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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글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반선(回歸半仙)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국룡
작품등록일 :
2021.01.18 09:52
최근연재일 :
2021.01.30 11: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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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31
추천수 :
471
글자수 :
79,744

작성
21.01.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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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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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2쪽

3화. 개사냥(1)

DUMMY

-회귀반선(回歸半仙)


3화. 개사냥(1)




“너, 다시 지껄여 봐.”


놈은 눈에 살기를 띄고 손가락을 들어 태환을 가르킨다.


“바지구멍은 뚫려서 은자나 쳐 흘리는 놈이 귓구멍은 쳐 막혀서 지 호명하는 소리도 못 듣나 보구나. 다시 한번 똑똑히 말해 주마. 귓구멍 열고 잘 들어라. 썩 꺼져라. 이 길거리 똥개 잡놈아.”


졸지에 길거리 똥개 잡놈이 된 사내는 아침 댓바람부터 쌍욕을 쳐 먹으니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놈이 내가 누군 줄 알고? 정신이 나간 놈인가?’


“너 내가 누군지 모르냐?”

“내가 길거리에 싸돌아 다니며 입으로 똥이나 흘리는 개새끼를 어찌 알겠느냐?”

“태, 태환아. 저 사람은 장강수로십팔채 안휘 채주 개운방의 동생 개수혈 이야.”


서태주가 옆에서 급히 수습해보려 하지만 태환은 도리어 일을 더 키워버린다.


“개수혈? 개새끼 맞네. 야 이 개 잡놈아. 내 오늘은 말로 널 타이를 것이니 앞으로는 우리 서가 앞에 얼씬도 하지 말거라. 말로 안하면 어떻게 될지는 상상에 맡기마. 어서 어르신들께 인사 올리고 썩 꺼지지 못할까. 이 놈.”


놈은 이제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나 소패협 개수혈이 누구던가? 형님이랑 장강의 일개 어부였을 때 돈을 뜯으러 온 장강수로 패거리들을 노 하나로 묵사발을 내어 얻은 별호가 소패협이 아니던가.


그 후로 고기잡이보다 수적질이 더 나아 보여 호구지책을 바꾸고 갖은 고생 끝에 장강수로 안휘 채주자리를 꿰 찼지만 번거로운 게 싫어 형에게 자리를 넘기고 무위도식으로 고고하게 세월을 낚는 은둔 강자가 아니던가.


“아침 댓바람부터 피는 보지 않으려는 나의 원칙을 오늘 깨는구나. 이리 내려와라. 내 너가 누군지 모르나 이 자리에서 결말을 봐야 하겠다.”


그 말에 급히 서태주가 말에서 내려 소패협에게 간다.


“이보시오. 소패협. 저 녀석은 본 서태주의 장남이오. 그동안 마음의 병으로 세상과 동떨어져 은거한 세월이 길어 바깥이 어찌 돌아가는지 물정을 모르니 마음 넓은 부채주가 선심을 쓰시오. 지금 이 자리에서 저 놈을 때려죽이면 속이야 시원할지 모르나 부채주로서 앞날을 도모해야 하지 않겠소.”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숨을 고르던 소패협이 감았던 눈을 뜨고 그때까지 서태환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이제 서태주의 얼굴 앞으로 옮긴다.


“내 들은 풍문이 기억나니 오늘은 참겠소. 태저 서태환이란 천하에 쓸모 없는 정신나간 돼지놈이 하나 서가에 있다고 들었으니 앞으로 자식교육 똑바로 시키시...”


장강수로 안휘채 부채주 개수혈은 미처 끝말을 잇지 못하고 옆에 있는 어느 민가의 벽에 날라가 처박혀 버렸다.


그 때까지 뒤에서 실실대며 구경하고 있던 개수혈의 두 부하 놈은 입이 떡 벌어져 벽에 박힌 자신들의 두목을 쳐다만 보고 있다.


“에이, 개만도 못한 놈. 아니 개 같은 놈. 개보다 더한 놈? 뭐. 어쨌든 어디 자식 앞에서 대놓고 아버지를 욕보이는가. 퉤.”


언제 말에서 내렸는지 모를 서태환이 방금까지 개수혈이 서있던 자리 바로 옆에 서서 침을 뱉으며 크게 소리친다.


소패협의 두 부하 녀석들이 벽으로 달려가 개수혈의 몸을 잡고 벽에 박힌 두목의 목을 빼내었다.


놈은 안면이 퉁퉁 부어 오르고 정수리는 호박을 인 것처럼 불룩해 졌으며 눈이 뒤집히고 혀를 빼 문 것이 그대로 혼절을 한 듯 하며 입에서는 허연 이빨 몇 개가 핏덩어리와 함께 흘러내리고 있었다.


또 뚫린 벽으로 그 집 개가 머리를 내밀고 개수혈의 얼굴을 핥는 것이 처참한 몰골과는 달리 헛웃음을 자아냈다.


밖의 소동에 어느새 가마에서 내린 남궁휘와 유매랑도 그 몰골을 보고 있다.


