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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방개 님의 서재입니다.

나혼자 네크로맨서로 리메이크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글방개
그림/삽화
아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최근연재일 :
2023.06.13 22:0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142,258
추천수 :
2,231
글자수 :
220,752

작성
23.05.10 11:24
조회
4,893
추천
90
글자
9쪽

2회차 시작(3)

DUMMY

골고딘.


오크의 폭압에 맞서 서쪽 고블린 종족을 이끈 외뿔의 명장이자 최초의 보물 고블린.

고블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창업 군주였으나 말년은 초라했다.

황금이 그의 눈을 멀게 한 것이다.


지하 왕궁을 거대한 보물함으로 만들어버린 그는 급기야 동족을 배신하고 홀로 영원히 칩거했다.

수천 년의 어둠 속에서 정신은 썩어갔고 육체는 송장아귀지렁이로 들끓었다.

이윽고 숨이 끊어지려 할 때 골고딘은 진귀한 성물을 숨긴 보물함의 열쇠를 심장에 찔러 박았다.

자신의 치부에 대한 기억까지 전부 다.


이게 <멸‧개‧법>을 연재하면서 구상했던 골고딘의 초기 캐릭터 설정.

스토리 수정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바뀌기는 하였으나 제일 중요한 설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무슨 뜻이냐고?

저 심장에 <멸‧개‧법> 최고의 떡밥이라 부를만한 보물의 열쇠가 있다는 거다.

<멸‧개‧법>에 나는 이렇게 써두었다.


‘골고의 보물을 찾는 자, 이 세계의 엔딩을 다시 쓰리라.’


<멸‧개‧법>이 미완결인 상태에서 세계가 멸망하는 바람에 저 떡밥을 이야기로 풀어내지는 못했으나······.

나는 믿는다.

떡밥의 힘을.


“심장, 내놔!”


골고딘의 목뼈를 부여잡았다.

그런 다음 식칼로 녀석의 가슴팍을 연달아 찍었다.


퍽퍽퍽!


골고딘이 몸부림쳤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강철보다 단단한 그의 뼈가 소금물에 부식되어 흐물흐물해졌다.


고블린이 E급 마물이라 하나 그들의 왕인 이상, 골고딘은 최소 D등급의 정예 몬스터.

소금물이 아니었으면 하급 아이템조차 되지 못하는 이 식칼로 녀석을 꿰뚫는 건 불가능했을 터.


퍽! 퍽퍽!


골고딘의 가슴팍에서 뼛조각이 튀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이것만 박으면!


콱!


드디어 칼끝이 녀석의 뼈를 뚫고 꼽혔다.

지금이다.

이를 악물며, 나는 칼 손잡이를 사정없이 비틀었다.


까득, 빡!


골고딘의 갈비뼈가 쩍쩍 갈라졌다.

바스러진 뼈 사이로 말라빠진 심장이 얼핏 드러났다.

거의 다 됐다.

못질하듯 칼 밑동을 후려치기 위해 오른팔을 치켜드는 그때였다.


― 크어어.


소금물에 부글부글 녹아내리면서 골고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죽기 싫다고? 살려달라?”


하, 자식.


“지금 이게 거래로 보이나?”

― 커어어어.

“무섭냐? 걱정하지 마, 널 영원히 살게 하려는 거야. 공짜가 아닐 뿐이지.”


회귀 전, 그러니까 지난 생에서 나는 실수를 참 많이 했다.

이를테면 튜토리얼 때 저놈을 죽이지 않은 것.

뭐, 죽이지 못했다는 게 더 솔직한 고백이겠지.

살아남는 데에만 급급하였으니.


“네 심장에 박힌 열쇠, 그것만 있었어도······.”


그리 무참히 패배하진 않았을 거다.

골고의 보물함을 찾아내고도 열쇠가 없어서 허송세월하지 않았던가?

골고딘은 튜토리얼에서만 등장했다가 자취를 감추는 마물이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끝이다.


“심장을, 네 심장이 박힌 그 열쇠를 찾으려고 3년을 헤맸어, 알아!”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찰나, 보다 못한 망량이가 소릴 질렀다.


― 그만! 그만 해! 뭔 소릴 지껄이는 거야? 쟤 심장을 찾으려고 3년을 헤매? 돌았니? 아니, 그건 그렇다고 쳐. 저 해골바가지를 왜 죽여? 이런 건 시나리오에 없었어! 알아? 네가 해야 하는 건!

“닥쳐.”

― 다, 다, 닥쳐? 감히 인간 따위가 시스템의 대리자인 나, 이매망량한테 닥치라고?


이매망량.

이른바 에피소드 인도자.

멸망한 세계 속에서 자신의 목적에 맞게 인류를 조련하며 더 강한 퀘스트로 이끄는 도깨비 무리.


다른 몬스터와 다른 점은 이계에서 침입해온 것이 아니라는 거다.

거대한 바위나 나무 같은 신성한 사물에 깃들어 간절한 원을 받아먹고 살던 하급 신.

망량이가 하급 이매망량이기는 하나 인간의 관점에선 분명 신적인 존재이니 저리 화낼 수밖에.


― 죽을래? 뒈질래? 너, 해골바가지 좀 어떻게 했다고 기고만장한데, 까불면 사지를 찢어버린다! 못할 거 같아? 못할 것 같냐고!

“어.”

― 어?

“어, 라고. 몇 번을 대답해야 하나?”

― 야!

“어차피 너는 개입할 수 없어, 안 그래? 하급 이매망량이니까 히든 퀘스트를 부여하는 것조차 상급 이매망량한테 허락을 받아야 할 거야. 그런데 금기를 어기고 개입을 하겠다고? 그게 되겠어?”

― 누가 그래!

