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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글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반선(回歸半仙)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국룡
작품등록일 :
2021.01.18 09:52
최근연재일 :
2021.01.30 11: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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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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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9,744

작성
21.01.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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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다시 죽다.

DUMMY

-회귀반선(回歸半仙)


1화. 다시 죽다.




-후욱~. 후욱~.


태저 서태환은 거친 숨을 몰아 쉰다.


검법이나 권법이나 심법 따위의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일대일 비무를 한다거나 병서를 읽는다거나 하다못해 쌍륙을 한다는 등의 심신을 지치게 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침상에 가로로 드러누워 숨만 쉬고 있다.


태저(太猪)라는 별명이 어울리게 서태환은 그저 가만히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숨을 거칠게 몰아쉴 정도로 비대한 몸을 짊어지고 그저 흘러가는 세월을 버텨내고만 있다.


언제부터인가?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아예 없는 자식 취급을 받기 시작했던 때가?


서태환은 서가장의 삼대독자로 난산 끝에 태어났다.


막 태어났을 때는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사내아이가 아니던가? 조부, 조모, 부모가 금이야 옥이야 맨바닥에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어린 태환을 정성으로 돌봐주었다.


그 당시 서씨 가문의 아들을 기원하는 서태림, 서태주 이대의 지성은 근방 백리에 소문이 자자했다.


아들을 점지한다는 유명한 명의와 합방할 길일을 점치기 위해 모신 점쟁이가 몇이던가. 천지에 좋다는 약은 다 구해다 먹인다고 털어 넣은 그 황금이 얼마던가.


그렇게 태어난 서태환은 5살이 되어 기재가 드러날 나이부터 집안에 오로지 실망만 안겨 왔다.


태어나면서부터 게으른 성정에 대해 세간에서는 산모에게 약을 잘 못 먹인 탓이다. 합방 기일을 잘 못 정한 탓이다. 돌팔이 산파가 처치를 잘 못한 탓이다.


말이 많았지만 그런 것들이야 다 대단한 집안의 못난 자식의 성정을 직접 탓할 수 없으니 나온 핑계들이 아니겠는가.


과연 서태환은 세간의 풍문관 상관없이 타고나기는 똑똑하게 태어났다. 근골도 나무랄데 없었다. 하지만 그 천부의 게으름만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타일러도 보고 얼러도 보고 마침내 매로도 다스려 보았지만 도무지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애써 손에 쥐어준 서책도 억지로 들려준 검도 모두 이틀이 못되어 손을 놓기가 일쑤였다.


차라리 약을 잘못 먹었으면 천하의 흉일에 합방을 하였다면 돌팔이 산파가 어디를 잘 못 건드렸다면 그 탓으로 속을 시원하게 라도 풀겠거늘.. 제 아버지인 탓에 그저 그 모든 사단이 그 자식의 천성에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하아~

“땅 꺼지겠소. 이제 그만 포기하시오. 서방.”


오늘도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지아비가 안쓰러워 짐짓 위로를 시작하는 아내를 보며 서태주는 다시 나오려는 한숨을 겨우 삼킨다.


“내 전생에 무슨 업을 지어서 저런 자식 놈이 그것도 삼대독자로 나한테 왔는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다 제가 못난 탓이니 이제 고만하시오.”

“아닐세, 부인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그저 소생이 지은 전생의 업보 때문인가 보오.”


말없이 그 말을 듣고만 있던 여인이 마침내 눈을 감고 무겁게 입을 연다.


“그만 첩을 들이시오. 나는 이제 생산도 못하는 몸이니.. 이제 내 고집으로 더 이상 막을 일이 아니구려.”

“부인..”


사실 오래전부터 기다려온 말이다.


비록 양심이 있어 먼저 말을 꺼내진 못하였지만 이제야 허락이 떨어진 것이다.


서태주의 부인 남궁휘는 안휘의 남궁세가 가주의 둘째 딸로서 서태주의 별 볼일 없는 뒷배경은 차치하고 오로지 그 인품과 수려한 외모에 반하여 결혼을 적극 주도하여 서가장에 시집와 가문을 일으키는데 지대한 공을 한 여인이 아니던가.


그렇게 서태주 가문을 밑바닥부터 같이 일으킨 조강지처가 축첩을 허가하니 이는 부인의 운허가 없으면 애초부터 이루어지지 않을 일 이었다.


운허가 떨어진 그 날부터 서태주는 첩을 들이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하였다.


사방 이 백리에 우선 자식 다복하기로 소문나고 혼인이 허물이 되지 않을 만한 집안의 여식들을 수소문한 끝에 합비에서 자칭 유비의 후손이라 칭하는 집안의 유매랑 이란 여인을 들이게 되었다.


과연 다복한 집안 출신답게 이듬해 자식을 생산하기 시작하니 모두 2남 3녀를 출산하기에 이른다.


서태환이 본격적인 찬밥신세가 된 건 정확히 첫째 남동생 서일환이 태어나면서 부터였다.


