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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글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반선(回歸半仙)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국룡
작품등록일 :
2021.01.18 09:52
최근연재일 :
2021.01.30 1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0,228
추천수 :
471
글자수 :
79,744

작성
21.01.19 11:00
조회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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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12쪽

3화. 개사냥(2)

DUMMY

-회귀반선(回歸半仙)


3화. 개사냥(2)




“좋구나. 이 무게감하며 길이하며 딱 개 잡을 때 쓰기 좋겠다. 고생했다. 동아.”


손에 착 감기는 굵직한 몽둥이를 몇 번 휘둘러 보고 나서 동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런데 공자님, 아침에 막 뵀을 때 보다 살이 좀 빠지신 거 같습니다.”

“그러냐? 오랜만에 움직이니 심신이 지쳐서 몸이 축나나 보구나. 뭐 아직 남은 살이 많으니 심려치 말거라.”

“통 안 움직이시다가 갑자기 격하게 움직이시면 탈이 날 수도 있으니 부디 몸 조심히 잘 다녀오십시오.”

“오냐, 염려 고맙구나. 동이를 위해서라도 내 무사히 갔다 와야겠구나. 그럼 다녀오마.”


몽둥이를 허리춤에 차고 본채로 나선다.


본채에는 이미 서태주, 남궁연, 호위무사 둘이 기다리고 있다.


“준비를 하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애초에 머리에 박힌 선입견은 쉬이 없애기 힘든 법이다.


또 태환의 게으름병이 도진 것은 아닐까 염려된 서태주의 눈빛이 역력히 느껴진다.


더 이상의 근심을 끼치기 싫은 태환은 다음부턴 매사를 일찍 준비해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였다.


“그럼, 다 왔으니 출발해봅시다.”


앞장서는 서태주의 일성에 나머지 넷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각 각 말에 나눠 탄 다섯은 곧장 장강수로 안휘채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장강을 낀 동부 내륙 안휘의 여름은 덥고 습하다.


말을 타고 달리는 내내 찝질하고 후덥지근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 상쾌함 보다는 불쾌함이 더해진다.


그리고 조만간 벌어질 광구 개운방과의 만남은 더욱 더 불쾌할 것임이 명약관화 하기에 서태주와 남궁연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 없었다.


+++++


“드디어 출발을 하셨다?”

“네, 채주님, 방금 전서구가 도착했습니다.”


광구 개운방의 탐욕에 가득 찬 번들거리는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고 밉살스러워 보이는 얇은 입술은 비릿한 웃음을 한껏 머금었다.


자신의 생각보다 더도 덜도 안 걸렸다. 언젠가는 이 끈덕진 시비의 끝이 결과를 만들어 낼 터였다.


동생을 비롯한 할 일없는 부하들을 청양의 거리에 풀어 끈덕지게 시비를 건 결과가 그동안 은거하고 있던 서태주의 장남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비록 예상 외 였지만 어쨌든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었지 않은가.


개운방은 힘도 없는 황금알을 낳는 서가장이라는 맛난 거위를 어떻게 뼈까지 발라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막 채주의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르는 시동이 손을 떨다가 그만 찻잔을 넘치게 해버렸다.


넘친 찻물이 탁자를 타고 흘러 개운방의 바지를 적셨다.


개운방은 그 모습을 보며 잠시 고민했다.


지금 이 수전증 걸린 시동 놈의 머리를 자신의 귀두도로 쪼개서 다시 한번 광구라는 별호를 부하 놈들에게 각인시켜 줄까 아니면 이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피비린내는 잠시 미뤄둘까?


특히나 광구 개운방이 웃을 때 기분을 망치면 곱게 못 죽는다는 걸 모든 안휘채 휘하 식구들이 알기에 채주의 입가에 웃음기가 서릴 때 누군가 실수를 하는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


겁에 질린 시동은 아예 차주전자를 떨어뜨리고 바닥에 엎드려 사시나무 떨 듯이 떨며 그저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문득 개운방은 이 차 또한 서태주가 바친 공물임을 인지한다. 서태주의 차 장사가 더욱 잘 되어야 자기한테 떨어질 콩고물 또한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곧 잘 쪄진 떡을 낼름 집어 삼킬 계획이 머리에 그려지며 개운방은 만면에 미소를 띄었다.


“가라.”


시동은 부리나케 차주전자를 챙겨 문 밖으로 달아난다.


이런 경사로운 날에 성급한 피비린내는 상서롭지 않다고 생각하며 창가의 자기 자리로 가서 밖을 내다 보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개수혈은 오전에 당한 상처가 쑤셔 옴을 느끼며 다시 한번 치욕을 되씹어 본다.


아직은 누워서 더 요양을 해야 하지만 협상의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해 자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형님의 채근에 다 죽어가는 몸을 이끌고 끌려와 의자에 앉아 있다.


