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249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5.13 10:45
조회
3,746
추천
73
글자
9쪽

나 혼자 네크로맨서(3)

DUMMY

죽이라는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내 부름에 응답한 골고딘의 온몸에서 푸쉬, 뜨거운 증기가 뿜어져 나왔고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으아악!”

“사, 살려줘!”

“죽기 싫어, 죽기 싫다고!”


낫질 한 번에 네다섯이 넘는 각성자의 목이 떨어졌다.

30톤이 넘는 무게 덕분인지 뛰어올랐다가 착지하는 것만으로도 적을 제압할 정도였다.

수십 명의 소총부대를 압살하는 탱크 한 대, 더도 말고 딱 그런 느낌의 활약이었다.


<하급 각성자를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3코인을 지급합니다.>

<하급 각성자를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3코인을 지급합니다.>

<하급 각성자를 죽였습니다. 보상으로 3코인을 지급합니다.>


적들의 저항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골고딘의 공격이 대포 한 발과 맞먹는 반면 민첩하지 않다는 걸 간파한 이들이 반격을 시도했다.

아무 의미도 없었다. 골고딘이 민첩하게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벽사의 기운을 품은 뇌전 계열의 마법이라면 모를까?

하급 아이템 수준밖에 안 되는 검으로는 제게 흠집조차 낼 수 없다는 걸, 골고딘은 잘 알고 있었다.


“끝났다.”


여긴 더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때마침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세 명의 생존자가 포탈을 타고 ‘이름 모를 안개 지역’으로 순간 이동하였습니다.>

<이제 포탈 이용 가능 인원은 6명입니다.>


<한 명의 생존자가 포탈을 타고 ‘이름 모를 안개 지역’으로 순간 이동하였습니다.>

<이제 포탈 이용 가능 인원은 5명입니다.>


다급한 목소리의 파티원 전용 귓속말이 날아들었다.


‘강한 씨! 포탈 앞에 도착했어요. 빨리 와요!’

‘야! 언제 올 거야? 이제 5명 남았어. 지금 세 명이 더 올라오고 있다고!’

‘강한 씨! 시간이 없어요. 생존자들이 몰려와요.’

‘힐 줘! 인나 씨! 저 새끼들 싹 쓸어버리게! 이것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올라! 다 죽거쓰!’

‘강한 씨, 우리가 일단은 포탈 앞을 막고 있을 게요. 시간을 끌 테니까 어서요!’


그들의 절박한 외침에 1080단 계단 위 포탈을 바라봤다.

소용돌이치는 빛 앞에서 유인나와 개진산이 다른 생존자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상황이 나빠 보이진 않았다.

적의 공격을 막는 동시에 반격하는 모습이 아까보다 더 능숙한 것이······, 그래.

저 정도면 나 없이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어.

현재로선 개진산과 유인나, 저 둘을 압도할 각성자는 드물 것이다.


지난 생에서 개진산은 드루이드라는 직업의 가능성을 극한으로 끌어낸 바 있다.

충왕의 호칭까지 얻어내지 않았던가?

사제로서 최초로 대사제에 이른 유인나는 말할 것도 없고.

한동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포탈 이용 가능 시간이 3분 남았습니다.>

<3분 뒤에는 포탈지기가 나타나 포탈 이용을 방해합니다.>


“3분.”


여기서 저기까지 전력질주하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시간.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유인나 씨.’

‘네, 강한 씨.’

‘나 기다리지 말고 포탈 타세요.’

‘······예?’


예상외의 지시 때문인지 그녀의 대답이 탁, 튀었다.


‘강한 씨!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예요? 포탈을 먼저 타라고요? 그럼 강한 씨는요?’

‘걱정하지 말고 내 얘기 잘 들어요. 나는 조금 늦을 겁니다. 이름 모를 안개 지역으로 가기 전에 들릴 데가 있어요.’

‘안 돼요!’


