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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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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259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5.16 08:27
조회
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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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
12쪽

작가의 권한(4)

DUMMY

“살려달라고?”


흑철광보다 단단한 이강한의 눈빛이 예민아한테 콱, 박혔다.

겁에 질려 옷자락을 잡아끄는 그녀의 작달막한 손조차 그는 치워버렸다.


“나한테 목숨을 구걸한다고 해서 살 수 있을 것 같나? 웃기지마.”


나지막하지만 날선 말투로 이강한이 쏘아붙였다.


“네 목숨은 네 꺼다.”


더없이 차가웠다.

무서웠다.

수백 마리는 넘어 보이는 저 녹색 괴물들보다 눈앞의 이강한이 훨씬 더.


“나는 나를 지킬 뿐이야. 너도 그래야 한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뼈마디까지 저려 와서 예민아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가 온몸으로 뿜어내는 기세에 짓눌려 고갤 주억거릴 뿐.


“네가 의지할 수 있는 건, 너 자신이야. 내가 아니라고. 알겠어?”






“······나, 나도요, 다 알거든요. 믿을 건 나밖에 없다는 거, 알고 있다고요.”


무엇이 그리 억울했던지, 방금 만해도 병든 닭같이 굴던 예민아가 투정을 부렸다.

여리고 가느다란 목에 굵다란 핏대가 섰다.


어째 다소곳하다 했다.

뭐, 우는 것보다야 저게 더 낫지 싶어 화를 내진 않았다. 미간을 찌푸리긴 했지만.


“아무튼 다시는 내 뒤에 숨지 마라. 난 네 방패가 아냐.”

“숨은 거 아니거든요. 숨을 고른 거라고요! 저것들을 어떻게 조질까, 작전을 짜고 있었다고요.”

“······아.”


새하얗게 질려있는 주제에 말은.

지기 싫어하는 성질 탓이려니.


“알겠어. 알겠으니까 이거나 놓지?”

“뭐를요!”

“내 옷.”


텔레포트 한 후부터 예민아는 좀처럼 내 옷자락을 놓지 못했다.

튜토리얼에서는 사람을 그리 쉽게 죽이더니 센 척했을 뿐인 건가?

······살아남으려고?

하기야 스무 살짜리 여자애가 <멸‧개‧법>의 지옥에서 생존하려면 미친년처럼 구는 게 최선이긴 하다.

딴에는 나름 영리하게 행동한 셈.


“내 말 못 들었어? 이거 놓으라고. 그걸 계속 쥐고 있으니까 아무것도 못하잖아.”


나를 꼭 붙든 손을 턱으로 가리켰다.

자신의 두 손이 내 옷자락을 간절히 움켜쥔 걸 본 예민아가 화들짝 놀랐다.

몇 번을 치웠는데도 지겹게 들러붙던 그녀가 비로소 떨어졌다.


“이건요, 내가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고요.”

“······됐어.”


빤한 거짓말을 싹둑 자르며 일어섰다.

적의 수가 만만치 않았다.

전장을 밝히기 위해 치켜세운 횃불만 해도 육십 개는 넘으니 최소 이백 명 이상인가?

이 정도 규모의 고블린 부대가 포탈지기의 뱃속에 터를 잡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냄새······. 오물 썩어가는 하수구의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포탈지기 뱃속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가 그리 멀지 않았다.


“운 좋게 지름길을 찾은 건가? 3시간 안에 히든 퀘스트를 깨고 밖으로 나갈 수 있겠어.”


포탈지기 뱃속에서 1시간은 바깥 시간의 1일.

바깥 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포탈지기 뱃속을 통과하려면 평균 7일이 소요된다.

7일 정도 걸릴 걸 3일로 줄인 거니, 이 상황이 내겐 도리어 이익이다.

저들과의 대결에 앞서 뭉친 근육을 풀었다.


왼쪽 팔뚝에 대장 고블린이 쏜 화살이 박혀 있으나 굳이 뽑진 않았다.

화살에 맞기 전부터 알았다. 독화살이란 걸.

송장유혈목이의 독하고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독이란 것도.

화살촉에 바른 독이라서 그 양이 적을 뿐이지 약효는 상당했다.


<독이 온몸으로 퍼집니다. 생명력 초당 회복률이 급격히 향상됩니다.>


“뼈창!”


허공이 멍든 것처럼 까맣게 물들었다.

죽은 자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고 죽순 모양의 뼈가 공기를 찢으며 돋아났다.

이전과 다른 건 소환된 뼈창의 수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


솟구치는 뼈창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두 팔이 벌벌 떨렸다.

가중되는 뼈창의 무게가 상당했다.


스킬에도 무게가 있다니.

