만 ‘전술’이 아니라 ‘전략’에 치중한 게임이라 전투묘사는 체스와 거의 다름없는 수준이다.


장군들은 몰라도 기사들은 그걸 보고도 큰 감명을 못 느낄 수 있다. 장군들조차 그저 수치화된 게임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총의 위력과 그것에 알맞은 전술을 객관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을 자네가 제작해준다면··· 아무래도 설득이 쉬워질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군요···”


황태자의 말을 들어본 나는 그가 날 찾아온 이유가 나름대로 합리적이라는 걸 느꼈다. 총의 도입 자체가 반대되는 시점에서는 그것의 실전 투입이나 연구와 훈련도 제대로 되기 어렵다. 총이란 무기 자체가 정치적인 이유로 가치 절하되기 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만약에 황제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장군과 기사들도 매료시킬만한 게임을 만들어본다면, 그래서 그들에게 충분히 총의 필요성을 이해시킬 수 있다면 제국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게 가능하겠냐는 건데···


“어떤가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역시 쉽지 않··· 음? 할 수 있다고? 정말인가?”


잠시 고민했었지만 나는 금방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네. 딱 좋은 게 하나 있거든요.”


전생에 해봤던 게임 중, 딱 이런 상황에 좋은 게임이 하나 있었다.


블레이드 앤 마운트2 아너로드.


일명 ‘소드마스터들의 전쟁 게임’이었다.


* * *


블레이드 앤 마운트1의 후속작인 아너로드(Honorlord)는 그 전작의 명성을 그대로 계승했던 명작이었다.


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들은 그 이전에도 많았지만, 전쟁이란 소재의 특징상 대부분의 게임들이 ‘전략’에만 치중한 게 많았다.


그러니까 구체적인 전투과정은 간소화한 채, 공격력과 방어력 같은 수치로만 묘사된 유닛들끼리 싸우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전쟁의 전투는 당연히 그렇지 않다. 병사 한 명이 단 한 명의 병사를 죽이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고, 병사 백 명이 단 한 명의 기사를 쓰러트리기도 어려울 수 있다.


그러한 ‘전술’ 레벨의 전투를 전쟁 게임이 구현하기는 어려운 주제였다. 그랬다간 장르가 액션 장르로 변질되기 쉽고 무엇보다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레이드 앤 마운트는 그러한 점에서 혁신이었지.”


과감하게 유닛 하나하나가 능동적으로 공격와 방어를 실행하는 방식을 도입. 수백 명의 병사들이 직접 부딪히는 전투를 묘사했다. 플레이어는 그 전투에서 지휘관이 될 수도 있고 한 명의 전사로서 수백 명을 직접 죽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고인물들은 문자 그대로 괴수들이었어.”


빤쓰차림에 롱소드 한 자루만 든 고인물 유저들은 싱글 최고 난이도는 우습게 깨버리고 멀티 게임에서 뉴비나 하수들을 학살하곤 했다. 심지어 핵쟁이까지 컨트롤로 발라버리는 썩은 물 플레이에 게임의 멀티 유저가 쪼그라드는 아이러니함까지 있었다.


그러한 게임을, 만약 기사들에게 보여준다면 어떨까. 분명 열광할 거라고 확신한다. 딱 자신들의 직업이 반영된 듯한 게임이니 분명 농도 높게 몰입하겠지.


그걸 잘만 이용한다면 그들을 설득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개발력이 되느냐인데···”


‘문명발전’은 나 혼자서도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 구성 자체는 쉬운 게임이었다. 대단한 그래픽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여러 게임의 룰과 텍스트만 반영할 수 있으면 되었다.


하지만 ‘아너로드’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픽적인 사실성이 매우 중요한 게임이다.


문제는 나는 그렇다 쳐도 내 개발팀의 역량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란 것.


아니, 그것도 내가 잘 갈아넣으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긴 했다. 문제는 ‘고증’ 부분에서 발생한다.


“원작 그대로의 액션으론 뭔가 부족할 거란 말이지···”


아너로드가 액션이나 액션 조작이 부족한 게임이었던 건 아니다. 단지, 지구와 이 세계의 차이 때문이다.


지구에서는 아무리 단련한 기사라고 할지라도 인간적인 한계는 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수년간 단련해 문자 그대로 초인적인 기량과 육체 능력을 지니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런 기사 중에도 고수와 하수는 나뉘지만··· 아무래도 지구 기준의 액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었다.


“이쪽 세계 무술을 반영하는 편이 좋겠는데 문제는 내가 그쪽으로 문외한이야.”


난 마법사다. 당연히 기사들의 무술이 어떤 식인지 잘 모른다. 당연히 이럴 땐 고증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다행히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는 문제 되지 않았다.


