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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338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5.10 10:07
조회
5,365
추천
98
글자
9쪽

2회차 시작(2)

DUMMY

기어이 세계는 멸망했다.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당면한 현실이 참혹할수록 더욱 그렇다.


― 야, 너희들! 진짜 이럴래? 튜토리얼 시작한 지 3분이나 지났어! 근데 한 놈도 안 죽었어. 이게 말이 되니? 인생 열라 편하지? 하여튼, 인간 새끼들은 말로는 안 돼요. 그치, 골고?


크아.


― 하, 증말. 네가 크앙크앙 거리면 내가 알아듣니? 왜 하필 나한테 이딴 해골을 줘가지고는!


크아아앙.


― 뭐래는 거야? 에이, 몰라. 내 맘대로 할래. 보자, 어떤 놈을 죽일까? 골고! 어떤 놈이 좋겠어?


골고딘의 어깨에 앉아 하릴없이 꼬리나 돌리는 저 여자는 몽마, 서큐버스.

외양만 그렇고 실제로는 토종 도깨비다.

처음 이름 지었을 땐 ‘아-6969’라 했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이매망량의 줄임말인 망량이라 했다.


― 야, 골고. 쟤들 죽여. 난, 약한 것들은 딱 질색이야.


두려움에 떠는 생존자 몇몇을 그녀가 가리켰다.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골고딘은 송장아귀지렁이를 화살처럼 쏘았다.


쓕, 쓕쑤쓕.


거대 낫도 휘둘렀다.

순식간에 길어진 낫이 허공을 쫘악, 그었다.


“으악!”

“꺄!”

“사, 살려, 억.”


기어이 열 명의 생존자를 죽이고서야 살육이 그쳤다.


― 하, 증말. 그러게 왜 쫄아? 뭐가 무서워서 그러냐고. 난 죽이러 온 게 아냐, 살려주러 온 거지. 아! 골고 땜에 그래? 얘 대가리가 해골이라서? 걍, 대머리라고 생각해. 얼마나 귀엽니?


실없이 조잘거리던 망량이의 표정이 일순간 확, 일그러졌다.


― 어쭈, 표정들이 왜 그래? 왜? 꼬리 달린 년 첨 봐? 나 폭주할거야!


망량이가 성내자 골고딘이 펄쩍 뛰어올랐다.

아파트 5층 높이만큼 솟구쳤다가 착지하며 거대 낫을 휘두르는 모습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쿵! 쿵!


잔해 섞인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놈을 뒤덮은 송장아귀지렁이들이 가시 돋듯 펼쳐졌고 일부는 바닥에 떨어져 생존자를 공격했다.


“으악!”

“꺄악! 떨어져! 떨어지라고!”

“컥.”


골고딘의 무차별 공격이 멈춘 건 생존자 중 한 명을, 누군가가 칼로 찌른 직후였다.


― 오, 드디어 한 놈 죽였네? 그래, 그거야! 서로 죽이라고. 살아남아야 하는데 뭘 눈치 보니?


골고딘의 어깨에 올라탄 망량이가 그네 타는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 건데, 이제 칼 19자루 남았다?


저 말이 신호탄 되어 진짜 지옥이 펼쳐졌다.

지면에 박힌 칼을 먼저 차지하려는 생존자들의 몸싸움은 이윽고 집단 폭행과 살인으로 이어졌다.

생존하라는 지상명령 앞에서 인간의 윤리 따위는 허약한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현재 생존자 수: 71명.>

<남은 시간: 23분.>


― 와, 진작 이럴 것이지. 여태는 어떻게 참았어? 재밌지? 더해! 더 해보라고! 아직 20명은 더 죽어야 해.


망량이가 깔깔깔, 웃어댔다.


“하, 저 자식. 지난 생에서도 저러더니······.”


하차시켜 버릴 수도 없고 발암이네.

하지만 어쩌겠나?

이제 와 후회해본들 <멸‧개‧법>을 수정할 수 없고.


처음 소설을 썼을 때만 해도 망량이는 2D 이미지에 시스템 메시지를 전하는 대리인에 불과했다.

지나치게 기계적이어서 몰입을 깬다는 독자의 댓글 때문에 캐릭터를 수정했는데, 저리 돼버렸다.


그래도 책임은 져야겠지.

저 녀석을 삭제하진 못해도 나만의 호구로 만들어줄 순 있다.


“개진산, 언제까지 떨기만 할 거냐?”


정신 좀 차리라는 의미로, 멱살을 움켜쥐자 새하얗게 질린 그가 컥컥거리며 항변했다.


“나, 나더러 어쩌라고.”

“이거 들고 죽어라고 날 따라와.”

“그게 뭔데?”

“소금물.”


제일 작은 가방을 열어 소금물 담긴 비닐봉지를 꺼냈다.

개진산의 이마를 냅다 때려 봉지를 터트렸다.

유인나한테도 똑같이 해줬다.

소금물에 그들이 흠뻑 젖은 걸 확인한 후에는 날 적셨다.


“가, 강한 씨.”


겁에 질린 유인나가 바들바들 떨었다.

당연한 거다.

소금물과 식칼.

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로 싸우려는 내가 그녀에게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일 테지.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죠?”


유인나가 간신히 고갤 끄덕였다.

뭐, 저만하면 됐다.


지금이야 유약해 보이지만 실은 나보다도 더 강인한 여자.