소환수나 소환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생명력뿐 아니라 근력에도 코인을 투자해야한다는 건가?

이런 설정을 한 적이 없는데······.


“쳇.”


헛웃음이 나왔다.

설정을 안 한 게 아니라 설정해둔 걸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더 옳을 거였다.

글 쓴 놈이 그런 것도 까먹냐고 타박할지 모르나 작가라고 해서 자기 작품을 다 아는 건 아니다.


소설 쓴 놈이 모르면 누가 아냐고?

글쎄.


소설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아무리 작가라도, 전지전능한 신처럼은 될 수 없다는 거다.

모든 걸 다 기억하지 못할뿐더러 하다못해 이야기조차 내 맘대로 진행하지 못한다.

특이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작가의 의도와 계산을 배반하며 제멋대로 성장하려 드는 작중 인물도 그렇고.

이야기도 독자의 기대와 지적에 따라 항시 비틀리기 마련 아닌가?


<생명력 40을 소모하여 뼈창 Lv.1을 동시다발로 사용하였습니다.>

<전체 생명력 47에서 40이 차감되었습니다. 남은 생명력은 7입니다.>

<더는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경고 메시지가 떴으나 개의치 않았다.


“예민아!”

“예?”

“내 팔에 박힌 화살의 깃을 봐! 이 깃을 가진 화살을 찾아서 가져와, 어서!”


독화살을 찾아오라 그녀에게 명한 후 뼈창 4발을 한꺼번에 날렸다.

자비를 모르는 창끝은 적의 방패 벽을 대번에 꿰뚫어 버렸다.


<고블린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3코인을 지급합니다.>

<고블린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3코인을 지급합니다.>

<고블린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3코인을 지급합니다.>

<고블린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3코인을 지급합니다.>


― 크하핫! 저 인간 놈이 발악을 하는구나. 허나! 고작 그 정도로 내 군대의 방패 벽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대장 고블린이 우뚝 서서 소리쳤다.


― 네놈의 팔에 내 독화살이 박혔어. 그게 뭔 뜻이냐! 곧 뒈진다, 이 말이다.


나를 비웃듯이, 곳곳에서 음산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 천년 묵은 미늘뱀께서 하사하신 독으로 죽는 것이니 자랑스럽게 여겨라. 이제 곧 너는 녹아내릴 것이며 미늘뱀께서 부리시는 슬라임이 될 것이다. 내 너를 친히 그분께 바쳐 미늘뱀의 영광을 찬양하리라.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이 뻐기는 그가 장황하기 짝이 없는 연설을 늘어놓자 고블린들이 환호했다.


― 끼아! 끼아끼아!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왼 팔뚝에 박힌 독화살을 바라봤다.

······어쩐지.

하급 마물한테서는 보기 힘든 독이다 싶더니, 그렇단 말이지.


“생명력 확인.”


<생명력 33/57>

<생명력 40/57>

<생명력 45/57>


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방금 만해도 7에 불과했던 생명력이 45까지 순식간에 차올랐다.

일시적인 효과이긴 했으나 이 정도면 사제나 성기사가 뿌려주는 버프보다 훨씬 뛰어나다.


“좋은 독만 구하면 스킬을 무한대로도 쓸 수 있겠어.”


스킬을 연달아 쓰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나 시험 삼아 생명력을 쥐어짜 보기로 했다.


“시체 연쇄 폭발.”


쾅! 쾅쾅쾅!


뼈창에 뚫려 죽은 고블린 시체가 폭발하며 다수의 사상자를 냈다.

시체 폭발 후 뼈창을 쏟아부으려 하였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시체 연쇄 폭발.”


시체가 폭발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시체가 생겼고, 폭발하고, 죽고, 또 폭발.

고블린의 내장과 팔다리가 사방으로 날릴 정도로 생지옥이 펼쳐졌다.

수십 명의 수하가 녹아내리는 걸 보며 대장 고블린은 그야말로 돌처럼 굳어버렸다.


― 이럴 수가!


겨우 몇 분 지났는데, 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방패 벽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선봉에서 나를 막아섰던 고블린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대장 고블린이 호통 쳤다.


― 어떤 새끼야! 지 혼자 살겠다고 대열에서 이탈하다니, 물러서지 마라! 물러선다면, 내 직접 그놈의 목을 치겠다.

― 대장님! 저놈 너무 센데요? 이러다 다 죽습니다. 뒤로 물리시죠. 참호에 숨어서······.

― 멍청한 놈! 내 사전에 후퇴란 없다! 저놈은 반드시 죽는다. 미늘뱀께서 하사하신 독을 맞고 산 놈은 없어!

― 하, 하지만 대장! 독화살 말입니다. 만든 지 오래돼서 독빨이 약해졌을 겁니다. 보세요, 독이 전혀 통하질 않고 있어요.