“에이구머니나, 살아도 병신은 못 면하겠네..쯔쯔.”


눈치없이 내뱉은 유매랑이 서태주의 눈짓에 찔끔하여 입을 다문다.


이거야 원. 사달이 난거다.


서태주는 혼란한 마음을 급히 정리해 본다. 장남 서태환이 칩거를 끝내고 드디어 출사를 선언한 날 기쁜 마음에 청양 제일의 주루에서 호화스런 외식을 한 후 평소에 자신들의 사업에 붙어 먹던 수적집단의 수괴 하나를 이제 막 바깥세상에 나온 아들이 경천할 무공으로 단 일 합에 피떡을 만들었다?


이건 경사인가? 흉사인가?


서태주는 얼른 답을 내렸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어서.”


과연 약속이나 한 듯 남궁휘와 유매랑은 가마에 나는 듯이 올라타고 휘하 장호안과 하인, 시비들도 바삐 발을 놀려 저택으로 급히 귀환하였다.


서둘러 가족회의를 소집한 서태주가 뒷짐을 진 채 방안을 서성인다.


말없이 바닥만 헤집은지 벌써 반시진(1시간)이 지났다.


“에이이, 왜이리 안오는 게야..”


서둘러 집으로 와 남궁세가에 연락을 보낸지도 딱 반시진이 지났다.


다른 식구들도 우선은 호위무사들과 남궁세가의 일원들이 오면 이야기를 시작하자는 서태주의 말에 동의를 한 후 마냥 그들의 도착을 기다리고만 있다.


당장이라도 수적 놈들이 쳐들어 올 듯 걱정이 되는지 서태주는 대문을 한번 쳐다 봤다가 서태환을 한번 쳐다 봤다가 다시 바닥을 쳐다 봤다가 이내 한숨을 내쉰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서태림이 한마디 한다.


“아들아, 내가 본 장강수로 안휘 채주 광구(狂狗) 개운방은 그렇게 생각 없는 사람이 아니다. 당장 어떻게 되진 않을 테니 너무 근심 말거라.”

“아버님이 그걸 어찌 아십니까? 별호부터가 미친개인데 당장에 칼을 들고 대문을 깨부수고 들이닥치는 건 아닌지 이 아들은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내 장사를 오래 하여 사람 보는 눈이 있다. 어떤 사람은 일부러 자신을 위험하게 보이게 노력하여 귀찮은 일들을 떨쳐내려 하는 법이지. 개운방이 딱 그런 사람이야. 그런 사람에겐 형제의 우애보다 실리, 돈이 더 중요하지.”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짚이는 바 있어 서태주는 더 사족을 달지 않는다.


약간 안심이 된 서태주는 이제 태환에게 말을 건넨다.


“태환아. 아까 보여준 무공은 대관절 어찌 된 연유냐?”

“아버님, 제가 비록 낮에는 아무 것도 안 하는 듯 보였으나 그동안 주경야독으로 심신을 갈고 닦아 무에 있어서도 한가닥 경지를 이루었사옵니다.”


서태주는 그걸 믿기도 안 믿기도 애매하여 잠시 고민을 하였으나 분명 눈 앞에서 개수혈이 혀 빼문 개꼴이 되는 걸 본 것도 사실이라 일단 현실을 인정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우연일지도 모르는 그 한 사건으로 장강수로 안휘채 전체가 들고 일어나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인 것이다.


다시 바닥을 보며 깊은 한숨을 몰아쉬던 그때 대문이 열렸다.


움찔한 서가 식구들이 대문으로 시선을 돌리자 낯익은 남궁세가 호위무사 둘과 세가 무사인 듯한 또 다른 한명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들어오는 셋을 반겼다.


“남궁연 오라버니. 이 누이가 걱정되어 발걸음 하셨구려.”


제일 앞에 걸어 들어오는 이는 남궁연. 현 남궁세가에서 제일 가는 고수였다.


방 안에 들어서자 서태림, 서태주, 남궁휘에게 목례를 한 남궁연은 태환을 쳐다 본다.


“태환, 외숙부님을 뵈옵니다.”


급히 포권지례를 하며 인사를 올린다.


“오는 길에 들었다. 이제 사람 구실을 하려고 나왔다지?”


가시 돋친 말에 잠시 움찔하였으나 그 말이 비난의 목적이 아니라 그 동안의 나태에 대한 꾸짖음에서 비롯된 말임을 깨닫고 태환은 더욱 고개를 숙였다.


“씻을 수 없는 불효를 저질러 온 게 사실이니 외숙부님께 뵈올 낯이 없습니다.”

“정신을 차렸다니 되었다. 그리고 개수혈을 박살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사태가 정리되면 남궁세가에 들러 무예를 좀 더 익히도록 하여라.”

“외숙부님의 하해와 같은 조언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시지오. 태주 형님.”

“흠흠, 그러세. 그러니까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셈에는 빠르나 이런 일에는 익숙치 못한 서태주는 퍼뜩 정리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보다 못한 남궁휘가 이어받아 정리를 한다.