그녀의 귓속말이 절규하듯 텅텅 울렸다.


‘우리더러 먼저 가라고요? 싫어요! 그럴 순 없어요. 기다릴게요! 시간은 충분하다고요.’


유인나의 성격상 저리 나오면 설득하긴 글렀다.

지난 생에서도 저랬었지.

나를 살리려 하지 말라고, 이만 포기하라고.

지금은 내가 죽고 당신이 살아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며 얼마나 간절히 고함쳤던가.

그런데도 결국에는.


“어쩔 수 없지.”


단순 무식한 개진산을 써먹는 수밖에.


‘개진산!’

‘왜!’

‘포탈 타라.’

‘······어?’


약간의 침묵 끝에 이런 말이 들려왔다.


‘그래, 그러지 뭐.’


하여튼.


‘근데 인나 씨는 어쩌냐? 너 놔두고 우리끼리 포탈 타자 그러면 인나 씨가 그러자고 하겠냐?’

‘진산아. 머릴 좀 써. 네 머리는 장식이냐?’

‘제길, 어쩌라고!’

‘어쩌기는. 유인나 씨 목덜미를 물고 포탈로 뛰어들어!’

‘······아!’


적의 안면에 앞발을 휘두르던 개진산이 재빨리 뒤돌아섰다.

짐승의 커다란 아가리가 순식간에 유인나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그녀가 있는 힘껏 발버둥 쳤다.


‘진산 씨. 놔요, 놓으라고요, 강한 씨가 아직······. 미쳤어요? 어떻게 강한 씨를 버리고!’

‘이거 저 자식이 시킨 겁니다.’

‘당장 내려놔요! 사람이 어떻게 이래요? 이러면 강한 씨가 혼자 남는다고요!’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뭔지 압니까? 이강한을 걱정하는 겁니다!’


그들이 포탈 속으로 사라졌다.


<두 명의 생존자가 포탈을 타고 ‘이름 모를 안개 지역’으로 순간 이동하였습니다.>

<이제 포탈 이용 가능 인원은 3명입니다.>

<포탈 이용 가능 시간이 2분 남았습니다.>

<2분 뒤에는 포탈지기가 나타나 포탈 이용을 방해합니다.>


“2분만 기다리면 된단 말이지?”


골고딘의 보물함 열쇠를 확보했으니 이제 남은 건 하나.

보물함이 숨겨진 장소를 찾아줄 ‘정체불명의 보물 지도’ 아이템.

저 아이템을 구하려면, 포탈 이용을 방해하고 각성자를 잡아먹는 포탈지기가 등장해야만 한다.

슬슬 움직이려는데, 누군가가 내 발목을 잡아챘다.


“아저씨!”


어떤 놈인가 했더니 뇌전 계열의 스킬을 습득한 천재 등급의 마법사, 버릇없던 그 여자애였다.


“아저씨, 제발 부탁요. 살려줘요, 네?”

“너, 안 죽었어?”


당연히 죽은 줄 알았더니.


“운이 좋은 건가? 아니면······.”


옷은 다 뜯겼고 온통 피투성이였으나 그녀의 두 눈만은 특이점처럼 빛나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제발요. 제, 제가요. 아까요. 아저씨 살려줬잖아요, 네? 죽일 수도 있었는데 안 죽였잖아요. 기억하죠?”

“아, 기억하지. 뭐랬더라? 내 스탯이나 되라고 했던가?”

“아저씨! 그거는요, 사과드릴게요. 말실수했어요. 사람이요,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하잖아요. 아녜요?”

“······하.”


맹랑했다. 염치도 없고.

저 영악한 성격 때문에라도 어쩌면 지금 죽여 버리는 편이 나았다.

살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게 분명하니 살려두면 화근이 될지도.


지난 생에서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마물의 꾐에 넘어가 앞잡이 노릇을 하던 각성자들을.