“무술 고증을 위해 기사들을 섭외해달라고? 문제없지. 나한테 맡기게나.”


군부 인맥이 많은 황태자가 의욕적으로 협조해주었다.


문제는 너무 의욕을 냈단 점이다.


“무술 지도가 필요하다고 했나? 그런 일엔 나 가르디아의 리카르드가 최고지.”

“리카르드 자네는 교관으로 너무 오래 있었잖나. 북부 전선의 맹장인 나 롤랜드가 자넬 도와주겠네.”

“북부 전선? 그 야만인들이나 상대하는 곳 말인가? 이보게, 제국의 진정한 최전선은 마계 방면 전선일세. 마족학살자라 불리는 이 몸이야말로 이번 일의 조언자로 적임이지.”

“뭣! 지금 북부 군단을 무시하는 건가!”

“흥, 무시할만 하니 하는 게지 뭘 그러나.”

“이놈! 그렇다면 결투다!”

“오냐, 피할 줄 아는가!”


척 보기만 해도 땀내 나는 근육질의 기사들이 잔뜩 몰려왔다. 그것도 서로 무술 지도를 맡겠다면서 서로 싸우기까지 했다.


개발부에서 난리를 피웠기에 팀원들이 조금 겁먹기도 했다. 나는 살짝 원망하는 눈초리로 황태자를 바라보자 그가 헛기침하며 이유를 말했다.


“그것이, 자네의 신작 게임에 최고의 기사를 섭외하고 싶다 말했더니 너도나도 지원했다네. 그만큼 자네 게임의 명성이 대단하지.”

“제 게임이 그렇게 유명했습니까?”


분명 저들이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물량이 많이 풀리진 않았는데.


“그래서 더 유명하다네. 이미 사교계에서는 그 게임을 못해본 이는 무시당하기에 너도 사도 못 사서 안달이야. 기사들도 해본 이들은 몇 명 없어도 자네 명성은 꽤 들었지. 황제 폐하도 매료시킨 게임을 만든 사람이라고 말이야.”


그런 사람이 만들 차기작 제작에 같이 이름을 올릴 기회라는 것이다. 확실히 명예와 명성에 죽고 못 사는 기사들에겐 사활을 걸만한 일이었다.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 많이 몰려서는 곤란하겠지. 내가 적당히 추려서 돌려보내겠네.”

“아뇨, 안 그래도 될 것 같습니다. 전부 따라오라고 하죠.”

“음? 저들을 다 활용하려는가? 그래서는 조금 의견이 난잡해질 텐데.”


분명 그럴 것이다. 저렇게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니.


하지만 동시에 저들은 자신들이 인정한 사람에겐 가장 솔직한 사람들이기도 했다. 정당한 결투나 승부에서 졌는데도 승복하지 않는 것 역시 불명예기 때문이다.


“의견을 들으려는 게 아닙니다. 일단 제 말을 듣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결투를 통해서.”

“···자네 검술에도 조예가 있었나?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물론 실제로 싸우는 건 아니죠. 게임으로 붙어볼 겁니다.”

“게임으로 붙어본다고? 그게 가능한가?”


황태자가 놀란 투로 반문했다. 그래, ‘문명발전’에는 아직 멀티 게임 기능이 아직 없었지. 하지만 얼마 전에 멀티가 가능하도록 성능을 개선했다. 물론 인터넷이 없으니 본격적인 온라인 멀티는 불가능하고 가까운 기기들끼리 연동해 멀티가 가능하게 할 순 있었다.


“네. 간단히 만든 테스트 버전이 있거든요. 장담하는데 한 명도 절 이기지 못할 겁니다. 그러면 다들 좀 더 진지하게 의견을 내놓겠죠.”

“으음, 확실히. 게임이긴 해도 자네가 ‘최고’가 된다면 다들 조용해질 걸세. 하지만 정말로 안 질 자신이 있는가? 기사들의 적응력은 보통이 아닐세.”


그럴 것이다. 게임을 처음 하더라도 평생 싸우는 법만 갈고닦은 이들답게 조작법만 익히면 금방 숙련되겠지.


하지만 날 이기긴 힘들걸? 나 역시 그 게임의 고인물 중 하나였으니까.


오랜만에 소드마스터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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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새로운 게임(1) +3 24.06.30 804 35 14쪽
5 5화 발전의 시작(2) +5 24.06.29 815 35 11쪽
4 4화 발전의 시작(1) +4 24.06.28 863 37 12쪽
3 3화 황제에게 문명을(3) +1 24.06.27 893 40 13쪽
2 2화 황제에게 문명을(2) +3 24.06.27 909 39 11쪽
1 1화 황제에게 문명을(1) +2 24.06.26 973 4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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