누군가는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여 다시는 그러지 않기 위해 후일을 도모한다. 반면 누군가는 두고두고 패배의 치욕을 곰씹으며 그저 복수의 나날만을 기다린다.


개수혈은 후자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지금까지 패해 본적이 없는 그에게 있어 아침의 치욕적인 일련의 과정은 뼈에 사무치는 비극이었다.


개수혈은 이미 협상 따위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가슴팍에 숨긴 비수를 다시 옷 너머로 만져보며 태저 이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놈의 피냄새를 맡을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다.


각기 다른 두 목적의 형제가 어서 서가 일행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


“저기 앞에 흑룡채가 보입니다.”


앞서 가던 호위무사 하나가 손을 들며 외친다.


서태주는 안휘채 본채의 또 다른 거창한 이름 흑룡채의 누각이 막상 눈에 보이자 호기롭게 달려온 지금과는 반대로 긴장이 되어 입술이 바짝 말랐다.


몇 번이나 와 본 곳이지만 이 곳의 음산한 기운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 것이다.


또한 올 때마다 커지는 저 수적 떼 소굴을 짓는 비용의 태반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닌 서태주는 누각을 볼 때마다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심정이었다.


말고삐를 당겨 속도를 늦춘 일행들이 누각 정문에 멈추어 선다.


“누추한 곳에 귀하신 분들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외다. 서로 정리할게 많을 거 같으니 어서 들어오시오.”


내공을 머금은 소리가 쩌렁쩌렁 누각을 울린다.


순간 남궁연은 미간을 찌뿌린다.


‘듣던 것보다 더 하군. 뜯어낸 돈으로 영약이라도 사먹은 겐가..’


서태주는 광구 개운방의 천지를 흔드는 목소리에 이미 심장이 한껏 쫄아 들었다.


호위무사 둘도 긴장한 표정으로 앞장서서 누각 안으로 발을 옮기고 그 뒤를 서태주, 남궁연, 서태환이 따랐다.


복도를 따라 도열해 있는 수적 떼들의 비린내를 맡자니 속이 뒤틀리지만 서태환은 묵묵히 앞의 남궁연을 따라 갔다.


“잘 들 오셨습니다. 무식하고 비루한 이 수적 떼거리 소굴에 귀한 분들이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이리들 앉으시지요.”


서태주는 방구석에서 안광을 빛내고 있는 개수혈을 보고 흠칫 놀랐지만 태연한 척하며 개수혈과 가능한 멀리 떨어진 의자에 착석하였다.


서태환은 개수혈을 힐끗 보고 그와 가장 가까운 의자로 가서 앉았다.


개운방은 거침없는 서태환의 거동을 그가 방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이 놈이 소문으로만 듣던 그 태저 서태환이란 놈인가? 행동은 거침이 없지만 그저 평범한 청년으로 보이는데? 듣기보다 살도 많이 찐 거 같지도 않고? 암튼 주의해야 할 놈이다.’


개운방은 자신의 예상이 빗나갈 때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모든 것이 자신의 예상과 맞아 떨어지고 또한 자신의 손아귀 안에서 놀아나야 희열과 흥분을 느끼는 것이다.


예전에 일부러 장강수로 패거리를 불러 동생과 싸우게 하고 또 그 개수혈을 선동하여 앞세우고 이 장강수로 흑룡채를 차지 할 때도 그리고 채주 자리를 위임 받을 때도 그의 치밀한 계획, 그 계획 아래에 모든 것이 이루어 졌다.


그리고 채주의 권한으로 막대한 황금을 빼돌려 각종 영약을 섭취한 지금은 무에 있어서도 능히 다른 이들을 주무를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하지만 그 확신에 한가닥 의문을 품게 하는 서태환 이란 존재가 지금 몹시도 거슬렸다.


남궁연이 이어서 착석하고 호위무사 둘이 그 뒤에 섰다.


개운방은 마치 보라는 듯이 과장된 몸짓으로 개수혈을 가르키며 먼저 운을 띄운다.


“우리 부채주, 아니 내 아우 수혈이가 반시체로 실려 왔을 때 이 개모는 사내로서 부끄럽지만 통탄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형 된 나의 부덕의 소치요. 또한 이 장강수로 안휘채 식구 모두의 허물이니 우선 저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장황한 언사를 마치고 역시 과장되게 포권지례를 하며 좌중을 훓어본다.


그리고 바로 손을 풀어 뒷짐을 지고 거만한 어투로 입을 연다.


“허나 개수혈은 나의 동생이기 이전에 장강수로십팔채 안휘채의 부채주 이고 이를 미연에 아시고도 부채주를 상하게 한 책임을 묻는 것이 본 채주의 의무이기도 하지요.”


다시 말을 마치고 좌중의 반응을 살핀다. 하지만 누구도 별반 입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만족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잇는다.


