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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반선(回歸半仙)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국룡
작품등록일 :
2021.01.18 09:52
최근연재일 :
2021.01.30 11: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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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15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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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9,744

작성
21.01.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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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화. 흑룡채(黑龍寨)(4)

DUMMY

-회귀반선(回歸半仙)


5화. 흑룡채(黑龍寨)(4)




날듯이 밖으로 뛰쳐나간 흑월은 호수까지 순식간에 이동하여 비갑들을 물에 던져버린다.


서태환을 위시한 모두가 그 뒤를 따라 호숫가로 몰려 간다.


조용히 수면 위를 가르킨 흑월의 손가락을 따라 모두의 시선이 모아진다.


거기엔 물고기 떼가 죽어서 떠오르고 있었다.


신음을 속으로 삼키며 제갈선사가 말한다.


“이건... 독이구려. 그것도 극독. 물에 풀려도 저정도라니.. 시한장치인거요?”


흑월이 고개를 끄덕이고 답한다.


“그렇소. 일정시간이 지나면 독연무가 내뿜어지게 만들어진 것이오. 저것들은 사천당문 비전의 수법이 숨겨진 비갑이오. 육안상으로는 다른 것들과 구별이 잘 안되지. 아마도 흑점인가 어딘가에서 구한 것인 듯 하오.”


흑월은 비록 추방되었다고는 하나 자기 가문의 비술이 저런 수적 떼들에게 이용당했다고 생각하니 노기가 치민다.


그리고 호수를 바라보던 남궁연이 무사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포로들을 이리 데려와라.”


잠시후 포로들이 다시 포박당한 채 호숫가로 끌려왔다.


“보아라, 저것이 너희들을 사지로 밀어 넣은 너희 채주의 노림수이다. 그 비갑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독을 뿜어내게 만들어졌던 것이다.”


장강수로채에는 원래부터 조직을 동경하여 그 일원이 되어 충성을 바치는 자, 또 호구지책으로 가입한 자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전자에 해당하는 자야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자부심이 있겠지만 대개 후자의 인원은 자기 목숨을 더 중히 여기는 자들이 많다.


그리고 오히려 이러한 임무에는 한번 쓰고 버릴 후자의 인원이 소모품 대용으로 사용되는 법이다.


과연 대다수의 포로들은 일부는 분노를 일부는 허탈함을 느끼는 듯 싶다.


개중 마지막에 순순히 항복을 한 자의 표정에 변함이 없음을 눈치 챈 남궁연이 그 자에게 다가간다.


“목숨을 건 작전이 실패한 것이 뼈아프겠구나. 윗단의 계책에 대해서 순순히 말을 해 보거라. 저 사람이 오면 사지 멀쩡히 후일을 도모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말에 흑월이 무표정하게 다가와서 조용히 쪼그려 앉아 그 자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찔끔한 녀석이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뭔가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눈을 감고 결심을 한 듯 내뱉는다.


“조만간 채주가 고용한 살수가 올 것이란 거 말곤 저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어차피 너희들이 이길 방법은 없다. 너희가 그토록 믿고 있는 지원군도 안 올 것이며 그 살수가 누군진 모르나 그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은 저기 서태환이 살아 있고 천하 오대자객 흑월도 우리를 도우고 있는 걸 눈으로 확인한 너희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너희들은 흑룡채에서도 이미 버림 받은 놈들이니 내일 아침에 목을 베어버리겠다.”


남궁연은 그렇게 외친 후 다시 포로들을 천막 안으로 집어넣은 후 사람들을 모은다.


“이제 일부러 경비를 느슨히 하여 저들을 도망가게 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으십시오.”


일동은 고개를 끄덕인 후 천막을 비워두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경비를 서는 척 하고 있다.


과연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천막 안에서 조용히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염포, 자네 정말 저 비갑이 그런 거라는 걸 알고 있었나? 어떻게 나한테도 언질을 않을 수가 있는가? 죽을게 뻔한 이 사지로 날 데리고 오다니. 이런 육시럴 놈.”

“본채의 지원군도 안 온다는데 이제 이기긴 그른거 아닌가?”

“본진에 내 아우 놈이 있는데 개죽음 당하게 생겼구만. 우라질. 여기서 싸우다 죽으면 부모님하고 식솔은 책임지고 거둬준다고 하였는데. 개죽음 당하는 길이었으니.”

“괴물 같은 놈들이 여기 있으니 수가 많아도 이기긴 힘들 거 같은데. 뭔가 방도가 없을까?”

“얼어 죽을 개운방 놈. 적어도 싸우다 죽게 해줄 줄 알았더니 그냥 자진하는 길이었구만.”


두런두런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조용해진다.


“뭔가 수작을 부리는가 보구만. 허허.”