일환의 말문이 트이기 시작할 때부터 오로지 서가장의 모든 관심사는 일환에게로 집중되었고 자연스레 간간히 건네지던 말 한마디 조차 서태환의 차지가 되지 못하였다.


그나마 태환을 위해 주던 조모도 그 무렵 세상을 뜨니 더욱 더 외로운 태환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였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서태환은 너무 게으른 나머지 자신한테 주어지던 관심이 없는 것이 오히려 홀가분하였다.


그의 어미 남궁휘도 그런 자식을 쳐다보다 고개를 돌려 버리니 그것이 어미된 마음으로서 상처조차 받지 않는 서태환의 성정이 다행이라 여기는 건지 아니면 그 모든 업보가 자기 탓이라 모든 걸 포기해 버린 자포자기의 심정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아무튼 서태환은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고 살아 내었다.


때가 되면 봄이 되고 여름이 오고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듯이 서태환도 때에 맞춰 커 가는 것이었다.


태환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계절이 아무 노력 없이도 바뀌고 시간은 강물처럼 저절로 흘러가듯 때가 되면 깨어 밥을 먹고 누웠다가 또 때가 되면 뒷간에 갔다가 다시 졸다가 해가 지면 다시 잠에 드는 것이 다였다.


가끔 죽었는지 살았는지 언 뜻 생각이 날때면 먼 발치에서 아버지가 보고 가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시간만 유수같이 흘렀다.


남궁휘는 이제 남편의 애정을 받을 지책과 못난 자식이지만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안위를 위해 더욱 더 집안의 사업을 일으키는 일에 매진하여 마침내 안휘성 남부 청양 일대에서 최고의 부를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서태환과는 별개로 서태주 집안은 날이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였다.


허나 길흉화복은 자연법칙과도 같이 반복되는 법.


서가장의 앞날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였다.


이 때가 태환이 막 약관이 될 무렵이었다.


이 당시의 서태환은 이미 몸무게가 약 50관(180kg)에 이를 만큼 비대해져 있었고 거의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집안의 하인들조차 그를 멸시하면서 지나가곤 했다.


“야, 저기 태저다. 태저.”

“하이구, 오늘도 안 뒤졌네. 내일은 뒤지려나.”


그런 말에도 아랑곳없이 태환은 그저 누워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 날 남궁휘는 아들을 찾았다.


“환아, 몸은 좀 어떠하냐?”

“어머니, 늘 그렇듯이 평안합니다.”


작은 한숨과 함께 남궁휘는 말을 잇는다.


“요즘은 뭔가 관심가는 게 없느냐?”

“어머니, 소자가 못나서 상심이 크신 줄 아오만 근심치 마시옵소서. 세상 만물은 각자의 역할이 있고 또한 피고 지는 때가 있는 법입니다. 듣자하니 저희 서가장의 앞날이 광천대로와 같다하니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다만 호사다마라 소자에겐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시고 다만 밖의 일을 잘 살피소서. 소자는 이리 삼시세끼 걱정 않고 무위도식함에 만족합니다.”

“너 어찌 그리 어려운 말도 알게 된 게냐?”

“이리 하늘을 본지 십 수년이 지나니 절로 천통하게 되는 것이지요.”

“에이구, 말이나 못하면. 쯔쯔.”


남궁휘는 돌아서며 품 안에 지고 왔던 꾸러미 하나를 놓고 다시 별채 밖으로 나간다.


어머니가 나가는 걸 말없이 지켜보던 태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꾸러미를 풀어 본다.


거기엔 태환이 좋아하는 빙당후루가 한가득 들어 있다.


태환은 순간 꾸러미를 가슴에 품고 고개를 거기에 파묻는다.


그렇게 태환은 한참을 뜨거운 눈물로 과자들을 적셨다.


이제 조금만 남았는데...


마음을 비우고 일 년만 더 버티면 되는데...


아직도.. 아직도 수양이 부족한 게다.


이 하찮은 인륜의 법칙이 자신이 여태껏 쌓아 왔던 모든 걸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데 거대한 둑 한 구석에 난 작은 구멍이 결국 둑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슴 한구석에 바늘구멍이 이미 났다는 것을 태환은 깨닫고 있었다.


태환은 5살이 될 무렵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자신은 이미 태고부터 여러 번의 삶을 살아 왔던 반선(半仙)이었다.


그것을 처음 깨닫게 되었을 때 그 이후의 일들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자연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결정에 대한 고민이 결코 한번이 아니었음을 여러 번의 전생에서 또한 감내해왔던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선택임을 알게 되었다.


그 지식은 수 백년을 쌓아 왔지만 아직 채 여물지 못한 5살의 머리로서 생각할 수 있는 한계에서 선택한 것이 결국 지금의 상황인 것이다.


태환은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변함없이 떠있는 태양이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이 또 밤에 보이는 달과 별들이 한탄스러웠다.


저렇게 자연의 하나가 되어 초연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인간으로 난 자신은 그러지 못함에 또 다시 눈물이 뺨을 적셨다.


