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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글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반선(回歸半仙)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국룡
작품등록일 :
2021.01.18 09:52
최근연재일 :
2021.01.30 1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0,229
추천수 :
471
글자수 :
79,744

작성
21.01.23 11:00
조회
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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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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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검은 달(黑月)(3)

DUMMY

-회귀반선(回歸半仙)


4화. 검은 달(黑月)(3)




‘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일생에 한번 보기조차 희귀하다는 진원진기가 이 아이에게서도 느껴진다니. 이건 대체 무슨 일인고..’


“스승님, 뭔가 잘못 되었습니까?”

“동아, 네 예전에 기연이 있진 않았느냐?”

“기연이라구요? 제자에겐 그런 신기한 인연은 없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갈 곳 없는 저를 거두어 주신 태환공자님이 제 기연인 셈이지요...”


‘선천적인 것인가..신묘하도다.’


“내 너를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내 생각대로만 판단하였구나. 스승의 불찰이다. 너에겐 기존의 심법이 맞지 않으니 이제부턴 태환의 수련법과 같이 상단전을 열고 거기에 축기를 행해야 한다. 그리 알고 수련토록 하자.”


스승님이 대관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동이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만다.


그런 둘의 대화를 태환은 검초를 행하면서 곁눈으로 보고 듣고 있었다.


수련이 끝나고 점심 이후 남궁연은 태환을 자신의 처소로 불렀다.


“내 잠시 본가에 갔다 오고자 한다.”

“네, 언제쯤 돌아오십니까?”

“사나흘은 걸릴 듯 하구나.”

“연유를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내 생각에도 장강수로에서 곧 여기로 쳐들어 올 거 같다. 아직은 자객의 임무 성공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전면전 준비를 해 놓고자 함이다.”

“흑룡채에서 장강수로연맹 본채에 지원군을 요청해 놓았다는 풍문이 들리긴 합니다.”

“그렇지, 지원군까지 합세한다면 우리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합세하고 여기 서가의 빈객들과 또 도움을 주고자 하는 협객들을 다 합쳐도 숫적으론 중과부적이겠지. 계책이 필요할 때인 듯 하다.”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얘기를 마치자 마자 남궁연은 서가 저택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


방안을 초조하게 서성이던 개운방이 다시 소리를 지른다.


“동패!”


오늘만 동패는 채주의 부름에 다섯 번이나 두목의 방을 들락날락 거렸다.


그리고 불려 갈 때 마다 똑같은 물음에 똑같은 답을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그냥 혼자만 알고 있으면 되었을 것을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발로해 버린 자신의 성급함을 저주하고 있었다.


“기별은?”

“아직 없습니다. 채주님.”

“없으면 끝인가?”

“방도를 찾아보겠습니다.”

“연락 방법이 정녕 없는가?”

“...”

“그 년은?”


여섯 번째 만에 새로운 질문이었다.


“옥에 잘 가둬 놓았습니다.”


채주가 한숨을 쉰다. 그날 이후로 유독 한숨이 늘었다. 그리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자신의 귀두도를 어루만지는 그였다. 재빨리 두목의 눈치를 살핀다.

‘뭔가 잘못 대답했나?’


귀두도가 날아오기 전에 두목의 의중을 파악해본다.


‘아.’

일각(15분) 같이 느껴지는 찰나가 지나고 두목의 속내를 파악한다.


“추궁해 보겠습니다. 먼저 연락할 방도가 있는지..”

“...가봐.”


서둘러 방을 나와 식은 땀을 닦고 지하 감옥으로 내려간다. 이제 두목의 인내심이 한계까지 와 있는 것이다. 혹시나 싶어 그 여자는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말고 잘 가둬두라는 지시를 이제 스스로 깨려고 하는 중이다.


지하로 내려가 옥을 지키는 수하들을 물리고 안을 쳐다 본다. 여자가 엎드려 있는 것이 보인다.


“왜 저러고 있는 것이냐?”

“악다구니를 쓰다가 막 잠들었습니다.”


동패는 자는 여자를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흑룡채 식당에서 일을 거드는 여자들 중에 허언증이 심한 여자가 있다고 들었다. 동패는 평소에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였다. 또한 이야기꾼이 과장을 섞어 얘기를 재밌게 풀어 내면 거기에 맞장구를 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동패의 유흥거리였다.


과연 포아랑 이란 여자는 허풍이 심한 여자였다. 아니 처음엔 그런 줄 알았다.


사천당문 내부에서 겪은 기이한 경험들, 천하 오대자객 흑월과의 인연과 그와 살림까지 차렸었고 그의 무용을 술회하는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동패의 생각에 왠지 그 이야기에는 사실성이 짙었다.