유유휘가 제갈선사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20명이 모이면 재주 많은 놈이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감시의 눈길이 없으니 포박을 풀고 하나 둘 천막을 기어 나와 주위를 살피다 도망가기 시작한다.


개 중 일부는 친분이 있는 자와 같이 달아나기 위해 본진으로 일부는 그대로 줄행랑을 또 일부는 채주에게 보고를 하러 갈 것이다.


‘모든 계책이 다 완성이 되었구나. 흑룡채에겐 일말의 승리의 가능성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나올까?’


서태환은 하나둘 사라지는 포로들을 지켜보았다.


+++++


잠시 후 부하의 보고를 받은 개운방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마대 이십을 희생한 계책은 아무리 기다려도 저 편에서 연무가 올라오지 않기에 이미 실패했음을 깨닫고 포기한지 오래인데 거기서 살아 돌아온 부하가 꺼내는 말이 더 상상외였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서태환은 멀쩡히 살아있고 또한 흑월이란 덜떨어진 자객 놈한테도 속았음을 알게 되자 개운방은 절망에 빠져 버렸다.


습격의 실패, 오백냥의 황금을 주고 흑점에서 입수한 독비갑 계책도 실패, 설마 설마하고 기다리던 본채의 지원군도 오지 않는다는 건 곧 자신의 채주 자리 또한 위험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 모든 사달을 구구절절이 알려주어 자신의 비참함을 일깨워주는 부하 녀석이 미워졌다. 더군다나 저 놈을 살리기 위해 출진전 비싼 해독약까지 먹였다는 사실이 더욱 스스로를 어리석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엄한 규율과 공포로 이 조직을 지배하는 것!


개운방은 귀두도를 들어 일격에 부하를 일도양단하였다.


“누구든 여기 이 자리에 있는 놈들 중 밖에서 입을 나불거리면 이렇게 될 줄 알아라.”


천막 안의 오십장 세명은 벌벌 떨며 외쳤다.


“존명!”


하지만 이미 두려움의 독버섯은 흑룡채 본진 내부에 넓게 퍼져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옆에서 같이 야식을 나눠 먹었던 동료가 소피보러 간다고 하고 사라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이미 악마자객 흑월과 돌아온 요괴 서태환의 소문 거기다 결정적인 본채의 지원군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흑룡채 본진은 빠르게 와해되고 있었다.


“기마대 이탈자 3명입니다.”

“해풍조 이탈자 10명입니다.”

“삭풍조 이탈자 8명입니다.”

“총 이탈자 21명 현인원 114명입니다.”


죽을 맛이지만 보고는 해야하니 모두들 채주의 천막을 외줄타기하는 심정으로 들락날락 하고 있다.


개운방의 머릿속은 이미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자신의 채주로서의 위엄과 체면, 본채의 외면, 강한 적들의 존재, 내부의 결속문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방도가 지금 바로 필요하였다.


“..출진이다..”

“네? 채주님. 잘 안 들렸습니다.”

“귓구멍이 막혔냐. 지금 당장 출진준비를 해라.”

“예옛.”


3명의 조장이 나간 후 개운방은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이 출진 한 번에 나의 모든 것이 걸려있다. 천하의 이 개운방의 운명이 여기서 끝나는구나. 허나 그 분만 오신다면 혹시 모른다.’


절망의 끝에서 한 자락 희망이 있기에 개운방은 지금 거기에 모든 걸 걸 수밖에 없었다.


+++++


“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구만.”


아까부터 활발히 움직이는 적들의 모습을 보던 유유휘가 중얼거린다.


제갈선사도 북쪽을 주시하며 말한다.


“지원군이 안 오는 걸 이제 알았나 보구려. 이탈자도 심심찮게 보이긴 하던데 저들에겐 그냥 후퇴하는 것이 상수가 아닐는지..”


모용방이 혀를 차면서 답한다.


“도적 떼란 놈들의 습성을 모르시오? 한번 체면을 잃은 우두머리는 끝이오. 차라리 전멸을 하더라도 다 도망가기 전에 남은 부하들을 다 밀어 넣고 말겠지.”

“생긴게 산적같아서 그런가. 저들의 속성을 잘 아는가 보오?”


제갈선사가 은근히 비꼬는 투로 내뱉는다.


“뭐, 어려운 것도 아니오. 산적 떼를 토벌하기 위해 한때 잠입을 한 적이 있거든. 노형은 책으로만 세상을 배웠나 보오.”


어깨를 으쓱하며 모용방이 말하자 제갈선사가 입을 다물고 만다.


“그만들 하시고 전방이나 잘 살피시오. 곧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일이 생기겠소.”


유유휘의 핀잔에 둘은 다시 긴장한 눈으로 전방을 주시한다.


“격전의 시간이 멀지 않은 듯 하다.”


전방을 살피던 남궁연이 말한다.


“그런 거 같습니다. 전 어떻게 할까요?”