― 이놈!


그에게 조언하던 고블린의 목이 뎅강 잘렸다.

하지만 싸울 것을 독려하는 그마저 사실은 뒷걸음질 치는 중이었다.

대장 고블린을 노려보며 나는 예민아가 건넨 두 발의 화살을 지체없이 허벅지에 꽂았다.


“윽!”


어마어마한 강도의 독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모세혈관까지 급격히 팽창하며 타는 듯한 열감이 온몸을 달구었다.

쿵쿵쿵쿵, 심장이 달음박질쳤다.

승리의 여신을 찬양하는 북소리처럼 전신이 떨렸으며 뇌는 수십 그람의 엔돌핀을 마구 분사했다.


이런 비유를 써도 될지 모르겠으나 그래······, 온몸이 발기했다.

피를 갈구하며 나는 한발, 한발, 나아갔다.


― 저, 저 괴물새끼! 뭣해! 쏴! 화살을 쏘라고!


다급해진 대장 고블린이 공격을 명했으나 늦었다.

패배를 직감한 궁수들은 화살을 대충 쏘아버린 후 제일 먼저 달아났다.


<고블린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3코인을 지급합니다.>

<고블린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3코인을 지급합니다.>

<고블린을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3코인을 지급합니다.>


그러나 전투의 향배는 항상 변화무쌍한 법.

괴멸 직전까지 적을 몰아세웠다 해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적보다 무서운 건 없으니, 지금이 딱 그랬다.

마지막 방어선이라 할 만한 참호마저 허망하게 뚫리자 그들의 눈빛이 의미심장해졌다.


― 끼아! 끼아끼아!


수하의 피를 뒤집어쓴 대장 고블린이 쌍검을 뽑아들었다.


― 우리는 위대한 골고딘의 후예다. 그분의 외뿔을 물려받은 나, 골골!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


악에 받친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 오냐, 너만한 적이라면 패배조차 명예로울 터! 나의 자랑스런 일족이여! 반드시 기록하라. 나, 골골! 수천의 적과 맞서 혈혈단신으로 싸우다 장렬히 죽었노라!


대장 고블린이 앞으로 나서자 나머지 고블린들이 길을 텄다.

착착, 무릎 꿇으며 예를 다하는 그들의 의식은 나름 장엄했다.


“······.”


전투가 소강된 틈을 타 나도 숨을 몰아쉬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전투를 벌인지 두어 시간 만에 꽤 수가 줄어들었다.

다해서 칠십 마리 정도 남은 건가?

사지가 멀쩡한 놈들은 대충 오십?


“상태 창.”


내 상태도 확인했다.

아까에 비해 생명력 회복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독이 오래되었다는 소릴 들은 것 같은데 그게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흠.”


정체불명의 지도 아이템을 구하려고 포탈지기의 뱃속으로 들어온 지도 3시간째.

바깥의 시간으로는 정확히 72시간이 지난 시점.

이젠 다른 방법으로 적을 굴복시킬 타이밍이 왔다.

생명력 40을 태우려는 참이었다.


“아저씨, 비켜줄래요?”


예민아가 어깨를 밀치며 앞으로 나섰다.


“저거, 내가 죽일게요.”

“어?”

“저 새끼가 나, 뒤치기 한 놈 맞죠? 내가요, 제일 싫어하는 게 뒤치기거든요.”


예민아가 희번덕거렸다.

새까맣던 동공이 탈색되어 점점 옅어지더니 어느새 흰자위보다 더 하얀빛을 뿜어냈다.

양손에서 파박, 정전기가 튀었다.


“뇌구?“


정전기 다발로 된 구체가 긴다리거미처럼 꿈틀거렸으며 그럴 때마다 허공에서 불꽃이 튀었다.


“뭐하게?”

“힘 좀 쓰려고요.”

“저 녀석하고 싸우겠다고?”

“이참에 아저씨는 좀 쉬세요.”


확실히 맹랑했다, 예민아는.

특유의 빌런 기질에, 웹소설로 따지면 전형적인 발암캐.

독자 이탈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강제 하차당하는 비련의 히로인 같달까?


<멸‧개‧법>에도 여럿 있었다. 이한별, 이민희······.

예민아처럼 뜬금없이 등장해서 주인공 일행에 합류하고 시건방지게 굴다가 죽거나 떠나거나.


“예민아.”

“네?”

“싸우고 싶다면 싸워, 대신 이기든 지든, 살든 죽든 상관하지 않을 거다. 네가 선택했으니 책임도 네가 진다. 그래도 할 거냐?”

“나도요, 아저씨. 나 하나쯤은 지킬 수 있거든요. 보여줄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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