“그럼 죽여 봐. 쓸데없이 까딱거리는 그 꼬리로 날 찔러보라고.”


망량이의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새까만 꼬리가 고장 난 시계 초침처럼 흔들렸다.


― 어떻게 알았어? 아니 대체 누가 이런 1급 시크릿 정보를 저 녀석한테 알려준 거야! 누구야! 대답해, 당장 대답하라고!


망량이가 쩔쩔 매는 걸 보니, 일석이조의 때가 왔다.

열쇠도 먹고, 내 전용 호구도 만들 타이밍이.


“어이, 망량이.”

― 웃겨, 증말. 네가 부르면 내가 대답해야 하니? 그리고 망량이가 뭐야? 유치하게. 나한테도 이름이 있거든. 내가 이래 봬도 팔공산 갓바위······.

“아-6969, 이거 말하는 거냐?”


망량이 말고 원래 이름을 불러줬더니 필러 맞은 것처럼 부푼 그녀의 두 입술이 쩌억, 벌어졌다.


― 그거 내 진짜 이름 아니거든! 임시야, 임시! 상급 이매망량이 되면 나도 본명 되찾을 수 있어. 본명만 되찾으면 내가······! 잠깐, 근데 너, 뭐냐? 어디까지 아는 거냐고!

“그건 알 필요 없고. 튜토리얼, 끝내라. 직업 선택 퀘스트를 당장 시작해.”

― 미친! 어이가 없네. 네가 뭔데 감 놔라 배 놔라야?

“어차피 생존자 수도 50이하로 떨어졌잖아? 지금 끝내도 상급자한테 호출당하지는 않을 거다.”

― 웃기지 마!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바닥에 쓰러진 채 질질 녹아내리는 골고딘한테 다가가 오른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이거면 충분할 거였다.

역시나 망량이가 하얗게 질렸다.


퀘스트 진행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이매망량들로선 간접적인 방식으로 끼어들 수밖에 없는데. 그 유일한 방법이 권속을 부리는 것.

그런데 권속을 잃는다?

군인이 총을 잃어버리는 수준의 사고였다.

메인 퀘도 아니고 고작 튜토리얼에서 그런 사고를 쳤다간 시스템 삭제를 겨우 면할 게 뻔했다.


“어쩔래? 죽여? 아님 내 말대로 할래?”


망량이가 콧구멍을 벌렁벌렁했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상황을 납득하지 못한 눈치였다.

하긴 저것들 관점에선 키우던 개한테 물린 격이니.

어쩌겠는가?

이미 결론은 나 있다.


“죽일까?”

― 주, 죽이지 마! 죽이면 나, 진짜 죽는단 말이야. 팔공산에서 돌댕이로 천 년을 살다가 겨우 현현했는데 삭제되긴 싫다고! 그러니까 그 발 내려. 살살 내려 응?

“내가 네 말을 들어야 해?”

― 야! 내가 네 주인이야. 이 구역에서는 내가 삼신이고 염라대왕이고 대빵이고 어! 너는 내가 키우는 개만도 못한 존재야! 나한테 꼬리를 흔들면서 살려달라 애걸복걸해야 하는 개새끼라고!

“개새······끼?”


골고딘을 콱, 밟아버리려 했다.

깜짝 놀란 망량이가 다급히 내 앞을 가로막았다.

개입 금지라는 시스템의 금기를 어길까 봐서 차마 붙잡지는 못하고.


― 아, 쫌! 좋아, 개새끼라는 말은 취소할게. 대신 이놈은 죽이지 말아줘, 얘가 죽으면 나 진짜 끝장이야, 응? 사정 좀 봐주라. 쟤 살려주면, 나도 한 번은 너 도와줄게.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개뿔. 됐고, 직업 선택 퀘스트 띄워, 당장.”

― 하, 알았어, 알았다고.


결국 내 덫에 걸린 망량이가 손가락을 튕겼다.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축하합니다. 이름 모를 별의 9815번째 꿈, XXX의 묵시록 세계에 진입할 자격을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직업 선택 퀘스트를 부여합니다.>

<제1의 메인 퀘스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직업을 선택하고 튜토리얼을 완전히 클리어하길 바랍니다.>

<직업 선택 가능 시간 10분 남았습니다.>


생존자의 혈투가 멈췄다.

그들은 멍하니 허공을, 더 정확히는 직업 선택 퀘스트를 바라봤다.

개진산은 털썩, 주저앉았고 유인나는 날 꼭 붙들었다.


“가, 강한 씨. 우리 살았어요? 산 거냐고요.”

“······네.”

“아, 고마워요, 강한 씨. 진짜, 진짜 고마워요.”


이윽고 유인나도 주저앉았고 개진산은 “아아아, 살았어, 살았다고!” 외치며 포효했다.

그들을 향했던 시선을 돌려 퀘스트 창을 바라봤다.


+++


<각성>


분류: 튜토리얼

난이도: 없음

클리어 조건: 메인 퀘스트 시작 전까지 직업을 선택하시오.

클리어 방법: 원하는 직업 카드를 터치할 것.

제한 시간: 10분

보상: 직업 관련 스탯 및 멸망한 세계에 대한 적응 속도 향상 버프


+++


가지각색의 형태로 번쩍이는 직업 카드.

그래, 첫 단추를 다시 꿸 기회가 드디어 도래했다.

나의 가장 큰 실수.

직업을 성기사로 선택하는 바람에 끝내 패배하고야 말았던 지난날의 설욕을 갚을 날이.


“······더는 패배하지 않을 거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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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회차 시작(3) +1 23.05.10 4,894 90 9쪽
3 2회차 시작(2) +6 23.05.10 5,364 98 9쪽
2 2회차 시작(1) +3 23.05.10 6,055 10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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