‘이건 실화다!’

어느 순간 동패는 확신을 하였지만 별 상관있나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이다.


하지만 서태환이 다녀 간 후 아직 사실 확인이 안 된 그 이야기를 채주에게 성급히 보고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충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호기롭게 자신이 서태환을 처치할 계책이 있노라고 선언하였다.


채주는 평소에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 오른팔 동패를 전적으로 믿었고 ‘서태환 비명에 사망’ 이란 희소식이 들리자 마자 서가 집안을 도륙 낼 지원군까지 본채에 요청해 놓은 것이다.


과연 보고한 그날로 동패는 구화산 주봉 십왕봉 골짜기에 위치한 흑월의 은거지에서 실제로 그를 만났고 포아랑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허언을 꾸며 살인청부에 성공을 하였다.


의기양양하게 흑룡채로 귀환한 동패는 채주에게 자신만만하게 소기의 성과를 보고하였고 개운방은 과연 자신의 오른팔이라며 차기 채주 자리 운운하며 동패를 한껏 띄어주었다.


하지만 영광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 비보는 오지도 않고 하릴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본채에 대기해 놓은 인원들을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냐는 장강수로 본채 채주 무심극(無心戟) 금오조(金烏鳥)의 채근과 흑룡채 내에 도는 자객이 그대로 도망가 버린 건 아닌지 하는 의혹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되고 있는 것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동패는 이제 각오를 굳히고 눈에 살기를 띄운 채 옥문을 열게 했다.


“야 이년아, 지금이 몇 신데 아직 쳐 자빠져 자냐?”


크게 외치면서 누워있는 포아랑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걷어 찼다.


“아아악.”


자는 도중에 날벼락을 맞은 포아랑이란 여인은 과연 자객과 살림을 차렸었던 만큼 호락호락한 여자가 아니었다.


독기에 가득 찬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동패를 올려다 보면서 외친다.


“야 이 개 잡놈아, 네 놈이 갑자기 날 감옥에 잡아넣어 내가 이 고생을 하는데 이제 때리기까지 해?, 그래. 죽여라. 이놈아, 죽여.”


벌떡 일어나서 머리를 동패의 가슴에다 대고 밀어 젖힌다.


한방에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동패는 오히려 당황하였다.


뒤의 졸개들은 키가 작은 동패가 포아랑에게 밀려 벽에 거의 붙는 꼴이 우스운지 킥킥거리고 있다.


최근의 사태로 인해 은근히 동패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흑룡채 안에 퍼진 것도 졸개들의 조소의 한가지 이유일 것이다.


동패는 숨기지도 않고 웃고 있는 졸개들을 보다가 돌연 부아가 치밀어 포아랑에게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야 이년아, 니 년 때문에 내가 지금 개 취급 받고 있는걸 아느냐? 모르느냐?, 이 죽일 년.”


과연 당찬 포아랑도 계속 이어지는 주먹다짐은 이길 수 없었는지 눈빛에서 독기가 점점 빠지다 이제는 눈물이 배어 나오고 있다.


이리저리 동패의 발길질을 피해 굴러다니다 종국에는 동패의 다리를 잡고 매달린다.


“왜 이러시오. 이유나 알고 맞읍시다. 좀.”


한참을 두들겨 팬 동패는 숨을 몰아쉬며 씩씩거리다 호되게 한 대 더 걷어 찬 뒤 이마의 땀을 훔친다.


“흑월한테 연락할 방법 말해봐.”

“?”

“흑월하고 연락할 수 있는 방법 빨리 말하라고. 더 맞고 싶냐?”

“대관절 무슨 소리요? 그 사람은 은거해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소?”

“아, 그래. 거기 아직 있더구만. 5년째 거기서.. 왜 내가 말을 꺼내서. 젠장. 그 놈은 왜 또 거기 아직 처박혀서 날 이렇게 곤란하게 하는지. 에이.”

“그거 때문에 나를 가둔 거였소? 그 사람이 아직도 거기 있었소?”

“그래, 죽지도 않고 박혀 있더구만.”


이제야 포아랑은 자신이 왜 갑자기 감옥에 들어왔는지 이해가 된다.


“그 사람이 아직 거기에.. 거기다 약조를 아직 기억해 주다니..”

“왜 감동스럽냐? 그 감동스런 인연 한번 더 사용해보자. 연락할 방법 없냐?”

“내 그 사람이랑 연락할 방도가 있었으면 진작에 니 놈부터 죽여 달라고 했을거다. 나한테 먼저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걸 다행으로 알아라. 퉤.”


어디서 용기가 솟는지 다시 태도가 일변한 포아랑이었다.