“하여 저 안휘 채주는 이렇게 제안함으로서 이 불미스러운 일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현재 서가장의 차 사업권의 이할을 양도받고 수로 운송비를 두배로 증액하는 선에서 그만 정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 본 채주의 소견이옵니다.”


말을 마친 채주는 한숨을 길게 쉬며 개수혈을 한번 바라본 뒤 상석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침통하다는 듯이 눈을 꾹 감았다.


‘이런 개새끼.’

서태주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꾹꾹 누르며 참고 또 참고 있다.


“이견이 없으신지?”


한쪽 눈만 뜬 채 개운방이 나직히 속삭였다.


서태주가 드디어 입을 연다.


“광구.. 아니. 개운방 대협. 오늘의 사달은 제 부족한 아들 서태환이 낸 것이 분명합니다. 이를 부인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는 것을 먼저 알아 주십시오.”


개운방이 뜬 눈을 다시 감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하지만 제 아들 놈은 마음의 병으로 다섯 살 이후 별채에 은거하여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열일곱이 될 때까지 장장 십이년을 홀로 세월을 견뎌낸 후 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마음을 치유하고 세상에 발을 디딘 말하자면 신생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슬며시 반말을 흘리며 개운방이 두 눈을 뜬다.


“대관절 어느 사람이 이제 갓 난 아기에게 죄의 경중을 묻겠습니까?”

“말은 맞는 말이요. 하면 결론은?”

“하여 저 서태주가 잠시 더 변론을 하겠습니다. 현재 저희가 흑룡채에 내고 있는 운송비도 시세의 두 배를 내고 있고 또한 상납금도 오늘의 사단을 능히 감내할 만큼의 액수가 된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계속해 보시오.”

“이번 일은 심심한 위로의 뜻으로 황금 일백냥 정도에서 마무리 하는 것이 가주로서 제안하는 최고의 양보입니다.”


남궁연이 거든다.


“또한 현재 내고 있는 운송비와 상납금도 시세에 맞게 조정을 원합니다. 과한 욕심은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 오는 법이죠.”

“얘들아.”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힌 개운방이 부하를 호명한다.


“네, 채주님.”

“아까 그 시동 녀석 데려와라.”

“존명.”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는 좌중을 두고 잠시 후 시동이 개운방 앞으로 끌려 온다.


개운방은 거침없이 귀두도를 꺼내 들어 순식간에 그어 내린다.


시동은 비명 한자락 지를 새도 없이 일도양단이 되어 그 자리에 좌우로 벌어진다.


“으헙.”


서태주가 입을 쩍 벌린 채 비명을 채 뱉어내지 못하고 안으로 삼킨다.


피비린내가 순식간에 방 안을 감싸고 그 손속의 극악무도함과 속도에 남궁연도 침을 꿀꺽 삼킨다.


그 때 서태환이 조용히 일어나 개수혈의 앞을 지나 개운방 곁으로 가려고 한다.


개수혈은 이미 피비린내에 흥분이 극도로 달아 올라 있었다.


그 앞에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서태환이 비수가 닿을 거리에 들어오니 눈에 살기를 튀기며 가슴의 비수를 순식간에 빼어 든다.


-뻐엉.


사람이 맞는 것 도 아닌 그렇다고 베이는 소리도 아닌 마치 가죽 북 터지는 듯 한 이상한 소리의 정체를 방 안의 사람들이 깨닫는 데에는 채 눈 깜빡이는 시간조차 걸리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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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화. 흑룡채(黑龍寨)(5) 21.01.30 766 9 12쪽
14 5화. 흑룡채(黑龍寨)(4) 21.01.29 822 11 11쪽
13 5화. 흑룡채(黑龍寨)(3) 21.01.28 872 11 11쪽
12 5화. 흑룡채(黑龍寨)(2) 21.01.27 898 13 12쪽
11 5화. 흑룡채(黑龍寨)(1) 21.01.26 956 14 12쪽
10 4화. 검은 달(黑月)(5) 21.01.25 1,032 16 12쪽
9 4화. 검은 달(黑月)(4) 21.01.24 1,032 17 11쪽
8 4화. 검은 달(黑月)(3) 21.01.23 1,088 19 12쪽
7 4화. 검은 달(黑月)(2) 21.01.22 1,185 19 12쪽
6 4화. 검은 달(黑月)(1) 21.01.21 1,332 18 12쪽
5 3화. 개사냥(3) 21.01.20 1,358 24 12쪽
» 3화. 개사냥(2) 21.01.19 1,415 22 12쪽
3 3화. 개사냥(1) 21.01.18 1,540 25 12쪽
2 2화. 다시 태어나다. +2 21.01.18 1,760 28 12쪽
1 1화. 다시 죽다. +3 21.01.18 2,099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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