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털보글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반선(回歸半仙)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국룡
작품등록일 :
2021.01.18 09:52
최근연재일 :
2021.01.30 1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0,234
추천수 :
471
글자수 :
79,744

작성
21.01.27 11:00
조회
898
추천
13
글자
12쪽

5화. 흑룡채(黑龍寨)(2)

DUMMY

-회귀반선(回歸半仙)


5화. 흑룡채(黑龍寨)(2)




남궁연과 남궁세가 상급 무사들 18명.

서태주와 서가 저택의 빈객 5명, 흑룡채의 행패에 분분히 일어난 청양의 협객 25명.


총 50명이 말을 타고 관도를 따라 대부산에 도착한 시각은 축시(새벽 2시경)였다.


좌측으로는 넓은 대나무 밭 뒤로 쌍봉호(双峰湖)가 있고 우측에는 대부산(大夫山)이 있다. 호수와 산 한가운데 관도가 남북으로 뻗어있다.


관도를 바라보며 남궁연이 말한다.


“저희가 바라보는 방향이 북쪽입니다. 남쪽 관도 한가운데 진을 치고 적을 기다릴 것입니다.”

“우리 여기 있으니 자신있으면 덤벼봐라. 이건가? 마음에 드는군. 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와 외관으로만 봐도 터질듯한 근육을 자랑하는 청양의 협객 대홍부(大紅斧) 모용방이 패기롭게 일갈한다.


“적들은 우리 숫자의 배가 넘을 텐데 정면으로 부딪친단 말이오? 남궁세가 무사들의 무용을 무시하는 바는 아니지만 무모하진 않을런지..”


전략적 의문을 제시한 남자는 벌써 일 년째 서가장에 신세지고 있는 빈객 사각건 제갈선사 였다.


남궁연이 좌중에 포권하며 말한다.


“오늘 위험하고도 어려운 자리에 걸음하신 협객분 들에게 감사인사를 먼저 올립니다. 우선은 저희 남궁세가가 앞에서 적의 일진을 막을 것이오니 혹 진 깊숙이까지 적이 들어온다면 대인들은 그 쪽을 상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나 감히 확언컨대 여기까지 닿을 수 있는 수적은 없을 것입니다. 요 이틀간 저들을 막을 수 있는 방도를 강구해 놓았습니다.”


확신에 찬 남궁연의 목소리에 좌중은 침묵한다.


“나 서가장주 서태주가 보증할 것이니 여러 대인들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며 또한 본 작전의 지휘관 남궁연 대협의 지시를 잘 따라 줄 것을 약조해 주십시오.”


그 소리에 모두 순순히 진을 칠 준비를 한다.


근처의 대나무밭에서 대나무를 베어다 한쪽을 뾰족하게 깍아 방책을 만들고 그 뒤에 화톳불을 피운 후 대나무방패를 급조하여 방책에 기대어 놓는다.


“허허, 이런 너른 들판 한가운데 진을 치고 밤에 불까지 지피는 것도 진귀한 경험이군 그래. 병법을 아는 자라면 함정을 의심할 테고 병법을 모르는 자라면 당장에 전원이 목을 치려 달려들 테니 바로 총력전이 되겠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사각건 제갈선사 의 소리에 좌중이 약간 동요하는 듯 하였지만 남궁연과 무사들의 한치 미동도 없는 굳건함에 이내 평정을 되찾는다.


“이보게, 연. 정말 계책이 있는게 맞는게지?”


서태주의 조용한 물음에 남궁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형님, 저를 믿으십시오.”

“그런데 우리 태환이는 어딜 간 것인가?”

“곧 합류할 것입니다.”

“음..”


더 묻지 않고 서태주는 수염을 쓸어내리며 오랜만에 입은 무복이 어색한지 연신 몸을 들썩이고 있다.


“놈들이 언제쯤 올까?”