그 날로부터 이레후 서태주 가문에 변고가 생겼다.


“공자님. 태환 공자님. 큰일 났습니다요.”


‘올게 왔구나.’


“그래, 동아, 무슨 일이더냐?”


십년을 넘게 자신 옆에서 손발이 되어준 동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별채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었다.


“저기 흑도의 마교무리 평천회가 쳐들어 왔습니다요. 얼른 도망가셔야 합니다.”

“허허, 내가 이 몸을 해가지고 어딜 가겠느냐? 옛다. 이거 가지고 얼른 뒷문으로 도망가거라.”


의자 밑에 준비해둔 보퉁이 하나를 동이에게 건네준다.


“네? 이게 뭡니까요?”

“동아, 내 그동안 니 신세를 많이 졌다.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경멸하는데도 불구하고 너만은 착한 심성으로 나의 말벗이 되어주고 나를 그동안 보살펴 주었다. 내 이 은공을 잊지 않으마.”

“공자님.. 다시 못 볼 것처럼 말씀하지 마십시오.. 흑흑.”

“지금 눈물 흘릴 새가 없다. 얼른 가거라. 얼른.”


나의 채근에 녀석도 주춤주춤 하더니 눈물을 훔치며 뒷문으로 나간다.


‘천기로 보아 이주 후 아니면 달포 후 인데 사단이 벌써 난 것을 보니 뭔가 변고가 생긴 모양이구나.’


그 때 흑색의 도포를 입은 무리들이 별채의 문을 박차고 들이 닥친다.


“이건 뭐야?”

“보아하니 서태주 집 안 놈 인거 같은데 이런 돼지가 있었나?”

“아까 남궁휘를 취조할 때도 남은 식구는 없다고 하였는데?”


남궁휘 라는 소리에 태환의 눈에 불꽃이 튄다.


“더러운 입에 어머니의 존함을 올리지 마라.”

“허, 이런 돼지가 입만 살아 있구나. 니 어미는 이미 저기 피떡이 되어 있다. 슬퍼말거라. 곧 그 곁에 보내줄 터이니.”


순간 태환의 신형이 의자에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막 태환을 치려던 흑도포 사내의 몸이 바닥에 밟혀 눌린 벌레처럼 그 자리에 납작하게 발려 버렸다.


“허억, 이 무슨..”


다른 놈들도 입을 벌린 채 다만 그 처참한 광경을 바라만 볼 뿐이다.


그도 잠시 태환이 휘두른 육중한 팔에 걸려 벽에 내팽겨 쳐진 나머지 사내들 또한 벽에 모기 터진 핏자국이 되어 버렸다.


순식간에 별채의 안은 피와 살점으로 도배가 되어 마치 지옥도를 연상시키는 광경이 되었다.


그 중간에 태환이 서있다.


순간 못난 자식을 살리고자 거짓을 말하고 죽어간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일을 그르칠 뻔 하였다.


‘이게 아니다. 얼른 나가야 한다.’


다시 무거운 몸을 일으켜 본채로 발을 옮긴다.


이미 저택 안은 정리가 끝난 듯 적막한 한기만이 감돌고 있다.


본채에 다다르자 평천회의 마두 독오패가 보였다.


“뭐야? 이 돼지 새끼는?”


독오패의 참마도가 하늘로 높이 들어올려지고 곧 내려졌다.


태환의 목도 내려진 검과 함께 땅에 내려 앉았다.


‘이제 시작인가? 이왕 시작 하는 거 제대로 한번 해보자.’


서서히 멀어지는 의식과 함께 태환은 미소지었다.




<계속>


작가의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신무협을 지향합니다.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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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반선(回歸半仙)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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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화. 흑룡채(黑龍寨)(5) 21.01.30 766 9 12쪽
14 5화. 흑룡채(黑龍寨)(4) 21.01.29 822 11 11쪽
13 5화. 흑룡채(黑龍寨)(3) 21.01.28 872 11 11쪽
12 5화. 흑룡채(黑龍寨)(2) 21.01.27 898 13 12쪽
11 5화. 흑룡채(黑龍寨)(1) 21.01.26 956 14 12쪽
10 4화. 검은 달(黑月)(5) 21.01.25 1,032 16 12쪽
9 4화. 검은 달(黑月)(4) 21.01.24 1,032 17 11쪽
8 4화. 검은 달(黑月)(3) 21.01.23 1,087 19 12쪽
7 4화. 검은 달(黑月)(2) 21.01.22 1,185 19 12쪽
6 4화. 검은 달(黑月)(1) 21.01.21 1,332 18 12쪽
5 3화. 개사냥(3) 21.01.20 1,358 24 12쪽
4 3화. 개사냥(2) 21.01.19 1,413 22 12쪽
3 3화. 개사냥(1) 21.01.18 1,540 25 12쪽
2 2화. 다시 태어나다. +2 21.01.18 1,759 28 12쪽
» 1화. 다시 죽다. +3 21.01.18 2,098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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