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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글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반선(回歸半仙)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국룡
작품등록일 :
2021.01.18 09:52
최근연재일 :
2021.01.30 11: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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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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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9,744

작성
21.01.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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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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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2쪽

2화. 다시 태어나다.

DUMMY

-회귀반선(回歸半仙)


2화. 다시 태어나다.




서태환은 누운 채로 눈을 떴다.


그리고 몇 번 눈을 깜빡이다 반사적으로 목 부위에 손을 대 보았다.


목은 그대로 붙어 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잠시 멍하니 천정을 쳐다 본다.


하도 쳐다봐서 무늬가 몇 개 인지 붙어서 죽어 있는 벌레 시체가 몇 개 인지도 아는 익숙한 별채의 천정이다.


‘모기가 14마리 정도 모자라군...돌아오긴 했구나.. 아직도 이승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목이 붙어 있는 게 안심이 되는걸 보면..’


“동아~.”


윗몸을 일으키며 길게 동이를 불러 본다.


“네, 공자님. 아침식사 준비 할까요?”


가까이 있었던 듯 부리나케 달려온다.


“아니다, 이리 와 보거라. 오늘이 무슨 날이더냐?”


잠시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동이가 대답을 한다.


“오늘이요? 오늘은 굳이 따지자면 무더운 여름의 어느 한 날 이옵지요.”

“...일환이 올해로 몇 살이지?”

“두 달 뒤에 10살이 됩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 일어난다.


아침부터 일어나는 태환을 동이가 놀란 듯이 쳐다본다.


“공자님, 아침부터 어디를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소피가 마려우시면 소인이 요강을 가져 올까요?”


피식 웃음이 나옴과 동시에 동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니다, 동아. 오늘부터 나도 움직여 보려고 한다.”


‘어디로요?’

라고 묻는 동이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 말없이 본채로 향한다.


몸이 이렇게 가벼웠던 게 얼마만 이던가?


선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기력을 필요로 한다. 일생에 한번 뿐인 우화등선의 기회에 실패하면 그대로 무(無)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 기력을 몸에 축적하기 위해 15년의 세월과 거듭된 전생 수 백 년의 세월이 걸렸었다.


서태환으로서는 따로 내공이나 다른 외부의 힘없이 순수한 생명의 기력 즉 본원진기로만 그 힘을 축적해 왔던 것이다.


그 축적된 진기가 겉으로 비대한 몸뚱아리로 드러난 거였다.


‘다 쓸모없게 되었구나. 그 세월이.. 지난한 고난의 나날들이..’


그럼 올해 내 나이가 열여섯인가. 아 곧 열일곱이군. 일환의 나이에서 일곱 살을 더하면 되니... 그렇게 제 나이도 잊고 정진한 세월이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지나간 날들을 떠올려 보자 문득 허무감에 젖어 들어 상념에 잠기려고 한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든다.


‘그래, 아직 늦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힘을 쓰지 않았다면 5년은 더 앞으로 갈 수 있었을 터인데.. 교훈이로다. 교훈이로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본채로 발을 옮긴다.


본채 안에서는 하하호호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거침없이 문을 활짝 열어 재낀다.


큰 원형식탁에는 태환을 제외한 모든 식구들이 모여 조식을 기다리고 있다.


조부 서태림, 아버지 서태주, 어머니 남궁휘, 작은 어머니 유매랑, 첫째 아우 서일환, 둘째 아우 서응환, 밑으로 줄줄이 누이 서매, 서난, 서국 이다.


식탁을 둘러 식구들을 일일이 쳐다본 뒤 크게 외친다.


“조부님, 아버님, 어머님, 작은 어머님. 아침 문안인사가 늦었습니다. 불효자 서태환 인사 올리옵니다.”


문 앞에 서서 포권을 한 채 아침인사를 건넨다.


다들 말문이 막힌 채 어버버 거리고만 있다.


인사를 마치고 식탁으로 가보니 남는 자리가 없다.


벽에 기대어진 여분의 의자를 끌어 와 어머니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입이 헤 벌어져 있던 서태주가 급히 떨어지려는 침을 추스르고 입을 연다.


“태환아, 너 어쩐 일이더냐. 이거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뜬 게 아닌지 의심스럽구나.”

“아버님, 그동안 심려 많이 끼쳐드려 이 생에 다 못 갚을 죄를 지었습니다. 소자 오늘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일 터이니 그동안의 소치는 그만 잊어 주십시오.”


이번엔 상석의 조부 서태림이 입을 연다.


“내 손자 태환아. 내 죽을 날이 다 되어 헛것을 보는 것은 아니렸다? 정말 태환이가 맞는 것이냐? 내 소천하기 전에 너하고 다시 아침을 먹게 될 줄은 몽중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놈아. 허허.”

“조부님, 살다보면 별의 별 일이 다 생기기도 한다는 건 연륜으로 더 잘 아시지 않으십니까? 그동안 손자랍시고 숨만 쉴 줄 알았지 어깨 한 번 주물러 드리지 못한 이 천인공노의 불효를 씻을 기회를 주십시오.”