“우선은 결정할 사항이 두 가지 인거 같습니다. 첫째는 장강수로에서 기별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저희가 먼저 움직일 것인가. 둘째는 말로 해결이 될까 만약 안 되었을 땐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하는가.”


아내의 말에 수긍한 서태주가 나서서 말한다.


“모두들 의견을 한 번 내어봅시다.”


조부 서태림의 의견이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현 안휘채주 개운방은 돈이 먼저지. 형제의 복수가 먼저인 사람이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보상을 제안할지 기다리고 있을게야. 말로 해결이 가능하리라 본다.”


서태주의 의견은 이러했다.


“전면전으로 치달으면 남궁세가가 합류하면 지지는 않겠지만 현 세력으로는 압도적으로 이길 수가 없고 저 수적 떼는 언제든지 세를 불려 또 복수를 하려 들 터이니 그냥 저들이 원하는 걸 들어 주는 게 방도일 듯 싶습니다.”


남궁휘의 의견은 이러하다.


“지금 또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지금보다 더 우리를 벗겨 먹으려 들 겁니다. 차라리 이 사달이 벌어진 거 담판을 지어서 우리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이를 들은 남궁연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견을 낸다.


“남궁세가를 대표해서 말씀드립니다. 다만 이는 조언일 뿐이지 모든 결정은 서가 집안의 수장이신 형님께 달려 있다는 걸 우선 염두에 두시고 들어 주십시오.”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잇는다.


“저희의 정보로도 현 채주 개운방은 재물에 집착하는 자입니다. 분명 먼저 쳐들어 오지 않고 협상의 조건에 따라 움직일 겁니다. 저희 남궁세가도 형님의 지원 덕에 넉넉히 살고 있지만 장강수로에서 뜯어가는 돈이 정도를 넘어선지 오래라고 판단됩니다. 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고 그 때가 온 듯 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서태주가 태환을 본다.


“장남의 의견은 어떠냐?”

“어르신들께 감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오늘 제가 이 사달을 낸 건 첫째 놈들의 행동이 도가 지나침에 있고 둘째 개수혈의 행동에 의도가 보여서 였습니다. 또 셋째는 혹시 일이 잘 못 되어도 제가 저지른 일이니 저 혼자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어서입니다.”


과연 서태환의 말에 다른 모두는 감동을 받은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남궁연이 입을 연다.


“그럼 이렇게 하시지요. 형님.”


침을 꿀꺽 삼킨 서태주가 눈짓으로 말을 이으라 한다.


“저랑 호위무사 둘, 태환이 넷이서 장강수로로 가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내용은 그 동안의 행패에 대해 항의를 함과 동시에 부채주의 부상에 대한 사과, 그리고 모든 걸 형평에 맞게 돌리자는 제안입니다. 또한 남궁세가에 연락하여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으라 하겠습니다.”


서태주는 고개를 끄덕이다 말한다.


“그래도 가주인 나도 가야 할 듯 싶네. 나도 같이 가세. 이런 건 빨리 해결해야 하는 법이니 한 시진 뒤 미시 초(오후3시)에 출발하세.”


모두의 동의 후 각자 준비를 위해 흩어진다.


남궁연은 남궁휘의 별채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태림과 서태주도 안채로 들어가 그들끼리 의견을 주고 받는다.


서태환은 별채로 돌아와 의자에 앉는다.


“동아~.”

“네, 공자님. 여기 있습니다.”

“가서 단목(박달나무) 몽둥이 있으면 하나 찾아 오거라.”

“갑자기 몽둥이는 왜 찾으십니까?”

“조금 있다 개 잡으러 간다.”


오늘따라 의아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던 동이는 주인의 명에 따라 저택 창고로 달려가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공자님이 반나절 만에 날씬해지신 듯 한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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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화. 흑룡채(黑龍寨)(5) 21.01.30 766 9 12쪽
14 5화. 흑룡채(黑龍寨)(4) 21.01.29 822 11 11쪽
13 5화. 흑룡채(黑龍寨)(3) 21.01.28 872 11 11쪽
12 5화. 흑룡채(黑龍寨)(2) 21.01.27 898 13 12쪽
11 5화. 흑룡채(黑龍寨)(1) 21.01.26 957 14 12쪽
10 4화. 검은 달(黑月)(5) 21.01.25 1,032 16 12쪽
9 4화. 검은 달(黑月)(4) 21.01.24 1,032 17 11쪽
8 4화. 검은 달(黑月)(3) 21.01.23 1,089 19 12쪽
7 4화. 검은 달(黑月)(2) 21.01.22 1,185 19 12쪽
6 4화. 검은 달(黑月)(1) 21.01.21 1,332 18 12쪽
5 3화. 개사냥(3) 21.01.20 1,358 24 12쪽
4 3화. 개사냥(2) 21.01.19 1,415 22 12쪽
» 3화. 개사냥(1) 21.01.18 1,541 25 12쪽
2 2화. 다시 태어나다. +2 21.01.18 1,760 28 12쪽
1 1화. 다시 죽다. +3 21.01.18 2,099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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