태환의 물음에 남궁연이 답한다.


“일단 협객들과 방책 뒤에서 대기하거라. 그 뒤는 너의 판단으로 움직이거라. 전방은 내가 어떻게든 해보마. 형님도 대기하시다가 방책을 넘어오는 녀석들만 상대를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하지.”


믿을만한 고수들과 무사들이 있다고는 해도 적들의 수가 배를 넘고 적들을 최대한 죽이지 않으려고 손속에 여유를 두면 예기치 못할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모두의 긴장이 바짝 조여진다.


태환은 전운이 감도는 이 분위기에 문득 옛생각이 떠올랐다.


그건 까마득하여 오랫동안 추억으로 조차 회상하지 않았던 아주 오랜 기억이었다.


자신의 삶이 시작된 그 태초의 기억.


지금은 그 때완 모든 것이 달라져 있다.


군사 전략도 병장기도 내공이니 고수니 하는 것도 그 때는 존재하지 않았다.


비록 당면한 사태가 정식 군대들 간의 전투는 아닐지라도 긴장의 분위기 가운데 왠지 기대가 되는 자신의 묘한 감정을 느꼈다.


살얼음 같은 분위기 속에 산으로 갔던 흑월이 다시 진으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 뭔가가 들려있었고 곧 그것을 땅에 던져 놓았는데 그건 사람의 형상이었다.


가까이에서 기절한 얼굴을 들여다 본 태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녀석은 본적이 있는데?’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서태주가 옆에서 외친다.


“이 녀석은 흑룡채의 동패란 녀석이 아니던가?”


얼굴이 부어 터져있고 그 헌 멍 위에 새로운 멍이 또 덧대어져 곤장 맞은 두꺼비 면상을 하곤 있지만 그건 분명히 동패라는 녀석이 맞았다.


“이 놈이 혼자 산길을 타고 도망치는걸 잡아왔소. 더러운 놈이지. 꽤 윗 직급인거 같은데 혼자 살려고 몰래 내빼는걸 보니. 퉤.”


흑월이 침을 뱉으며 녀석을 발로 굴린다.


“내 포아랑을 생각하면 당장 사지를 찢어 죽이고 싶으나 연공자의 당부가 있어 점혈만 해서 들고 왔소.”


남궁연이 와서 얼굴을 확인하고는 포박을 하여 천막 구석에 처넣는다.


“이자는 이 전투가 끝나고 나면 쓸모가 있을거 같군요. 흑월 대협의 자제력에 존경을 표하는 바요.”

“뭘, 나도 이제 무익한 살상은 싫소. 그리고 이제 나는 뭘 하면 좋겠소? 보아하니 산 쪽으로의 기습 같은건 더 없을 듯 하니.”

“여기 우리 가주님 호위를 부탁드리오. 겸사겸사 진 안 쪽으로 들어오는 적들도 물리쳐 주시고.”

“알겠으니 대비나 잘 해보시오. 어쨌든 머리수는 저들이 우리 배는 되어 보이니.”


흑월은 손을 저으며 말하고 천막 앞 의자에 앉는다.


“형님, 혹시 모르니 이 아우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저한테 지신 빚이 과중하여 저도 힘을 아껴야 하는 처지입니다.”

“졸지에 짐이 두 개가 되었구만.. 죽이는 건 익숙하나 지키는 건 모자르니 내 최선을 다 해보지.”


그때 방책너머에서 외침이 들린다.


“전방에 기마대 출현!”


남궁연이 힘차게 외친다.


“전원 전투 준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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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화. 흑룡채(黑龍寨)(5) 21.01.30 766 9 12쪽
» 5화. 흑룡채(黑龍寨)(4) 21.01.29 822 11 11쪽
13 5화. 흑룡채(黑龍寨)(3) 21.01.28 871 11 11쪽
12 5화. 흑룡채(黑龍寨)(2) 21.01.27 898 13 12쪽
11 5화. 흑룡채(黑龍寨)(1) 21.01.26 956 14 12쪽
10 4화. 검은 달(黑月)(5) 21.01.25 1,032 16 12쪽
9 4화. 검은 달(黑月)(4) 21.01.24 1,032 17 11쪽
8 4화. 검은 달(黑月)(3) 21.01.23 1,087 19 12쪽
7 4화. 검은 달(黑月)(2) 21.01.22 1,185 19 12쪽
6 4화. 검은 달(黑月)(1) 21.01.21 1,332 18 12쪽
5 3화. 개사냥(3) 21.01.20 1,356 24 12쪽
4 3화. 개사냥(2) 21.01.19 1,411 22 12쪽
3 3화. 개사냥(1) 21.01.18 1,540 25 12쪽
2 2화. 다시 태어나다. +2 21.01.18 1,759 28 12쪽
1 1화. 다시 죽다. +3 21.01.18 2,095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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