“허허, 그 놈. 입도 기름을 바른 듯 청산유수로구나.”

“태환아.”


남궁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소매자락으로 눈물만 훔치고 앉아 있다.


“어머님께도 못 다한 효도를 이제부터라도 할 것이니 앞으로 염려치 마시옵소서.”


지금 이 식탁에는 네 가지의 눈빛이 공존하고 있다.


조부, 부모의 대견한 눈빛과 어린 아우들의 어리둥절한 눈빛과 작은 어머니의 못 마땅한 눈빛, 그리고 그것들을 살펴보는 태환의 빛나는 눈빛이 그 것이다.


유매랑.


그 녀는 지금 이순간이 아주 탐탁치 않다.


서태환 따위는 그냥 그대로 살다가 그대로 죽어주면 되는 것이었다.


별다른 견제가 필요 없는 그래서 평소에도 지아비 서태주 에게 간간히 가문의 장남에 대한 걱정의 말을 건네어 어진 여인이라는 칭찬을 끌어내었던 그것만으로 족했던 서태환이란 존재가 이제 실존하는 위협이 되어 오늘 이 자리 이 식탁에 나타난 것이다.


대저 본처와 첩의 사이가 좋으리란 바람은 백도와 흑도가 합쳐 하나의 집단을 이루고 그 안에서 같은 대의를 이루고자 하는 바람과 같이 헛된 것이다.


하지만 서태환의 나태로 인해 그 불화의 씨앗조차 없었으나 이제 그 씨앗이 태동한 것이다.


탄탄대로와 같은 앞길,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지금의 이 상황에 유매랑은 당황과 분노와 또한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하는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흠흠. 우리 서가 집안의 장남께서 드디어 대오각성을 하신 모양이니 참으로 우리 집안의 경사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언니.”

“그래, 참말로 그렇구나.”


남궁휘는 이제 눈물을 그치고 만면에 웃음을 띈 채로 옆에 앉은 아들의 등을 연신 쓸어내린다.


“와, 나 큰오빠 처음 봤어.”

“진짜, 나도. 근데 살쪘어.”

“나두.”


나란히 연년생인 서매, 서난, 서국 자매가 태환을 신기한 짐승 보듯이 쳐다본다.


“형님, 첫째 아우 일환 인사드립니다.”

“둘째 아우 응환 인사드립니다.”

“허허허, 오늘같이 경사로운 날에 어찌 평범한 아침식사를 하랴. 시간은 좀 이르지만 황금루에 가서 아침을 들도록 합시다.”


서태주가 기쁜 듯이 외치며 하인들을 불러 막 나오기 시작한 아침식사를 물린다.


뜻하지 않게 좋은 음식을 받게 된 하인들도 기쁜 눈치를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가가. 괜찮을까요? 오늘은 호위무사도 본가로 가서 없는데....”


남궁휘의 말을 듣고 밝았던 얼굴에 그늘이 진 서태주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입을 연다.


“오늘같은 날 어찌 축하하지 않을 수 있겠소. 장호안에게 말해서 은자를 넉넉히 내오라 하시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남궁휘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서태주가 다시 손뼉을 치며 모두를 재촉한다.


“자, 자. 어서 제일 좋은 옷으로 갈아입고 일각 후에 정원에서 봅시다.”


일각 후 다시 식구들이 정원에 모였다.


모두들 부자 집안의 식구들답게 좋은 옷으로 치장을 하였다.


서가 식구들이 총 11명, 집사 장호안, 하인들 3명, 시비들 3명 총 18명의 적지 않은 무리가 대문을 열고 보무도 당당하게 외출을 시작한다.


여인들은 준비된 가마에 오르고 남자들은 각자 말을 타고 출발한다.


안휘 남부 청양 근처에 있는 서가 저택에서 황금루까지는 한식경(30분)이 채 안 걸리는 짧은 길이다.


저택을 나서자마자 길가의 사람들이 서태주에게 너도나도 인사를 건넨다.


“태주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가내 평안하십니까? 어르신.”

“출타가 이르십니다. 어르신.”


과연 지방유지 답게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태환을 보면서는 낯이 선지 어리둥절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아이고, 서가주님. 신수가 훤하십니다. 그려. 허허.”


한눈에 보기에도 껄렁한 옷차림과 몸놀림의 한 녀석이 손을 들며 서태주를 향해 비척비척 걸어온다.


그 놈 뒤에도 비슷한 용모와 몸가짐의 패거리 두 놈이 더 있다.


“흠, 그래. 잘 지냈는가? 소패협.”

“저희야 어르신이 돌봐주신 덕에 배 안 곯고 등 따시게 잘 지냅니다요.”

“그래,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여기 술이나 한 잔 받아 드시게.”


하면서 태주는 뒤에 있는 장호안에게 손짓을 한다.


장호안은 가슴에 품은 전낭에서 적지 않은 은자를 꺼내어 소패협이라 불리우는 척 봐도 이름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건달에게 건네어준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어르신. 살펴가십시오.”


은자를 손에 쥔 녀석은 뒤돌아 두 떨거지놈들과 함께 골목 안으로 이내 사라진다.