“척후를 붙여 놓았으니 곧 기별이 올겁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서태주가 뒤의 천막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초조함을 달래려는 듯 검을 꺼내 든다.


다른 협객들도 각자 바닥에 앉아 자신들의 병장기를 손질하고 있다.


남궁연이 남궁세가 무사들에게 지시한다.


“가서 장문인들이 설치한 진식을 점검하고 대기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공자님.”


무사들은 경공을 써서 신속하게 사방으로 흩어진다.


새삼 명문세가 무사들의 무용에 감탄한 협객들은 묵묵히 고개를 돌려 오늘 모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등을 지켜줄만한 작자들인지 둘러본다.


“대협은 먹물깨나 자신 양반 같소만?”


늘 술에 절어 코가 빨간 적비(赤鼻)란 별호를 가지고 있는 초라한 행색의 유유휘가 들고 있던 옥으로 된 술병을 한모금 마시고 제갈선사에게 묻는다.


“제갈세가에서 내놓은 자식이라 본명도 숨기고 이리 유유자적 유람이나 하고 있소. 서태주 가주의 후함에 기대어 무위도식하고 있는 자외다. 은혜를 갚을 기회가 되어 이리 나오게 되었소.”

“본인은 무림 말석에 근근이 이름 석자 올리고 있는 대홍부 모용방이라 하오.”


별호에 걸맞게 거대한 붉은 도끼를 들고 있는 자가 둘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건넨다.


“보아하니 다들 서가에 한 신세지고 있는 낯이 익은 자들 이구만. 하하. 여기서 죽더라도 은혜는 갚고 죽는 것이니 사내로서 무엇이 부끄러우랴.”


유유휘는 파안대소를 한 뒤 술병을 모용방에게 건넨다. 모용방이 한모금 마신 다음 제갈선사에게 건네지만 선사는 손을 들어 사양한다. 그 모습에 모용방은 다시 한모금 더 마신 뒤 유유휘에게 병을 돌려준다.


“야, 이거 금존청 아니오. 행색보단 자시고 계신 술이 어째 더 고급지오.”


모용방의 농에 유유휘는 선답을 한다.


“수적 떼가 힘을 주체를 못하고 날뛰어 이리 영웅들을 한자리에 모아주니 비록 초라한 힘이라도 보태지 않고 어찌 사내라 하겠소. 고대의 도원결의는 안 될지라도 이리 모인 것도 인연이니 서로 등을 잘 지켜줍시다.”


모용방은 유유휘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제갈선사도 자신의 애병기인 연검을 꺼내어 들고 각오를 다진다.


“그건 또 보기 힘든 물건이외다. 무공에도 도통하신 거 같구려.”


슬쩍 미소를 흘리며 부정하진 않는 제갈선사를 보며 유유휘도 웃음을 짓는다.


‘서태주의 인망이 제법인가 보구만. 고수들이 목숨을 거는 걸 보니..’


속으로 생각한 유유휘가 다른 빈객들을 쳐다 보다 자리에 앉는다.


‘사각건, 대홍부 말고 나머지는 고만고만하구만.’


자리에 앉은 유유휘가 주위 풍경을 쓱 둘러보고 여유를 부려 본다.


“여름이다 보니 밤바람이 시원하구나. 죽기도 딱 좋은 날이다. 시조가 절로 나오는구나.”


청풍만월하 淸風滿月下 (부드러운 바람, 보름달 아래)

영웅지대사 英雄之代死 (영웅들이 죽음을 기다리니)

불역부풍류 不易不風流 (이 또한 풍류가 아니겠는가)


제갈선사가 되받아 친다.


“사(死)를 승(勝)으로 바꾸겠소. 영웅들이 모여 각오를 다졌으니 승리밖에 남은 게 더 있겠소.”

“옳은 말씀이오. 허허.”


그 때 남궁연의 한마디에 얼음장이 깔리듯이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흑룡채가 움직였다고 합니다.”