1만의 각성자를 일시에 치유하는 경지까지 성장할 대사제의 재목, 아니던가.

자신의 목숨이 수만의 목숨과 맞먹는다는 걸, 그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할 거다.


“개진산, 뒤만 쫓으세요. 일단은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녀의 어깰 토닥이는 내게 개진산이 물었다.


“······너, 대체 어쩌려는 거냐? 계획이 뭐냐고?”

“계획? 네가 그런 걸 물을 때도 있구나. 평생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놈이.”

“야!”

“별거 아냐.”


나는 골고딘을 가리켰다.


“저걸 친다.”

“저거? 해골바가지! 미쳤냐? 낫질 한 번으로 사람 열을 죽였어. 무슨 수로 저 괴물을! 자살 행위야!”


새파랗게 질린 개진산이 간절하게 무릎까지 꿇으며 날 붙잡았다.


“차라리 사람을 죽이자. 나, 유도 국대 선출이야. 너도 거의 국대였고.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어? 엎어치기 세 방이면 웬만한 것들 대가리는 다 깨져.”

“시키는 대로만 해. 생각하지 말고.”


더는 지체할 수 없다.


“내가 신호하면 소금물을 줘.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딴 짠물로 뭘 하려고! 이게 뭐, 수류탄이라도 되냐?”

“어.”


적어도 저것들한테는 수류탄보다 더할 거다.

지금이야 해골 마인이지만 본래 골고딘은 고블린의 왕. 고블린한텐 소금물이 쥐약이다.

그의 썩은 영혼에서 태어나 문드러진 살점을 뜯어먹으며 성체가 된 송장아귀지렁이도 마찬가지.


왜 그런 거냐고?

그야 <멸망한 세계에서 개꿀 빠는 법>, 이른바 <멸·개·법>을 쓴 내가 그렇게 설정했으니까.


아, 물론 소금물이 약점이라 해도, 그것만으로 골고딘을 제압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골고딘을 감싼 저 송장아귀지렁이 떼는 소금물 폭격에 눈 녹듯 사라질 터.

그들의 떼죽음이 내 연약한 근육에 힘을 불어넣을 것이니······.


식칼로 소금물 봉지를 찔렀다.

짠물이 칼날을 적셨다.

준비를 마친 그때 개진산이 조심스레 물었다.


“나도 소금물 던질까?”

“아니. 너는 전달만 해.”


골고딘과 송장아귀지렁이 떼는 나 혼자 먹는다.


“간다!”


골고딘을 향하여 전력 질주했다.

이 구역의 최상위 포식자답게 그는 내가 달려오는 걸 보고서도 시큰둥했다.

삐뚜름히 기울어져 있던 해골바가지가 반대편으로 툭, 꺾이는 게 다였다.

그의 어깨에 올라탄 망량이도 똑같았다.


― 쟤들 뭐니? 왜 나한테 와? 야, 골고? 저거 나한테 오는 거 맞지?


크아아.


― 아니라고? 하긴 그렇겠지? 쟤들이 나한테 왜 오겠어? 야! 너희들! 저기로 가! 저쪽으로 꺼지라고!


그들이 방심한 지금이야말로 내겐 절호의 기회.

소금물을 내던지며 소리쳤다.


“지금이다, 개진산! 소금물!”


그는 내가 달라는 대로 소금물을 전해줬고 나는 쥐어지는 족족 그것을 골고딘한테 집어 던졌다.


크아아악!


소금물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핏빛의 갑주처럼 골고딘을 뒤덮고 있던 송장아귀지렁이가 달아날 틈도 없이 그대로 녹아버렸다.


<송장아귀지렁이를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1코인을 지급합니다.>

<송장아귀지렁이를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1코인을 지급합니다.>

<송장아귀지렁이를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1코인을 지급합니다.>


미친 듯이 올라가는 보상 메시지.

송장아귀지렁이 떼가 소금물에 폐사하면서 코인이 급격히 쌓였다.


“470코인, 근력 전환.”


<470코인을 근력에 투자합니다.>

<근력이 13에서 60으로 증가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인류 최초로 코인을 사용하였습니다.>

<보상으로 100코인 상당의 ‘근력 10’을 지급합니다.>


근력 수치가 13에서 70으로 급상승했다.

이와 동시에 내 빈약한 상체도 확, 부풀었다.

복근은 잘게 쪼개졌으며 허벅지는 정장 바지를 터트려버릴 정도로 커져서 바위같이 단단해졌다.


근력 70이면 성인 남성의 7배에 달하는 힘과 민첩.

야생 늑대와 거의 맞먹는 수치였다.


“내가 원하는 보상은 아직 멀었어!”


지면을 박찼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탄력이 느껴졌다.

딱 한 번 땅을 내디뎠을 뿐인데 내 몸이 마치 쏜살같이 허공을 찢으며 날았다.


화아악!


골고딘이 바로 앞에 있었다.

뒷걸음질 치는 그의 가슴팍에 식칼을 콱, 찍어 박았다.

때아닌 일격에 골고딘이 울부짖었고 너무 놀란 나머지 망량이가 그것의 어깨에서 굴러떨어졌다.


― 야이, 미친 것아!


하지만 내 눈은 오직 골고딘의 심장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 심장.

저 심장이 바로 내개 노리는 진짜 보상이었다.


“골고딘!”


쾅쾅쾅, 망치질하듯 식칼을 그의 가슴에 박았다.

골고딘의 가슴뼈가 박살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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