“아버님, 저 건달 놈들은 누구입니까?”


태환의 질문에 태주는 안보이게 한숨을 쉬고 답한다.


“큰 장사를 하다보면 귀찮은 무리들이 꼬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 필요한 것이니 지역경제 환원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알고 있도록 하여라.”

“네, 알겠습니다.”


그 후로 황금루로 가는 한 식경동안 길거리에 서있던 거지, 건달, 왈패한테 은자를 뿌리며 드디어 식당에 도착하였다.


말만 지역경제 환원이지 거지한테 준 돈 약간을 제외한 태반은 왈패, 건달한테 간 듯 하다.


‘이거 내가 그동안 동이한테 들은 얘기랑은 다르구나. 장사를 함에 있어 뒷배를 봐주는 이와 이익을 가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나 이건 거의 갈취 수준이 아닌가. 또 저잣거리 시정잡배한테까지 이렇다면 그 위로는 안 봐도 말해 무엇하랴.’


황금루의 귀빈실에서 한창 즐겁게 식사를 하던 중 궁금증을 참지 못한 태환이 다시 이야기를 꺼낸다.


“아버님, 소자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연신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 서태주가 반기며 답한다.


“어, 그래, 말해 보거라.”

“아까 황금루로 오는 길에 보아하니 저잣거리 시정잡배 놈들이 우리 서가장을 황금알 낳는 거위 취급을 합니다. 이게 대관절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내 당장 그 놈들의 목을 비틀어도 시원치 않을 듯 한데. 일단 연유라도 알고 개를 잡아야 할 듯 싶어서 여쭈옵니다.”


순식간에 서태림, 서태주, 남궁휘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오늘 같이 좋은 날에 이런 말을 하기가 참 조심스럽구나.”

“소자, 그동안 흘려보낸 시간이 아깝습니다. 소상히 얘기를 해주시면 할 수 있는 건 하고 못 할 것 같은 건 지혜를 짜내어 보겠습니다.”

“너도 알다시피 이 애비가 부족하여 무예에 조예가 깊지가 않다. 우리가 무인집안도 아니고 니 외가인 남궁세가도 현재로는 이름 높은 고수가 없는 형편이고 그나마 호위무사를 지원받기는 하는데 오늘은 그 마저도 본가로 돌아가 있고..”


들어보니 뾰족한 방법이 없는 일이긴 하다.


조부 서태림은 장사로 약간의 금전을 모아 가업을 시작하여 젊어서는 가세를 일으키는데 온 힘을 쏟아 무라고는 닦아 본 일이 전무하고 아버지 서태주는 조부의 금전으로 남궁세가에 유학을 하였으나 하라는 무예는 익히지 않고 가주의 딸이랑 연예나 하였으니... 물론 그게 전화위복은 되었다.


어머니 남궁휘도 타고난 무재가 아니어서 한때 아미파의 고수를 초빙하여 무예를 배운 일이 있었으나 이도 하급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허나 지금 사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으니 저런 잔돈 푼 쯤이야 지역경제 환원이라 생각하여라. 걱정하지 말고 이 아비를 믿거라.”


호기롭게 말하며 가슴을 두드리는 서태주를 보고 태환은 입을 닫았다.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황금루를 나서는 참에 기다리고 있었던 듯 저만치서 아까의 그 소패협이란 놈이 어슬렁거리며 다시 걸어온다.


“아이고, 어르신, 어리석은 제가 그만 베푸신 은자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려. 허허. 동생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는데 어째야 좋을 갑쇼”


하며 느믈거리는 웃음과 함께 서태주의 말 앞을 막아선다.


서태주가 뒤에 장호안을 부르려는 찰나 태환이 놈의 앞에 나선다.


“꺼져라. 이 개 잡놈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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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5화. 흑룡채(黑龍寨)(5) 21.01.30 766 9 12쪽
14 5화. 흑룡채(黑龍寨)(4) 21.01.29 821 11 11쪽
13 5화. 흑룡채(黑龍寨)(3) 21.01.28 871 11 11쪽
12 5화. 흑룡채(黑龍寨)(2) 21.01.27 898 13 12쪽
11 5화. 흑룡채(黑龍寨)(1) 21.01.26 956 14 12쪽
10 4화. 검은 달(黑月)(5) 21.01.25 1,032 16 12쪽
9 4화. 검은 달(黑月)(4) 21.01.24 1,032 17 11쪽
8 4화. 검은 달(黑月)(3) 21.01.23 1,087 19 12쪽
7 4화. 검은 달(黑月)(2) 21.01.22 1,185 19 12쪽
6 4화. 검은 달(黑月)(1) 21.01.21 1,332 18 12쪽
5 3화. 개사냥(3) 21.01.20 1,356 24 12쪽
4 3화. 개사냥(2) 21.01.19 1,411 22 12쪽
3 3화. 개사냥(1) 21.01.18 1,540 25 12쪽
» 2화. 다시 태어나다. +2 21.01.18 1,759 28 12쪽
1 1화. 다시 죽다. +3 21.01.18 2,095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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