그의 곁에는 언제 왔는지 기척도 없이 남궁세가 무사 하나가 서 있다.


“벌써 반시진이 지났으니 곧 저 앞에 모습을 드러내겠군요.”


남궁연이 무심히 내뱉은 뒤 품에서 호각을 꺼내어 분다.


멀리 여기저기서 호각소리가 되돌아오고 진식을 살피러 갔던 무사들 중 한명이 곧 되돌아 왔다.


“이상 없습니다.”

“좋아. 자리로 가서 발동준비를 하라.”


척후인 듯한 무사와 진식의 이상유무를 보고했던 무사 둘이 사라지고 나서 남궁연은 좌중을 돌아보고 말했다.


“대적 준비를 해주십시오.”


협객들은 일사분란하게 대나무 방책 뒤로 이동후 방패를 손에 쥐고 긴장되는 몸짓으로 앞을 살폈다.


“형님, 혹시 모르니 주위를 잘 살피시고 보중하십시오.”

“내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으니 걱정말고 대사를 치르게나.”


손짓을 하며 말한 뒤 서태주도 비단 영웅건을 머리에 두르며 각오를 다진다.


포권을 한 남궁연이 남은 무사들을 이끌고 방책을 넘어간다.


과연 오래지 않아 멀리서 우레같은 말발굽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관도 저 편으로 횃불무리가 일렁이는 것이 보인다.


만월 아래 선두의 말과 신형이 보이기 시작하자 협객들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기마가 오십 보병이 족히 백 명 넘게 되어 보이는 무리이다.


흑룡채의 선두진도 이 쪽을 확인했는지 말에 가속을 더한다.


멀리로 적의 선두 일진이 얼굴까지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접근하자 모용방이 긴장을 감추려는 듯 혼잣말을 한다.


“이거 사타구니가 근질거리는구나. 언제까지 대기해야 하는 건지.”


기다림에 초조해진 방책 뒤의 협객들의 몸이 일어날 듯 말 듯 들썩들썩 할 때 긴 호각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파열음이 산을 울린다.


-쾅. 우르르릉.


대부산 산자락과 협곡에 장치해 놓은 폭뢰들이 연달아 터지고 돌무더기가 쏟아져 내리며 흙먼지가 자욱이 일어난다.


-끼이익. 퓨퓨퓩.


관로 옆 흙더미와 관목들에 숨겨져 있던 기관진식이 작동하는 소리도 어둠 속에 소름끼치게 들려온다.


산에서 굴러내린 돌들과 기계에서 발사된 날카로운 꼬챙이들이 흑룡채 선두진 바로 뒤의 무리들에게 쏟아졌다.


불과 하루 이틀 사이에 설치된 진식의 규모가 예상외로 크자 제갈선사는 남궁세가의 진식에 대한 조예에 신음소리만으로 그 소감을 표현하였다.


멀리 보이는 흑룡채의 선두 20명 가량의 인마는 자신들의 뒤에서 벌어진 일에 우왕좌왕 하면서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이쪽의 움직임이 없자 다시 돌 무더기를 헤치고 뒤의 무리 쪽으로 돌아갔다.


“그다지 사상자는 많지 않은 거 같습니다. 그려.”


방책 너머로 저 쪽을 살피던 유유희가 제갈선사에게 혼잣말을 하듯이 의견을 묻는다.


제갈선사 또한 눈빛을 빛내며 관도 저 편을 살피다 고개를 끄덕인다.


“급조한 진식 치고는 규모가 컸으나 역시 시간이 부족했던지 아니라면 살상까진 바라지 않는다는 함의가 보이오. 발사된 예기들도 모두 급소를 피해 하반신 쪽으로 조준되어 있고 돌무더기도 진로만 방해하는 수준이요. 하지만 예상대로 흑룡채는 역시 수적떼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소. 그저 불을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 수준이구만. 그리고 한번 당하니 꼬리를 마는 개 꼴이고.”