저 여자애도 부역자가 될 공산이 크니 여기서 목을 쳐버리는 게 깔끔하단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뇌전 계열의 스킬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천재 등급 마법사라는 게 영, 신경 쓰였다.

아깝다고 해야 하나?


빙결, 석화, 숨결, 화염, 공간, 등 수십 가지나 되는 계열 중에서도 으뜸가는 마법은 단연코 뇌전.

물 속성의 마물만 제외한다면 <멸‧개‧법>에서는, 그 어떤 마물도 뇌전 마법에 저항할 수 없다.

훗날 맞닥뜨려야 할 고대 신들은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무려 99%에 이르는데, 뇌전은 예외였다.

벽사의 기운을 품고 있으므로.


“살고 싶냐?”


내 물음에 그녀는 지체없이 답했다.


“네!”

“······그렇다면.”


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써먹을밖에.

<멸‧개‧법>에는 없는 특이점이 늘어나는 게 껄끄럽기는 하지만 쓸 수 있는 칼이라면 일단 모아두는 편이 나아.

하물며 최고의 장인이 벼린 칼이라면 더더욱.


“너.”


여자애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녀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잘 들어.”

“네, 넵.”

“송곳니 함부로 들이밀지 마라, 죽인다.”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성질 나쁜 주인한테 걷어차인 강아지처럼 겁먹은 티가 역력했다.


쿵!


한 번 더 경고할 셈이었으나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주변을 싹 정리한 골고딘이 수 미터를 뛰어올라 내 뒤에 착지했다.

여자애는 공포에 질려 숨조차 내쉬지 못했다.


“아, 아, 아저씨. 뒤, 뒤에 괴물.”

“응?”

“······달아나. 도망치라고요!”


뭐야?

모르는 건가?

골고딘이 누구의 것인지.


하긴.

아무리 적응 속도 버프가 떴다고 해도 저런 해골 기사가 내 말을 듣는다는 걸, 믿긴 어렵겠지.


그녀의 멱살을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섰다.

골고딘이 거대 낫으로 땅을 세 번 짚었다.


쿵!

쿵!

쿵!


길가의 가로수마저 두려워 잎을 떨구는 찰나, 무릎을 굽히며 그가 기사로서 예를 갖추었다.


크.


“골고딘.”


크아아아아.


“너를 살리겠다는 그 약속, 지켰다. 그렇지?”


그러자 골고딘이 다시 한번 괴성을 내질렀다.

괴성에 놀란 여자애가 털썩, 혼절했다.


<30초 뒤 포탈지기가 나타나 포탈 이용을 방해할 것입니다.>

<29초 뒤 포탈지기가 나타나 포탈 이용을 방해할 것입니다.>

<28초 뒤 포탈지기가 나타나 포탈 이용을 방해할 것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작가의 권한(4) +1 23.05.16 3,133 54 12쪽
13 작가의 권한(3) +2 23.05.15 3,197 61 11쪽
12 작가의 권한(2) +2 23.05.14 3,362 59 12쪽
11 작가의 권한(1) +1 23.05.14 3,617 63 10쪽
10 나 혼자 네크로맨서(4) +1 23.05.13 3,749 70 12쪽
» 나 혼자 네크로맨서(3) +2 23.05.13 3,747 73 9쪽
8 나 혼자 네크로맨서(2) +3 23.05.12 3,926 65 11쪽
7 나 혼자 네크로맨서(1) +2 23.05.12 4,209 71 10쪽
6 2회차 시작(5) +1 23.05.11 4,507 76 11쪽
5 2회차 시작(4) +2 23.05.11 4,646 88 13쪽
4 2회차 시작(3) +1 23.05.10 4,893 90 9쪽
3 2회차 시작(2) +6 23.05.10 5,363 98 9쪽
2 2회차 시작(1) +3 23.05.10 6,054 107 11쪽
1 운석 엔딩(추신: 프롤로그 아님) +7 23.05.10 7,948 11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