“이 죽일 년이 정말”


동패는 치솟는 노기를 참지 못하고 내공을 실어 포아랑의 뺨을 걷어 부치고 그 위력에 벽에 처박힌 포아랑은 그만 혼절을 하고 말았다.


“에이, 퉤. 빌어먹을.”


먼저 연락을 할 방도가 없다는 걸 확신한 동패의 뇌리에는 이제 언제 어떻게 도망을 가야 채주의 눈을 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지금까지 지켜본 자신의 경험으로 추정하건데 이미 광구는 혹여 동패가 거짓을 고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머릿속에 가득 찼을 터였다.


+++++


그날 신시쯤(오후 5시) 예의 그 은신처에서 흑월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무언가 잘못 된 것은 분명하였다.


그러한 연유로 이 자객의뢰를 계속해야 하는지 중단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를 동굴에서 끌어낸 그 동패란 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이 살해 의뢰의 시작과 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서가 저택에서는 오늘도 시끌벅적한 일련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서태주는 내친김에 보름 간의 밤낮없는 잔치를 예고한 것이다.


안휘 일대에 크게 잔치 소문을 낸 것도 후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방랑무사를 비롯한 빈객들을 모으기 위한 수단의 하나였다.


무심히 잔치 광경을 내려다 보고 있던 흑월은 문득 배가 고파졌다.


흑월은 은신처에서 빠져 나와 거리로 나간후 인피면구를 착용하고 다시 잔치에 섞여들었다.


맛깔스럽게 늘여져 있는 음식을 주워 먹으며 흑월은 서태환이 있는 정원 쪽으로 갔다.


정원에 있는 서태환은 서태주와 남궁휘 그리고 배다른 아우들과 함께 음식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흑월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단란한 가족의 즐거운 한때. 그건 흑월이 이 생에서는 가지는 게 불가한 장면이었다.


자신이 이때까지 살해해 온 사람들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아비이고 가족이었을 것이었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흑월은 방금 깨달은 것이다.


자신의 지난 날을 온전히 점거해 온 위명과 업적 모든 것이 이런 장면을 파괴해 온 행보라는 것을 깨달은 흑월은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 졌다.


아니 이런 것을 깨닫지 않기 위해 주어진 목표에 대한 어떤 것도 알기를 원하지 않았을 런지도 모른다.


급히 뒷간을 찾아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낸 흑월은 숨죽여 울부짖었다.


이제 와서 이런 상념에 사로잡히는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이렇게 내가 마음 약한 존재였던가?


문득 흑월은 아버지 일월비도 은심월을 떠올렸다. 그리고 월하향을 떠올렸다. 내가 그 때 그녀에게 그토록 침잠하지 않았더라면 나도 저렇게 하하호호 가족들과 웃으며 인생을 보낼 수 있었을까?


흑월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뒷간에 앉아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흑월은 다시 은신처에 가로 누워 있었다.


시간을 너무 끌어서 목표에 대한 것을 너무 많이 알게 되었다.


이제 살해는 할 수 없는 것이었고 해서도 안되는 것이었고 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흑월은 결심했다.


그 날 밤 늦게 처소로 돌아온 태환은 누군가가 자신의 방에 있음을 깨닫고 동이를 밖에 기다리게 한 후 검을 빼들고 소리없이 방문을 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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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화. 흑룡채(黑龍寨)(5) 21.01.30 766 9 12쪽
14 5화. 흑룡채(黑龍寨)(4) 21.01.29 822 11 11쪽
13 5화. 흑룡채(黑龍寨)(3) 21.01.28 872 11 11쪽
12 5화. 흑룡채(黑龍寨)(2) 21.01.27 898 13 12쪽
11 5화. 흑룡채(黑龍寨)(1) 21.01.26 956 14 12쪽
10 4화. 검은 달(黑月)(5) 21.01.25 1,032 16 12쪽
9 4화. 검은 달(黑月)(4) 21.01.24 1,032 17 11쪽
» 4화. 검은 달(黑月)(3) 21.01.23 1,089 19 12쪽
7 4화. 검은 달(黑月)(2) 21.01.22 1,185 19 12쪽
6 4화. 검은 달(黑月)(1) 21.01.21 1,332 18 12쪽
5 3화. 개사냥(3) 21.01.20 1,358 24 12쪽
4 3화. 개사냥(2) 21.01.19 1,415 22 12쪽
3 3화. 개사냥(1) 21.01.18 1,540 25 12쪽
2 2화. 다시 태어나다. +2 21.01.18 1,760 28 12쪽
1 1화. 다시 죽다. +3 21.01.18 2,099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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