어수선한 관도 저 편에서는 이제 부상자나 사망자를 정리하는 듯 한 움직임이 보이고 공격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 때 돌연 방책 앞쪽에서 약간의 소란이 인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가 남궁세가 무사 하나를 뒤에서 붙잡고 목에 단검을 들이대면서 오는 게 보였다.


유유휘가 그 광경을 보고 휘파람을 불며 말한다.


“남궁세가 무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걸 보아하니 보통 사람이 아니구먼. 흑룡채의 고수인가?”


인질을 붙잡은 이가 서서히 다가와 남궁연에게 으르렁 거리듯이 묻는다.


“서태환은 어디 있나?”


남궁연이 손을 들고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진정하십시오. 흑월 대협이 맞으시지요? 본인은 서태환의 외숙부되는 남궁연이라고 합니다. 환이에게 얘기를 다 들었습니다. 아, 저는 서태환을 환이라고 부릅니다. 환이는 조금 있다 합류할 겁니다.”

“본인은 서태환의 아비되는 서태주입니다. 남궁연은 제 처의 오라비 이고요. 믿으셔도 됩니다.”


어느새 방책 뒤에서 길게 허리를 빼고 있던 서태주가 외친다.


“닮긴 닮았군. 흥.”


흑월이 맘에 안 든다는 듯 내뱉으며 인질로 잡고 있던 무사를 앞으로 밀었다.


무사는 목을 쓰다듬으며 남궁연의 옆으로 와 귓속말로 무언갈 속삭인다.


“흑월 대협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흑룡채의 척후들을 다 해치워 주셨다고요?”


포권을 한 채 말하는 남궁연을 본채 만 채 하면서 방책 근처로 간 흑월이 서태주를 살핀다.


“서태환이 아버지를 닮아 인물이 고운 거였군.”


갑작스런 천하 오대자객 흑월의 칭찬에 괜시리 머쓱해진 서태주가 포권을 한다.


“이거 정식으로 인사를 다시 드려야 겠군요. 제가 청양 서가장의 가주 서태주입니다.”

“서태환에게 이번에 큰 신세를 진 흑월이올시다. 뭐 다른 설명은 구구절절이 안 드리겠습니다.”


“저희 아들 놈이 실례가 아니라 신세를 지게 했다고요? 요즘 아들 녀석이 저를 놀라게 할 일만 하긴 하지만 이거 또 놀랄 노자군요.”


“아버지는 아직도 본 소자를 의심하십니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 쪽을 향했다.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반선(回歸半仙)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5화. 흑룡채(黑龍寨)(5) 21.01.30 767 9 12쪽
14 5화. 흑룡채(黑龍寨)(4) 21.01.29 822 11 11쪽
13 5화. 흑룡채(黑龍寨)(3) 21.01.28 873 11 11쪽
» 5화. 흑룡채(黑龍寨)(2) 21.01.27 899 13 12쪽
11 5화. 흑룡채(黑龍寨)(1) 21.01.26 957 14 12쪽
10 4화. 검은 달(黑月)(5) 21.01.25 1,032 16 12쪽
9 4화. 검은 달(黑月)(4) 21.01.24 1,032 17 11쪽
8 4화. 검은 달(黑月)(3) 21.01.23 1,089 19 12쪽
7 4화. 검은 달(黑月)(2) 21.01.22 1,185 19 12쪽
6 4화. 검은 달(黑月)(1) 21.01.21 1,332 18 12쪽
5 3화. 개사냥(3) 21.01.20 1,358 24 12쪽
4 3화. 개사냥(2) 21.01.19 1,415 22 12쪽
3 3화. 개사냥(1) 21.01.18 1,541 25 12쪽
2 2화. 다시 태어나다. +2 21.01.18 1,760 28 12쪽
1 1화. 다시 죽다. +3 21.01.18 2,099 3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